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예술 이야기/영화_드라마_미디어

텐 아이템 오어 레스 (Ten items Or Less, 2006) - 당신이 지키고 싶은 10가지

by Fancy_sailor 2020. 3. 9.

 

 

 

 

 

코미디드라마 미국 82분 2013 .06.13 개봉 [국내] 15세 관람가 [해외] R 도움말

감독브래드 실버링출연모건 프리먼(그)파즈 베가(스칼렛)조나 힐(패키)더보기코미디드라마 미국 82분 

2013 .06.13 개봉 [국내] 15세 관람가 [해외] R 도움말

 

 

이 영화를 보게 된 지, 거의 반년 혹은 그 이상 넘은 것 같다. 가끔 너무 기억에 남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잠시 제목을 잊을 때가 있다.  아니, 도대체 그 영화 제목이 뭐였더라 한참을 생각하다가 우연히 영화 캡쳐 폴더 

파일을 열어 보다가 이름을 다시 찾아냈다. "텐 아이템 오어 레스!"

나는 이 영화를 감히, 내 인생의 베스트 영화 리스트 안에 넣을 수 있을 거란걸 보자마자 확신했다.

 

총 82분 (1시간 22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존의 타 영화에 비해 다소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짧지만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느릿하게 가지만 잔잔한 임팩트를 주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한 리뷰어는 이런 말을 남겼더라.

"큰 돈 안써도 배우, 시나리오 좋으면 이런 영화가 나옵니다."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관점은 다 다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써는 가장 '영화다움'에 근접한,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영화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 그 자체만의 집중 만으로 빛을 발한 영화.

스토리의 독특한 부분은 배우 '모건 프리먼'이 영화속에서도 '모건 프리먼' 그 자체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현실 배우 모건 프리먼은 영화 안에서도 모건 프리먼이다.

 

 

 

 

 

 

그는 4년만에 새 영화 복귀를 위해 캐릭터 연구를 목적으로 낡고 오래된 마트에 찾아가게 된다.

조용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낯선 동네에 덩그러니 큰 마트 하나가 놓여져 있고 아니나 다를까,

마트 직원들은 그 누구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마치 시간이나 떼우듯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

물론 "10 item or less(10개 혹은 그 이하)" 계산대에 서 있는 여자 직원만 빼고. 그녀의 이름은 스칼렛이다.

똑같이 계산대에서 일하는 다른 여직원은 발톱 매니큐어 바르는데 온 신경을 집중할 뿐,  전혀 바빠보이지 않는다.

오직 "10 item or less" 계산대만 바쁘도록 움직일 뿐이다. 모든 직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자리.

 

 

 

 

 

혼자서 고군분투 일하고 있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본 모건프리먼은 흥미롭게 그녀를 예의 주시하며 관찰한다.

모건은 배우답게 인물의 캐릭터 관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난 집전화번호도 몰라요. 심지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난 사람은 볼 줄 알아요." 라고 말하는 모건.)

그녀는 손님이 카트에 실어온 물건들을 눈대중으로도 정확히 몇개인지, 얼마인지를 금방 계산해내며

그 마트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고있는 일솜씨가 뛰어난 아가씨였다.

모건은 한눈에 봐도 직감력이 뛰어난 그녀에게 바짝 붙어 부담스러우리 만큼 뚫어져라 관찰하며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귀찮은 질문 세례에 차갑게 대답하는 스칼렛

 

 

곧이어 교대 근무를 마친 스칼렛은 어디론가 다음 스케줄을 나서려고 하는데,

자신에게 몇분만 더 시간을 할애해줄 수 없겠냐고 부탁하는 모건의 부탁이 성가시기만 하다.

모건은 보안상의 이유로 자주 집 전화번호를 바꾸는 바람에 집 전화번호를 잊었다는 둥,

데리러 오기로 했던 친구가 1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어디로 어떻게 연락해서 돌아가야 할 지 모르겠다는 둥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그녀에게 부탁하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그녀는 그를 집까지만 태워다 주기로 약속한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스칼렛이라는 캐릭터는 겨우 25살의 여자이며, 

어린나이지만 이미 결혼 실패를 겪고 아직 전 남편과의 인연을 끊지 못한 채, 마트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처지였다.

