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가스라이팅 관련 글을 쓴적이 있는데, 참. 가스라이팅이란게 알면 알 수록 모든 사회, 인간관계에서 다 적용이 되는 희안하고도 무서운 단어인 것 같다. 연인, 친구, 회사 뿐만 아니거 그냥 일반적인 상담에서도 이 가스라이팅이 빈번히 등장할 수 있고 그게 실질적으로는 마치 '영업스킬'처럼 통용되고 있더는게 더 놀라울 따름. 특히 판매에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영업/서비스직 에서 이런 가스라이팅 수법을 실제 영업스킬인 마냥 인지하고 두루두루 사용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최근 겪은 일 때문에 영업의 기본은 '가스라이팅'이다! 라난 생각이 들었고,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평소 영어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에 내 인스타 피드에는 주로 영어광고들이 엄청나게 뜬다. 그 중에서 몇가지 직접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는데 어디 업체, 혹은 어떤 강사라고 밝힐 순 없지만 내가 겪었던 영어상담 리뷰를 남겨보고자 한다. 주말 오전 시간으로 상담을 맞췄었는데 총 상담시간은 1시간 45분. 아, 물론 나도 그 정도 긴 시간동안 상담을 받고자 한건 아니었으나 해당 상담자가 1시간 45분동안 입을 터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오랜 시간을 통화하게 되었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가 느꼈던 오묘하게 불쾌했던 감정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기분의 원인이 뭐였는지를 생각하다보니 영업의 기본은 '가스라이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1. 부채감, 죄책감 형성

 

통화를 하면서 내가 느꼈던, 가장 두드러지게 이상했던 감정은 뭔지 알 수 없는 '부채감'과 '미안함' 같은 감정이었다. '부채감'은 즉 왠지 그래야 할것만 같은 강요된 '책임감'이라고 설명해도 될 듯 싶다. 일단 1시간 45분 통화를 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봤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독특한 화법? 혹은 스타일을 발견했는데, 해당 영어 상담은 이 상담자가 만든 어떤 영어 프로그램을 내게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게 꽤나 상당한 가격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설명한 이유는, 결론적으로 내 입에서 "네 알겠습니다. 결제하겠습니다." 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였는데, 독특한건 그의 입에서도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번 해보시겠어요?" 라는 식의 종결 멘트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특이점이 있었다. 그의 영업 철칙인지 혹은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종결 멘트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통화가 2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진행이 됐었고 오랜시간 동안 통화가 길어질 수록 알 수 없는 책임감? 부채감? 마치 이렇게 까지 설명을 오래 들었으니, 당연히 '결제'로 통화의 마무리를 지어야만 될 것 같은 부담감 같은 것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이 부분을 염두해두고서 미리 이 상담자는 절대로 먼저 결제를 하시겠느냐, 어떻게 하겠느냐와 같은 종결 멘트를 하지 않는것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상담이 길어지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상담자가 아니라, 상담을 받는 사람에게 더욱 책임이 실리게 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옷가게를 갔을때를 생각해봐라. 대충 옷을 훑어보고 나오면 그다지 책임감 따위 없지만 점원에게 이 옷 저 옷 주문해서 피팅을 오랜시간동안 했을 때 무언의 알수없는, 마치 이렇게 까지 입어보고 헤집어 놨으니 이 옷을 사야만 할 것 같아. 라는 생각 때문에 어거지로 쇼핑하고 나온 적이 한번쯤 있지않나. 그런것과 비슷한 경우인 것이다. 즉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서 그는 본인이 절대 먼저 종결 멘트를 권하거나 하지않았고 고객 입에서 네, 결제해볼게요. 라는 말이 나올때 까지가 목적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절대 전화를 끊지않고 오랜 시간을 설명한게 아니었을까. 결국 나중에는 내가 결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라는 말로 사과하고 있었다는 것.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 사과할 일이 아닌데 말이다.

