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인간관계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없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여러 이유에 의해서 사람을 정리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중요한것은 어떻게 정리하는것이 올바르고 건강한 방법일 것일까? 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꽤나 심오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내 인생에 다양한 변화와 발전이 생기는 만큼 인간관계에도 동시에 변화가 있었다. 즉 나를 위해서 불필요한, 불건전한 혹은 유해했던 인간관계들을 정리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단순 몇번의 사소한 다툼이나 오해로 섣불리 관계를 끊어버려야 겠다 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관계에 대해 심오하게 다시 고민하고 손절을 고려해본다는 것은 어쩌면 이미 그 관계는 훨씬 그 이전부터 뭔가 불편함이 있었을 확률이 크다. 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를 고민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1.손절을 하는 다양한 이유들

 

일단 왜? 그 관계를 정리하고싶은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발적으로 관계를 손절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무언가 쌓이고 쌓인 원인이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조금씩 쌓아오다가 어느순간 어떤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손절을 하게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단순 의견 충돌이나 갈등 때문이라면 그 갈등이 원만히 해소 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 그런 경우들은 대게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편이지만 손절을 해야만 하는, 필히 손절이 필요하다 여겨지는, 또는 최소 손절을 고민해봐야 되는 상황이란 어떤걸까.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기준으로 나름대로 나열을 해보았다. (여기서는 어떤 집적적인 싸움이나 사건이 계기가 되는 '확실한' 경우는 제외한다.)

 


 

(1) 내가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때.

(무시받는다는 기분/상대방의 무례함/선넘는 발언/불쾌함/불편함/나에대한 부정적인 평가만 함/칭찬을 전혀 하지 않는사람 등등)

 

(2) 결이 너무 다르거나 혹은 무슨 이유가 됐든 만났을 때 어떠한 즐거움이나 흥미를 찾을 수 없는 경우.

(특별히 기분이 상하는것도 아니지만 만났을 때 기쁨이나 반가움이 없다. 즉 그냥 명목상 친구관계 유지 느낌.)

 

(3) 서로 꼽씹는 추억의 해석이 너무 다를때.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내 모습으로써만 나를 취급하며 현재의 변화된 내 모습을 인정하지 않거나 부정하거나 깎아내리는 듯한 느낌 등등)

 


 

 

(1) 내가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때.

 

정말 다양하고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상대방의 무례함, 선넘는 발언, 가스라이팅 등등 이 모든 불쾌한 감정들을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묶어서 정리하였다. 이 부분은 너무도 당연한 부분이라 특별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겠다. 

 

 

 

(2) 결이 너무 다르거나 혹은 무슨 이유가 됐든 만났을 때 어떠한 즐거움이나 흥미를 찾을 수 없는 경우.

 

그리고 딱히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되는 문제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무엇을해도 그닥 즐겁지 않은 관계"를 뜻한다. 사실 이 경우는 뭐 그렇다고 손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친구사이라는 것은 사실 함께하면 즐거운가? 기쁜가? 편안한가? 이런 작지만 사소한 감정들의 공유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특별한것을 하지 않아도 만나면 즐겁고 기쁘고 편안하기 위해서는 꽤나 결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취미라던지 취향, 가치관, 생각 등등이 말이다. 어느정도 교류 가능한 관심분야나 교집합이란게 최소 있어야 하는데 정말로 아무런 교집합이 없는 친구사이라면 혹시나 그냥 명목적으로 이어가는 친구사이는 아닌가?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는 꼭 기쁜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서로 고민하는 부분이 비슷하거나 혹은 다소 어둡고 우울한 주제라 해도 공감대 형성이 잘 되서 대화가 잘 통한다거나 깊은 대화가 잘 이뤄지는 친구도 나쁘지않다. 즉 서로 슬픔이나 우울을 느끼는 결이 비슷한 쪽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물론 이 경우에는 조금 조심해야 될 부분이 있다. 너무 우울하고 딥한 부분들만 공유하다보면 결국 힘들때만 서로를 찾는다거나 또는 의도치않게 서로를 너무 '대나무숲'처럼만 이용해버리면 기쁘고 즐거운 소식에는 서로 공감해주지 못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튼 이런 부작용만 아니라면 깊은 대화가 잘 나눠지는 친구 역시 소중하다. 남들과는 쉽게 공유하지 못하는 감정과 생각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것도 아주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관계에서는 또 늘 주의해야될 것이, 그만큼 많은 깊은 부분을 공유한 사이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 관계의 틀어짐이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 나의 어두운 부분을 잘 아는 상대방이 그것을 약점 잡아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가장 좋은 방법은, 아 지금이라도 이사람의 실체를 알았구나. 라고 깨닫고 깔끔하게 손절하면 된다. 물론 상처받은 마음은 당분간 좀 아프겠지만, 정상적인 친구사이라면 둘 사이에 아무리 사소한 다툼과 서운함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동안 공유했던 감정들과 비밀들을 약점 잡아 공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 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고 그것을 어떤 계기로 늦게 깨달은 것 뿐이다.

