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기술"

 
 
2022.03.26 ~ 2023.05.07
 
참여작가 
김용민, 고창선, 김병종, 김상우, 김유정, 김지민, 김진, 노주련, 박자용, 변경수, 신기운, 유의정, 이명호, 이지영, 임상빈, 정혜련, 조은필, 조정현, 차민영, 차재영, 하원
 
주최  쿤스트원
주관  뮤지엄 원
협찬  코리아싸인, 로카보어 테이블, 라이필, 닥터피엘, 니어리스트 벗 로스트, 써모스, 스너프해리, 로에, 푸푸리, 비아케이스튜디오, 라발스호텔, 포도, 바게뜨양
 
 
 


 

해운대에 위치한 '뮤지엄다'에서 전시중인 '치유의 기술'을 관람하고 왔다. 3월부터 진행된 전시로 5월 7일이 마지막날이니 곧 마감되는 전시다. 그나저나 치유의 기술이라니. 마음의 힐링에도 드디어 기술, 테크닉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장 그 말이 바로 이해가 된다. 마음의 치유에도 노련함과 기술이 필요한 사회가 된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며 상처를 받고 어려움을 겪지만 빨리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그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개인의 '기술력'의 차이에 있는것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지나간 긴 시간동안 나의 치유의 기술은 굉장히 모지랬고 어설펐고 나약함 그 자체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전시에서 얘기하는 '치유의 기술'이라는 것이 내가 말한 기술과 동일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치유라는 주제와 정말 말 그대로 '기술' (영상물이나 LED 설치 작품을 의미하는)을 접목한 미디어 아트 전시라는 의미를 뜻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뭐가 되었든간에 전시관람으로부터 잠시라도 힐링의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게 아닐까 싶다.  전자의 의미든 후자의 의미든 관람자가 더 와닿는 방식으로 작품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보고 해석해 보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예술 작품 관람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니 말이다. 
 


 

 
 
 

"치유는 상처받았음을 근거로 한다. 상처를 삶을 통해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삶, 다시 말해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일반적으로 여행을 가장 큰 치유의 행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그것의 근거이다. 하지만 현실을 벗어나는 행위가 꼭 여행을 통해서만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의 궤적에서 아주 조금 이탈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예컨대 길을 걷다 하늘을 바라보는 행위, 지름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 소소한 실천 따위가 말이다. 물론 물리적 행위 자체가 치유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물리적, 신체적 행위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난 뇌가 새로운 환경이나 행위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인지하는 과정이 결국 치유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말해, 치유는 익숙한 상황이나 경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일상 속에서 예술을 감상하는 과정은 직접적으로 신체활동을 하지 않고도 매우 효과적으로 사유를 유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 작품이 심리적 안정을 가져온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전시가 대단히 거창하게 치유의 방법이나 삶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치유의 기술>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가장 진보된 조형 언어와 미학적 감성을 동원해 본인이 경험하고 사유한 현실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관객은 작가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을 마주하면서도 극단적인 비현실을 체험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일상적 경험을 통해 치유와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예술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가치 중에서도 특히 관객의 사유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전시에 참여하는 현대 미술가들이 목격한 시대에 관한 메시지와 그것을 집약한 결과물들을 찬찬히 따라 걷다 보면 예술과 치유의 본질에 대해서 깨닫게 될 것이다."
 
 

위의 전시 소개에서 읽어보듯, 결국 치유라는 것은 익숙하게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의 궤적에서 아주 조금 이탈 하는 사소한 방법들이 결국 우리의 뇌와 기분을 새롭게 환기시켜 주며, 그것으로 얻는 소소한 새로운 영감들이 우리에게 치유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내용은 정말이지  내가 매우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며 즉 전시를 보는 가장 큰 목적과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 상처받음이란, 곧 휴식을 필요로 하고 그 휴식을 통해 다시 에너지를 재충전하며 치유의 과정을 얻기 때문에 휴식의 방법은 제 각각 다를지라도 일반적으로 '내가 늘상 머무르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행위'가 가장 물리적으로 쉽고 빠르게 머리를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이라는 휴식을 가장 달콤한 치유의 방법으로써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여행'은 상황에 따라 많은 시간적 여유와 소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종종 쉽게 얻을 수 있는 휴식의 수단은 아니다. 그리고 그 익숙한 것에 대한 무료함과 지루함, 스트레스 같은 감정들을 오래 잘 견뎌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익숙함이 편안하고 낯선 변화가 어쩌면 불편하거나 스트레스인사람) 똑같은 반복의 연속을 쉽게 지루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따분한 일상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욱 예민하게 받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더 자주, 여러가지 방법들을 동원하여 소소한 치유의 시간을 자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즉 다양하고 창의적인 치유의 경험을 원하며 갈구하는, 조금은 'picky'한 부류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오감의 자극을 느낄줄 아는 섬세하고 호기심 많은 인간들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 관람' 이야 말로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정신적 리프레쉬를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고 수단이며 결국 이것은 예술 전시를 관람하는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일상속에서 쉽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것들에 대해 깊은 사유를 시도 해본다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 직, 간접적으로 새로운 영감을 주는 효과를 발휘하는 좋은 치유의 수단인 것이다. 이 전시가 바라는, 관람자들이 함께 전시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는 목적에 부합하듯이 나 역시도 미술 관람, 예술 관람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치유와 더불어 신선한 감각을 느껴보고자 하는 나의 본능적인 움직임인 것이다. 그리고 이 전시처럼 이렇게 인간의 본질적인 감각을 두드리고 자극하는 주제들은 언제나 내게 호기심과 영감을 안겨다 준다. 

 
 
 

작가소개 및 작품설명

https://kunst1.co.kr/185

 

kunst1

쿤스트원

kunst1.co.kr

 


 
 

 
 

 

 

 

티켓예매링크

https://m.booking.naver.com/booking/5/bizes/650887/items/4311352?area=plt&theme=place 

 

네이버 예약 :: 치유의 기술

58만명의 관람객이 경험한 <완전한 세상>, <수퍼 네이처>를 넘어설 '뮤지엄 원'의 세 번째 전시 <치유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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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뮤지컬 > 창작뮤지컬  165분
기간2023.02.09. (목)~2023.10.01. (일)
시간 수 ~ 금 19:30
토, 일 14:00, 18:30

* 2/11(토) 15:00
* 2/12(일) 15:00
* 매주 월요일, 화요일 공연 없음

 

 