 

 

 

2. 타인을 부정함, 공포심 유발

 

그도 그렇고 또 다른 특이한 점은 통화내내 내가 하고 있는 영어 학습법을 싸그리 부정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좋은 어플들도 워낙 많고 유튜브에서도 정말 좋은 영어 채널들이 많기때문에 영어 학습을 하고자 하는 마음만 제대로 먹는다면 혼자서도 효율적인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다. 나는 꽤 오랜시간 혼자서 독학을 해 온 사람으로써 나름의 몇가지 방법들을 갖고는 있었는데, 이것들이 시간대비 얼마나 효율있는 방법이었는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절대 가치가 없었다고 판단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상담자는 내가 하고있는 모든 영어 학습방법들, 예를들면 전화영어, 영어스터디, 영어회화 모임 등등 이 모든 시도들은 다 부질없는 방법이며, 자기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습하는 동안은 그 모든 영어 학습을 다 끊으셔야 합니다. 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 이유는 자기가 만든 이 영어 학습 프로그램이 말하기/듣기에는 아주 최적화된 엄청난 프로그램인데, 다른 영어 학습과 병행하게 되면 안좋은 습관이 옳은 습관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하면 듣는 사람 입장으로써는 당연히 불쾌감을 느낄 것을 알고, 물론 이런 말 들으면 기분 안좋으시겠지만 사람이 원래 오랫동안 해오던 뭔가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잖아요? 라는 말로 예를 들며 (말하자면 공감해주는 척 하는 수법), 그렇지만 그것은 고집부리는 것 밖에 안되고 그 고집을 버리셔야 진짜 영어 말하기 학습을 제대로 하실 수 있다. 과감하게 그동안 해오던 공부를 다 버려라. 라고 굉장히 공격적인 화법으로 말씀을 하셨는데 마치 내가 지금 엄청난 학습 오류를 범하고 있고 오랜 시간 잘못된 학습으로 시간낭비를 하고있는데, 이 고집을 버리지 못하면 이 좋은 기회는 날아갈 것이며 너는 큰 실수를 하고있다. 나중에 그 잘못된 버릇들 고치려고 하면 더 많은 돈이 든다. 라고 말하면서 계속 내게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학습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다.   

 

 

 

 

3. 안심시키기  위한 수단과 방법들

 

하지만 그렇게 입을 털었는데 불구하고 나는 선뜻 그다지 결제해보겠다. 또는 사용 해보겠습니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통화를 하면 할 수록이 이 사람은 내게 알수없는 불쾌감을 계속 심어주고 있었고 그 것 자체가 잘못된 상담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뢰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 프로그램 가격이 60만원대인가 70만원대였고 그 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커리큘럼의 다른 프로그램은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었는데 할부가 가능하지만 할부는 이자가 붙기 때문에 2개월 정도까지만 분납 가능하도록 되어있다고 했다. 아무튼 결제를 하게되면,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학습하는 학습자들끼리 모아놓은 단체 카톡방에 초대되는데, 거기서 서로의 학습에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라고 하셨는데 뭔가 약간 이 부분은 사이비종교에서 흔히 하는 수법 비슷하게 느껴지더라. 다른 영어 학습법들은 다 끊어라. 라고 하는 것 부터 시작해서 이 영어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들 끼리만 모아서 서로 동기부여를 주는 패턴. 이게 어쩜 사이비종교에서 하는 수법과 이렇게 똑같은지, 주로 사이비종교에서 신도들에게 주변 사람들과의 컨택을 완전히 끊도록 하고 그들끼리만 모아놓고 서로를 호시탐탐 감시하고 그들끼리만 생각과 정서를 공유하도록 강요하지 않나. 여기서도 마치 그런 것과 비슷하게 자신의 영어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들 끼리만 모아놓고 서로 동기부여를 위한 피드백이라곤 했는데 내가 듣기에는, 다른 외부의 영어 학습 방법들은 다 차단해놓고 이 영어 프로그램에만 맹신하도록 하기 위해서 결제 한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기 위한 미끼같았는데 사실 사람 맘이란게 그렇다. 큰 금액을 돈을 지불하고 나면 내가 호구 당했다. 혹은 낚였다. 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정말 합리적인 소비를 한거야." 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 시작하게 되고 또 그런 사람들끼리 모아놓으면 지들끼리 "우리는 서로 잘 하고 있어요, 우리는 다 합리적인 소비를 했고 좋은 언어 학습 방법을 채택한 현명한 사람들입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그리고 쓴 돈이 아까워서 당연히 매일 매일 그 학습 프로그램을 켜놓고 공부를 하겠지. 근데 그 정도로 매일 성실하게 뭘 하면 ㅋㅋ 당연히 영어 실력이 오르는 거고, 그 프로그램 학습자들은 오, 이걸 쓰고나서 내 영어가 이렇게 실력이 올랐어. 라고 착각하게 되는거다.

 

 

 

4. 걱정해주는 척, 마음 써주는 척.