바로 그 전 남편이 이 마트의 매니저이고 패디큐어 바르는데 정신 팔려있던 그 여직원과는 이미 꽁냥꽁냥하는 사이.

갚아야 할 돈과 영주권의 문제로 전 남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이 마트를 벗어나기 위해 늘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영화는 단 하루사이에 일어난 일들의 과정을 시간순서대로 보여준다.

모건은 그녀가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 전에 잡혀 있던 스케쥴들을 함께 동행하게 되고

면접을 보러 가기 전, 위축되어 있는 그녀를 위로하고 면접에 적합한 복장으로 함께 쇼핑도 하며

낡고 볼품 없는 차도 깔끔히 새차하고 단정한 메이크업도 권유한다. 차안에서는 모의 면접 연습도 거들어 준다.

그녀는 단 한번도 office  job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평생 마트 계산대에서 일해본게 전부.

겨우 25 이지만 너무 많은 인생 풍파를 겪고 좋은 세월 다 보내버린 늙은이 마냥 자포자기한

스칼렛에게 모건은 끊임없이 채찍이 되는 말과 함께 힘을 북돋아 준다. 

 

"자신을 보세요, 25살이죠? 맞죠? 하지만 벌써 늙었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끔찍했고 직업도 불만이죠. 심지어 자신이 불임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벌써 인생의 저편에 서서 좋은 시절 다 갔구나 비관하고 있어요.

막연히 뭔가 있을 거라는 기대 속에 그냥 저냥 사는거죠."

 

 

 

 

"나이는 숫자일 뿐 이제 시작이에요."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도 질리도록 흔하게 듣는 위로의 한마디. 하지만 입 번지르르한 소리가 아니라

그말이 진실이란걸 알면서도 왜 우리는 정해진 속도가 있는 것 처럼 타인에게 맞춰가지 못해서 늘 안달일까.

 

모건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 전까지 그녀는 그와 동행하면서 나누는 둘의 대화가 평범하지만 주옥같다.

둘의 동행과 대화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 하며, 그녀의 인생에서는 고작 단 하루였지만 모건 프리먼을 만나

그녀가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조용하게 그려낸다.

 

 

 

 

 

쇼핑과 세차를 다 마치고 면접을 보러 가기 전, 간단한 단백질을 섭취를 하며 또 둘은 대화를 나눈다.

이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사. "인생에서 가장 싫은것과 행복한것 10가지만 말해보세요."

(ten things you hate in your life, ten things you fancy most in your life)

단, 깊이 고민 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떠오르는대로 말하기.

그녀는 단 7개의 행복을 말하고 모건은 11개의 행복을 얘기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 역시 10개의 행복과 불행을

떠올려봤는데 아쉽지만 나도 스칼렛처럼 10개의 행복을 채우지 못하고 5,6개 정도에서 멈춰버렸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 할 필요 없단걸 알면서도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면 정말로 그것이 전부였을 수도 있고.

 

 

 

 

 

모든 일정을 끝마친 스칼렛은 오늘 하루 단정한 옷과 메이크업 세차한 차, 면접을 봤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왠지모를  변화와 만족감을 느낀다.

면접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지만 다시는 계산대 앞에 서지 않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모건을 집앞까지 데려다 주고 둘은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 하며 얘기한다.

 

모건 프리먼이 스칼렛에게 당부하듯 건넨 마지막 말.

"이건 우리 둘 만의 계약이에요. 우린 살아갈 거에요.  일도 할 거구요. 이제 시작인 걸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조용한 울림에 나도 모르게 깊히 매료 되어 봤던 기억이 있다.

지극히 젊고 평범하지만 너무나 힘든 인생의 굴곡을 어린 나이에 일찍 경험 해 버린 스칼렛에게

풍부한 인생 경험의 선배로써 모건이 건네준 말들은 담백하기 그지 없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가끔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

"대단히 잘했어, 멋져, 잘될거야, 꼭 성공할거야" 같은 말 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우리에게 몇개의 불행과 행복이 있든, 어쨌든 진실은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것이고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매 순간 또 새로운 시작이란 걸.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나아감에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단 걸. 어떤 모습이든 그저 우린 살아가게 될 테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