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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이야기/영화_드라마_미디어

영화 <패스트라이브즈 PAST LIVES> 리뷰_궁상남vs로맨스남 (약간의 줄거리 포함)

by Fancy_sailor 2024. 1. 21.

 

 

Past Lives, 2023
 
개요 미국로맨스/멜로 외 감독 셀린 송 출연 그레타 리유태오존 마가로, 문승아 더보기

 

 


 

 


지지리 궁상남인가 vs 로맨스가이인가

그 사이 어딘가의 경계

 

 

여러모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 없이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확실한건 절대 토종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는 아닐것이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셀린 송'이라는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이었으며 내가 절대 토종 한국인 감독이 아닐것이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다루는 주요 키워드와 소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흔하디 흔한 동양적 소재를 다뤄내는 스토리텔링 방법 역시도. 그것은 바로 '인연' 이라는 키워드와 '환생'과 같은 불교적인 윤회사상에 대한 부분, 그리고 또 하나 '첫사랑'이라는 단골 소재였는데  물론 동양에서도 이 흔한 소재들을 가지고 만든 매력적인 여러 영화들이 있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해당되지 않았다' 라고 얘기하고 싶다. 

 

'환생'이라는 주제는 곧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타임슬립 영화와 연결될 수 있는데 한국 영화들 중에서는 '시월애', '동감' 이런 영화들이 생각난다. 특히나 이 패스트라이브즈 역시도 로맨스 영화이니, 환생이라는 주제와 연결되는 한국 로맨스 영화중에서 골라본다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 작품은 저 두가지이다. 내가 언급했던 두 영화 시월애, 동감과 이 영화의 차이점은 전자의 영화들은 타임슬립을 주제로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 영화였지만 (공상과학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실제로 시간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속에서 두 주인공은 본인들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서 '인연'과 '환생'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동양 철학적인 사상으로 깊은 고찰을 나누는 대화들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 때문에 결국은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 라고 개인적인 평을 내려본다.

 

동양의 기준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조금은 뻔한 주제들로, 그저 이 소재를 가지고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인물의 모습을 영화 내내 보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 내용이 굉장히 흥미롭거나 참신했다면 구구절절 많은 대화들이 나열되는 구성의 영화라 할지라도 재미있게 보았을 수 있었을법한데 아쉽게도 내 머릿속에는 알수없는 물음표만이 맴돌았던 기분이다. 아마 이 영화는 감독의 개인적인 자전적인 스토리와 경험, 가치관이 깊게 물들어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유전적으로 한국계 피를 동시에 가지고는 있지만 완전히 캐나다인으로써의 정체성과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이방인으로써 그녀가 보는 동양사상에 대한 신비로움과 호기심, 그리고 첫사랑이라는 풋풋한 정서까지. 그녀가 지니고 있는 동양 사상에 대한 환상과 첫사랑, 등등 여러 키워드들의 약간은 지루하고 혼잡한 콜라보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본인의 호기심과 환상으로 버무려 낸 그녀의 소녀감성이 깃든 영화 한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하지면 작품성으로써는 큰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지 않았나. 라는 아쉬운 소견을 남겨본다. 

 

 

 

 

극 중에서 해성과 나영은 천천히 느린 말로 꽤나 많은 대화들을 나눈다. 사실 이들이 나눈 그 많던 대화들 중 그렇게 내게 와닿는 특별한 대사가 별로 없었다는것도 희안한 일이다. '해성'은 한국인 그 자체로 등장한다. 어린시절 같은 학교,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였던 둘은 나영의 이민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둘은 성인이 되어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이 닿게 된다. 그와 그녀는 거의 매일같이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랜선연애 같은 관계를 이어가는데, 그들은 서로에게 "한국에 와.", "뉴욕에 와." 라며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툭툭 메시지를 던지지만 둘 다 "내가 왜?"라는 건조한 대답을 통해서, 굳이 서로가 각자가 살고 있는 나라에 가야할 어떠한 이유와 연고도 찾지 못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서로의 거리에 대한 비현실적인 관계를 자연스레 인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그렇게 또 꽤 많은 시간이 흐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해성과 나영이 다시 만나게 되는 시기는 아마도 그들이 30대쯤 되었을 무렵인 것 같다. 나영의 옆에는 이미 배우자가 있었고 해성은 만나던 여자친구과 '조건이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이별을 경험한 뒤였다. 사실 여기서 이 타이밍도 다소 우스운 타이밍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서로가 각자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겼었지만 해성이 뜬금 나영을 보기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그의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꽤 큰 몫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실연을 당한 남자가 또 다시 지나간 과거의 첫사랑을 괜시리 회고하며 기억을 끄집어 낸 것은 이별의 아픔을 잊고자 함과 동시에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나 호기심이 동시에 발휘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심지어 그녀의 옆에 배우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기 위해 떠난 것은 단순 '우정'의 의미로써 였을까?

