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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일상/냥이와 수족관

고양이털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집사의 넋두리

by Fancy_sailor 2019. 5. 5.

 

 

나는 애묘인이다. 나는 2011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야옹이를 반려묘로 키우고 있다.

 

우리 고양이는 약 올해로 7세다.

약 7세로 어림잡아 추정하는 이유는 업둥이었기 때문이다.

차 밑에 있는 손바닥만한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지금껏 기른게 벌써 7년의 세월이 지났다.

 

고양이를 7년째 기르고 있는 집사인 셈이다.

좀 더 중요한 사실을 덧붙여 말하자면 나는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는 집사다.

원래 있었는지 키우면서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속적인 코막힘과 재채기에 시달리다가 

( 그 외 가려움, 눈 점막 부어오름 등등 피부병 까지 포함. ) 병원에서 피 검사 해본 결과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원래는 두마리의 고양이와 동거중이었는데 사실 피부병이 점점 날로 심각해지고 알러지 반응도 예민해져서

병원비도 병원비였지만 사실상 나는 경제적으로 그렇게 좋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모든 개인사를 다 적어내릴 순 없지만 몇년동안은 안정적이지 못한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했었고 나같은 경우는 가족들이 다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동거는 하지만 반려묘의 케어에 관해서는 모두 전적으로 내가 경제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직장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우리 고양이들 살림살이도 똑같이 위태로운거나 마찬가지 였다.

 

냉정하게 말하면 나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입장이었고 그런 내가 두마리의 고양이를 책임지고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힘들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될수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었는데 어느순간, 그 스트레스가 절정을 치닫는 순간이 었었다. 고양이 두마리 중 한마리가 심각한 요로 질환에 걸리면서 거의 처음 1년 동안 방광염을 치료 했다가 다시 재발했다가를 끊임없이 반복하더니 결국 더이상은 치료가 어렵고 나아지지가 않게되자 수술을 할수밖에 없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요로 결석 제거 수술을 하면서 병원비 70만원이 훌렁 나가고 내 피부병도 점점 심각해지고 매우 난장판인 때가 있었다.

 

그때 두 마리 모두 새로운 집사를 찾아서 보내줘야 겠다는 결심을 했었고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 중에 고양이를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여기저기 인터넷으로 글을 올리고 알아보던 중에 엄청나게 욕도 많이 먹었다.

"책임 지지도 못할 생명 왜 키우기 시작했냐"  부터 시작해서 "무책임하다, 동물이 불쌍하지도 않느냐."  꽤 많은 댓글이 달려서 거의  다 읽어 보았는데 나중엔 어느 순간 댓글 단 사람들끼리 싸우고 있더라.

 

"사정도 모르면서 글쓴이를 나쁜사람으로 매도 하지 마라.",  "최선을 다했는데 경제적 상황과 피부병, 알러지가 더이상 감당이 안되서 슬픈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사람한테 무조건 적으로 동물 버린 사람 취급은 아니다."  등등...

 

결국 고양이 카페에서 좋은 분이 연락와서 한 마리를 데려 가겠다고 했을 때 사실, 반가움 보다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입양자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아서 그 역시도 나에게 힘든 시간이었는데 막상 누군가가 데려가겠다고 연락이 오니,

진짜 헤어짐이 그제서야 실감이나서 전화 받고 회사 화장실에서 몰래 혼자 울었었다.

 

 

 

왼쪽 아이가 입양 간 흰 고양이고 오른쪽 아이는 입양자 분이 함께 키우는 또 다른 냥이

 

 

 

그렇게 나에게 가장 큰 알러지 고통?을 주었던 흰 털 단모 고양이였던 아이가 새로운 입양자를 만나 떠나가고

나머지 남은 고등어 태비 고양이는 지금까지 현재  나와 동거중이다.

위 사진은 약 1~2년전 입양자분이 우리 고양이 "잘 지내는 근황" 알려주신다구 보내주신 사진.

 

그럼 여기서 의아한 부분이 발생한다. 아니, 보낼거면 둘다 보내야지. 알러지 있다면서 왜 한마리는 보내고 한마리는 데리고 삼?