그 유명한 창작극 뮤지컬 '빨래'를 보고왔다. KT멤버쉽으로 주로 미술 전시 할인 혜택만 이용해 오다가 우연히 뮤지컬 '빨래' 공연 일정을 보고 순간 가슴이 너무 설레버렸... 사실 뮤지컬을 많이 봐오진 않았지만 이 작품 만큼은 언젠가 꼭 한번 봐야지 했었던 작품. 그것도 그렇고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배우들이 등장해 빨래 공연의 일부분을 보여준 장면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더 대중들한테 유명해지게 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사전에 내가 이 작품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는 한예종 학생들의 졸업 창작극이었고 그게 인기를 얻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십수년째(?) 공연해오고 있는, 거의 창작극계의 대표적인 작품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1층 10열에서 공연을 관람한지라 꽤나 무대와 가까운 거리여서 너무 좋았다. 이 날 같이 공연 본 동생이 "언니, 휴지 없어도 괜찮아요?" 라고 넌지시 물었는데 난 아주 호기롭게 "아니, 괜찮아." 라고 대답했지만 나중에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못해서 마스크로 애써 얼굴 가리면서 관람했다. 이말은 즉슨 눈물 콧물 빼놓는 작품이니 애초에 손수건이든 휴지든 구비하는게 좋을 것이라는 팁.. 어쨌든 난 마스크 안으로 주르륵 들어가는 눈물을 손으로 닦지도 못하고 그대로 자연건조(?) 시키면서 봤다.

 

팁 : 관람시 공연 전, 후 모두 사진촬영 불가하며 마지막 커튼콜 공연때에만 촬영이 가능하다.

 

 

 

-감상평-

 

타향살이를 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불법 체류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시골에서 상경한 여주인공 등등 노동자 계층에 있는 소수자들 이야기. 특히 부산 사투리 맛깔나게 쓰는 '희정엄마' 캐릭터가 인상깊다. 뭔가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의 눈에 띄는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캐릭터 같았다. 꼭 그렇진 않겠지만 학력이 낮은 탓에 어려서부터 공장에서 줄 곧 일하다가 현재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면서 살아가지만 배운게 많이 없어도 성격 하나 만큼은 호탕하고 매력적인, 그런 부분들이 그녀의 억척스러움을 보여주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했다. 가진게 없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하나 만큼은 가장 잘 할 자신있는 그런 캐릭터 같은 모습말이다. 사실 모두 그렇진 않더라도 그리고 이 작품이 오래된 작품인걸 감안한다 해도 어느정도 그 당시나 지금이나 소수, 빈곤계층들의 공통된 특징들이라 볼 수 있는 것들 예를들면 낮은 학력, 가난한 집안 배경, 혹은 가난한 나라 출신, 선천적 또는 후천적 장애 등등 그리고 특히 혼자 사는 방에 매일 이 남자 저 남자 들이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애인 갈아치우는 희정엄마의 자의적인지 타의적인지 알 수 없는 자유로운 연애관, 가치관 그리고 그런 행동양상들(라이프스타일)이 빈곤층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이 아니었을까. 늘 외롭고 결핍에 서려 있어서 믿고 기댈 누군가가 필요하고 그러면서도 결국 돈 때문에 애인과 잦은 다툼과 싸움을 하지만 또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들 말이다. 그런 감정기복들. 안정적인 사람들은 거의 잘 겪을 일 없는, 살아가는 생계 스트레스로 인한 다이나믹한 감정의 기복들이 특정 소수 계층들에서 자주 발견될 수 밖에 없는 전형적 모습들이 아니었을까 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특히 주인공 '나영'이 서점에서 부당해고 당한 선배 동료를 보면서 소히 말하는 윗대가리들의 갑질 행위를 보고 집에 돌아와 말없어 털썩 주저앉아 펑펑 울었을 때도 희정엄마는 나영에게 이렇게 묻는다 "와그라노, 설마 니 애 뗐나?" 이 대사에 모든 관객들이 웃음이 터졌지만 "애를 뗀다." 라는 질문을 그녀가 툭 던진것도, 그런 일들이 빈곤 계층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내포하는 부분 같았다. 잘 배우지 못해서 애초에 부족한 피임 개념이나 외롭고 삭막해서 누군가와 쉽게 정분이 나고 쉽게 살붙이며 동거하게 되는 그런 감정기복들로 인한 행동들 말이다. 감정에 치우친 판단력도 여기에 포함될 지 모른다. 아무튼 그런 사소한 부분들에서 빈곤층의 '정서적' 공통점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발견되는 것이 놀랍고 그런 부분들을 작품에서도 잘 반영한 것 같다. 극중에 주인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한다. "그래도 타향살이 하면서 살 붙이고 살 사람 있는것두 복이여."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대사였는데,  맞다. 외로운 사람끼리 만나서 서로 의지하고 힘을 내서 살아가는것도 또 다른 삶의 방법이겠지만 현실은 그 보다 더 삭막해서 언제나 많은 변수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고 늘 계획처럼 되지만은 않는다. 나도 나영과 솔롱고가 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관객 중의 한명이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붙었다가 헤어지는 젊은 커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삶에 치우쳐 의도치 않게 감정을 '소비'하고 '소모'하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흔히 말하는 '정서적 가난'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뮤지컬은 분명 따뜻한 작품이 맞다. 많은 것들을 시사하기도 하고 사람들로부터 정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거의 마지막 넘버에 나왔던 이 뮤지컬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노래 가사를 보면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맞기는 것 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 처럼 슬픈 니 눈물도 마를 거야 자, 힘을내!." 라는 밝고 희망찬 노랫말이 거의 내 눈물 수도꼭지를 틀어버리는 수준이었는데  누군들 이 삶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모르겠냔 말이다. 꾸준히, 성실히,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똑똑하게, 자기개발 하며 그저 먹고 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가 그림 그릴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치만 애석하게도 인생의 출발점은 너무나 공평하지 않고 누군가는 당연히 가지게 되는 부분들이 누군가에게는 최선을 다해야 가질 수 있을까 말까한 것들이기도 하며, 세상의 많은 풍파속에서 단 한번도 무너지는 일 없이 단단히 버티기란 도통 힘든게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는 과정도 훨씬 배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소위 빈곤층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당연한 가치 추구도 큰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 그렇지만 어떡하겠나. 일단은 그렇게라도 인생을 바람에 맡겨보자. 결국 기대할 수 있는건 시간의 흐름. 시간이 흐르면 또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 죽을 것 같은 마음도 다시 무던해 질 것이고 덤덤해 질 테니. 일단 다시 힘을 내보자. 라는 가삿말이 너무 처절하면서도 그 와중에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밝은 순수함들이 너무 소중하고 간절해서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세상 풍파로 이미 남들보다도 많은 감정 에너지들을 소모하고 살아가는 그들이 또 그 잔인한 현실을 이겨내려면 더한 힘을 짜 내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참 못되고 잔인한 세상이다. 

