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립자연사박물관 특별전 -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전

 

 

여름에 다녀왔던 전시포스팅을 이제야 올려본다. 부산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진행되고 있는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전. 내가 느끼기로는 몇년전부터 미술 전시를 종종 보러 다니다보면 자연, 야생동물 그리고 지구, 환경에 대해 경각심을 알리는 전시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 전시도 마찬가지로 안내, 설명 문구에서 말하고있듯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진 행사"인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대회에서 수상을 한 수상자들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외적인 타이틀은 '야생동물 사진작가대회'라고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는 작품들을 통해 야생동물의 아름다움과 신비함 이외에 지구생태계 환경의 위기에 대해서 사뭇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슬프고도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평소 자연, 야생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 시청을 좋아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해당 사진전에 등장하는 여러 야생동물들의 습성과 특징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전시를 관람하게 되니 더욱 더 몰입되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전시는 총 다섯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1. 깊은 바다룸2. 숲과 초원, 향기의 방3.감춰진, 아름다운, 섬세한 정원 4. 긴급한 시간의 통로 5. 와일드 라이브 아카이브 

 

 

 

깊은 바다 사운드룸 

전시장을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가장 첫번째 섹션으로, 해양 생물들의 사진을 모아놓은 구간이다. 아래 사진은 첫번째 섹션의 전시 공간에 들어서기 진전 입구에 마련되어 있는 독특한 오브제들이다. 푸른 조명과 대비되는 감각적인 컬러의 형광 LED 조명 LP판이 눈에 띈다. 

 

 

 

 


 

 

숲과 초원, 향기의 방/

감춰진 아름다움, 섬세한 정원

 

숲의 야생동물들을 사진을 관람할 수 있는 두번째 섹션, 이렇게 각 섹션에 들어설때마다 입구에는 매력적인 설치물들이 있어 예쁜 포토존으로 이용하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실제 숲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한 환경이 자연친화적이고 매력적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부분, 다른 전시 섹션으로 들어가는 코너에 이렇게 빨간 철제 우체통이 놓여져 있는데 아시다시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 사진전은 지금처럼 디지털 카메라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당시 다큐멘터리사진작가들은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자연사박물관 앞에 우편으로 발송했고 셀 수 없는 많은 우편물들이 매일같이 도착했다고 한다. 

 


 

 

긴급한 시간의 통로

 

이 섹션에서는 말 그대로 자연 환경 파괴에 대한 위기와 경각심을 전달하는 섹션으로, 그 전에 섹션에서 관람한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황홀한 이미지들이 아니라 점점 더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야생동물들의 터전과 동물들의 고통스러운 이미지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다른 어느 섹션보다도 결국은 이 '긴급한 시간의 통로'라는 섹션이 끝부분에 배치되어 있었다는 것은 결국 이 사진전에서 마지막으로 가장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가장 큰 메시지는 '경각심'이 아니었을까. DANGER라는 강렬한 문구과 THERE'S NO TIME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매우 절박하게 느껴진다.

 

 

 

 


 

 

 

 

 

혹시라도 야생동물 사진작가가 되기를 꿈꾸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사진작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매년 10월에 응모를 시작하여 12월에 마감되며 위 기재된 사이트 링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아무쪼록, 요즘처럼 디지털 기기가 잘 보급되어 있는 시대에 성별, 나이불문하고 누구나 디지털 사진을 촬영하고 찍을 수 있다는 쉬운 접근성 때문인지 이 전시에서도 10대 작가들의 작품들도 많이 관람할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내가 기억하기로 아마 이 전시의 최연소 사진 작가가 무려 12살 13살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야생동물 사진작가로써의 좋은 등용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굿즈샵에는 전시작품 관련 굿즈들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야생동물, 환경에 관한 여러 책들이 구비되어 판매중이었고 영어 원서로 된 흥미로운 어린이책들이 많았다. 대부분 전시의 주제와 관련한 동식물에 관한 책들이었고 사실 전시애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거나 책 한권으로 정리한 갤러리북은 따로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 목적으로 함께  방문한 부모님이라면 충분히 관심 가질만한 아이들 위주의 그림책이 많다. 

 

소개

2024.09.07 ~ 2024.11.27
F1963 석천홀
공지 사항

* 예매마감 : 2024년 11월 27일(수) 18시
* 취소마감 : 2024년 11월 26일(화) 17시
* 전시기간 내 1회 관람 가능합니다.