 

그 이유는 고등어 태비 야옹이는 앞서 말했던 요로 질환으로 수술 이력이 있는 아이였고 입양을 보낼시에 아이의 모든 기본 정보 포함,

아픈적이 있었다면 그 병력까지 세세하게 작성하는것이 당연한 원칙이다. 중성화한 뚱뚱한 수컷 고양이에다가 요로 결석을 제거한 병력이 있고 요로 질환 특성한 언제든지 또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거의 평생을 두고 케어해줘야 하는 만성질환이나 다름이 없는데

그런 아이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런 병력이 있는 아이를 입양 보내겠다고 글을 올렸었던 나 자신도 너무 마음아프기 그지 없었다.

뻔뻔하고 염치없는 일이기도 하다. 흰색 단모였던 아이는 아무 병력이 없었고 5년을 함께 지내는 동안 감기 하나 안걸리고 건강하게 자란 반면 고등어 태비 냥이는 어릴때부터 몇번씩 잔병치레도 겪고 한때는 곰팡이 피부염 때문에 내 피부 까지 옮아서 나도 같이 고생 한적도 

있었다. 그리고 요로질환 이라는 반 만성질환에 이르기 까지.. 

 

어쨌든 한마리를 보낸 이후로도 여전히 나는 알러지에 시달리고 있지만 독특한 사실 한가지가 있는데,

고양이에 따라 알러지 반응의 정도가 각각 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게 무슨말이냐면 어쨌든 똑같은 고양이라는 개체이지만

'이 고양이랑 있을 땐 그래도 알러지 반응이 좀 덜한데 저 고양이랑 있었을 땐 알러지 반응이 너무 예민하게 나타나더라.' 

와 같은 조금 특이한 상황이 내게 나타나더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니 고양이 알러지면 그냥 다 똑같은 알러지지. 얘는 괜찮고 쟤는 안괜찮고가 뭐야? 할수있는데 나도 잘 이해가 가지않고 확실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실제로 흰 냥이는 고등어 태비 냥이보다 털 빠짐도 더 심했고 털이 더 뾰족하고 굵고 모질이 센 아이였다.

단순히 2마리 냥이의 털을 감당하다가 1마리로 줄었으니 알러지가 조금 덜해진건 당연한 얘기일수도 있다.

그런데 좀 더 정확히 이 독특한 사실을 깨달은 것은, 전에 사귀던 남자 친구네 고양이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훨씬 예민하게 나타난다는 걸

알았을 때였다.

 

 

약 몇년전에는 내가 키우지 않는 '다른 고양이'와 오랫동안 주거 공간에 머무를 기회도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내가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그 남자 친구도 나를 통해 자연스레 '집사'가 되고나서부터 처음으로 내가 키우는

고양이 외에  '다른 고양이'와 꽤 오랜 시간을 같이 주거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발생하니, 집에서 내내 우리 고양이와 함께

있을때는 겪지 못했던 고양이털에 대한 매우 즉각적이고 더 강한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더란 사실이었다.

 

"아, 이 고양이랑은 좀 괜찮은데, 저 고양이랑은 좀 안맞네?"

 

와 같은 이상한 말이 정말로, 실제로 발생하더란 말이다.

내가 짐작하기로는 7년을 나와 함께 지낸 고양이에 대해서 여전히 아직도 알러지를 겪긴 하지만 매우 만성적이라서 적응된 면도 있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약간의 적응된 동물에 대한 면역?이 생긴게 아닐까. 면역이 아니고 그냥 '익숙함' 일 수도 있고.

무튼 새로운 다른 고양이와 오래 머무를 때 미친듯한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서 매우 당황 스러웠었다.

 

지금도 사실 나는 연신 코를 킁킁, 훌쩍 거리면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인데 '킁킁'거림은 나에게는 이제 그냥 일상이다.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면 늘 코 점막이 하얗게 부어있고 편도나 인두가 붓는 것도 환절기때는 꼭 겪는 절차가 되었고

그러다가도 잠깐 괜찮은 순간은 또 살만하다 생각하며 그냥 그렇게 그 루트를 매번 반복 하며 살고있다.

 

아. 지금 키우는 아이 만큼은 내가 책임지고 키워야 되겠구나. 내가 알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얘는 책임지고 살아야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나는 알러지를 안고 함께 동거중이다.

 

 

 

나와 동거중인 우리 고등어태비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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