 

 

 

 

빨래 커튼콜 영상

 

빨래 커튼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에게 그들의 정체성과 존재감, 그들이 현명하게 독립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 그대로 "무사히 할머니되기"라는 목표에 초점을 둔 비혼 여성 2인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비혼주의든 비혼주의가 아니든 사회 구성원으로써, 그리고 독립된 개체로써 이 험난하고 고생스러울 인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똑똑하게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한 그녀들의 귀여운 고민들과실질적인 목표들을 천천히 조금씩, 성실히 실행해 나가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특히나 비혼주의를 선언한 혹은 지향하는 여성들이라면은 더욱 더 깊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많다. 나는 특별히 비혼주의자다. 라고 단박에 정의 할 순 없지만 인생에 있어서 결혼이라는 것은 꼭 필요한걸까? 라는 물음을 던져 본 적 있는 사람으로써 왠지 어느정도 결혼을 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삶도 염두 해 두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것이 사회적 거세이든 그냥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결정이든 어쨌거나 요즘 '비혼주의' 라는 단어가 점점 더 사회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또는 좀 유별나거나 독특한 부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야 하는 삶의 모습에 대해서 주변으로부터 쉽게 어떤 소스를 제공 받기가 어렵다.  

 

신기한것은 사회적 통계자료를 보면 점점 결혼률이나 출산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매년 뚝뚝 떨어진다고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과 엄마 친구 자식들은 어째서 다들 결혼 한 커플들이 대다수인가? 하는 것이 늘 아이러니한 부분이긴 하다. 아무튼 점점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될 '결혼하지 않은 청년층들의 삶'의 모습에 대해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관찰하고 탐구해봐야 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나 나 자신이 비혼으로 살아갈 확률이 더욱 높다고 여겨진다면 혼자 살아가는 삶에 대한 구상을 하루라도 빨리 해 나가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인생을 나무늘보마냥 천천히 살아가는 나 자신이 말하자니 괜시리 양심에 찔린다. 

결국 남자든 여자든 성별 불문하고 개인이 삶을 지탱해 나가는 힘은 '돈'이다. 돈과 경제력이 나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인 것이다. 책에서 토끼와 핫도그씨가 결국 열렬히 삶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는 가장 많은 부분이 바로 '재태크'다. 특히나 핫도그씨는 직장경력 5년차지만 통장잔고는 0. 혹은 늘 100만원대 언저리를 왔다갔다 하던 그녀였지만 토끼씨를 만나 함께 재테크를 공부 하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경제관념들을 함께 배워 나가고 천천히 투자에 대한 공부, 경제 지식들을 습득 해 나간다. 그리고 토끼씨는 꾸준한 재태크로 드디어 순 자산 1억을 달성하게 되고 물론 집 한채 사기에도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자산일 수 있지만 월 200만원 버는 직장인으로써는 아주 성공 신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해보니 나도 뜬구름잡기 좋아하는 프로 망상, 공상, 거기다 방황까지 끼얹은 사람인지라 굉장히 현실 감각 떨어지는 인생을 줄 곧 살아왔다. 물론 각자 다른 환경에서 누구나 개인마다의 어려운 사정들을 갖고 있겠지만 어쨌든 경제관념이라던지 그런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해 매우 감각이 떨어진 상태로 지내온 것은 부끄럽지만 사실이었다. 그냥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알아서 배우고 습득하게 되겠지라는 아주 막연한 생각으로 20대를 보내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사실 이런 부분들을 가정에서 직접 교육해주는 부모님도 있으시겠지만 만약 우리 부모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 내가 발 벗고 나서서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사실 여기저기 주변에서 한참 주식에 대해 열띄게 얘기 할때도 큰 묵돈이 마련되어 있어야 그런것도 할수가 있지.. 씨드머니가 넉넉하게 있지 않는 이상 주식은 안하는게 낫지않나? 모르는게 나을거야. 라는 생각으로 애시당초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었지만 실제로 책에서는 매달 50만원 선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단 뭐든 공부해보지도 않고, 그건 아니지.. 해봤자 위험할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부터가 경제적 궁핍함을 벗어 날 자격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이 삶을 건강하게 생존해 나가기 위해 선택한 또 다른 방책은 바로 '건강' 이었다. 운동. 어쨌든 기초 체력이 준비되어 있어야 지식을 습득하든 돈을 벌든 기본적으로 일상 생활을 해 나감에 필요한 에너지들을 비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당연한 얘기지만 이 조차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해 나감에 있어서 우리가 누구를 만나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데미지를 겪을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데미지를 경험하고 특수한 경우에는 트라우마로 잡리 잡아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이 한 치 앞길도 알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런 불상사를 대비해서 멘탈(?)이든 육체적으로든 단단한 상태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은 당연히 좋지 않겠는가... (운동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내가... 더이상의 말은 아끼도록 하겠다.)

 

문득 데미지에 대해서 말하다보니 어쩌면은 누군가와 (이성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서 지내는 삶이 가장 정신적으로 안정적이고 윤택한 삶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면 우리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감정 싸움들을 경험 하게 되는데 만약 그것이 결국 해결되지 못하고 이별로 귀결된다면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느냐에 따라 인간은 한동안 굉장히 큰 상실감을 겪게 된다. 또 그로인한 후유증을 극복하는 시간들을 견뎌내야 하고,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몇년이라는 시간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여러모로 인생에 있어서 참 비효율적인 삶의 방식이 아닌가. 그렇다고 비혼을 장려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이성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많은 부분들을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 감당하고 희생하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이 갖고 있는 힘과 잠재력은 대단히 폭발력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지만 한 인간의 삶을 주체로 생각해봤을 때 '사랑'은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참 비효율적인 감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사랑의 감정에 아주 충실하게 푹 빠져버리는 내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란걸 알지만 사랑을 할 때 누구보다 멘탈이 'fragile' 해지는 성향이 있는 나이기에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랑으로 인한 후유증과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극복의 시간들을 감당하는 것이 점점 더 나이가 들수록 힘겨워 진다.

