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옹이 털 깎는 날 & 목욕
이맘때쯤 되면 고양이 심장사상충이랑 털미용을 해야하는 시기다. 털 미용은 사실 몇년전부터 꾸준히 집에서 내가 직접 해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샵에 맡기기에는 너무 성격이 예민한 아이이기도 하고 그런 아이들의 경우엔 수면마취를 하고 미용을 진행하기 때문에 굳이, 털 미용을 위해서 수면마취를 하자니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종종 내가 미용을 해왔다. 어쨌든 요즘 부쩍 날이 더워져서 오랜만에 우리 냐옹님 털도 깎이구 대대적으로 목욕을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9년차 집사 생활이지만 아직도 바리깡 미는 실력은 여전히 늘지가 않는다ㅠㅠ 어쨌든 오랜만에 바리깡 기계를 꺼내서 충전을 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지 알지 못한채 세상 모르고 꿀잠자고 있는 울 냐옹이를 언제 건드려볼까 호시탐탐 지켜봤다.
일단 조심스레 빗질부터...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엄청난 털을 뿜어댔다. 등쪽에는 스스로 그루밍을 잘 못하다보니 등부분에서 떨어져 나온 털에는 약간의 각질, 비듬도 함께 붙어있고 목욕이 시급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빗질을 여기서 백번을 더해도 털이 끊임없이 뽑아져 나올 것 같아서 적당히 마무리하고 얼른 바리깡으로 미는 단계에 들어갔다.
(주의 : 고양이 학대 사진 아님)
등부터 천천히 밀어주는데 역시나... ㅠㅠ 고르게 잘 깎여지지 않는다. 매끈하고 고르게 털이 깎여야 되는데... 늘 그래왔던것 처럼 들쭉날쭉 깎이는게 바리깡 미는데엔 집사가 영 소질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좀 더 많이 깎이고 나면 괜찮겠지. 완성작은 괜찮을거야 :) 라고 애써 스스로 합리화 하면서 좀 더 깎아보았다. 사진에는 마치 냐옹이가 얌전히 앉아있는 것 같지만 사실 계속 울어대고 움직이는 바람에 어르고 달래면서 깎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완 성 ★
냐옹이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수묵담채화처럼 곳곳에 명암이 다 다른것이 오늘 미용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꼬리 깎이는게 정말 제일 고난이도 인데 발로 꼬리를 살짝 밟아서 깎였더니 엄청 극대노해서 꼬리도 썩 내 맘에 들게끔 깎이지 못했다. 그냥 관상용으로는 실패한 미용이지만 '여름나기' 목적으로 어쨌든 더운 털을 걷어주었으니, 실용성으로 따져봤을 땐 아마도 매우 성.공.적... (합리화)
다리, 배 부분은 솔직히 깎아낼 엄두도 못냈다. 감히 그곳은 건드려 보지도 못했고 사실 등, 엉덩이, 꼬리 쪽으로만 깨끗하게 밀어줘도 털날림이 훨씬 줄어든다. 그래서 배는 남기고 등판만 밀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완성됐는데 아마 전체적으로 이쁘게 다 깎였다면 더 많은 털이 나왔겠지... 일단 이게 1차 미용이고 이제 앞으로 몇날 몇일을 두고 조금씩 천천히 깎이면서 나머지 깎이지 못한 부분도 완성해야 될 것 같다. ㅠㅠ
마지막 단계 - 목욕하기
(주의 : 고양이 학대 사진 아님)
목욕중엔 감히 사진을 찍을 타이밍을 찾을 수가 없으므로 욕실 욕조에 넣어주고 바로 몇장 찍은게 전부다. 사진만 보면 왠지 꽤 평화로워 보이는데 실제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ㅜㅜ 화장실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는거는 기본이고 진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엔 목욕중에 똥싸는 일도 빈번한 녀석이다. 다행히 오늘은 똥은 싸지않더라. 똥 싸기 전에 초스피드로 목욕을 얼른 끝냈다. ㅠㅠ
내가 사실 뭘 해도 그렇게 똥손은 아닌데 왜 바리깡 만큼은 유독 똥손인지 모르겠다ㅠㅠ 미안해.... 그래도 올 여름 시원할거야... 1년에 한두번 꼴로 미용을 하니 9년을 집사노릇해도 영..바리깡 실력이 늘지 않는다.ㅠㅠ 바리깡에 문제가 있는건가? (장비탓하기) 아무튼간, 울 냥이가 시원하면 된고지 뭐. (합리화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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