전시 정보

전시기간 : 24.09.07 ~ 24.11.27
전시시간 : 10:00 ~ 19:00 (매주 월요일 휴무)
전시 장소 : F1963 석천홀 (부산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만 36개월 미만 무료 입장
* 유료주차 가능 : 30분 1,500원

전시 홈페이지 URL : https://www.instagram.com/wildlife_125/

(주)어반플레이
위치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5길 22 202호
홈페이지 URL : https://www.urbanplay.co.kr

 

 

 

 

리뷰를 쓰기에 앞서서 지금 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여러 전시들 중에서도 이 <능수능란한 관종> 이라는 전시가 현 시대 젊은이들의 문화와 이슈들을 잘 반영한 가장 '트렌디'하고  MZ스러운 감각적인 전시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성세대 작가들 뿐만 아니라 인스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막 떠오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따끈한 작품들이 함께 혼합되어있어 굉장히 흥미로우면서 트렌디한 센스와 감각이 돋보이는 전시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내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전시란 바로 이런것이다. 그 시대에 가장 화두가 되는 이슈, 문화, 갈등, 트렌드 이런것들을 잘 자극하고 건드리면서도 너무 가볍지도 않고 그런 주류 문화들이 우리에게 남기는 이점이 뭔지, 또 어떤 것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등등에 대해서 사고하고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만드는 그런 전시 말이다. 

 

 

 


"관심받는게 좋아요, 관종은 뭘 의미하는걸까?"

 



이 전시의 주제는 '관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있다. "능수능란한 관종". 뭔가 이름만 들어도 관종미가 뿜뿜 넘치는 느낌을 자아내는 기분이 든다. 대게는 '관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하지 않나. 흔히 저새끼 저거 원래 좀 관종이야. 이런 식으로 관심에 굶주린 정신나간 미친사람마냥 취급하듯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아티스트, 인플루언서들은 바로 그런 '관종력'이 없다면 사실상 종사하기 불가능한 직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런 관종력을 잘 가꾸고 브랜딩화 하는것이 요즘 사회에서는 이것도 하나의 마케팅 능력으로써 인정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관종'이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것인가 부정적으로 볼 것인가 참으로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 전시의 매력적인 작품들 이외에도 사실 이 주제를 매우 설명적으로 자세히 이야기 해주는 책자를 읽으며 깊은 영감을 받았다.  

 

 

 

 

위의 책자들은 전시관에서 무료로 가지고 올 수 있으니 꼭 챙겨오기를 추천한다. 위의 책자들 중 나는 '김준혁'님이 쓴 "관종은 무엇일까?"라는 글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는데 현대사회에 있어서 관종, 즉 관심을 갈구하는 행위라는 것은 결국 '생존력'에 대한 갈구로 동일시 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어쩌면 이 포스팅은 이 짧은 책자를 위주로 한 리뷰일지도 모르겠다. 

 

 


 

 

"관심을 바라는 배경은 기회의 불균형이 만든 경쟁이다."

 

첫 단락이 이렇게 시작한다. 일단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유전자 번식을 통한 자기복제라는 개념에서 매우 본능적으로 관심을 바라는 것인데 생물의 존재 이유를 '유전적 불멸'에 있다고 했을 때 매우 원초적으로 타인을 향한 관심의 근원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먼저 이해해볼 수 있는 것이다.  즉 나의 유전자가 번식에 성공하지 못한채로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흔히 요즘 말로 얘기하는 '도태'되어 멸종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필사적으로 관심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쟁을 만드는 진짜 근본적인 원인을 성비의 불균형 보다 '기회의 불균형'에 더욱 더 큰 초점을 맞추고 본다는 부분이다. 사실 만약 세상의 암수의 성비가 아주 완벽한 비율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바람대로 한명에 한명씩 알맞게 서로에게 관심을 주고받는 이상적인 현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월한 조건과 능력을 갖춘 자들이 관심과 인기를 독점하고 독차지한다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자연의 법칙 같은것이니 말이다. 그럼으로 쓰니는 성비의 불균형 보다도 기회의 불균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 불균형을 그나마 상식적으로 맞춰주기 위하여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문명사회에서는  일부일처제 라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게 아니겠는가. 

 

 

"관심을 바라는 이유는 자기를 유지하려는 본능이다."