 

아무튼 토끼씨와 핫도그씨는 이 책에서 '연애'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인 나는 혼자 살아가는 '건강'한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필수불가결한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 그리고 또 빼먹을 수 없는 청년들의 '연애'에 대해서까지 개인적인 생각이 다다르게 되었는데 아무튼 절대로 비혼을 장려하고자 하는 뜻은 아니다. 나는 어쩌면 열렬하게 '사랑'하고자 하는 타입에 가까워서 비혼주의 라는 삶을 혹시나 살게 되더라도 '비연애'주의 까지 지향할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본다. 아무튼 현실적인 부분에 있어서 아주 똑 부러지고 야무진 비혼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생활상을 엿보며 요리조리 일상의 팁들을 하나 둘 건져내기에 좋은 지침서가 되 줄 책이다. 남자든 여자든, 비혼의 삶을 살아갈지도 모르는 많은 청춘들이 경제적인 독립에 한 발 더 앞서 나간다면 어쩌면 비연애니, 비혼이니 하는 문제들이 오히려 완만히 해결 될 가능성이 있지도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건 결국 먹고 사는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 비혼주의를 주장하는 청년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도 사실 그 원인이 아주 본질적인 부분에서부터 자리잡고 있는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뭐가됐든 지금 청년들에게 경제적인 독립이 아주 절실한 상황인게 아닐까. 

 

 

 

 

본 내용은 개인의 순수한 목적과 의도로 진행된 인터뷰 내용입니다. 어떠한 홍보나 그 외 영리적인 목적과는 전혀 무관하며, 창조성 이라는 에너지의 근원과 더 나은 창작, 또는 삶의 질 향상 추구를 위한 작가님의 개인적인 생각과 철학적 고찰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인터뷰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더불어 인터뷰어인 '나'가 삶의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얻어보고자 진행한 지극이 개인적이고 사소한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 전달합니다.

 

 


 

 

나 - 인터뷰 응해주셔서 일단 너무 감사드려요ㅎㅎ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rexy_451 -작품 하고 앞으로 할 사업 준비하고 미키하시 들어가고 했죠 ㅎㅎ

 

 

 

나 - 사업준비도 하시나요 와우

 

 

 

@rexy_451 -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려고 합니다 ㅎㅎ

 

 

 

나 - 아 정말여? 쇼핑몰 준비 하시는건가여

 

 

 

@rexy_451 - 넵 맞습니다 시작은 쇼핑몰로 하려구여

 

 

 

나 - 아하아~~~ 바뿌게 지내고 계시네용 쇼핑몰에다가 미키하시(창작크루) 활동에, 작품활동 너무 바쁘겠는데요

 

 

 

@rexy_451 - 다행히 휴학 상태라 할만하네요 ㅋㅋㅋ 내년에 복학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 아 아직 학생이셨구나

 

 

 

@rexy_451 - 네 ㅎㅎ

 

 

 

나 - 멋지네용

 

 

 

@rexy_451 - 제가 봤을때 멋있어 지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ㅎㅎ

 

 

 

나 - 무튼 저번 전시 때 경매 초대 해주셨을때가 7월이었으니까 3달하고 조금 넘었는데 꽤나 오래전 기억처럼 느껴져요ㅋㅋㅋ 그때 정말 감사했어요.

 

 

 

@rexy_451 - 그동안 변화가 좀 많았나요? 저도 그렇네요 ㅋㅋㅋㅋ 아닙니다 와주셔서 감사하죠

 

 

 

나 - 아 짧은 시간 사이에 변화가 많으면, 오래전 기억처럼 느낄수가 있군요 감정적 변화가 많았던거같긴하네요ㅋㅋㅋ

 

 

 

@rexy_451 - 저는 항상 stay calm 하려고 노력합니다 ㅎㅎ

 

 

 

나 - 그때 '정체되어 있는 삶에 용기를' 이라고 박스에 쓰신 메모 너무 감동적으로 읽었거든요. 되새길수록 멋진 말인거 같애요.

 

 

 

 

 

@rexy_451 - 감사합니다 ㅎㅎ 제 작품관을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입니다.

 

 

 

나 - 특히 또 요즘들어서 저 말이 너무 깊숙히 와닿는것 같기도 하고 작가님은 정체된 삶에서 움직일 용기를,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 궁금하네요.

 

 

 

@rexy_451 - 저는 운이 좋았죠.

 

 

 

나 - 저 말을 처음 떠올렸을 때의 계기가 있을까요.

 

 

 

@rexy_451 - 자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죠 아 나는 좀 특별하구나 남들보다 더 용기가 있고 더 힘 있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가정환경이나 교육환경이 좋았습니다 일단 ㅎㅎ

 

 

 

나 - 와 멋진데여 ㅋㅋ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자신감

 

 

 

@rexy_451 - 그래서 작품 활동으로 한명이라도 더 움직이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ㅎㅎ

 

 

 

나 - 뭔가 근데 저 말은 가정환경이나 운이 좋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저는 좀 반대로 생각했었거든요ㅋㅋ

 

 

 

@rexy_451 - 아 그래요??

 

 

나 - 정체되고, 고립되고 억압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얻는......작은 희망 같은 느낌이었는데 훨씬 더 밝은 환경에서 영감을 얻은 글이었네요ㅎㅎㅎㅎ 다 자기 환경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나봐요ㅋㅋ

 

 

 

@rexy_451 - 사실 저 말이 맞기도 해요 ㅎㅎ 살면서 힘들고 지치는 경우도 많이 있었죠

 

 

 

나 - 그래서 저 글을 봤을 때, 불행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심자. 라는 말과 좀 비슷한 맥락으로 느껴졌어요ㅎㅎ 근데 정체되어 있는 삶에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이 말이 더 멋지게 느껴지긴 하네욥 ㅋㅋ 무튼 작가님 그때도 얼핏 말씀하신거 기억나긴 하지만 그림을 언제부터 시작하셨고 본격 추상화를 그린 계기가 언제부터인가요

 

 

 

@rexy_451 - 그림은 언제부터 그렸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어릴때 부터 그렸어요 ㅋㅋ 제가 그림을 그린다는걸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공룡들 그리면서 그걸 간직하는게 너무 즐겁더라구요 시작을 물으면 항상 그때로 갑니다ㅎㅎ

 

 

 

나 - 그쵸 대부분 다 미취학아동(?)때 그림 그려본 경험들이 있죠ㅎㅎ 근데 뭐랄까 좀 더 창작에 대한 가치관을 갖고 작가적인 마인드로 그림을 진지하게 그리게 된게 언제부터일지? 작가님 피드를 쭉 내려보니 처음에 추상 외에도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들도 하셨더라구요.