 

 

 

(3) 서로 꼽씹는 추억의 해석이 너무 다를때. (변화한 현재 내 모습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

 

쉽게 말해서 나에게는 그 당시가 내 인생의 암흑기였으나 친구의 입장에서는 자기 인생의 황금기였을 때 라고 예를 들어 보겠다. 사실 이거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같은 순간을 살아가며 시간을 보내지만 각자의 사정이나 환경, 생각들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 시절 친구들을 다시 재회하고 만났을 때 발생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만큼 몸도 마음도 변했을 것이고 각자 나름대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 왔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어리숙했던 내 모습, 또는 암흑기였던 내 모습만을 회자하며 나를 웃음거리 만들거나 또는 끊임없이 '흑역사'라고 불리울 만한 것들을 건드리면서 깎아내릴 때 비로소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에만 자신의 영광이 머물러 있을 확률이 거의 백발백중이다. 그 시절이 본인의 가장 황금기, 리즈시절이었고 현재는 그에 비해 너무 초라하거나 보잘 것 없어서 죽을 때 까지 그때 그 과거의 영광만 안주거리 삼으며 얘기하는 것이다. 사실 자기 자신의 황금기를 추억하는 것 자체가 나쁜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서 비약적인 변화나 발전, 성공을 일궈낸 친구를 만났을 때 공격태세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일삼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이 부분은 (1)번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때에도 해당하는 디테일한 예제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사실 누구나 하나씩 부끄러운 기억이 있고 흑역사란것이 존재하며 우스갯거리로 농담삼아 그런 우스운 과거를 언급하면서 지금의 '용'(?)된 친구를 놀려먹을 수도 있지만 "무튼 너 정말 그때에 비하면 지금 정말 멋져." 라는 의미로 그런 과거를 운운하는 것과 그저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계속 들추며 내게 수치심을  주려고 하거나 현재의 모습을 질투하고 부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꾸 옛날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 이 두가지를 단호하게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 정말로 나의 변화를 칭찬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괜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나를 깎아 내리기 위함 혹은 남의 흑역사로 히히덕덕 거리며 안주거리 수준 삼기 위해 끊임없이 운운하는 것인지를 말이다. 당신의 기분이 묘하게 불쾌하고 언짢다면 분명 후자에 해당되는 경우일 것이다. 

 

 

 

 

2. 그래서 어떻게 손절을 해야돼?

 

결론은, 그래서 어떻게 손절하는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괜찮은 방법이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런 관계들의 문제를 알면서도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래도 다시 만들지 못하는 학창시절 친구라는 이유, 어떤 한 집단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꽤나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즉 친구 한명과의 손절이 아니라 나아가서 혹여나 내가 그 집단을 탈퇴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나만 혼자 열외되는것에 대한 두려움 역시 있는 것 같다.