 

그러나 이 단락에서는 인간이 관심을 갈구하는 이유가 유전자의 불멸을 바라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다시금 주장한다. 즉 종족번식만이 이유가 아니라는 거다. 현대사회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을 많은 어려움들 중에서도 몇가지 손꼽을 수 있는 것들을 말하자면 예를들면 실업난으로 인한 경제활동의 어려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더 나아가서 국가적으로는 자원고갈과 기후 재난 등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의 미비. 이런 것들은 결국 사회에서 생존해 나가는데 있어 '난이도'를 결정짓는 주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난이도를 버텨내지 못한 자들은 쉽게 소외되고 결국 소외된다는 것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그것은 또 생명유지 즉 나를 유지하려는 힘과 직결되어 심리적으로 생명 연장에 불리함, 어려움을 느낄 때 인간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삶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번식욕 뿐만이 아니라 '나를 연장하고 유지하려는 본능'으로 부터 멀어지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 인간은 가장 초조해지고 괴로워진다. 내가 안전하다 라고 느끼지 못하는것,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지 못한 것, 적절히 관심 받지 못하는 것 이런것들이 나의 생명 유지 본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 새삼 흥미로운 부분이다. 나는 요즘의 젊은이들은 종족 번식 실패에 대한 불안함보다 바로 이 자기유지본능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부터 압도적인 스트레스를 받는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종을 가르는 기준은 부정과 악감이다."

 

이런 원인들을 두루 살펴보았을 때 사실 관심을 바라는 행위 자체에는 결코 문제가 없다. 매우 본능적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관심과 애정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관종'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어감은 사실 부정적인 느낌에 가깝다. 흔히 도가 지나친 병적인 관심을 바라는 사람들을 향한 감정인데, 그래서 도대체 왜 이렇게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관종'을 혐오하기 시작했으며,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는가. 관심 병자, 관심 종자 라고 칭하게 된 원인이 뭘까?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의구심이 생긴다. 여기서 바로 글쓰니가 주장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관종'의 다섯가지 조건에 대해서 나는 매우 크게 공감하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글쓴이가 주장하는 다섯가지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기회의 불균형이 만든 경쟁 아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만을 유지하려는 자

2. 자기를 유지한 조건이 충분함에도 동종에게 기회를 나누지 않는 자

3. 그것이 생물로서 본능이라 여기며 자신의 지능을 그러한 본능을 억누르는데 사용하지 않는 자

4. 관심 밖에 놓인 이들을 돌보고자 지능으로 만든 질서를 어지럽히는 언행을 일삼는 자

5. 그런 삶을 사는 자기에게 긍정과 호감에 기초한 관심을 주길 바라는 자


 

 

나는 이 다섯가지 촌철살인과 같은 조건들을 나열한 글쓰니의 깊은 통찰과 예리한 관찰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뭔가 모두가 본능적으로 느껴왔지만 뚜렷하게 형용하지 못했던 '관종'에 대한 왠지모를 부정적인 감정과 불편한 생각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정확하게 다섯가지 예로 완벽하게 설명한 것이 매우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저 다섯가지 조건에 해당하는자로 높은 확률로 '나르시시스트'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내가 극도로 상종하기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들이 어쩜 '관심종자'와 이렇게도 데칼코마니 같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있을까 라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관람객들에게 당신은 어떠한 기준으로 '관종'을 가를것인가?에 대해서도 동시에 질문하고 있다. 나의 경우에도 글쓰니와 매우 밀접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인간의 성향은 각자의 개성으로 인정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만 타인에게 직, 간접적으로 불편한 영향을 주는지 정신적이든 물리적으로든 불쾌감을 주고 피해를 주는가. 그리고 그렇게 피해를 끼치는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사람, 즉 자신만 생각하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불편함과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물불 가리지 않는 비도덕적 인간인가 등등 이러한 여러 기준에 따라서 그 사람의 고유 성향을 개성으로 인정할 가치가 있냐 없냐를 판가름 하는 편이며 쓰니가 제시한 다섯가지 조건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귀여운 관종, 밉지않은 관종 이라는 것은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적정 바운더리 안에서 자신의 자유와 관심의 갈구를 추구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에게 하는 말일것이며 말 그대로 관심종자, 병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매우 양심이 없으며 뻔뻔한, 이기적인 사람들을 향해 일컫는 말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관심을 바라고자 하는건 인간의 타고난 본능과 같은 것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중에 공감도 지능이라는 말이 많지않나. 지능과 공감을 갖춘 진화한 인간이라면 건설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관심을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적절한 예로 유튜브 조회수에 광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도덕적인 선을 넘는 유튜버 아니, 사기꾼들이 도처에 깔려있지 않은가. 동물 구조 영상으로 사람들의 연민과 동정을 사서 조회수를 올리겠다는 목적으로 일부러 동물을 잡아다가 구해주는 것 처럼 자작극을 꾸미는 채널이라던지 한때는 틱장애가 있는 장애인 흉내로 돈벌이를 했던, 논란이 된 유튜버 등등. 그런 의미에서 예술과 창작활동은 매우 지적인 버전의 관종 행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종종 사회적 금기를 향한 도전 정신을 담은 도발적인 아티스트들 역시 존재하지만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파렴치한 관종들에 비교하면 그들은 매우 양반인 셈이다.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합리적인 선 안에서 관종력을 추구할 수 있는가에 가장 도가 튼 부류들이 바로 아티스트들 아닐까.  바로 이 전시에서 말하는 '능수능란한 관종'이란 그들은 뜻하는것일지도 모르겠다. 