 

 

 

@rexy_451 - 20살 대학교 진학하고 나서 그림을 다시 진지하게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추상화를 시작하게된 계기라면 계속해서 연필과 목탄을 사용한 구상화를 그리다가 다양한 문화 예술을 접하면서 그리고 미술사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레 시작을 했고요 추상화에 압도 당했달까나 ㅎㅎ 여러 후기 인상파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림 외에도 설치미술을 시도한적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조금씩 도전해 볼 생각이 있고요 제가 그쪽으로 재능이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

 

 

 

나 - 그러게요 오브제와 물감을 함께 활용한 작품들이 매우 강렬하더라구요... 특히 새까맣게 탄 담배갑 위에 반스 신발 묶어놓은 작품에 부연설명 적어놓으신거 읽어봤는데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우리의 모든 시작은 비극으로 끝날것이고 지금 우리는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중 이다. 비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고 추락하는 그 순간 나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자유로운 인간이다.” 이 작품은 어떻게 탄생한건가요

 

 

 

 

 

 

 

@rexy_451 - 제가 표현이 굉장히 강렬하다는 특징이 있고 또 우울한 감정을 되게 잘 포착하고 거기에 몰입이 잘 되거든요 ㅎㅎ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나 - 아니, 저 설치미술 작품이 햄릿에서 영감을 받은거에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네요ㅎㅎ

 

 

 

@rexy_451 - 아 넵 ㅎㅎ

 

 

 

나 - 고전 영문학 읽는것 좋아하시나요ㅋㅋ

 

 

 

@rexy_451 - ㅋㅋㅋㅋㅋ 싫어하지는 않지만 엄두는 잘 나지 않습니다 햄릿은 예외랄까 ,,

 

 

 

나 - 아... 좀 더 그 반스 신발 작품에 대해서 설명 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작품 자체도 흥미롭긴 하지만 부연 설명으로 써놓으신 글 때문에 더 눈길이 가기도 했거든요 되게 뭐랄까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마치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는 것 같은 이미지도 보이는 것 같았구요 (작가 부연설명 : 우리는 모두 알고있다. 우리의 모든 시작은 비극으로 끝날것이고 지금 우리는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중 이다. 비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고 추락하는 그 순간 나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자유로운 인간이다.)

 

 

 

@rexy_451 - 제가 grunge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상처받고 부서진 길바닥의 청춘이랄까요 그런 이미지를 드러내고 싶었고

 

 

 

나 - 상처받고 부서진 길바닥의 청춘과.. 햄릿의 콜라보라....오묘한데요ㅎㅎㅎㅎ

 

 

 

@rexy_451 - 반스는 제가 스트릿 컬쳐를 되게 좋아하는데 20살인 저의 정체성이기도 했고 작품속에서는 낡은 의자에 메달려 있는 제 자신입니다 ㅎㅎ

 

 

 

나 - 아하.. 반스 = 작가님 자신이네요 고작 20살의 영혼에게 저 당시 무슨일이...

 

 

 

@rexy_451 - 까맣게 물든 담배는 제가 스프레이로 칠을 했는데 칠흙처럼 타들어가는 상황을 나타내었습니다 ㅎㅎ 20살의 저는 꽤나 우울했습니다 인간 관계에 질려서 대인기피증이 생긴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계속해서 싸우기도 했고

 

 

 

나 - 아 그렇군요...하긴 저도 어릴때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심각한 청소년 우울증 앓았던게 기억나네요.

 

 

 

@rexy_451 - 잘 이겨내고 이 자리에 있어서 다행이네요 ㅎㅎ

 

 

 

나 - 꽤나 어리지만 아픈 청춘들 많은것같아요 그때 듣기로는 부모님께서도 미술을 하셨다고 들은거 같은데 맞나요 ?

 

 

 

@rexy_451 - 아 그랬나요 ?? 그렇지는 않습니다 ㅎㅎ 아버지가 같은 패션쪽 이기는 합니다

 

 

 

나 - 아아 그러시구나 제가ㅎㅎ 잘못 기억하고 있었네요 무튼 20살에도 심도 깊은 고민을 많이 하셨었네요

 

 

 

@rexy_451 - 그렇죠 ㅎㅎ 혼자만의 지독한 싸움을 계속 했습니다 ,,

 

 

 

나 -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갈등을 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건지..?

 

 

 

@rexy_451 - 그림을 좋아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은데 예술적인 그림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ㅎㅎ 학교 교수님 중 한분도 제가 창의적인 디자인을 들고 가면 이런거 아무도 안산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 네 그런식으로 주변에서 자꾸 공격이 들어오더라구요

 

 

 

나 - 아아아 학부 생활 하실때 얘기네요

 

 

 

@rexy_451 - 주변에서 저의 예술성을 공격한다 해도 저는 굴하지 않습니다 ㅎㅎ

 

 

 

나 - 네네 아........... 은근히 그런 공격적인 푸쉬 하는 교수님들 있어요 학생들한테 상처되는지도 전혀모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ㅋㅋ 굴하지 않으셨네요

 

 

 

@rexy_451 - 예술가가 돈 되는 그림만 그리고 그림만 팔려고 하면 그게 장사꾼이지 예술가는 아니라고 생각 하거든요 패션에서도 그렇게 틀에 박혀서 무슨 발전이 있나 싶었어요

 

 

 

나 - 그럼 전공이 회화쪽이 아니고 디자인전공 이셨던건가요?

 

 

 

@rexy_451 - 네네 패션 디자인 전공이고 초등학생때 잠시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웠습니다

 

 

 

나 - 아 패디셨다니ㅋㅋㅋ

 

 

 

@rexy_451 -그렇습니다 ㅋㅋㅋ

 

 

 

나 - 순수미술 하신줄 알았어요 근데 아까 그 작품의 부연 설명중에 결국 추락하고 파멸하게 되는 순간 자유로워진다는게 어떤 의미로 쓰신걸까요? 뭔가, 음 사회적 기준이나 잣대들, 그런것들로의 탈피를 추락과 파멸로 본 것일까? 그래서 그것들로부터 탈피 즉, 파멸을 하였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라는 의미일까 라고 저의 나름대로 해석해보았네요.

 

 

 

@rexy_451 - 모든걸 다 잃고 끝없이 비극의 끝으로 떨어지면서 결국 우울한 감정과 하나가 된달까요 우울 그 자체가 되는 과정을 표현했습니다

 

 

 

나 - 우울 그 자체가 될때,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rexy_451 - 일종의 탈피도 맞네요 ㅎㅎ

 

 

 

나 - ㅇ ㅏ.......... 갱장히 공감하고있는중이욤ㅋㅋㅋ 멋진표현이네여.. 설명을 듣고보니, 20살때 정말 매우 우울하셨나봐요

 

 

 

@rexy_451 - 네 지금 돌이켜 보면 좀 심했네요

 

 

 

나 - ㅠㅠ 그럴수도있죠

 

 

 

@rexy_451 - 그러면서 강해지는거죠 ㅎㅎ

 

 

 

나 - 그 스무살의 나이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표현과 정서는 아닌데, 어쨌든 글로써만 봤을 때는 멋진 말이네요 매우 공감도 되고.. 그쵸 맞아요 결국 우울함을 맞닥드리면서 다시 강해지는거같애요.. 그리고 최근에 인스타 업로드 하신 '긴장'이라는 작품에서도 뭔가 새로운 오브제 활용이 눈에 띄었는데 다시 설치미술 영역으로 활동반경을 넓히신건가요!