 

사실 나같은 경우는 위의 손절 조건에 다 해당이 되지만 바로 관계를 손절하지 못하고 꽤나 오랫동안 인연을 유지했던 그룹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생각보다 자주 보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한 몫 했다. 그러나 1년에 한번 주기로 만나는 모임이나 관계라고 할지라도 만날 때 마다 항상 빠짐없이 내게 불쾌감을 주는 인물이 있다면 손절이 마땅하다. 사실 인맥유지, 인맥관리라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이러한 병든 관계들을 많은 사람들이 방치하곤 한다. "1년에 한번 보는 사인데 뭐, 그냥 넘어가자"라고 했던 것이 몇년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어쩜 만날 때 마다 내게 늘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우리 기억은 그 불쾌한 기억의 데이터를 고스란히 분명 기억하고 있고 그것들이 조금씩 쌓여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런 불만들을 토로하고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방법이다. 사실 이것은 손절 방법이 아니라, 관계유지를 위한 마지막 노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상대방이 정말로 내게 '악의없이' 저지른 실수라는 게 입증되었을 때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방법이지, 의도적으로 나를 불쾌하게 한 사람이라면 굳이 이런 시도 자체를 해야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미 성인이 된 인간이라면, 이미 그렇게 뒤틀려져버린 인성은 내가 말 몇마디 한다고 쉽게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이런 진심어린 토로를 했을 때 더욱 나를 소심한 사람 취급하거나, 더 우습게 여기게 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판단에 의해서 시도해보아야할 방법인 것이다. 아주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해결법 같지만 그만큼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보통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으며 멀리 하는 방법이다. 가장 부담이 덜하고 쉬운 방법이다. 사실 어차피 1년에 한번 정도 보는 사이라면은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은건지 조차도 모르게 더욱 더 조용히 손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로 일거수일투족 자주 연락을 하는 친구사이 였다면 이 방법은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티가 날 수 밖에 없고 결국 나의 불쾌감을 토로하고 손절하느냐, 그냥 알리지 않고 무대뽀로 손절을 취하느냐. 이 차이 정도인 것 같다. 대충 나열해보자면,

 


 

간접적인 방법 : 그냥 혼자 누구도 모르게 조용히 연락을 끊으며 쥐도새도 모르게 손절한다.

(단톡, 소셜미디어 다 연결되어 있지만 어떠한 소통도 하지 않고 심지어 먼저 연락이 와도 안읽씹 상태로 평생두기.

가장 간접적이고 수동적인 방법이면서 매우 회피식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간접&직접적인 방법 : 소셜 미디어 외 모든 연락망들을 언팔, 차단하거나 대놓고 읽씹 또는 단톡방을 조용히 나오는 방법

 

직접적인 방법 : 그동안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하고 약간의 언쟁을 주고받은 후 깔끔히 손절.

 


 

손절이란게 사실 뭐 별거 없다. 결국은 위 방법들 중 하나로 대게 손절하게 된다. 나는 저 세가지 모두 다 시도해본 바 있고, 오히려 나의 경우는 극강의 간접적인 방법을 가장 적게 시도해본 것 같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으나, 사실 대부분 저 단계를 그라데이션으로 거치게 되지않나 싶다. 아무튼 내가 결국  추천하고싶은 것은 결국 각자 성격대로 하겠지만 "지금 당장 내게 가장 데미지가 덜 오는 방법"을 선택하시오. 라고 말하고 싶다. 간접적인 방법은 손절이 가장 쉽고 편리할 순 있지만 끝낼 때 끝내더라도 하고싶었던 말 한마디 하지 못한거에 대해서 나중에 약간의 찜찜함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직접적인 방법은 정신적 타격과 데미지가 크다. 솔직하게 말 하는 만큼 크고 작은 언쟁이 분명 오고갈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후려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과한 에너지 소모로 여기질 수 있기 때문

 

