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지인분께 또 소중한 책을 선물 받았다. 마침 내 생일 날짜와 겹쳐서, 더욱 더 감사한 선물이 되었는데 한달반이 지나고서야 글을 올리고 있다. 아마도 인스타에서 활동하는 청년 시인들의 시를 차곡 차곡 모아서 발간한 책으로 추정되는데 내게 이 시집을 선물 해준 분도 마찬가지로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다.
"Sailing anywhere."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센스있게 써주신 문구가 있었는데 왠걸 저 짧은 문장 하나에 사실 꽤 깊게 감동 받았다. fancy sailor 라는 내 블로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자면 'fancy한것들을 무한하게 쫓고 찾아다니는 항해사'라는 의미로 만든 단어였는데 그 의미를 어떻게 알아채시고 "sailing anywhere" 라고 써주신 것이, 정말이지 큰 감동이었다. 그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곳,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자유롭게 항해하세요. 라고 마치 나를 북돋아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총 12명의 작가분들이 쓴 시가 엮여있었고 내게 이 책을 선물 해주신 작가님의 글은 제일 첫장에 있었다. 전반적으로 내가 느끼는 바는 이 책에 참여한 작가분들의 정확한 나이나 연령대에 대해서 전혀 아는게 아무것도 없지만 추측해보건데, 대부분 젊은 작가들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다는 내가 글을 읽으면서 느낀 느낌이 그러했다. 특히 그들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느껴지는 글들이 많았다. 자기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얘기, 혹은 타인에게 듣고싶었던 얘기들을 시로 엮어 자신에게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사랑과 죽음, 특히 죽음을 떠올리는 그들은 삶의 회의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또 그 이면에는 아직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생의 작은 기대, 일말의 희망 등등 이런 부분들이 왠지 청년 작가들의 감성에서 나온 것 같은 이야기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하고싶은 것과 해야되는 것의 갈등, 가보지 않은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 이 모든 부분들이 누구나 '청춘' 이라 불릴만한 젊은 나이를 살아가고 있다면은 꼭 한번 느끼는 나와 세상과의 갈등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요소들을 통해서 세상과 한참 맞부딪혀 살아가는 청년 작가들의 고뇌에서 탄생한 작품들일거라고 확실히 느꼈던게 아닐까 싶다.
내게 이 책을 선물해주신 작가님의 글에 대해서 무어라 한마디로 감히 평가하고 정의할 수 없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하자면 되게 아방가르드적인 시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패션으로 예를들어 설명하면 되게 실험적인 느낌이 충만한 하이패션, 약간은 심오하고 딥한 패션세계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분명 시라고 하기에는 다소 긴 분량으로 글을 '서술'하고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순간 순간의 짧은 영감과 감정들을 툭툭 묘사하고 내뱉는 이미지가 많았고 그래서 사실 첫장부터 어쩌면 약간의 '난해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어떤 형상을 딥하게 '묘사'하는 부분들 또한 많아서 내가 상상하면서 읽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라는 물음이 종종 들기도 했다. "굉장히 서술적인 글이지만 사실 매우 언어 감각적으로 감상하며 읽어내려가야하는 시"가 아닐까? 라고 감히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그래서 읽고 또 읽을때마다 마치 처음 읽어보는 것 처럼 늘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계속해서 다른 느낌으로 해석되고, 내가 '그렇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또 다른 순간 읽었을 땐 '아니다'라고 바뀌어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오묘하고 다채로운 느낌이다.
"방이라기보다는 어느 공간에 놓여있다. 놓임의 형태는 외따로이 혹은 버려져..... 이런 잡다한 묘사만이 유일한 벗이다. 공간 안에서 자유를 보장하지만, 공간이라는 한정이 줄 대신 그를 묶고 있다."
"생각이 많은 아이처럼 겉은 고요하지만 속은 무척이나 소란스러워 눈의 초점은 자주 흐릿해지고, 잔잔한 호수 같은 두 눈은 깜빡일 때마다 범람해 멍함이 눈가를 적신다."
"벽은 알게모르게 서랍과 벽장을 흠모했다. 그들이 가진 손잡이는 마치 꽃다발 같았고, 가득 품에 안고 싶었지만 수중에 없음을.. 참 많이 슬퍼했다."
"벽에 문고리를 그려 넣는다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지 탈출보다는 기투(企投)에 가까운 벗어남"
<벽에 문고리를 그려넣는 법 - 양승규>
"둔탁한 파열음에 더 이상 문 두드리지 못하고 그곁을 떠났다. 설령 그것이 벽이라도 문고리를 그려 넣을 자신 있었건만..."
"나는 표준에서 얼마만큼 벗어나 있을까 라는 의문은 곧 그리 가깝지도 멀리도 않은 어중간한 위치일 것이라는 답을 맞닥뜨리게된다. 마치 무언가를 씹는 행위가 곧 삼킴으로 연결되는 수순처럼 몹시 자연스러워, 그것은 훼손하는 게 꼭 죄악처럼 느껴진다. 자연스러움을 보호하는 성기사라도 된 마냥. 도중에 뱉지 못함은 허기진 자의 숙명이요, 맞닥뜨림을 주저하는 것은 반역을 꿰함과 같으니..."
"날이라고 규정된 시간의 다발은 가지각색의 묵묵함을 품었고, 그렇게 세계는 묵묵함을 축적해나갔다. 어딜 가나 곳곳엔 묵함을 목도할 수 있었으며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조용히 목도하는 것뿐이다. 이를 두고 조율사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이 완벽히 일치하는 사례라며, 담담히 말했다."
<조율사 調律師 - 양승규>
한 자 한 자 열정과 정성으로 창작하신, 소중하고 뜻깊은 책을 선뜻 선물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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