 

 

 

•Nervous (긴장) / •Nervous-2 (긴장-2)

 

 

 

@rexy_451 - 네 캔버스 위에 설치를 자주 하려구요 제가 잘하는 자르고 부수고 붙이기 입니다 ㅎㅎ

 

 

 

나 - '긴장'이라는 작품에 대해서도 얘기를 좀 해주세요ㅎㅎ

 

 

 

@rexy_451 - 제가 평소 처럼 깊은 생각에서 나온 작품은 아니고 실을 묶어서 팽팽한 상태에서 오는 긴장감에 초점을 둔 작품입니다 ㅎㅎ 상태 자체에 집중을 하면서 설치를 하고있습니다

 

 

 

나 - 아 긴장 이라는 단어 그 자체를 표현해주신거네요

 

 

 

@rexy_451 - 여러 오브제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만드는 하모니랄까요ㅎㅎ

 

 

 

나 - 그렇군요, ㅎㅎ 혹시 미키하시크루 활동 하실때 추상화보다 설치미술 작품을 더 많이 계획하고 계실까요?

 

 

 

@rexy_451 - 어느 하나에 더 비중을 두지는 않고 제가 해야겠다 싶은걸로 계속 왔다갔다 할 예정입니다 ㅎㅎ

 

 

 

나 - 아하, 기대되네요ㅎㅎㅎㅎ

 

 

 

@rexy_451 - 기대해주세요 ㅎㅎ

 

 

 

나 - 뭔가 작가님의 설치미술 작품들도, 추상화 같은 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피드 올리신 것 중에 키보드 위에 엎어진 바나나와 상추 라던지 물감이 흩뿌려진 키보드 다 어떤 영감으로 창작하셨는지 궁금해요.

 

 

 

 

 

 

@rexy_451 - ㅎㅎ 저는 일상의 모든게 영감입니다 발상 능력이 뛰어나서 항상 다른 걸 가져오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주로 영감을 받는것은 제가 읽는 책들 주로 철학 , 뇌과학 책 이구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영화의 전체적인 비쥬얼 그리고 제가 듣는 음악들 입니다ㅎㅎ 그리고 추상적인것에 말씀을 드리자면 뇌 과학과 인상파에서 되게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본질이라는게 없는 세상에서 제가 보는 세상을 나타내는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진리라는건 없지만 저에게 모든것을 아우르는게 추상이거든요 흠 말이 좀 어려워지네요

 

 

 

나 - ㅎㅎㅎ 편하게 말씀하세요 자기가 보는 세상을 나타낸다, 내가 보는 방식대로 표현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rexy_451 - 네 맞습니다 ㅎㅎㅎ 모두의 세상은 다르니까요

 

 

 

나 - 추상이야 말로 아주 직감적인 감각을 살아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예술이 아닐까 생각해요

 

 

 

@rexy_451 - 아,,, 너무 동의합니다

 

 

 

나 - 보여지고 느껴지는 그대로 읽고 느껴야 하는. 어떤 해석을 찾을수도 있지만 사실 매우 감각에 집중한 그림들이라, 그래서 더욱 더 강렬한거같애요

 

 

 

@rexy_451 - 추상이 말이 추상이지 사실 굉장히 직관적이고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 맞아요 뭔가 있는 그대로를 갖다 부어버리는 느낌? 이기도 하고ㅎㅎ 작가님의 추상화 그림들도 대부분 강렬한 텍스쳐들이 많아서 특히 붉은색을 많이 사용하시는것 같더라구요 근데 그중에도 유일하게 ㅋㅋ 작가님 추상화 작품 중에서 가장 밝게 느껴지는 것 하나를 찾았는데 제목이 "어린날의 하늘"이라고ㅎㅎㅎ

 

 

어린날의 하늘

 

 

@rexy_451 - 아하 ㅋㅋㅋㅋㅋ

 

 

 

나 - 굉장히 다른 추상화 그림들과는 다른 순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그림은 어떻게 탄생한건가요 되게 어둡고 강렬한 그림이 많으신데, 아주 보기드문 밝은 그림이었어요

 

 

 

@rexy_451 - 어린시절에 그림을 향한 그리고 동물 , 자연을 향한 순수하면서 무엇보다 뜨거웠던 열정은 아마 다시는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려보았습니다 지금도 빨간색을 쓰는 이유가 어린시절의 열정을 가져오고 싶어서 입니다 ㅎㅎ

 

 

 

나 - 아아 맞아요 그 그림이 특별히 다른 그림들에 비해서 엄청 순수한게 느껴지더라구요 색상선택 자체도

 

 

 

@rexy_451 - 어두웠던 20살을 끝내고 다시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나 - 그렇겟죠,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려도 어쨌든 더 세월의 흔적을 밟은 나 자신이니깐요ㅎㅎㅎ

 

 

 

@rexy_451 - 맞습니다 ㅎㅎ

 

 

 

나 - 몬가 앞으로의 작가님이 바라는 이상향이 있으신가요 작품세계관이든, 뭐든 인생관이든 상관없어요

 

 

 

@rexy_451 - 일단 현상학 뇌 과학을 좀 더 공부해서 설명도 잘 하고싶고요 ㅎㅎ 지금 보다 훨씬 더 깊은 생각을 하고 더 깊은 작품을 내는 정말 예술적인 ㅎㅎ 예술가가 되고싶고 운동도 좋아해서 열심히 해서 몸 더 좋아지고 싶고 멋있고 깊은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ㅎㅎ

 

 

 

나 - 아하 뇌과학에 아주 빠져계시네요ㅋㅋㅋ 저도 집에 뇌 관련된 책 두권 있긴한데

 

 

 

@rexy_451 - 추상화와 통하거든요 ㅎㅎ

 

 

 

나 - 아 그래요? 어떻게 추상화랑 통하나요

 

 

 

@rexy_451 - 추상화가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린다고 볼 수 있는데 제가 책을 많이 읽은건 아니고 흥미만 붙인 단계여서 설명이 깊지는 않지만 ㅎㅎ 사물이라는게 뇌가 최선의 추측으로 내놓은 모델? 인데 사물에 대한 최선의 추측을 뇌에서 내놓으면 그걸 바탕으로 이게 뭐다 라고 보는 그런 과정인데 이걸 제어된 환각이라고 하더라구요.

