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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이야기/인간_심리_사회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남성들의 잘못된 인지판단과 나의 생각_꺼내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

by Fancy_sailor 2020. 4. 4.

 

 

 

 

이 얘기는 사실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았고 나름 대로 가까운 친구 몇명에게도 공개 한 내 블로그에 굳이 사회적 이슈를 언급하여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마음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요 몇일동안 이 생각은 계속 나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불편한 생각들을 혼자서라도 분명히 정리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다.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터링을 장착하여 이야기를 조심스레 서술하겠지만 사실 마음 같아선 필터링 따위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그나마 필터링을 장착 하겠다는 것은 최소한의 이성과 예의를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랄까. 아무튼간 서두가 길었지만 결국은 내가 기피했던 그 단어를 입에 올려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n번방이다.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는 바로 그 뉴스. 굳이 n번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어떤 사건인지는 모두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그동안 많은 대한민국의 성 범죄 사건이 얼마나 우습게, 아무렇지않게 취급되어 왔는지 모든 성범죄 사건을 비롯해서 이미 승리 버닝썬 사건을 정점으로 대한민국의 국민들, 특히 여성들에게 그들은 큰 무기력감을 안겨 준 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말 그대로 정말 '무기력감'이었다. 다른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모르겠다. 이것은 수치심과 분노를 뛰어넘어 늘 법원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은 그 자체로 피해 여성들에게 또 한번의 2차 가해 및 정신적 폭력을 가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파렴치한 범죄자가 결국 아무렇지 않게 두발을 깎고 교도소가 아닌 군대로 도망치듯 입대 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확인해 버렸고 전 국민 모두가 그의 범죄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왜 누구도 그를 처벌 할 수가 없었는지에 대해서 아무도 답을 아는 사람이 없다. 도대체 왜? 그 무력감도 채 가시기 전에 (물론 그 와중에도 크고 작은 빈번한 일상속의 성 범죄는 언제나 늘 일어나고 있었다.) 가수 구하라와 그녀의 전 남친 최종범과의 법적 공방. 그리고 법원의 판결은 집행유예에 그쳤고 그 후 어느날 들려온 그녀의 자살 소식... 이 모든 기사들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 만으로도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은 충분히 심리적인 불안한 영향력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그때 그 판결을 내렸던 '오덕식' 판사 라는 이름을 주목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n번방 사건 역시도 구하라 사건을 맡았던 '오덕석' 판사가 텔레그램 성착취물을 유포한 대화명 '태평양' 16세 이모군의 재판을 맡게 된 걸로 또 한번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성범죄 오판 판사들의 성범죄 사건 배당 취소 및 금지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https://news.lawtalk.co.kr/issues/2007?fbclid=IwAR3pQKzCafHde3yyKWAVKGh7ZP6W-CXnx4Y6f9yX58Zk9lmGjsmdq-P7v8M

[단독] 'n번방 재판' 맡은 오덕식 판사, '성 노예 협박' 사건에도 집행유예

여성들을 협박해서 성착취물을 찍도록 강요하고 그 영상을 돈 받고 유포한 'n번방' 일당들이 속속 붙잡히면서, 관련 재판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박사' 조주빈의 핵심 공범 중 한 명으로 알려

news.lawtalk.co.kr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7448

N번방 조주빈 사건을 배당 받은 오덕식 판사와 이언학 판사 등 성범죄 오판 판사들의 성범죄 사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과 함께 갑니다.

www1.president.go.kr

 

 

