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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수집하고 해체하다… ‘레이어드 시티:도시 쌓기 프로젝트’ 그룹전”
부산 지역 창작자 팀 ‘하마맨션’이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아이테르(동구 범일로 65번길 21, 4층)에서 그룹전 ‘레이어드 시티: 도시 쌓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레이어드 시티’는 부산광역시와 부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전시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 6인이 부산을 수집하고 해체하여 다시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다. 고혜진, 김청아, 김혜실, 박지형, 서상희, 엄효빈 작가 6인은 ‘기억-연결-가상’이라는 개인의 사유를 통해 기록한 부산을 영상, 사운드, 설치, 3D 그래픽, 퍼포먼스 등으로 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개인 작품 6점과 작가진 1:1 매칭을 통해 각자의 아카이빙을 콜라보하는 공동 작품 3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시시각각 변하는 부산의 흐름을 아카이브한 후, 로컬 작가들의 시각으로 확장하여 부산에 대한 공간 재해석 및 새로운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기획됐다. 해당 전시는 10월 3일, 8~9일 오후 3시에 예약자에 한해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레이어드 시티’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layered_city)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전시는 평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시 기간에 휴무 없이 무료로 관람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직접 레이어를 선택하여 각자의 도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굿즈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레이어드 시티. 층을 이룬 도시다. 팜플렛에는 6인의 예술가들이 부산을 수집하고 해체하며 다시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각 작품들은 작가 개개인의 시각과 개성으로 부산의 모습을 채취하고 그것들을 다시 재 조합하며 마치 새로운 가상의 부산의 모습으로 재구성 하였다. 기억과 연결, 가상 이라는 세가지 주제 아래에서 다양한 설치 미술 작품들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시 공간을 구축해낸 모습들이 흥미롭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동네만 하더라도 불과 몇 년 사이에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많은 일상의 풍경들이 바뀌었고 또 그 변화속에서도 나는 마치 원래 그랬던 것 마냥 또 빠른 속도로 적응하며 나의 태어난 동네를 익숙하게 바라보며 지내고 있다. 심지어 그런 빠른 변화 속에서도 종종 권태로움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낡고 오래된 부산의 풍경들 또는 그간에 변화된 여러 모습들을 포착하여 다시 새로운 가상의 이미지를 구현한 이 작업들이 일종의 익숙한 것을 다시 한번 새롭게 발견하는, 또는 빠른 변화에 무뎌져 버린 감각들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작용을 위한 전시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정된 주거공간과 활동범위 내에서 대부분의 일상을 보낸다. 특히 어릴때 부터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지금껏 계속 지내온 경우에는 더욱이 그렇다. 그 공간이 좋아서, 익숙해서 또는 편안하다는 이유로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도있지만 제 아무리 익숙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매일매일이 똑같은 생활과 똑같은 환경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권태로워질 수 밖에 없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당장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버릴 수 없는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또는 실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주거환경이 곧 모든 일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일상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해프닝은 공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별 특별할게 없는 일상의 반복과 연속인 것이다. 그렇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환경은 부지런히 변화하고 새롭게 발전하고 있지만 익숙한 동네에 오랜 시간을 머무르다보면 그 변화 조차 일일히 감각하지 못한다. 10년, 20년전의 우리 동네와 지금의 우리 동네를 비교해보면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왜인지 나는 그 변화들을 꽤나 무딘 감각으로 느껴오지 않았나 싶다. 이 오묘한 기분을 무어라고 설명해야 될 지 잘 모르겠지만 내 주변 환경의 변화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나의 생활에 직접적인 변화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일 때, 또는 그다지 나와 관계 없거나 내 관심사 밖인 경우 그 변화를 덜 감각하고 인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권태로움이라는 감정 안에서는 새로운것들을 발견하고 인지하는 감각이 더욱 느리다.
어찌됐던 이 오래되고 낡은 도시를, 그리고 빠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는 도시 곳곳의 모습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재조명 한 오브제들이 매우 사랑스럽기도 하고 익숙하며 또한 아름답다. 위 작품은 어디든지 옮겨달라고 부탁하는 정체 불명의 수상한(?) 가방이 불특정 다수의 부산 시민들의 발걸음에 이끌려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여행을 정처 없이 방랑한다. 그리고 가방에 부착된 카메라로 예측할 수 없이 마주치는 풍경들을 기록한다. 우리는 가방의 다사다난한 경로들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주로 친근하고 낯익은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다. 고양이를 포착한 시선, 낡고 오래된 골목길이나 택시와 버스같은 이동수단을 타고 여행하는 모습들이 꽤나 귀엽다. 외에도 부산 시내 곳곳에서 포착한 여러 흥미로운 글들을 채취하여 매달아 놓은 작품 역시 웃음을 유발한다. 그 출처는 아마 현수막이나 옥외간판, 스티커 또는 하찮은 벽보라던지 여기저기 휘갈겨진 낙서들 등등 도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상 우리를 에워싸다시피 하는 많은 광고 메시지들 틈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발췌해 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우리는 도시에 흩뿌려진 많은 문자들 사이에 과부하가 걸려 허덕이고 있지만 또 그 와중에 눈길을 사로잡는 특정한 글귀에 시선을 뺏기기도 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것들을 감상하고 되뇌어 보기도 하며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남기도 한다. 모두 우리가 의도하고 의식한 행동들이 아니지만 도시는 그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은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 전시장에서는 그와 반대로 도심속에 흩뿌려져 있던 여러 글귀들을 의식적으로 관람해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개연성이 없는 맥락들을 재조합한 글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음미하는 즐거운 재미가 있었다.
사실 이 무인 전시관 (아이테르) 역시 아주 낡고 오래된 목조 주택 건물을 재 가공하여 탄생한 갤러리이기 때문에, 이번 전시 주제와도 아주 일맥상통하는 묘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 부분을 포착해 낸 작가가 이 곳 갤러리를 3D 모델링하여 새로운 가상 공간으로 창조하고 그 가상 공간의 갤러리 안에서 또 다른 작품을 전시하며, 마치 액자식 구성처럼 독특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한 기획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마치 게임을 즐기듯이 관람자가 직접 가상 세계를 구현한 작품속을 체험 할 수 있으며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며 그 안에서 출구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그려준다. 실제 갤러리 안에서 또 다시 가상의 갤러리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전시 중인 가상의 작품을 본다는 개념이 마치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것 처럼 신선한 관람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이런 익숙한 풍경들을 재 조립, 창조하여 그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기록 한다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그 장소에 대한 오랜 애정과 사랑을 입증하는 실험적 태도가 아닐까. 오랜시간 똑같은 환경에 놓여 권태로움에 지쳐있는 나에게 조금 더 익숙한 것들을 창의적으로 기억하고 기록할 영감을 제시 해 주는 전시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물론 그렇다고 이 권태로움을 하루 아침에 벗어 던지는 해방감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뭐랄까 오랫동안 지내온, 내가 자라온 동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는 따뜻한 부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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