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있는 시간의 힘>
by 사이토 다카시
벌써 코로나 시대 3년째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길어질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그 과정에서 백신접종, 백신패스 등등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정책들이 많이 시행됐는데 그 정책을 따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또 한편으로 반대하는 소수 집단들도 존재한다. 어쨌든 이 책은 그 소수집단(?)에 소속이 되어 의도치않게 혼자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는 나를 위해서 친한 동생이 생일 선물로 보내준 책이었는데, 지금같은 코로나 시대에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혼자 있는 시간을 유연하게 보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위로나 지침서가 되어줄만한 책일까? 라는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대했던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내가 고작 이 책 한권으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 파악할 순 없겠지만 책의 초반부를 읽는 내내 '고독'의 시간을 건강하게 잘 보내는 방법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그와는 관계없이 '나르시즘'적인 감성에 심취하여 자신의 수준은 높이 사지만 타인의 수준은 깎아내리며 배척하고 쉽게 어울리지 않는 것, 그리고 그런식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버텨내며 자신에게만 시간을 투자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성공에 바람직한 방법인 마냥, 마치 성공한 아웃사이더가 외톨이 였던 시간들을 부정하고 그것이 대단한 '멋' 이라도 되는 것 처럼 이야기 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진짜 성장은 혼자 있을 때 가능하고 최소 무언가를 학습하는경우에도 스스로 공부하고 이루는 것이지, 누군가 알려주고 가르쳐줄 순 있지만 결국 그 누구도 대신 해 줄순 없는 것 처럼 말이다. 근데 저자가 초반부에 얘기한 고독한 시간은 뭔가 스스로에 대한 선민의식에 비롯된 생각이 많아 보였고 그런 방식의 타인과 거리둠은 그다지 긍정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작가는 '자기력'이라는 단어를 얘기했는데,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힘 그것을 자기력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실제로 작가는 어린 시절 "나는 이대로 끝날 사람이 아니야.","나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라."라는 생각으로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하지만 남을 미워하거나 혐오하진 않았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서 묻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거만함으로 분출되고 있었고 물론 칭찬받을 일이 아니었다고 본인도 말하지만 그런 기분이 뭔지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역시 작가의 강한 나르시즘이 느껴졌다. 내가 기대한 책의 내용은 타인과 단절하고 '고립된' 시간을 잘 보내기 따위가 아니라, 타인과 잘 소통하면서도 내게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하기 같은 얘기들을 생각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다보면 마치 집단에 잘 소속되고 대인관계를 잘 하는 사람들은 개인이 추구하는 성공이나 혹은 사회적 성공을 이뤄내기 어려운 것 처럼 단언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꽤나 나를 불편하게 했다.
"자신에 대한 기대가 높은 단독자는 담합으로 자신의 입찰 가격을 낮게 책정하지 않는다."
"높은 기대치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기력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힘은 '젊음'이라고 생각한다."
위 내용은 '모두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지 마라' 라는 챕터에서 발췌해온 글이며, '담합'을 나 자신에 대한 '입찰' 가격을 낮게 설정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 하는 것 부터가 저자의 '오만함'을 느낄 수 있는 결정적 대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모두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지마라. 라는 말은 통상적으로 모두에게 사랑 받으려고 너무 피곤할 정도로 애쓰지마라. 라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뜻은 담합을 함으로써 자신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짓을 하지 마라. 뭐 이런 내용이기 때문에 도대체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걸까?라는 의문만 남는 책이다. 뭐가됐든 작가는 그런 자기도취 스러운 오만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자기 성장의 주축 에너지 였던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았다. '자부심'과 '자만심'은 한 끗 차이인것을...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이 사는 것은 좋지만 그 저변에는 타인을 무시하는 태도가 깔린 것이라면 과연 그것을 긍정적인 에너지라고 볼 수 있을까? 글쎄 나는 잘 모 르겠다.
그리고 그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3가지를 말했는데 1.눈앞의 일에 집중한다 / 2.원서를 읽거나 번역을 해본다 / 3.독서에 몰입한다. 이 세가지중 3번째 독서에 몰입한다 부분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주로 고전 소설이나 철학도서들을 즐겨 읽었는데 니체를 읽으면서 정신적 멘토로 삼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기뻐했고 그들도 본인에게 호의적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내용이 나왔다.
"나는 책이 마음에 들면 '내가 책(그들)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살아 있었다면 나를 이야기 상대로 아주 흡족하게 생각했을 것이고 분명 대화를 나누면 즐거웠을 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앞서 끝난 줄 알았던 그의 자아도취성 발언에 또 한번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분명 돌아가신 니체는 아무런 생각도, 이 책의 독자가 누군지 따위도 알지 못했을텐데 그들에게 자신이 선택받은 것 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는 저자의 말에 조금은 낯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무튼 이 나르시즘 충만한 내용이 책의 초반부 부터 등장했고 겨우 몇 십 페이지를 읽었을 때 나는 이미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선물받은 책이기도 해서 끈기를 갖고 좀 더 읽어 보았다. 결론적으로 혼자있는 고독한 시간을 유용하게 잘 활용한 여러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들, 어떻게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뜻깊게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 책의 거의 끝 부분에는 외로움, 고독과 싸워 이겨내는 주제의 소설책 여러권을 서너 줄 넘짓한 짧은 글로 추천하는 내용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그냥 좀 담백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는지에 얘기하면서 동시에 그러면서도 쉽게 우울에 빠지거나 고립되지 않는, 건강한 밸런스 맞추기에 대한 얘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나 작가의 '자기애' 충만한 사상이 은근슬쩍 내포된 책일거라고는 예상을 하지 못했고 혹시나 이 책 역시도 그가 스스로 얼마나 수준이 높고 교양이 있는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나는 나의 고독한 시간을 이렇게 우아하게 잘 보냈다 라는 자기 자랑질을 목적으로 출간한 책은 아닐까 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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