결국 마지막 남은 간접&직접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것을 선택했을 경우에 상대방의 반응은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왜 손절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상대방이 다시 연락오는 경우 (대화시도)와 다른 하나는 상대방도 군말없이 손절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레 끝나게 되는 경우다. 대게 전자의 경우가 많지만 후자의 경우도 참으로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그 의미는 상대방도 그다지 그동안 내게 별다른 애정이 없었다, 별 미련이 없다. 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기 때문에 혹은 본인들의 자존심 때문에 연락을 취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뭐가 됐든 어차피 손절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자. 만약 상대방이 먼저 연락이 오는 형태의 전자의 경우라면, 간단&명료하게 의사를 밝히고 끊어내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만약 상대방이 혹시라도 사과나 화해의 의사  표시를 한다면 또 다시 고려해 볼 여지가 발생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깔끔하게 전달 할 말만 남기고 끝내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물론 여기서 상대방이 내게 사과하기 위해 다가온다면 또 그것이 얼마나 진심인지를 파악해야되겠지만, 사실 손절을 고려할 만큼 고민했다는 것은 이미 상대방의 무례함, 나와 맞지 않음 등등을 꽤 오랜시간 겪어온 것이기 때문에 잘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나는 우습게도 몇년의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연락이 오는 경우들을 경험했는데, 여기서도 사실 내 기준은 확고하다. 화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서로 흥분한 상태로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끝나버린 거였다면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풀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단호하게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라고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은 바로 그 당시 싸움에서 인신공격성 발언이 얼마나 있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나는 이 명확한 기준으로 다시 연락이 왔을 때 대화를 나눌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구분한다. 사실 예외적으로 인신공격성 발언이 있었음에도 정말로 진심으로 뉘우치고 미안하다고 바짝 엎드려 사과하는 흔치 않은 케이스가 있는데,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다지 속아넘어가지 않는 것을 추천하다. 정말로 어쩌다 개과천선하는 대단한 인물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인간의 인성그릇이라는 것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마무리

아무튼 인간관계에서 어떤 불쾌한 경험을 했을 때, 그 이후로 손절을 진지하게 고민 한다면 잠깐 물러서서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먼저 가져봄도 괜찮다. 조금 흥분이 가라 앉았을 때 오히려 가장 차분하고 이성적인 결정과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가라 앉고 나서도 여전히 손절에 대한 마음의 변화가 달라지는게 없다면 그 관계는 이미 가치를 잃었음이 분명하다. 나이를 먹어 갈 수록 오래오래 연락하고 평생 가겠지 생각했던 관계들도 하나 둘 변하거나 달라지고, 끊임없이 상대방으로 부터 상처를 받거나 실망하는 경험들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럴 때 현명하고 우아하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스스로 깨닫고 숙지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드라마 대한민국 141분
개봉 2023.11.22.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 군사반란 발생 그날,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10월 26일 이후, 서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것도 잠시... 더보기

 
 
 
영화리뷰 처음으로 영화 카테고리가 아닌, 인간/심리/사회 카테고리에 이 포스팅을 적는다. 이 리뷰에서는 영화의 역사적인 사실과 사건에 대한 집중적인 설명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인간상' 이라는 초점에 맞춰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째서 악인들은 죽기전까지 호의호식하며 살아가고 진정한 어른들은 고통속에 살다 단명하는 것일까. 이 영화가 내게 던져 준 가장 첫번째 아이러니한 의문은 바로 그것이었다. 아마도 나 뿐만이 아니라 관람한 모든 관객들이 그런 탄식을 했으리라. 역시나 이번에도 느낀 불변의 진실은 인간의 타락과 범죄는 매우 쉽고 빠르게 일어나지만 정직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심지어 타락한 인간들을 상대로 꿋꿋하게 정직함을 지켜내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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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인간학연구소 - 니체의 선물 (feat:세상에 사기꾼이 많은 이유)