 

그들이 만나서 나눈 대화들을 보면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회상뿐만 아니라 대학생때 잠시 썸타던 시절에 대한 큰 미련, 첫사랑이라는 아련함 등등 순수하게 그저 우정을 곱씹기 위해서 만난것은 아니라는걸 쉽게 느낄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다지 이 상황이 내게는 그렇게 아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고 그냥 여자친구과 헤어진 실연당한 남자가 대뜸 유부녀인 여사친을 사심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보러 왔다. 라고 다소 직설적으로 내게는 해석이 되었다.

 

 

 

 

오히려 내가 영화속에서 아련하고 깊은 사랑을 느꼈던 부분은 나영과 그녀의 배우자 '아서 자터랜스키'와의 관계에서 였다. 그녀와 그녀의 배우자가 침대에 누워 나눈 대화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는 나영(노라)에게 너가 가끔 자면서 한국말로 잠꼬대를 하곤 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엽지만 가끔 그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해. 라며, 내가 모르는 언어로 너가 무언가를 말하고, 생각한다는 것이 뭔가 내가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공감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것만 같아서 그것이 가끔 두려워. 라고 그가 말하던 장면이 가장 내게 와닿는 한 장면이었다. 짧게 지나간 장면이었지만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특히 해성과 나영의 관계에 엮여있는 스토리들이 꽤나 대단해 보이고 심지어 운명적이고 낭만적이어 보이지만 고작 본인은 나영을 작가 숙소 같은 곳에서 만나 둘 다 싱글이었기에 자연스레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모든게 자연스럽고 다소 밋밋하게 이어져온 관계가, 그들의 스토리(해성,나영)에 비하면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는 괜힌 질투심에 사로잡히는 모습 마저도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나영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그녀를 깊숙히 공감하고 싶어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영화에서 해성과 나영의 관계도에 대한 몰입보다, 나영의 남편이 지닌 깊은 공감과 시선에 더 매료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마무리 될 때즘, 해성을 바래다주고 돌아온 나영은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터져 그의 남편에게 안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왜? 무엇이? 라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건데, 해성과 못 이룬 사랑에 대한 아쉬움 따위 보다는 그보다 좀 더 복합적인 감정들, 예를들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의 짧은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향수, 정말로 어긋난 타이밍 때문에 놓쳐버린 나의 운명적 상대였을까 라고 혹여나 느끼는 감정들, 우리가 정말로 만났더라면 어떤 인연이었을까 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무한한 생각과 질문들이 그녀를 혼란스럽고 다소 괴롭게 했던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한다. 즉 이미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잘 살고있었던 유부녀앞에 난데없이 등장한 '해성'이 꽤 몹쓸짓으로 그녀를 혼란하게 한 것일지도. 실제로 극중에서 해성은 정말로 다양한 '만약에' 화법을 구사하며 이 생이 만약 전생이면, 미래의 우리 관계는 다른 모습일까? 또는 우린 어떤 인연으로 미래에 만날까? 라는 식의 다소 구질구질할 수 있는 미련 멘트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데, 나도 여기서 그의 '만약에' 화법을 빌려와 한마디 하자면, 만약 그가 멋있고 잘생긴 인물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지지리궁상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 온갖 찌질 멘트들을 다 쏟아내고서도 지지리 궁상남이 아니라, 그나마 로맨틱 가이(?)인 것 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수려한 외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무튼 무어라 마무리를 할지. 감독 개인적인 동양사상에 대한 환상 뽕이 많이 취해있는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하긴, 나같아도 유태오같이 생긴 과거 썸남이 다시 나타나서 미련 가득 담긴 온간 멘트들로 내 맘을 마구 훼집어 놓으면 나라도 눈물이 펑 터질지도 모르겠다. 나 잘살고 있는데 괜히 다시 나타나서 나한테 왜이러는데ㅠㅠ 이런 느낌으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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