 

 

 

https://www.busan.go.kr/moca/exhibition01/1610737

 

현재전시 - 능수능란한 관종 : 부산현대미술관

내용 《능수능란한 관종》은 현대 사회에서 관심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시대 예술의 관점에서 탐구한다. 전시는 관종이라는 다소 과격한 용어를 넘어 관심을 추구하는 행위가

www.busan.go.kr

 

애인에게 폭행을 당한 직후에 자신을 촬영한 낸골딘의 작품

 

 

 

 

Past Lives, 2023
 
개요 미국로맨스/멜로 외 감독 셀린 송 출연 그레타 리유태오존 마가로, 문승아 더보기

 

 


 

 


지지리 궁상남인가 vs 로맨스가이인가

그 사이 어딘가의 경계

 

 

여러모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 없이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확실한건 절대 토종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는 아닐것이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셀린 송'이라는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이었으며 내가 절대 토종 한국인 감독이 아닐것이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다루는 주요 키워드와 소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흔하디 흔한 동양적 소재를 다뤄내는 스토리텔링 방법 역시도. 그것은 바로 '인연' 이라는 키워드와 '환생'과 같은 불교적인 윤회사상에 대한 부분, 그리고 또 하나 '첫사랑'이라는 단골 소재였는데  물론 동양에서도 이 흔한 소재들을 가지고 만든 매력적인 여러 영화들이 있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해당되지 않았다' 라고 얘기하고 싶다. 

 

'환생'이라는 주제는 곧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타임슬립 영화와 연결될 수 있는데 한국 영화들 중에서는 '시월애', '동감' 이런 영화들이 생각난다. 특히나 이 패스트라이브즈 역시도 로맨스 영화이니, 환생이라는 주제와 연결되는 한국 로맨스 영화중에서 골라본다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 작품은 저 두가지이다. 내가 언급했던 두 영화 시월애, 동감과 이 영화의 차이점은 전자의 영화들은 타임슬립을 주제로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 영화였지만 (공상과학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실제로 시간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속에서 두 주인공은 본인들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서 '인연'과 '환생'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동양 철학적인 사상으로 깊은 고찰을 나누는 대화들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 때문에 결국은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 라고 개인적인 평을 내려본다.

 

동양의 기준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조금은 뻔한 주제들로, 그저 이 소재를 가지고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인물의 모습을 영화 내내 보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 내용이 굉장히 흥미롭거나 참신했다면 구구절절 많은 대화들이 나열되는 구성의 영화라 할지라도 재미있게 보았을 수 있었을법한데 아쉽게도 내 머릿속에는 알수없는 물음표만이 맴돌았던 기분이다. 아마 이 영화는 감독의 개인적인 자전적인 스토리와 경험, 가치관이 깊게 물들어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유전적으로 한국계 피를 동시에 가지고는 있지만 완전히 캐나다인으로써의 정체성과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이방인으로써 그녀가 보는 동양사상에 대한 신비로움과 호기심, 그리고 첫사랑이라는 풋풋한 정서까지. 그녀가 지니고 있는 동양 사상에 대한 환상과 첫사랑, 등등 여러 키워드들의 약간은 지루하고 혼잡한 콜라보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본인의 호기심과 환상으로 버무려 낸 그녀의 소녀감성이 깃든 영화 한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하지면 작품성으로써는 큰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지 않았나. 라는 아쉬운 소견을 남겨본다. 