https://youtu.be/wY4bW63lplA " 이상한 건 걔들이 아니라, 나였다. " - 지성은 개체 보존을 위한 수단으로서, 그 주된 힘을 '위장'(변장)을 통해 펼친다. 최근 다소 충격적인 영상을 접했다. 평소에 '길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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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내가 블로그에 '니체의 선물'이라는 게시글을 올린적이 있는데 그 게시글의 내용이 문득 생각난다. 인간은 원래 그러하고, 그렇게 살아왔기에 지금까지 생존해 올 수 있었다 라는 것.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당신이라는 인간이 어쩌면 돌연변이 일 수도 있다. 라는 내용이었다. 타락은 인간의 본능이고 누군가를 해하고 꾀하는 것도 결국 근본적인 생존의 본능과 전략이라는 얘기였는데 그 사상은 내게 꽤나 큰 신선한 충격감을 전해줬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본능을 거부하고 참된 어른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이야 말고 성숙한 고지능자에 가까운 인간형이 아니겠는가. 라는 개인적인 결론을 내렸었다. 그것이 본능이기에, (말하자면 성악설이라 불릴수 있는)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습니다. 라는 얘기는 적어도 아닐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고지능자, 현명한자, 성숙한자가 되는것이 당연히 타락하고 교양 떨어지며 치졸하기 그지없는 인간이 되버리는 것보다 당연히 어려운게 마땅하다. 물론 타고나는 성품의 차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인간은 후천적인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누구나 인생의 기로해서 나쁜선택과 좋은선택 사이에서 고민을 해봤을 것이고 여기서 말하는 타락하고 치졸한 인간이라는 것은 약간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좀 더 적정한 예시로 들어 보자면 '포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성숙한 자가 되는 것 보다 그냥 포기해버리는 것. 후자가 훨씬 간단하고 쉽고 빠르다. 그렇기에 소신을 지키고 정직한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진정한 참 어른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참 어른들은 언제나 그렇듯 치졸한 무리들로부터 늘 공격받기 일쑤다. 그들이 그렇게 정직하게 그 자체로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게끔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것이 질투인지 뭔지 정확히 잘 알수 없지만 질투심과 더불어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과 정 반대인 누군가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가 아닐까 싶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런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가지고는 있지만 절대 쉽게 넘어오지 않는 그들에 대한 어떤 분노와 열등감이지 않을까. 쉽게 말하면 자신과 다르게 반듯하고 우월한 멋진 누군가를 보면서 이유없이 증오하고 괴롭히고 싶은 수작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도 '전두광'이라는 캐릭터가 '이태신'에게 슬쩍 자신과 같은 배를 탈 의향이 있는지를 떠보는 장면이 나온다. 즉 "같은 편 만들기"를 시도 해 보지만 역시나 이태신에게는 어림도 없는 제안이었고 "육군은 모두가 같은 편입니다."라는 말만 돌아 올 뿐이었다. 이 장면에서 전두광의 표정을 보면 자신과 완전히 다른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그 이질감, 혐오감, 분노 등등 이런 모든 감정들이 섞인 묘한 표정을 짓는걸 확인할 수 있다. 
 
 

 
 
어쨌든 이 영화는 모두가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이므로, 언급하자면 슬프게도 악의 무리가 승리하는 이야기다. 흔히 영화 드라마에서 정의가 승리하는 해피엔딩들을 자주 보지만 이 역사적 사실은 너무나 마음 아프게도 정의가 악의 무리를 소탕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악한 인간이 권력을 쥐거나 어떤 집단의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 중 하나인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소시오패스나 나르시스트가 사회의 우두머리 집단에 많이 분포해 있다는 심리학적인 분석이 꽤나 설득력이 있는 부분이다. 그들의 두드러진 특징들을 정리해보자면 아마도 아래와 같지 않을까.
 