 

 

나 - 아하 뇌도 추상화 처럼 아주 직관적으로 느끼는 기관인것인가.. 제어된 환각에 대해서 알아보고싶네요

 

 

 

@rexy_451 -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는 작품이 있는데 파이프를 두고 이건 파이프가 아니다 하는 작품인데 제 해석으로는 파이프가 최선의 추측이지만 마그리트는 아닐수도 있는거죠

 

 

 

나 - 아 심오하네요 ㅎㅎㅎ 제어된 환각이라는게 뭔지에 대해서 저도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요

 

 

 

@rexy_451 - 저도 제대로 된 설명을 위해서 책을 더 읽어야겠습니다 ㅎㅎ

 

 

 

나 - ㅋㅋㅋㅋ 괜찮아요 뭔가 뇌가 추상과 닮았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뇌가 생각보다, 논리적으로 대상을 학습하기보다 아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기관들이 많다고 느낀적이 있거든요 저도 우울과 관련한 뇌 과학? 책 읽고 느꼈던 부분이에요. 뭔가 과거 트라우마와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사실은 그때와 전혀 다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비슷한 요소들 만으로 뇌는 똑같은 상황이라고 받아들여 착각을 해서 머릿속에서 긴장의 신호를 보낸다던지 하는 그런 뇌의 기억방식들이 매우 직관적이고... 그 말은 즉슨 좀 논리적이진 못하다...라고 생각한....

 

 

 

@rexy_451 - 동의합니다 ㅎㅎㅎ

 

 

 

나 - 기억과 관련한 장치들이 매우ㅋㅋ 직관적인거같애요 특히 기억과 경험을 저장하는 곳들...하하 무튼 제어된 환각도 검색해서 한번 읽어볼게요 와우 무튼 시간이 벌써 두시가 됏네여

 

 

 

@rexy_451 - ㅎㅎㅎ 좋습니다 그렇네요 이렇게 얘기하다보니 시간이 사라지네요 ,,

 

 

 

나 - 원래는 이상향이 뭔지 묻고 끝나는 인터뷰인데ㅋㅋ 재밋는 소스를 말씀해주셔서 ㅋㅋ 더 여쭤봣네요 은근히 이게 생각하면서 타이핑 하는 시간이 걸리다보니 시간이..순삭되더라고요

 

 

 

@rexy_451 - ㅋㅋ그르게요 생각 정리도 하고 부족한점도 찾고 좋습니다 ㅎㅎ

 

 

 

나 - 무튼, 작가님 뇌 공부와 더불어ㅎㅎㅎ 운동도 열심히 하시구 사업 계획 하시는것들도 다 즐겁게 행복하게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미키하시 크루에서도 좋은 활동 뵙고싶네용

 

 

 

@rexy_451 - 감사합니다 ㅠㅠ 좋은 활동 멋진 활동 많이 보여드릴게요 ㅎㅎ

 

 

 

나 - 아니 근데 사업 하셔야되는데 미쿡활동까지 하면 뭐, 다 가능한거에요? ㅋㅋㅋ

 

 

 

@rexy_451 - ㅋㅋㅋㅋㅋㅋ 후진은 없습니다.

 

 

 

나 - 정말,, 인터뷰하면서 많이 느끼지만 어리지만 열심히 사는 작가분들이 많네요

 

 

 

@rexy_451 - 어우 저는 아닙니다 ㅎㅎ 그냥 흘러가는 삶,,

 

 

 

나 - 흘러가는 삶ㅎㅎ이라기엔 많은것들을 한꺼번에ㅎㅎ

 

 

 

@rexy_451 - ㅎㅎㅎ 쓰나미랄까요

 

 

 

나 - 저도 좀 영감을 받아서 치열하게 사는 법 좀 고민해봐야겠어요 워낙 인생을 천천히 살아온지라

 

 

 

@rexy_451 - 천천히 나뭇잎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번 보세요 ㅎㅎ 항상 다르게 움직이거든 세상이 항상 예측불가능하고 아름다워요

 

 

나 - 천천히 살아왓지만 저도 항상 다른 모습이었네요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 멋지네용..하하 부디 저도 고통속에서도 계속 그런 눈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ㅠㅡㅠ 그렇지만 세상은 너무 험난하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rexy_451 - 그쵸 쉽지는 않죠 ,,

 

 

 

나 - 예측 불가능해서 아름답지만 예측 불가능해서 치명적인 것도 많은

 

 

 

@rexy_451 - ㅋㅋㅋㅋㅋ 치명적인건 다 저희가 만든 허상 아니겠습니까 여러 가치들

 

 

 

나 - 그런가여 허상ㅎㅎㅎㅎㅎ 무튼 작가님 오랜시간 할애해주셔서 감사해여!!

 

 

 

@rexy_451 - 아닙니다 히히

 

 

 

나 - 늦은시간까지ㅠㅠ 피곤하실텐데

 

 

 

@rexy_451 - 어우 똘망똘망 해졌습니다

 

 

 

나 - 인터뷰가 어땠을지 모르겠네용...

 

 

@rexy_451 - ㅋㅋㅋ 좋았어용

 

 

 

나 - 앞으로 작품 활동 하시는거, 지금처럼 영감을 주는 좋은 글귀? 말들, 부연 설명들 써주시면 ㅋㅋ 열심히 읽어볼게요.

 

 

 

@rexy_451 - 관심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나 - 제가 작품 자체를 즐기는 것도 좋아하지만 작가분들이 직접 글로써 어떤 표현을 써주셨을 때 함께 감상하는걸 좋아하긴 하거든요ㅋㅋ 작품 감상에 도움도 더 되더라구요

 

 

 

@rexy_451 - 저도 글쓰는거 좋아해서 앞으로 많이 쓰겠습니다 ㅎㅎ

 

 

 

나 - ㅋㅋㅋ 넵넵 구럼 인터뷰 감사드리공 좋은 밤 보내세용 푹 쉬세욥

 

 

 

@rexy_451 - 넵 안녕히 주무세용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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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협회 아이테르AITHER - 레이어드 시티 : 하마맨션]

아이테르전시 부산 범일동 294-2, 10-18

aither5.modoo.at





“부산을 수집하고 해체하다… ‘레이어드 시티:도시 쌓기 프로젝트’ 그룹전”

