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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이야기/인간_심리_사회

나의 마음을 타인이 조종하는 "가스라이팅"에 대한 내 생각.

by Fancy_sailor 2020. 2. 3.

 

 

 

가스등 (Gaslight, 1944)

개요 스릴러,드라마 

1948.04.21. 개봉 

114분 미국 

감독조지 큐커

출연샤를르 보와이에잉그리드 버그만조셉 거튼데임 ...수상정보

1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여우주연상, 미술상)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여우주연상-드라마)

내용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인 앨리스 엘퀴스트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되... 줄거리더보기

 

 

가스라이팅에 대한 사전적 정의 -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영화 '가스등'에서도 이 단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는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한다.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인지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가스라이팅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쉽게말해서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은, 잘못이 없는 상대방에게 꾸준히 "너는 잘못되었다." 혹은 "틀렸다" 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행하면서 상대방에게 혼란을 주고 결국은 상대방이 스스로 옳고 그름에 대한 자기 판단력을 상실하여 매우 의존적이게 되는 것. 그리고 그런 정신적 황폐함으로 인해 자존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심리적, 언어적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어쨌든 가스라이팅을 통해 가해자가 얻는 것은, 타인의 자기 판단 및 통제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하여 자신이 타인을 지배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냥 뭐 우리가 일상생활에 쉽게 하는 말로 "후려친다", "깎아내린다" 라는 말로도 어쩌면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대부분 그게 무슨말이야? 라고 했다면 요즘은 꽤 많은 사람들이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정확히 정의를 하진 못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다고 대답 할 것이다. 아무튼간 일반적으로 가스라이팅은 연인, 친구, 가족 등 나의 주변 곳곳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쉽게 당할 수 있는, 어쩌면 너무나도 빈번하게 겪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알려진 바로는 주로 평소에 소심하거나 주관이 약하고 수동적인 성격의 사람들이 쉽게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고 하는데  물론 충분히 그럴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동의하는 바이지만 나 같은 경우는 어쩌면 우습게도 그 반대 느낌의 가스라이팅도 존재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보통 너는 틀렸어, 너는 잘못됐어, 넌 잘 몰라, 넌 나약하고 내게 의지해야돼. 와 같은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심어주는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인데, 어쨌든 상대방에게 "틀렸다"라는 생각의 주입을 계속 하는 것이 맞다면 바로 이런 경우에도 가스라이팅으로 적용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나의 경험으로 예를 들어 말해보자면,

 

 

"너는 말할때 너무 직설적이야."

"너는 자기 주관이 필요 이상으로 강해."

"너는 팩트 폭력 잘 날리잖아."

 

 

중요한것은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잘못 했다고 몰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한걸 잘못했다고 뭐라하는데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는건 무리수가 있으니까. 솔직히 위와 같은 상황일때, 내가 욕을 일삼거나 과하게 직설적이고 무례한 언행으로 종종 남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입힌다면 그것은 '가스라이팅'이 아니라 내가 고쳐야 하는 내 성격의 일부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 "직설적"이라는 기준이 굉장히 애매모호 하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다. 내가 무언가 잘못된 것에 대해 말할때 팩트폭행 하는것도 사실이며 다소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성격이지만 나도 "아, 이정도면 상대방이 나를 무례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혹은 "상처 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정도의 필터링은 장착한 어른이란 말이다. 그정도 생각도 하지 못하는 철없는 애송이가 아니다.

 

처음에는 "아 그래? 아 정말? 내가 너무 그랬나? 너무 너무 과했나?" 말할때 좀 유순해 질 필요가 있나보다. 등의 생각을 하면서 남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는데 어느순간 생각해보니, 아니 그래서 내가 비속어를 남발한 것도 아니며, 잘못되지 않은걸 잘못됐다고 무리수 던지며 비난 한 것도 아니며 큰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내가 내 친구, 혹은 연인으로부터 "너는 주관이 너무 세잖아." , "팩폭 잘 때리잖아." 라는 말 때문에 말할때마다 스스로 자체 필터링으로 검열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어렵게 내뱉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지.