 

 

 

 

극 중에서 해성과 나영은 천천히 느린 말로 꽤나 많은 대화들을 나눈다. 사실 이들이 나눈 그 많던 대화들 중 그렇게 내게 와닿는 특별한 대사가 별로 없었다는것도 희안한 일이다. '해성'은 한국인 그 자체로 등장한다. 어린시절 같은 학교,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였던 둘은 나영의 이민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둘은 성인이 되어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이 닿게 된다. 그와 그녀는 거의 매일같이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랜선연애 같은 관계를 이어가는데, 그들은 서로에게 "한국에 와.", "뉴욕에 와." 라며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툭툭 메시지를 던지지만 둘 다 "내가 왜?"라는 건조한 대답을 통해서, 굳이 서로가 각자가 살고 있는 나라에 가야할 어떠한 이유와 연고도 찾지 못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서로의 거리에 대한 비현실적인 관계를 자연스레 인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그렇게 또 꽤 많은 시간이 흐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해성과 나영이 다시 만나게 되는 시기는 아마도 그들이 30대쯤 되었을 무렵인 것 같다. 나영의 옆에는 이미 배우자가 있었고 해성은 만나던 여자친구과 '조건이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이별을 경험한 뒤였다. 사실 여기서 이 타이밍도 다소 우스운 타이밍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서로가 각자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겼었지만 해성이 뜬금 나영을 보기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그의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꽤 큰 몫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실연을 당한 남자가 또 다시 지나간 과거의 첫사랑을 괜시리 회고하며 기억을 끄집어 낸 것은 이별의 아픔을 잊고자 함과 동시에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나 호기심이 동시에 발휘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심지어 그녀의 옆에 배우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기 위해 떠난 것은 단순 '우정'의 의미로써 였을까?

 

그들이 만나서 나눈 대화들을 보면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회상뿐만 아니라 대학생때 잠시 썸타던 시절에 대한 큰 미련, 첫사랑이라는 아련함 등등 순수하게 그저 우정을 곱씹기 위해서 만난것은 아니라는걸 쉽게 느낄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다지 이 상황이 내게는 그렇게 아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고 그냥 여자친구과 헤어진 실연당한 남자가 대뜸 유부녀인 여사친을 사심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보러 왔다. 라고 다소 직설적으로 내게는 해석이 되었다.

 

 

 

 

오히려 내가 영화속에서 아련하고 깊은 사랑을 느꼈던 부분은 나영과 그녀의 배우자 '아서 자터랜스키'와의 관계에서 였다. 그녀와 그녀의 배우자가 침대에 누워 나눈 대화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는 나영(노라)에게 너가 가끔 자면서 한국말로 잠꼬대를 하곤 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엽지만 가끔 그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해. 라며, 내가 모르는 언어로 너가 무언가를 말하고, 생각한다는 것이 뭔가 내가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공감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것만 같아서 그것이 가끔 두려워. 라고 그가 말하던 장면이 가장 내게 와닿는 한 장면이었다. 짧게 지나간 장면이었지만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특히 해성과 나영의 관계에 엮여있는 스토리들이 꽤나 대단해 보이고 심지어 운명적이고 낭만적이어 보이지만 고작 본인은 나영을 작가 숙소 같은 곳에서 만나 둘 다 싱글이었기에 자연스레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모든게 자연스럽고 다소 밋밋하게 이어져온 관계가, 그들의 스토리(해성,나영)에 비하면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는 괜힌 질투심에 사로잡히는 모습 마저도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나영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그녀를 깊숙히 공감하고 싶어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영화에서 해성과 나영의 관계도에 대한 몰입보다, 나영의 남편이 지닌 깊은 공감과 시선에 더 매료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마무리 될 때즘, 해성을 바래다주고 돌아온 나영은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터져 그의 남편에게 안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왜? 무엇이? 라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건데, 해성과 못 이룬 사랑에 대한 아쉬움 따위 보다는 그보다 좀 더 복합적인 감정들, 예를들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의 짧은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향수, 정말로 어긋난 타이밍 때문에 놓쳐버린 나의 운명적 상대였을까 라고 혹여나 느끼는 감정들, 우리가 정말로 만났더라면 어떤 인연이었을까 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무한한 생각과 질문들이 그녀를 혼란스럽고 다소 괴롭게 했던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한다. 즉 이미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잘 살고있었던 유부녀앞에 난데없이 등장한 '해성'이 꽤 몹쓸짓으로 그녀를 혼란하게 한 것일지도. 실제로 극중에서 해성은 정말로 다양한 '만약에' 화법을 구사하며 이 생이 만약 전생이면, 미래의 우리 관계는 다른 모습일까? 또는 우린 어떤 인연으로 미래에 만날까? 라는 식의 다소 구질구질할 수 있는 미련 멘트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데, 나도 여기서 그의 '만약에' 화법을 빌려와 한마디 하자면, 만약 그가 멋있고 잘생긴 인물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지지리궁상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 온갖 찌질 멘트들을 다 쏟아내고서도 지지리 궁상남이 아니라, 그나마 로맨틱 가이(?)인 것 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수려한 외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무튼 무어라 마무리를 할지. 감독 개인적인 동양사상에 대한 환상 뽕이 많이 취해있는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하긴, 나같아도 유태오같이 생긴 과거 썸남이 다시 나타나서 미련 가득 담긴 온간 멘트들로 내 맘을 마구 훼집어 놓으면 나라도 눈물이 펑 터질지도 모르겠다. 나 잘살고 있는데 괜히 다시 나타나서 나한테 왜이러는데ㅠㅠ 이런 느낌으로다가.