 

어쨌든 보기보다 내가 쉽게 넘어가지 않으니, 이 상담자가 나중에는 발작 버튼 누르면서 나한테 분노하는 경지까지 올라갔다. 아니 가격때문에 그러시면 한번 내고 해보세요. 라고 내게 제안했는데 이건 마치 거의 시비거는 것 같은 말투로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분이 했던 말을 최대한 비슷하게 떠올려 적어보자면, 

 

"근데 OO님 가격 때문 아니고 지금 본인 고집 때문에 그러시는거잖아요. 본인이 지금까지 해온 공부 방법들 미련을 못 놓아서  이러시는거잖아요. 뻔해요, 지금 그거 돈 때문 아니에요. 제가 몇 번 말해요. 나중에 그 나쁜 버릇 고칠려면 돈이 더 깨진다고. 제가 진짜 안타까워서 그래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또 주목할 부분 "안타까워서"라는 말.  이게 약간 "내가 너 걱정해서...." 혹은 "안타까워서..." 이렇게 걱정해주는 척 하면서 사실은 상대 까내리는 말을 은근히 주변에서 쉽게 자주 듣는 스타일인데, 여기서도 등장한다. 내가 또 이렇게 잘못된 학습으로 시간 허비하고 돈 낭비하는 거 보자니, 상담자로써 본인이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그런다. 라고 말 하는데, 아니 우리가 기존에 알던 사이도 아니고 생면부지한 남남인데 언제부터 날 알고 걱정했다고 안타까워서 라는 말을 쓸 수가 있는지. 내가 안타까운게 아니라 본인의 영업 실패가 안타까운거겠지. 

 


 

 

그 외에도, 상담 내내 등장했던 가스라이팅 멘트들을 아래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저는 그동안 몇만명에 달하는 사람들 스피킹 가르쳤고, 이쪽으로 어떤 큰 기업에서 주는 상도 받은 사람이다. OO님 언어 전문가세요? 본인 전문가 아니시잖아요. 그럼 제가 가르치는 방식을 따라오셔야죠."

- > 너는 존만이 이고 나는 전문가임. 즉 영어로는 너보다 내가 아는게 더 많은 사람이야. 그니까 토 달지말고 내가 해라는 대로 따라와.

 

"원래 30분이면 충분한 내용인데, 이렇게 까지 오래 상담 안해줘요."

-> 원래 30분만 입털면 충분한데 넌 뭔 고집이 그렇게 세길래 안넘어오냐.

 

"이렇게 고집 센 사람 처음봐요 진짜. (결국 니 고집이 문제다)"

->뭔데 안넘어오냐고. 

 

"결제하시면 대신 그동안 해오던 학습은 다 끊으셔야 합니다. 잘못된 학습과 병행하면 방해받아서 안되요."

-> 혹시라도 다른 영어 학습과 비교하면서 현혹되지말고 그냥 이거만 해라. 

 

"그럼 내고 해보세요, 가격이 부담이면 내고 해보시면 되잖아요."

-> 깎아주겠다고 하면 결제할래? 그럼 깎아줄테니 결제 해라.

 

 

 

 

 

 

결국 50%만 먼저 결제한 후에 사용해보고 별로면 그때가서 취소해주겠다. 라는 멘트가 나오는 걸 보니, 전형적인 사기꾼 영업맨이란게 확실해졌다. 아 뭐 물론 그 영어 프로그램이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닐 수도 있다. 저 사람 말대로 괜찮은 프로그램일 수도 있으나 큰 돈을 투자해서 그 프로그램을 구입하기에는 저 상담자의 상담 방식이 너무나도 공격이며 상대방의 감정을 조종하려드는 행색이 너무나 괴씸하다. 

 

 

아무튼 상담이 거의 그냥 가스라이팅 화법의 집약체 같은 수준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영어 프로그램이 얼마나 대단한건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체험해 볼 기회 따위도 없는 상황에서, (보통 프로그램 테스트라던지 그런 개념도 없이) 어떤 건줄 알고 단지 설명만 듣고 백얼마 하는 돈을 지불하여 사용하느냐는 말이다. 이래서 내가 입털어서 돈 버는 사람들 정말 별로 안좋아하는데 뭐 말로 돈 버는 사람들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상대방에게 신뢰감과 확신을 주기 위해서 쓰는 본인들만의 화술이란게 있긴 하겠다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이거는 그 정도를 넘어 선 수준이고 명백한 가스라이팅 화법을 활용한 영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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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타인이 조종하는 "가스라이팅"에 대한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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