 

어느순간 내가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과하게 눈치 봐가며 말을 꺼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뭔가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이 뭔가를 잘못해서 내가 기분 상했을 때, 내가 그 잘못에 대한 기분 나쁨을 표현 할 때 마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상대방에게 조심스럽게 이 상황에 대한 부당함을 조곤조곤 설명해야 될 때. 왜 어느순간부터 내가 피해를 보고 기분이 나빠진 상황에서 마저 상대방의 기분을 심히 고려하면서 조심스러워야 되는 걸까? 그리고 되려 돌아오는 답변은, 사과가 아니라 "니가 또 니 주관대로만 강하게 생각하는거잖아."

 

이런 것들이 가까운 친구, 연인으로부터 반복되니까 처음에는 스스로 돌아보고자 했던것이 오히려 내가 잘못이 없는 상황에서 마저도

타인을 설득해야되고 나는 주관이 세고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이니까 애둘러 설명해야 하고 결국 어떤 말을 하든 조금도 강한 표현을 시도 하기 조차 힘들어지는. 아이러니하고 이상한 상황들이 연출되니, 그로인해 내가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주관이 강하고 다소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도 반복적인 가스라이팅을 충분히 당할 수 있다."

꼭 수동적이고 자기 주장이 약하고 소심한 사람들만이 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주관이 강한 사람은, 자기 생각만하고 남들의 의견을 1도 반영할 줄 모르는 독불장군식의 이기적인사람을 뜻하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자기 의견을 피력 하는데에 있어서 때로는 강하게 전달하고 때로는 팩트를 때릴 줄 아는 성격소유자를 뜻하는 거다. 절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을 칭하는 말이 아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로 연인과 다툴 때 가장 고통스럽다. 어느순간 내가 눈치보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눈치보는 내 모습을 발견했고 왠지 모르게 자존감이 낮아지고 상대방의 말이 잘못된 것 같은데도 그럭저럭 수용하고 동의하는 것 처럼 넘아가주고 고개 끄덕이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나라는 사람은 평소 지독히 팩폭 때리니까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나의 과거 연인이 수차례 내게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게 도를 넘어서, 사과받아야 할 상황에서도 마치 사과를 구걸해서 받듯, 내가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듣는 사람의 기분을 심히 고려하면서 의사전달을  해야했고 어차피 되돌아 오는 대답도 사과는 커녕, 딴소리였으니까.

 

 

어쨌든 나는 너무나도 다행히 내가 상처받고 무너진다는 기분을 받고 그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지만 내게도 타격이 꽤나 컸는지 한동안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결정적으로 이 관계를 끊을 수 있게 해준 사건이 있어서 그랬지만 사실, 그러기 이전에 단호하게 상황 판단을 하는게 여러모로 쉽진 않다. 특히나 연인사이라면 서로에게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감정때문에 때로는 많은 걸 양보하고 상대방과 타협하고 절충하기 위해 내게 잘못된 건 없는지 늘 노력 하니까. 나는 내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 했을 뿐, 필요 이상으로 내가 지적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나중에서야 할 수 있었다.

 

틀린것/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강하게 잘못됨을 표현 할 수 있고 말 그대로 팩폭 날릴수도 있다. 단지 잘못되지도 않은 부분을 폄하하고 비꼬우는거야 말로 틀린거지.  그게 어쩌면 가스라이팅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결론은 그냥 하고싶은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제시가 남긴 그 유명한 화제가 됐던 말 "니네가 몬데 날 판단해?" 라는 말을 갑자기 뱉었다고 해서 그 누구도 그 자리에서 "저기, 너무 표현이 과하시네요.", "자제하실 필요가 있어 보이시네요." 라고 대꾸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표현은 그저 표현 방식일 뿐이고 무례한말, 비속어, 의도된 비꼬우는 말, 큰 소리로 위협는 것 등등이 아니라면 말 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표현 방식의 일부 중 하나다. 특히나 잘못된 것을 보고 그건 잘못되었다고 강조하고 꼬집을 때도 그걸 두고 지나친 자기 주장, 자기표현, 팩폭 이라는 말로 여러번 사람을 무안 주는 것 역시 가스라이팅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사람이 부담스럽고 싫다면 그냥 안만나면 되고 친하게 안지내면 된다.

 

 

오지라퍼들은 가스라이팅을 행하지 않도록 부디 조심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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