 

 

 

 

 
흔들리는 세상의 모든 레슬리에게

 

 
레슬리에게 To Leslie, 2022 제작

요약미국 드라마 2023.11.29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119분 감독 마이클 모리스 출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마크 마론엘리슨 제니오웬 티그  더보기 줄거리“말해주세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술에 빠져 수억의 복권 ..더보기

 

 

 

심각한 알콜 중독에 빠진 한 여성이 등장한다. '레슬리'. 첫 장면은 아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엄청난 복권에 당첨되어 한껏 들 뜬 그녀의 모습으로 영화는 화려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가장 우울하고 처참한 모습의 주인공이 모습이 시작된다. 그녀는 심각한 알콜중독에 빠진 여성으로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바이러스 마냥 취급하며 기피한다. 그녀가 이렇게 알콜중독으로 인생 나락으로 가게된 것은 다름 아닌 '마약'. 마약으로 당첨금을 몽땅 날려버린 그녀는 어린 아들의 양육마저 뒷전으로 한 채 말 그대로 타락한 인생을 살며 도저히 구제되기 힘들어 보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른다.

 

 

 

초반부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불쾌함 그 자체였다. 간신히 장기 투숙하며 살아가던 모텔인지 여인숙이라 불러야 될 지 모르겠는 후미진 곳에서 마저 밀린 월세로 쫓겨나게 된 그녀는 갈 곳을 잃자 결국 아들을 찾아간다. 아들은 레슬리가 앞으로의 삶의 "계획"을 세우는과정까지는 흔쾌히 함께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해주겠노라고 선의를 베풀지만 정신나간 그녀는 아들의 호의에 뒤통수라도 치듯, 그새 술 먹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아들이 비상금마냥 고이 묵혀둔 돈에 손을 대고 일을 저질러 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신물이 난 아들은 엄마인 레슬리를 결국 경찰에 신고하며 어릴 적 엄마 대신 자신을 길러주었던 이웃 어른에게 어쩔 수 없이 연락하여 그녀를 데리고 가도록 부탁한다. 레슬리 아들의 나이는 고작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

 

이 초반 전개를 보면서 주인공의 삶을 이해하긴 도저히 어려웠다. 그야말로 가정학대 그 자체였고 사실 영화에서는 레슬리가 무엇때문에 어떻게 왜, 마약에 빠져 모든 당첨금을 홀라당 하였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를 이해할수도, 아니 이해할 건덕지라고는 1도 없는 상황. 그냥 어마어마한 복권에 당첨되어 한 껏 황홀감에 취한 레슬리는 그저 향락에 빠져 본인의 인생을 나락으로 스스로 내몰았다 정도로 추정 가능한 상태였다. 아무튼 가정폭력, 학대에 대해서는 무슨 원인이 있었다 한들 절대로 옹호할 수가 없는, 말 그대로 그녀는 쓰레기같은 인생을 간신히 연명하며 살아가는 캐릭터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인물의 등장으로 그녀는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를 맞게 되고, 물론 우여곡절을 겪어나가긴 하지만 그는 그녀가 다시 마음을 잡고 새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 아주 지대한 영향력을 준 인물이라 볼 수 있다. 레슬리에게 새 인생을 살아나가게끔 큰 영감을 준 두 인물은 단연 그녀의 새로운 연인이자 남편 '스위니'와 그녀의 아들이다. 사실 극 중 '스위니'는 내가 생각할 때 매우 전형적인 '이타적인' 인물 그 자체다. 말하자면 에코이스트라고 해야될 지 모르겠으나 처음에는 왜 그가 그녀에게 무한한 호의를 베풀어 주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영화속에서는 스위니와 모텔 주인이 우연히 레슬리의 캐리어를 길에서 줍줍하고 그것을 마음대로 헤집어 본 거에 대한 미안함으로 그녀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었다 라는 식으로 납득이 되게끔 설명하였지만, 그녀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 것 정도의 호의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 뒤에도 그녀의 다소 무리한 말도 안되는 부탁 (월급 가불 신청 및 개인적 지출을 위한 돈 요구 등등)  마저 호구마냥 베풀어 주던 그의 모습은 약간은 아이러니한 상황. 