부산 지역 창작자 팀 ‘하마맨션’이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아이테르(동구 범일로 65번길 21, 4층)에서 그룹전 ‘레이어드 시티: 도시 쌓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레이어드 시티’는 부산광역시와 부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전시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 6인이 부산을 수집하고 해체하여 다시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다. 고혜진, 김청아, 김혜실, 박지형, 서상희, 엄효빈 작가 6인은 ‘기억-연결-가상’이라는 개인의 사유를 통해 기록한 부산을 영상, 사운드, 설치, 3D 그래픽, 퍼포먼스 등으로 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개인 작품 6점과 작가진 1:1 매칭을 통해 각자의 아카이빙을 콜라보하는 공동 작품 3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시시각각 변하는 부산의 흐름을 아카이브한 후, 로컬 작가들의 시각으로 확장하여 부산에 대한 공간 재해석 및 새로운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기획됐다. 해당 전시는 10월 3일, 8~9일 오후 3시에 예약자에 한해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레이어드 시티’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layered_city)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전시는 평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시 기간에 휴무 없이 무료로 관람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직접 레이어를 선택하여 각자의 도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굿즈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레이어드 시티. 층을 이룬 도시다. 팜플렛에는 6인의 예술가들이 부산을 수집하고 해체하며 다시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각 작품들은 작가 개개인의 시각과 개성으로 부산의 모습을 채취하고 그것들을 다시 재 조합하며 마치 새로운 가상의 부산의 모습으로 재구성 하였다. 기억과 연결, 가상 이라는 세가지 주제 아래에서 다양한 설치 미술 작품들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시 공간을 구축해낸 모습들이 흥미롭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동네만 하더라도 불과 몇 년 사이에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많은 일상의 풍경들이 바뀌었고 또 그 변화속에서도 나는 마치 원래 그랬던 것 마냥 또 빠른 속도로 적응하며 나의 태어난 동네를 익숙하게 바라보며 지내고 있다. 심지어 그런 빠른 변화 속에서도 종종 권태로움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낡고 오래된 부산의 풍경들 또는 그간에 변화된 여러 모습들을 포착하여 다시 새로운 가상의 이미지를 구현한 이 작업들이 일종의 익숙한 것을 다시 한번 새롭게 발견하는, 또는 빠른 변화에 무뎌져 버린 감각들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작용을 위한 전시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정된 주거공간과 활동범위 내에서 대부분의 일상을 보낸다. 특히 어릴때 부터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지금껏 계속 지내온 경우에는 더욱이 그렇다. 그 공간이 좋아서, 익숙해서 또는 편안하다는 이유로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도있지만 제 아무리 익숙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매일매일이 똑같은 생활과 똑같은 환경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권태로워질 수 밖에 없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당장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버릴 수 없는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또는 실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주거환경이 곧 모든 일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일상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해프닝은 공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별 특별할게 없는 일상의 반복과 연속인 것이다. 그렇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환경은 부지런히 변화하고 새롭게 발전하고 있지만 익숙한 동네에 오랜 시간을 머무르다보면 그 변화 조차 일일히 감각하지 못한다. 10년, 20년전의 우리 동네와 지금의 우리 동네를 비교해보면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왜인지 나는 그 변화들을 꽤나 무딘 감각으로 느껴오지 않았나 싶다. 이 오묘한 기분을 무어라고 설명해야 될 지 잘 모르겠지만 내 주변 환경의 변화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나의 생활에 직접적인 변화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일 때, 또는 그다지 나와 관계 없거나 내 관심사 밖인 경우 그 변화를 덜 감각하고 인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권태로움이라는 감정 안에서는 새로운것들을 발견하고 인지하는 감각이 더욱 느리다.


 




어찌됐던 이 오래되고 낡은 도시를, 그리고 빠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는 도시 곳곳의 모습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재조명 한 오브제들이 매우 사랑스럽기도 하고 익숙하며 또한 아름답다. 위 작품은 어디든지 옮겨달라고 부탁하는 정체 불명의 수상한(?) 가방이 불특정 다수의 부산 시민들의 발걸음에 이끌려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여행을 정처 없이 방랑한다. 그리고 가방에 부착된 카메라로 예측할 수 없이 마주치는 풍경들을 기록한다. 우리는 가방의 다사다난한 경로들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주로 친근하고 낯익은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다. 고양이를 포착한 시선, 낡고 오래된 골목길이나 택시와 버스같은 이동수단을 타고 여행하는 모습들이 꽤나 귀엽다. 외에도 부산 시내 곳곳에서 포착한 여러 흥미로운 글들을 채취하여 매달아 놓은 작품 역시 웃음을 유발한다. 그 출처는 아마 현수막이나 옥외간판, 스티커 또는 하찮은 벽보라던지 여기저기 휘갈겨진 낙서들 등등 도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상 우리를 에워싸다시피 하는 많은 광고 메시지들 틈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발췌해 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우리는 도시에 흩뿌려진 많은 문자들 사이에 과부하가 걸려 허덕이고 있지만 또 그 와중에 눈길을 사로잡는 특정한 글귀에 시선을 뺏기기도 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것들을 감상하고 되뇌어 보기도 하며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남기도 한다. 모두 우리가 의도하고 의식한 행동들이 아니지만 도시는 그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은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 전시장에서는 그와 반대로 도심속에 흩뿌려져 있던 여러 글귀들을 의식적으로 관람해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개연성이 없는 맥락들을 재조합한 글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음미하는 즐거운 재미가 있었다.


사실 이 무인 전시관 (아이테르) 역시 아주 낡고 오래된 목조 주택 건물을 재 가공하여 탄생한 갤러리이기 때문에, 이번 전시 주제와도 아주 일맥상통하는 묘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 부분을 포착해 낸 작가가 이 곳 갤러리를 3D 모델링하여 새로운 가상 공간으로 창조하고 그 가상 공간의 갤러리 안에서 또 다른 작품을 전시하며, 마치 액자식 구성처럼 독특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한 기획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마치 게임을 즐기듯이 관람자가 직접 가상 세계를 구현한 작품속을 체험 할 수 있으며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며 그 안에서 출구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그려준다. 실제 갤러리 안에서 또 다시 가상의 갤러리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전시 중인 가상의 작품을 본다는 개념이 마치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것 처럼 신선한 관람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이런 익숙한 풍경들을 재 조립, 창조하여 그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기록 한다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그 장소에 대한 오랜 애정과 사랑을 입증하는 실험적 태도가 아닐까. 오랜시간 똑같은 환경에 놓여 권태로움에 지쳐있는 나에게 조금 더 익숙한 것들을 창의적으로 기억하고 기록할 영감을 제시 해 주는 전시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물론 그렇다고 이 권태로움을 하루 아침에 벗어 던지는 해방감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뭐랄까 오랫동안 지내온, 내가 자라온 동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는 따뜻한 부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가상 공간 갤러리 탐험중

나만의 방식으로 조립, 가공하는 굿즈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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