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REAM IN ANOTHER LANGUAGE :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이라고 하여 보게되었다. 2019년작이다. 영화의 기본 정보나 스토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보게 되었다. 영화 초반부를 감상하면서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고대 토착 언어 '시크릴어'를 기록하고 남기기위한 언어학자의 고군분투나 여정을 그린 영화인건가? 하는 생각으로 계속 감상했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소재가 등장하여 꽤나 놀랬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에는 '시크릴어' 라는 소수 언어가 등장하고 거기에 또 하나, '두 남자의 사랑' 이라는 동성애 코드 즉 성소수자 라는 코드가 더해지면서 소수언어+성 소수자 라는, 희귀함에 또 희귀함을 더한 주제가 꽤 독특하다. 단순 '퀴어영화'라고 구분지을 수도 있지만 '시크릴어'라는 소수언어와 그 언어가 갖고 있는 문화적 배경,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연과 새소리 등등 여러가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전달하는 이미지들이 강해서 단순 '동성애'를 그린 영화인가? 라고 했을때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보다 더 많은 느낌을 그려내는 영화인 것 같다.
극증에 등장하는 '에바리스토'와 '이사우로'는 시크릴어를 구사하는 마지막 원어민이다.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단짝이었다. 그러나 한때 단짝이었던 사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5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말 한마디 섞지 않은채로 떨어져 지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언어학자 '마르틴'은 시크릴어 연구를 위해 이들의 화해를 적극 추진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생각보다 둘의 갈등의 골을 좁히기가 여간 쉽지않다. 우연히 에바리스토의 손녀딸 '루비아'에게 둘의 사연에 대해 듣게 되는데, 젊은시절 두 사람은 한 여자를 사랑했고 그로인해 큰 다툼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승자는 '에바리스토'였고 싸움에서 진 '이사우로'는 홀로 외딴 오두막에서 외로운 여생을 보냈다는 것인데...그렇다고 젊은날 한때 크게 다투었던 일이 여지껏 철천지원수마냥 50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을 서로 외면할 정도였을까? 마르틴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진채로 어떻게든 두 노인 사이의 갈등을 좁힐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르틴은 에바리스토의 소녀딸 루비아에게 진짜 숨겨져있던 두 노인 사이의 비밀을 전해듣게 되는데, 내가 말한 생각치 못했던 전개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결론적으로 오랜세월 비밀스레 숨겨져있던 두 노인의 비밀은, 바로 그 두사람은 젊은시절 뜨겁게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다는 것이다. 에바리스토는 이사우로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종교적 갈등을 겪었고 결국 한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면서 자신을 회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여성은 미래의 에바리스토의 부인이었으며, 그녀는 이 두 남자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이미 다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바리스토를 남편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그를 종교적으로 '구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에서 존재하는 '시크릴어'가 실제로도 존재하는 언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언어가 갖고있는 역사적인 배경은 굉장히 신비스러운 분위기들을 갖추고있다. 극중에서 말하길, 태초에 여성은 '새' 였다고 한다. 어느날 이 새는 땅을 걷는 최초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남자도 새를 사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쓰는 언어가 달라 서로 맺어 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새는 남자에게 밀림 속 만물의 공용어인 시크릴어를 가르쳐 주었고 이 둘의 결합으로 태어난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한다. 그 이후 세상에 번성한 인간과 동물들은 모두 시크릴어를 쓰게 되었다는 신비로운 우화같은 이야기. 이것이 바로 시크릴어의 탄생 배경이라고 영화에서 설명한다.
아무튼 이 희소성 뛰어난 '시크릴어'와 '동성애' 혹은 '양성애'라는 소재는 꽤 서로 닮은면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감독은 이 두 남자의 동성애 또한 시크릴어와 같은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그 무엇으로 표현하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감정에 언제나 솔직했던 이사우로와 달리 에바리스토는 늘 그에게서 멀어지려했고 자신의 어린 지난날의 감정에 대해 끝까지 극구 부인하며 꽁꽁 숨기기를 원했다. 글쎄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므로 극중 인물의 감정에는 깊이 이입할수는 없었지만 그저 친구로써 쌓아온 우정의 감정 까지도 마치 절대 건드려선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깊숙히 파묻어 버리려고 애쓰는 에바리스토의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다. 일생의 대부분을 살고 다 늙어버린 노인이 되어서도 끝끝내 진실된 마음을 꺼내지 못한 에바리스토. 이사로우가 결국 세상을 떠나면서 에바리스토에게 남긴 유언이 머릿속에 남는다.
"잘있게 친구여 소중한 내 친구여 그동안 우리가 말하지 못한 것들은 말하지 못한 채로 남겠지만 이상향에 가거든 그것들을 곱씹겠네 그리고 자네도 생각하지 친구여 소중한 내 친구여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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