 

영화 후반부로 갔을 때 그의 그런 행동들은 그의 엑스 와이프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던 레슬리를 보며 그가 느낀 연민, 안타까움 등등으로 인한 호의와 사랑 이었다고 설명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모든 것들이 결국 그가 얼마나 이타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인가를 여과없이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이런 '천사'같은 인물의 등장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영화스럽고 드라마틱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가장 현실적이지 않았던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스위니'의 등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늘상 고주망태 상태에 마약에 찌들었던 전적까지, 말 그대로 그냥 '미친x'이라고 불러도 이상할게 없었던 그녀에게 사랑과 연민을 느끼고 애정을 주고자 하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현실에 도대체 얼마냐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영화적인 감수성이라 할 만한 것은 이런 사랑을 받았을 때 감사하며 새 영감을 얻고 새 삶을 살아나가는 결말이 현실에서도 쉽게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러나 망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조건 없는 사랑이나 호의를 받았을 때 오히려 더욱 불안해 하기도 하고 불신하며 상대를 테스트해보고 간보고 분노하기까지 하며 괴롭히는 경우가 오히려 다반사다. 물론 이 영화속에서도 레슬리가 결국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이웃들을 통해 그의 앞에서 여실히 들통나게 된 상황에서 결국 그가 자신에게 실망하고 떠날 것이라는 짐작으로 인해 그를 거부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 갈등 역시도 다행히 잠깐의 트러블 정도로 마무리 된 것이 아주 영화적인 요소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거나 그녀가 새 인생을 살아가는것에 대한 큰 영감을 얻은 두번째 인물은 바로 그녀의 아들 '제임스'다.  그녀는 새 썸남이자 애인 '스위니' 앞에서 부끄러운 꼴을 당하고 그와 트러블을 겪고 상심해 있었지만 매우 이타적인 인물인 스위니는 그녀가 복권에 당첨됐을 당시에 tv에 출연했던 비디오를 가지고 와서 틀어주며 그때 그녀가 했던 말과 행동, 그녀가 얼마나 아들을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이었는지를 상기시켜주기 위해 그는 나름의 노력을 한다. 바로 그의 노력으로 인해, 그녀는 그 비디오 속에서 아들이 무심코 했었던 말에 영감과 힌트를 얻어 새 삶을 꾸릴 상상과 기대에 가득찬 상태로 새롭게 변신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에서, 정말로 보잘 것 없는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이타적인 스위니라는 인물의 기적적인 등장. 이것이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으로 개인적으로 꼽는 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다소 억지스럽거나 과한 연출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감동이 이 영화의 큰 매력인 것 같다. 초반부에는 레슬리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그녀를 혐오하고 비난하게 되지만 결국 후반부로 가서는, 비록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망가진 인생을 살아왔던 그녀라고 하더라도 그녀가 한줄기 희망을 찾는 모습, 자신의 과오를 반성할 줄 아는 모습, 그러한 모습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를 애정으로 '연민'할 수 있게 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모든걸 포기한것 처럼 행동한 그녀였지만 이 영화의 포스터에 적혀있는 글 처럼, "말해주세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라고 그녀가 나즈막히 흐느끼면서 내뱉었던 말은 사실 우리 모두가 한번 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타인에게 간절한 듣고 싶어하는 한마디 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녀가 변화에 대한 일말의 노력 없이 단순 타인의 환심만을 쉽게 얻고자 저런 말과 행동 했다면 또 재생불가한 '쓰레기'에 불과했을 것이나, 어쨌든 영화는 다행히도 그녀의 아름다운 변화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녀의 간절함 섞인 한 마디는 꽤나 가슴 후빌만한 호소력이 있었던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나 한번쯤 내가 인생의 바닥에 있다고 여겨지는 몇몇 순간들이 존재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그냥 거기서 다시 처음부터, 작은 것 부터 시작해도 인생은 그 서사 자체로 살아 갈 가치가 있는 것을. 이라는 메시지를 느꼈다.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 주인공 레슬리처럼 가족과 남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고 자식을 학대하며 마약에 찌들어 인생을 나락 보냈던 수준의 캐릭터까진 아니지 않은가. 그랬던 그녀가 아주 작은 영감에 힌트를 얻어 새 삶을 살아나갈 용기와 자신감을 얻어가는 과정은 거창한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거기서, 바로 그 시점에서 다시 조금씩 하면 돼. 라는 식의 소탈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아서 정말로 광광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몇번을 참았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인생인가가 아니라, 그동안의 내 삶의 서사 안에서 나는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여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는 사실에 집중해야 하는것이 우리네 삶이 것이다.