 
 
1. 이타심 결여 (이기주의)
2. 목표를 향해 물불 가리지 않는 무모함과 추진력
(목표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나쁜행동 일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3.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결여

4. 현저히 떨어지는 도덕성과 죄책감에 대한 감각

5. 근본없는 자신감 혹은 자기도취 (즉 자기객관화 어려움)
 


 
 
일단 기본적으로 그들은 이타심이 없으므로 본인이 얻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일단 인간으로써 이타심과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많은 것들을 동시에 고려하고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누군가가 피해를 보지는 않을지, 나의 행동과 결정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객관화를 수시로 시도하지만 반대로 악인들은 그런 의의를 따지지도 않을 뿐더러 애시당초 목표 설정 자체에도 결이 다르다. 흔히 인간이 누리고자 하는 소유욕, 권력욕, 물욕 등등 모든 쾌락에 대한 욕구와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뿐 자신의 행동과 결정이, 그리고 자신의 목표가 어떤 의의가 있고 어떤 이로움을 창조해낼 수 있는지 사회에 어떤것을 이바지 할 수 있는지 등등 이타적인 목표 설정은 조금도 없기 때문에 주변 환경과 사람들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저 내게 도움이 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조금 설득하면 넘어올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렇게 자기편이 될 수 있는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할 뿐. 우스운것은 그렇게 하고나서도 그런 악인들의 조직은 늘 내부 갈등이 일어나기 일쑤라는 거다.  (그들끼리도 서로 언제 등쳐먹을지 모르는 얄팍한 관계와 의리). 애초에 그들이 형성하는 인간관계라는것이 그저 힘의 서열과 정치질 그 뿐이니 말이다.
 
 
 

 
 
 
어느 세상이든 선과 악은 늘 공존하고 인간이라는 동물 자체도 완벽한 선, 완벽한 악은 없다. 모든 인간은 내면에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성숙하고 참된 어른이란것은 결국 어떠한 현혹 속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줄 아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팍팍해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점점 더 많은 '포기현상'이 나타날것이다. 아까 말했듯 성숙하고 참된 어른이 되는 길을 '포기'하는 것이다. 왜냐면 그 길은 꽤나 많은 노력과 인내심과 성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악인은 아니더라도 그냥 평범한 자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과 악 중간에 있는 평범한 대중들이다. 힘의 방향에 따라 충분히 어느쪽으로든 설득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사회가 팍팍할 수록 더욱 더 범죄나 혐오, 사기가 판을 치는 것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결국 자기자제력을 잃어버리고 악인이 되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 팍팍한 사회는 우리를 더욱 이기적으로 만들고, 더욱 더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기 때문에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단 물불 가릴 처지가 되지 못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라면 결국 이타심, 양심, 도덕 이런것들을 죄다 벗어던지고 당장의 '나의 이익'에만 불을 켜게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을 옹호하고자 하는것은 절대 아니다. 어찌됐건 범죄는 범죄이고 악인은 악인이므로 모든 나쁜 행위들에 그 어떤 이유와 합리화도 적용될 수 없다. 단지, 팍팍한 사회는 내가 아까 말한 선과 악의 그 중간에 있는 대중들을 좀 더 악으로 몰아가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본다.
 
 
세상이 어떤 모습이든지간에 나 자신은 절제력을 잃지 않는 '선'에 머무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하지만 그만큼 싸워나가야 할 적대적인 세력이 늘 도처에 깔려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쉽지않은 일이다. 적대적인 세력이라는것이 이 영화에서 처럼 뭐 대단한 적군을 뜻하는게 아니라,  이것은 그냥 우리의 일상을 말하는 것이다. 가족, 친구, 직장 이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는 쉽게 내게 적대적인 사람들을 발견해 낼 수 있다. 그런 외부 환경으로부터 나쁜 영향력을 받지 않고 건강한 마인드셋을 한다는 것이 지금처럼 각박한 세상속에서는 정말로 더 쉽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인이 될 것인가? 그렇게 쉽게 나 자신을 놓아버리고 형편없는 수준의 인간이 될 것인가? 라고 물음을 던졌을 때 뭐라고 대답하고 싶은가. 많은 사람들이 자기통제력을 잃지 않고 타인을 공감하면서 살아가다보면 훨씬 아름답고 큰 세상이 되어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니, 이타심 따위도 너무 거창하다면 그냥 어찌됐건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마인드셋은 "남에게 피해주지말자"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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