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사랑 후 남겨진 것들에 관한 숭고할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
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은 사랑하는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겪게 되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 혹은 죽음의 의미를 되묻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최진영은 퇴색하지 않는 사랑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아름다운 문장과 감성적이며 애절한 감수성을 통해 젊고 아름다운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과 냉정한 죽음에 대해 세련된 감성과 탁월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음울한 사랑은 더이상 아름답지 않고 그저 아프다.
친한 동생의 추천으로 읽어보게된 책. 요근래 책을 전혀 읽지 않기도 했고 특히나 소설은 더더욱 안읽은지가 백만년이 된 것 같은데 하필 이렇게 오랜만에 읽게 된 소설이 대뜸 초반부터 살점 뜯어먹는 소리하는 파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라니... 글자수나 글의 자간도 넓은 편이라 빼곡하지 않아서 읽는데 그리 부담 없는 소설이었고 복잡하지 않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서술된다. 일단 나는 다독러가 아니기 때문에 이 책도,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도 전혀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로 책을 펼쳤고 첫 장면부터 느낀 내 감정은 매우 그로테스크하면서 전반적으로 깊은 우울감이 진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 그대로 등장인물 구와 담이는 서로 마치 운명인것 같은 관계속에서 점차적으로 깊은 마음을 주고 받는 관계로 자라게 되는데, 나는 이 어린 젊은 청춘 남녀의 처절하고 음울한 사랑을 그저 젊음 하나로 그 마저도 파릇하고 소중하며 눈부시다고 표현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보니, 마치 애잔하고 슬프고 절망적임 속에서도 피어나는 절절한 사랑 뭐 이런 것에 대한 환상이 아무래도 사라진 이유 때문일수도 있고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라는 노래 가사가 있듯이 나 역시도 어느정도 인생을 살아오고 보니 과연 죽을만큼 괴롭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애틋했던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운것일까? 라는 질문에 "예술과 작품속에서는 그것이 아름답다."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다소 딱딱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그렇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고독하고 슬픈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가 아니라 얼마나 지독한지를 아는 바 이기에 어쩌면 그런 고단한 사랑 경험에 대해서는 조금 진절머리가 나는 입장이기도 하다.
작품속에서는 그런 사랑을 얼마든지 다양하게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작품으로써 감상할 수 있지만 내게 현실로 일어나길 결코 바라지 않는다. 쉽게 말해 상상과 현실이 다른 것 처럼. 어느새 삶에 찌들어 '프로상상러'라는 네이밍을 떡하니 블로그에 붙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과거에 비해 상상력이 퇴화된 삶을 살아가는 '나'라는 독자의 입장에서,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필터링 하여 읽을 수 있는 감수성이 다소 바닥나 있다 라고 봐도 무방한 상태. 하지만 이것은 나의 신랄한 비평이 아니라, 그저 이 소설이 내게 준 느낌이 그러하다. 라고 얘기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이 소설에 대해 다소 내게는 아무 감흥이 없었다는 것 처럼 딱딱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누구보다도 타인의 슬픔과 고독,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한 연민과 공감능력이 깊은 편이라서 이 소설과 같은 정도는 아닐지라도 비슷한 결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꽤나 타락하고 음울한, 외롭고 고통스러운 사랑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금은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는 절대 안 돼! 라고 말하는 부모님들이 사실은 누구보다 약한 동물들에 대한 강한 보호본능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나는 더이상 아픈 감정에 깊은 공감을 느끼기를 거부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소설을 비판하고 싶은게 아니라 약간의 깊은 공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구와 담이는 서로 각자 다른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두 아이다. 쉽게 말해서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고 이 둘은 서로 강한 유대감을 갖고 우정이면서도 동시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가난한자들에게 '사랑'이라는 것은 이렇게 '고통' 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고 아이일 것 없이 이미 세상이라는 배경이 이들에게는 괴물 같은 것인데 그 속에서 사랑을 피우고, 또 그것을 지켜야 하고, 배신하지 말아야 하며 이런 모든 것들을 어찌 다 지킬 수 있을까. 그렇다고 구를 편드는 것도 아니지만 심적으로 유약하고 애정결핍이 강렬한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유혹에도 약한 법이다. 아니다 다를까 소설에서도 그러한 장면이 등장했고 "쯧쯔 그럴줄 알았지" 라고 나는 그 장면에서 구를 비판 했지만 사실 이러한 서사는 가난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서는 꼭 빠지지 않는 부분인 것 같다. 대게 가난한 사람들의 멘탈은 매우 연약하고 감정적이며 기복이 있다.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강한 생존력이 있는데 이 생존력이 우습게도 자의적인 것 같진 않다. 죽지 못해 견뎌 살아가는 것 말이다. 무튼 이 소설은 어느 우울한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이렇게 처절하다시피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그들도 사랑을 하며 그 사랑의 모습은 매우 고통스럽다. 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다.
이것도 아름다움일수 있고 그저 고통일 수 있고 가학적임 일수도 있지만, 나는 우울함을 아름다움으로 음미하는 감성에서 이제 조금 벗어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직 나는 고통속에 있음) 그 슬픔에 갇혀 타락한 감성 자체를 자위하듯 즐기는것이 아니라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조금은 '희망'과 '긍정', '감사'를 취할 수 있는 형태를 요즘은 더 선호한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무튼 구는 그렇게 담이에게 뜯어 먹히며 떠났지만 담이는..... 담이에게도 그 어느날엔 음울한 그림자가 좀 걷어지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그냥 천진난만한 사랑을 경험 해 볼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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