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두번 읽게 되었다. 실제로 작가가 자신에게 상담받았던 내담자들의 사연을 예로 들어 심리학적 분석을 설명하고 이야기하는데, 타 심리학 도서들처럼 어려운 전문용어가 자주 등장한다던지 그래서 내용을 이해하기에 시간이 다소 걸리거나 그런 불편함은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편하고 읽기 쉽게 쓰여있다.

책에서 첫번째로 나오는 주제는 '의존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서는 '성에사는주민'과 '마을에사는주민'으로 빗대어 이를 표현했는데 독립적이긴하나 지나치게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으며 절대 함부로 자신의 맘을 내비치지 않는 큰 성벽을 쌓고 사는 주민, 반대로 남들과 사교적으로 잘 지내는것 같지만 지나치게 타인 의존적이며 남들의 평판에 예민하여 수시로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마을에 사는 주민. 이렇게 두가지로 분류하여 표현하였다.

결국은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어느 한쪽도 심각하게 치우치지않은 적당한 밸런스 유지가 최선임을 얘기하고있고, 문득 저 얘기를 들으니 유명한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님이 생각났다. 그가 종종 티비에 나와서 어린시절의 힘들었던 경험들을 펼쳐내며 자기 자신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하지 않은게 없었고, 혼자서 모든걸 처리하고 해결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혼자서' 모든걸 해왔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살아오기도 했었으나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누구에게도 도움 요청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렇게 할 수 없었을수도있고 하지 않은걸수도 있지만) 타인에게 조금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걸 해결하며 살아온 삶이 그렇게 대단하고 멋있는것만은 아니었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게 생각났다. 토씨 하나하나 정확하게 기억할 순 없지만 대충 떠올려 보자면 그런 의미였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나는 극단적으로 혼자서 벽을 쌓는 사람도 아니며, 또 너무 타인에 의존적이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인간으로써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나 역시도 극단적으로 성벽을 쌓고 살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그게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꽤나 고립되고 외로운 생활을 했었고 뭐가됐든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지는 패턴은 정서적으로 너무나 고통스럽다는 것 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혼자서 완벽하게 모든걸 처리하려는 행동이 생각처럼 그렇게 대단하고 멋있는 일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타인에게 절대 기대지않아' 라는 고집 때문에 누군가 내게 도움을 청할 때 그 도움의 자세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를 민폐라고 여기거나 매우 냉소적이게 될 수 있다.



'홀로서기란 의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되며,
독립과 의존 욕구 사이에서 서핑하듯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건강한 의존이란 부족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부분에 관해 힘 있는 사람에게 정확히 도움을 요청 하는 것'

'객관적인 의존은 나와 타인 모두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두번째 화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사실 이 이야기는 류시화님이 쓴 책 '날아가는 새는 뒤돌아 보지 않는다' 에서도 언급됐던 내용이라 괜히 반가운 맘이 들었다. 즉 책에서 말하는 것은 '감정은 죄가 없다. 감정에 대한 나의 감정이 문제일 뿐' 이라는 말로 짧고 굵게 핵심을 전달했다. 슬픈마음, 화나는 마음, 억울한 마음 모든 감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의도치 않은, 예기치 못한 말이나 상처를 외부로 부터 받는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첫번째 화살이지만 그 첫번째 화살을 느끼고 그것을 다루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두번째 화살을 쏘는 것이 실질적으로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감정에 오래도록 파뭍혀 있거나 계속해서 그 감정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죄책감 느끼도록 하는 행위는 스스로에게 쏘아대는 잔인한 두번째 화살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번째 화살때문에 스스로를 괴롭고 힘들게 한다.


'나를 심판하는 판사가 아니라 돌보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첫번째 화살도 아픕니다. 그런데 정말 아픈것은 두번째 화살입니다.
'두번째 화살은 첫번째 화살에 대한 대응으로 내가 나에게 쏘아대는 화살입니다.'



그리고 심리적인 문제를 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는 이러이러한 환경에서 이러이러한 경험들을 겪었고 그로인해 너무 아픈 트라우마가 생겨버렸기 때문에 이것은 내 오랜 상처이므로 앞으로도 고쳐내기가 힘들거야. 라는 식으로 절망적인 생각들을 많이 생각하는데, 물론 트라우마의 종류가 뭐가 됐던지간에 그걸 이겨낸다는 것은 당연히 쉽지않은게 팩트이고 어쩌면은 끝없는 숙제가 될 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좀 더 내가 '능동적'으로 고쳐 나갈 수 있는 한 부분이라는 인식을 하게끔 해주는 문장이 있어서 되게 좋았다. 그것은 바로 트라우마로 인한 방어기재나 반복되는 행동양식들을 그저 '습관'으로 달리 생각해보자는 부분이었는데, 트라우마 라는것은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기 때문에 정신적 질환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그저 '습관'으로 바라보게 되면 '트라우마'라는 거창한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 덜고 내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가벼운 문제 정도로 여길 수 있다는 부분이 나름대로 신선한 관점의 전환이라고 느껴졌다. 우리에게 '트라우마 극복'이라는 거창한 단어보다는 '습관을 바꾸기'라는 쉬운 관점으로 이를 다룬다면 훨씬 부담도 덜고 효과적일 수 있지않을까.


'심리의 문제를 습관의 문제로 바라 볼 때 얻게되는 가장 큰 수확은
자신을 능동적인 주체로 바라보게 된다는 점 입니다.
습관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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