 

 

 

 

 

 


MUNDO MENDO

FANTASTIC CITY LIFE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멘도가 롤러코스터 같은 도시의 삶 속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낭만! 매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도시. 마음을 건드리는 디지털 아날로그 감성으로 담아낸 도시의 풍경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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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멘도가 롤러코스터 같은 도시의 삶 속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낭만! 매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도시. 마음을 건드리는 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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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그라운드시소에서 열리고 있는 일러스트 작가 루이스멘도의 전시를 관람하고 왔다. 이곳은 작년에 'RED ROOM'이라는 전시를 할 때 처음 방문했었던 곳인데 사실 작년 레드룸 전시를 보고 큰 감명을 받고 브런치와 이 곳 블로그에 전시 리뷰를 꼼꼼하게 작성해서 올렸었으나 전시 주제 특성상 (19금전시) 섹슈얼한 특정 단어들을 몇몇 언급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열심히 썼던 게시글이지만 단박에 관리자에 의해 삭제당한 기억이 있다. 어쨌거나 엄격한 게시글 관리 기준(?)에 의하여 2번씩이나 삭제 당했고 그 뒤로는 김이 빠져 다시 글을 작성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간 정말 오랜만에 다시 방문한 이곳에서는 또 다른 매력적인 전시를 하고 있었고 바로 스페인 작가 루이스맨도의 일러스트 작품이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며 활동을 하고있는 작가로, 주로 도시의 모습들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분주하고 바쁜 도시의 일상이지만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도심의 분위기는 조용한 '휴식'과 같은 평화로운 감성들을 느낄 수 있었는데 바로 작가의 그런 작품 분위기가 나를 매료시킨 특유의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치열하고 바쁜 도시 생활을 하루하루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분주함 속에서 갖는 소중한 작은 휴식같은 것들이 더욱 대조되어 평온하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됐던 휴식이란건 그 자체로 아주 달콤하고 소중한것이지만 자연속의 휴식과 도심속의 휴식은 매우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지 않은가. 바로 이 작가의 작품에서는 일본을 상징하는 도시 '도쿄'의 호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갖는 평화로운 일상의 휴식들을 관찰 할 수 있다. 

 

 

 

 

위의 첨부된 링크로 들어가면 작품의 오디오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아마 가장 인상깊었던 작가의 작품 설명 중 하나였는데 작가 루이스멘도는 3,4년 전부터 매년 생일마다 자신의 나체의 자화상을 그린다고 한다. 조금씩 나이들어가는 자신을 위한 일종의 세레머니 라고 하였는데 굳이 나체를 그리는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에서 행방되는 느낌이 들 기 때문이라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책임과 부담, 무게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되려 타인의 시선해서 자유로워지는 감정이 든다니... 도시를 살아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는 보편적인 '우리'들과는 조금 다른, 아니 어쩌면은 매우 다른 그의 초월적인 마인드가 굉장히 건강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외부로부터 많은 스트레스 요인들을 경험하기 때문에 저렇게 건강한 마인드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작가의 삶이 너무나 멋있어 보인다.

 

 

 

 

 

또 이렇게 나는 굿즈들을 왕창 털리고... 패브릭 포스터와 엽서들을 구매했다. 사실 아트북도 갖고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엄청난 두께에 부담을 느껴 구매를 포기했다...  너무 갖고싶긴 했지만 일정이 있었으므로 들고 다니기에 큰 부담이 느껴져 그만..ㅠㅠ 그래도 아기자기한 여러 귀여운 굿즈들로 충분히 만족되었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전시다. 그렇다고 전혀 아쉽거나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았고 각 테마의 컨셉마다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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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예약 :: 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

그라운드시소 서촌에 낭만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멘도가 찾아왔습니다. <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는 루이스 멘도(b.1969)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며, 롤러코스터 같은 도시의 삶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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