사실 나는 n번방 사건 만큼이나 소름 끼치는 불편한 경험들을 주변을 통해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주변 친구 및 지인들과 같이 소속 된 단톡방에서 누구나 한번 쯤 얘기를 해본적 있을 거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이 사건은 솔직히 말해서 애초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다. 일말의 논쟁이 될 만한 여지가 1도 없으며 100%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존재하는 끔찍한 성 착취 범죄 사건임에 틀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마치 가해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공감하는 것과 같은 애매한 발언을 내뱉는 남자들이 존재 하는 것인지, 그런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내 가까이에 있는 지인이라는 것에 대한 당혹감을 겉으로 크게 티내진 않았지만 나는 적잖이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사실 그들 중 누군가 볼 수도 있을 이 글을 나름대로 허심탄회하게 용기내어 쓰는 글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주장은 똑같았다.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싸잡아 욕하지 말아라." 라는 얘기다. 나는 이 말에 100번 양보하고 100번 동의 할 수 있다. 나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남성인데 그들이 주장하는 '일부' 남성들의 범죄로 인해 정상적인 남성 마저 함께 욕받이가 되는것은 억울한게 당연한 일. 암, 그렇고 말고. 그러나 왜 그들은 다소 '분노'섞인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 하는 걸까. n번방에 대한 팩트는 인터넷 뉴스 기사를 통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26만명이라는 접속자의 숫자가 어디까지가 유료 회원인지 아닌지가 확실하지 않고 중복 회원수도 포함이 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 한들 어쨌든 몇만 이라는 숫자라는 건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몇만이라는 숫자 또한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아역배우 김유빈 페이스북 스토리.

 

 

 

이 사건이 부디 모든 남성에 대한 공포와 혐오로 번지지 않길 정말로 바란다면, 여성에게 모든 남성을 싸잡아 욕하지 말아라. 라고 퉁명스레 말하기에 앞서서, 팩트에 대한 사실을 먼저 인정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마치 여자들이 근거 없는 허황된 뇌피셜로 남성에 대한 '공포심', '불안감'을 형성 하는 것 마냥 취급 받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많은 남성들이 성 범죄에 가담 했고 같은 남성으로써 매우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정상적인 남성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라는 배려에 의한 호소가 아니라 그저 격앙된 말투로 "모든 남자 싸잡아 욕하는 여자들이 무척 짜증난다." 라는 식의 발언을 뱉는 남성들이 적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그들의 억울한 마음을 100번 이해하는 바이지만 내가 전달하고 싶은 말은 부디 우선순위를 먼저 인지 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분위기 파악 못하는 눈치없는 소리 하지 말라'. 는 말이다. 알겠는가? 너희들이 정말로 억울하다면 여성들에게 "싸잡아 욕하지 말라."는 분노를 먼저 표출 하기 보다, 범죄에 가담한 남성들을 향해 불만을 소리 쳤어야 한다. 너희들은 뭔데 멀쩡한 우리까지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받도록 남성으로써 수치스러운 범죄를 저질렀느냐. 라고 분노 하는 게 먼저 옳은게 아닐까. 

 

 

 

 

 

 

 

"전에 그런 트윗을 본 적이 있다. 남자가 전부 그런 건 아니니 걱정 말라고. 그럼 지뢰밭을 걸어가봐라.

전부 지뢰가 있는 건 아니니까 안심해라" 

 

너무나 비유 적절한 표현이라, 전에 저장해뒀던 짤이다. 어느 책에 쓰인 글인지에 대해서는 정보는 없다. 그저 인터넷에 떠돌던 이 사진을 우연히 보았고 세상에! 이만한 적절한 비유가 또 있을까 싶어 저장해뒀었다. 이렇게 설명하면 조금이라도 이해 할 수 있을까?

 

자, 그럼 이제 좀 더 유치한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다. 이 외에 또 다른 이의를 제기한 남성의 주장을 언급해 보려 한다. 뭐 이제는 설마 그런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초반에 n번방을 단순 '야동' 혹은 '포르노'와 비교해서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분명히 있었다. 물론 n번방에 대한 정확한 사실 이해 없이 초반에 그런 생각을 했던 남성들이 다소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오류를 범하는 사람이 없겠지. 라고 부---디 믿어본다. 애초에 포르노 배우가 등장하는 것과 성 착취 영상은 성격 자체가 다른 것이다. 돈을 받고 영상 촬영에 대한 사실 합의 후 제작 된 성인물과,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수준의 협박과 폭력으로 얻어낸 영상을 어찌 같은 선상에 두고 볼 수가 있다는 얘긴지.

