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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14:00, 18:30
* 2/11(토) 15:00
* 2/12(일) 15:00
* 매주 월요일, 화요일 공연 없음
그 유명한 창작극 뮤지컬 '빨래'를 보고왔다. KT멤버쉽으로 주로 미술 전시 할인 혜택만 이용해 오다가 우연히 뮤지컬 '빨래' 공연 일정을 보고 순간 가슴이 너무 설레버렸... 사실 뮤지컬을 많이 봐오진 않았지만 이 작품 만큼은 언젠가 꼭 한번 봐야지 했었던 작품. 그것도 그렇고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배우들이 등장해 빨래 공연의 일부분을 보여준 장면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더 대중들한테 유명해지게 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사전에 내가 이 작품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는 한예종 학생들의 졸업 창작극이었고 그게 인기를 얻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십수년째(?) 공연해오고 있는, 거의 창작극계의 대표적인 작품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1층 10열에서 공연을 관람한지라 꽤나 무대와 가까운 거리여서 너무 좋았다. 이 날 같이 공연 본 동생이 "언니, 휴지 없어도 괜찮아요?" 라고 넌지시 물었는데 난 아주 호기롭게 "아니, 괜찮아." 라고 대답했지만 나중에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못해서 마스크로 애써 얼굴 가리면서 관람했다. 이말은 즉슨 눈물 콧물 빼놓는 작품이니 애초에 손수건이든 휴지든 구비하는게 좋을 것이라는 팁.. 어쨌든 난 마스크 안으로 주르륵 들어가는 눈물을 손으로 닦지도 못하고 그대로 자연건조(?) 시키면서 봤다.
팁 : 관람시 공연 전, 후 모두 사진촬영 불가하며 마지막 커튼콜 공연때에만 촬영이 가능하다.
-감상평-
타향살이를 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불법 체류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시골에서 상경한 여주인공 등등 노동자 계층에 있는 소수자들 이야기. 특히 부산 사투리 맛깔나게 쓰는 '희정엄마' 캐릭터가 인상깊다. 뭔가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의 눈에 띄는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캐릭터 같았다. 꼭 그렇진 않겠지만 학력이 낮은 탓에 어려서부터 공장에서 줄 곧 일하다가 현재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면서 살아가지만 배운게 많이 없어도 성격 하나 만큼은 호탕하고 매력적인, 그런 부분들이 그녀의 억척스러움을 보여주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했다. 가진게 없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하나 만큼은 가장 잘 할 자신있는 그런 캐릭터 같은 모습말이다. 사실 모두 그렇진 않더라도 그리고 이 작품이 오래된 작품인걸 감안한다 해도 어느정도 그 당시나 지금이나 소수, 빈곤계층들의 공통된 특징들이라 볼 수 있는 것들 예를들면 낮은 학력, 가난한 집안 배경, 혹은 가난한 나라 출신, 선천적 또는 후천적 장애 등등 그리고 특히 혼자 사는 방에 매일 이 남자 저 남자 들이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애인 갈아치우는 희정엄마의 자의적인지 타의적인지 알 수 없는 자유로운 연애관, 가치관 그리고 그런 행동양상들(라이프스타일)이 빈곤층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이 아니었을까. 늘 외롭고 결핍에 서려 있어서 믿고 기댈 누군가가 필요하고 그러면서도 결국 돈 때문에 애인과 잦은 다툼과 싸움을 하지만 또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들 말이다. 그런 감정기복들. 안정적인 사람들은 거의 잘 겪을 일 없는, 살아가는 생계 스트레스로 인한 다이나믹한 감정의 기복들이 특정 소수 계층들에서 자주 발견될 수 밖에 없는 전형적 모습들이 아니었을까 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특히 주인공 '나영'이 서점에서 부당해고 당한 선배 동료를 보면서 소히 말하는 윗대가리들의 갑질 행위를 보고 집에 돌아와 말없어 털썩 주저앉아 펑펑 울었을 때도 희정엄마는 나영에게 이렇게 묻는다 "와그라노, 설마 니 애 뗐나?" 이 대사에 모든 관객들이 웃음이 터졌지만 "애를 뗀다." 라는 질문을 그녀가 툭 던진것도, 그런 일들이 빈곤 계층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내포하는 부분 같았다. 잘 배우지 못해서 애초에 부족한 피임 개념이나 외롭고 삭막해서 누군가와 쉽게 정분이 나고 쉽게 살붙이며 동거하게 되는 그런 감정기복들로 인한 행동들 말이다. 감정에 치우친 판단력도 여기에 포함될 지 모른다. 아무튼 그런 사소한 부분들에서 빈곤층의 '정서적' 공통점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발견되는 것이 놀랍고 그런 부분들을 작품에서도 잘 반영한 것 같다. 극중에 주인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한다. "그래도 타향살이 하면서 살 붙이고 살 사람 있는것두 복이여."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대사였는데, 맞다. 외로운 사람끼리 만나서 서로 의지하고 힘을 내서 살아가는것도 또 다른 삶의 방법이겠지만 현실은 그 보다 더 삭막해서 언제나 많은 변수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고 늘 계획처럼 되지만은 않는다. 나도 나영과 솔롱고가 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관객 중의 한명이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붙었다가 헤어지는 젊은 커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삶에 치우쳐 의도치 않게 감정을 '소비'하고 '소모'하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흔히 말하는 '정서적 가난'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뮤지컬은 분명 따뜻한 작품이 맞다. 많은 것들을 시사하기도 하고 사람들로부터 정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거의 마지막 넘버에 나왔던 이 뮤지컬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노래 가사를 보면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맞기는 것 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 처럼 슬픈 니 눈물도 마를 거야 자, 힘을내!." 라는 밝고 희망찬 노랫말이 거의 내 눈물 수도꼭지를 틀어버리는 수준이었는데 누군들 이 삶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모르겠냔 말이다. 꾸준히, 성실히,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똑똑하게, 자기개발 하며 그저 먹고 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가 그림 그릴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치만 애석하게도 인생의 출발점은 너무나 공평하지 않고 누군가는 당연히 가지게 되는 부분들이 누군가에게는 최선을 다해야 가질 수 있을까 말까한 것들이기도 하며, 세상의 많은 풍파속에서 단 한번도 무너지는 일 없이 단단히 버티기란 도통 힘든게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는 과정도 훨씬 배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소위 빈곤층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당연한 가치 추구도 큰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 그렇지만 어떡하겠나. 일단은 그렇게라도 인생을 바람에 맡겨보자. 결국 기대할 수 있는건 시간의 흐름. 시간이 흐르면 또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 죽을 것 같은 마음도 다시 무던해 질 것이고 덤덤해 질 테니. 일단 다시 힘을 내보자. 라는 가삿말이 너무 처절하면서도 그 와중에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밝은 순수함들이 너무 소중하고 간절해서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세상 풍파로 이미 남들보다도 많은 감정 에너지들을 소모하고 살아가는 그들이 또 그 잔인한 현실을 이겨내려면 더한 힘을 짜 내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참 못되고 잔인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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