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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일상/냥이와 수족관

고양이 캐리어에 싣고 KTX 타기, 반려묘와 기차타기, 반려동물과 기차타기

by Fancy_sailor 2020. 7. 2.

서울에 도착했다. 그것도 반려묘를 데리고 서울까지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다. 이렇게 먼 거리를 함께 이동하기는 9년 집사노릇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사 때문에 부산 내에서 단거리 이동은 몇번 했었지만 이렇게 지역 단위를 넘나드는 장거리 이동은 나에게도, 냐옹이에게도 꽤나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았기에 아무래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최대한 편안한 이동수단이 뭘까 고심해본 끝에 나는 주저없이 '기차'를 선택했고 울 냥이는 체중이 6KG이상에 육박하는 거구 냥이이므로 애초부터 비행기는 마음을 접어두었다. 보통 비행기의 경우 반려동물의 몸무게가 캐리어 무게 포함하여 5KG 또는 7KG가 넘을시에 함께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고 반려동물만 따로 수화물 칸으로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전혀 케어할 수 없는 어두침침한 수화물 칸에 냥이를 냅다 부칠 자신이 없었으므로, 자연스럽게 '기차'를 선택했다.  

 

 

 

 

앞으로 무슨일이 다가 올 지 모른채 캐리어에 누워 부비적 거리는 울 냐옹이 

 

 

 

사실 기차의 경우도 반려동물 탑승시에 기본적으로 광견병 예방접종 이라던지 기본적인 접종을 완료 한 반려동물만 탑승이 허용된다는 규정이 존재하긴 하는데 사실 실질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 서류를 검토 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가는동안 내내 옆 자리리가 비어 있어서 혹시나 발생할 수도 있을 불편한 상황 없이 나름대로 편하게 올라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사실 우리 냥이는 캐리어만 보면 늘 겁먹고 숨어버리기 일쑤다. 왜냐면 캐리어에 고양이를 싣고 나가는 날은 항상 병원가는 날이었기 때문에 캐리어만 보면 어딘가 또 두려운 장소로 자신을 데려간다는 걸 눈치채고 숨어버린다. 이번에도 역시나 캐리어가 꺼내져 있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붙박이장 안으로 숨어버리는 이 놈을 간신히 끄집어내서 캐리어에  넣었다. 그리고 약 3-4시간 소요 될 이동시간 동안 혹시나 배변 문제가 생길까 싶어 캐리어 안에 배변패드도 한 장 깔아놓고 택시를 타러 집밖을 나왔다.

 

일단 집에서 냥이를 캐리어에 넣을 때는 죽어도 들어가지 않겠다고 야옹야옹 울어대는 놈이지만 한번 캐리어에 넣고 난 후 문 밖을 나오게 되면 결국 또 다시 냥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또 캐리어 안 밖에 없다. 뭘 하고 있나 걱정되서 살펴보면 혼자 구석에 얼굴을 쳐박고 있거나 지나가는 차 소리에 놀래서 부르르 떨고있는데 참, 그럴때마다 이름을 부르면서 안정시켜 주는 것 말고 딱히 해줄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 미안했다. 댜행히 기차 타고가는 동안 우려했던 용변 실수는 전혀 없었고 시끄럽게 울음소리를 내는 일도 없었다. 일단 데리고 나오면 쥐죽은듯이 조용해진다... 택시에 태우고 역으로 가는 동안에 택시 기사 아저씨도 신기했는지 한마디 얹었다.

 

"고양이가 가만~~~~히 있네요?"

 

사실 얌전해서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왕 소심한 겁쟁이라서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더 중요한건 예민한 반려묘를 데리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나 어떻게 빨리 적응 시키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왜냐하면 새로운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냥이가 대면 해야 할 새로운 동거인이 있기 때문에 그게 더욱 큰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호기로운 '하악질'로 동거인을 격하게 맞아주는 우리 냥이였다.

어차피 나는 최소 못해도 1주일은 이 어색한 시간이 흐를거란 것을 예상했지만 막상 하악질을 당한 나의 동거인은 꽤나 충격적이었는지 마음의 상심이 커보였다.... 어쩔수 없지만 빨리 친해지고 싶더라도 당분간은 '있어도 없는 생명체' 라는 생각으로 냥이를 대해 주어야 한다고 얘기해줬다.

 

 

 

 

 

 

 

바뀐 주거 환경과 낯선 사람으로 인해 밥 먹을때도 내내  긴장한 모습이 너무나 역력했다. 그러다 나의 '동거인'이 조-용히 잠에 들때 즈음,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와서 시원하게 옆으로 드러눕는 자세를 취해보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고..... '동거인'이 먹여주는 간식, 사료, 쓰다듬기 등등을 다 받아주면서도 또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싶을 땐 언제나 '하악질'로 다시 거리를 두는 놈이었다. 

 

무튼 상황이 어떤지 알리가 없는 이놈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아무쪼록 제대로 '사회화'되지 않은 냥이는 결국 잡사에게도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안타낍지만 그래도 빠른 시일내로 적응해서 유연하고 능청스런 녀석이 됐으면 좋겠다는게 내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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