 

그리고 어떤 커뮤니티에서 유연히 보게 된 게시물인데

"피해 여성들이 성매매를 목적으로 n번방에 접근했다면 피해자가 결국 피해자가 아닌 것 아닌가요.?"

 

벌써부터 여기에 대해 얘기 하려니 왠지 숨이 턱 막힌다. 어떻게 이렇게도 답답할 수가 있을까. '성매매'는 그것 따로의 문제이고 'n번방 성착취' 사건과 별개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설사 피해 여성중 누군가 성매매를 목적으로 n번방에 스스로 자발적으로 접근했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여성에게 가한 범죄가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피해자'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성매매였다면 그에 따른 처벌은 나중에 별개로 이루어져야 된다는 거다. 성매매로 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서 피해 여성들이 살해협박 받은 사실에 대해 입을 함구 하거나 숨기는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는 거다. 그래서? 그 피해 여성들은 처음부터 원하지 않는 영상촬영을 스스로 찍을 것을 협박 받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며, 칼로 몸에 글씨를 세기는 등의 위협적인 영상을 찍게 될 걸 예상하고 그 댓가로 돈을 벌기 위해 n번방에 접근했다는 말인가? 고액 스폰 및 알바 권유로 여성들을 유린했고 물론 그 제안에 동의 하고 접근한 피해 여성들의 어리석었던 판단도 지적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그것은 범죄의 본질적 처벌을 먼저 해결 하고 나서 비난 해 볼 문제다. 그래서 애초에 제시 했던 고액 스폰 거래가 이루어 졌냐는 말이다. 그래서 그 영상을 찍은 댓가로 돈을 지불 받은 여성이 있는가?

 

제발 더이상 말이 되지 않는 웃기는 소리로 피해 여성을 '피해자가 아닌'것으로 몰아가는 몰상식한 말을 뱉는 남자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피해자가 성매매를 하려는 목적이었으면 피해자가 피해자 아닌 것 아니냐?" 라는 말은 또 다른 말로, 매춘녀는 강간 당하고 살해 당해도 매춘녀이기에 피해자가 될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 시 할 수도 있다. 사실 애초에 성매매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면 이렇게 여성 혐오적인 말이 나올 수가 없다. 그들이 늘 크게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성매매녀 혹은 매춘녀 또한 성폭행을 당할 수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n번방 사건은 '매매'도 아닐뿐더러 100% 일방적인 성착취, 성범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피해자가 아닌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무엇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가해자가 저렇게 된 이유가 뭔가 있었겠지." 라는 발언을 내뱉은 누군가의 말에도 답변 하자면 그래, 단순 범죄의 목적과 범죄자의 심리, 범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의 표현 방식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정말 범죄자의 심리가 궁금해서 분석하고자 한 것이었다면 "저런 강력 범죄자들은 어떻게 생겨나는걸까?"라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이다. 저렇게 된 이유가 있겠지 라는 발언은 누군가가 듣기에는 간접적으로 범죄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옹호하는 것 처럼 충분히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눈치 없는 발언을 꼭 해야만 했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 궁금했다면 혼자 인터넷을 서칭 해보던지. 굳이 n번방에 대한 예민한 논쟁이 오가는 상황속에서 저런 말을 뱉었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저 눈치가 없고 할말 못할 말 구분 하지 못한다고 밖에 더이상 설명이 되지 않는다. 논쟁에 대한 회피성 발언이었다고 할지라도 이미 담을 수 없는 말 실수를 뱉어버렸다.

 

범죄에는 결코 타당한 이유는 없다. 그들에게 뭔가 이유가 있었다고 한들 그걸 이해해 줘야 할 가치도 없다. 그렇게 가해자인 남성의 편에 서서 쉴드 치고자 하는 공감능력이 있다면 왜 먼저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는 공감해 주지 않는가? 그게 그들이 말하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고 판단 방식인가? 이것이 내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이성적인 논리' 라 주장하며 n번방 엄벌을 반대하여 논란을 빚은 랩퍼 '심바 자와디' 인스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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