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한국 | 드라마 | 2019.10.23 개봉 | 12세이상관람가 | 118분
줄거리 1982년 봄에 태어나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2019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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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역대 179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한때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됐었던 영화 '82년 김지영'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개봉 당시의 분위기를 떠올려 보면 별점 0.5점 테러와 동시에 별점 5점을 왔다갔다 하며 극단적인 평가들이 줄지어졌고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일단은 방목한채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별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뭔가 물어뜯고 뜯기는 빅 이슈가 있을 때 나는 약간 물러나서 보는 경향이 있다. 어느정도 관심을 갖고 주시하기는 하지만, 당장 어느 쪽에 동참해야 해야되지?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잠깐 관심을 닫아놓고 멀리서 보게 되는 편이라고 해야될지. 특히 82년생 김지영 같은 경우는 영화화 되기 전부터 워낙 유튜브와 sns상에서 자주 이슈화 됐던 작품이기도 했고 페미니즘이니 뭐니 하면서 인터넷상의 젠더 갈등의 이슈 속에는 꼭 한번쯤 이 작품이 언급되는 것을 심심찮게 자주 봐올 수 있었다. 정말 많은 페미니스트들 부터 안티 페미까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에 대해 리뷰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종종 체험해 왔었고 그로인해 언젠가는 꼭 한번 나도 봐야지. 했던 영화를 드디어 이제서야 보게되었다.
이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짧고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느껴진 부분은 그다지 찾을 수 없었고 흔하디 흔한 지극히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기반으로 과장 없이 사실 그대로를 묘사 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몇몇 극단적인 별점 테러 리뷰어들이 이 영화가 젠더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있으며 심각하게 여성 피해 의식적인 관점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이유로 악평을 늘어 놓았기에, 얼마나 그 과장이 심했으면 페미니즘 영화가 되려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니... 궁금증을 갖고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어찌 보게 된 후 내가 느낀 바는 도대체 어느 부분이 과장되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김지영'이라는 캐릭터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써 살아가면서 흔히 겪는 많은 일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남아선호 사상. 어머니 세대의 남아 선호 사상은 물론이고 주인공이 '딸'로써 성장하면서 겪은 남아선호 사상으로 일한 결핍, 학창시절에 겪은 성추행 경험을 제대로 위로 받지 못하고 되려 본인의 잘못인것 마냥 아버지로부터 꾸지람 받은 것, 또 대학 입시 문제로 가족들과 얘기하면서 "여자는 어차피 나중에 결혼해서 시집이나 가면 그만이야."라는 말을 통해 아버지로 부터 또 한번 차별을 당하고, 성인이 되고나서는 육아로 지친 주인공 대신 남편이 육아 휴직을 대신 써주겠다는 말에 신이 나서 다시 사회생활 재개를 꿈꾸었지만 이내 시어머니로 부터 "니가 나가서 벌어봤자 뭐 얼마나 벌어온다고"라는 핀잔을 들은 것, 직장 내에서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남자 동기들 보다도 늦게 진급 하는 것, 직장 내 흔한 남자 상사의 성희롱 및 여자 화장실 몰카 사건, 카페나 길거리에 아기 데리고 나갔을 때 들었던 '맘충'이라는 비난 등등...
그 어느것 하나 과장 된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고 겪는 '평범하기 그지없는'수준의 일상 이야기이며 지금도 매일 매일 쉽게 접하는 단어들과 이야기들이 아니었던가. 나는 뭐, 특정 부분을 더 확대 해석 했다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왜곡하고 포장해서 해석 한 부분이 있어서 논란이 되었던걸까? 싶었는데 어쩌면 영화는 현실보다 수위가 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일단 영화속에 공유가 맡은 '대현'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이상적인 남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영화가 더 현실보다는 덜 자극적이고 그나마 순화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극 중 '지영'이는 사려깊고 이해심 많은 '대현'이라는 남편을 두고 있었기에 그만한게 천만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실제로 '지영'이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모든 남편이 '대현'처럼 행동하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분명히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허다할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영화가 오히려 수위를 조절 한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우울한 현실을 반영한 막장 스토리로 치닫는다면 '대현'이 '지영'을 맘껏 나무란다던지, 남편/아빠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중간에서 시댁 갈등이나 더욱 조장하는 '핵답답' 캐릭터로 등장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 관객들 중 일부는 중간에 영화 보기를 포기하고 여기저기서 '암 걸릴 것 같다'는 호소를 내뱉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영화속에서 '대현'의 존재는 '지영'에게도 '관객'에게도 작게나마 숨 통 틔이게 하는 희망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매일같이 젠더 싸움과 남녀 갈등이 빚어지는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 작가가 바라는 건강한 남성성의 모습을 '대현'을 통해 표현하고 그것을 대한민국 남성들에게도 영화를 통해 추구하고 변화하기를 어쩌면 기대 했던 것 아닐까 라고 짐작을 해보았다.
어쨌건 독단적인 '여혐주의자'들의 '안물안궁'식의 일방적인 평점 테러와 악평은 관심 가질 필요도, 신경 쓸 가치도 없다. 하지만 그 중에도 나름대로 공감 할 수 있었던 비평도 있었는데 영화속의 '맘충'에 대한 표현이 일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극 중 '지영'이가 아기 유모차를 끌고 나가서 카페에 음료를 주문하려고 줄을 서고 있는데 주변에 왠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영을 보고 '어휴..맘충' 이라고 다짜고짜 동료들과 함게 험담하는 장면이 있다. 사실 원래 '맘충'의 의미는 아기를 낳고 육아하며 살림살이하는 여성을 모두 싸잡아 비하하는 말이 아니다. 예를들어 공공장소에 아기를 데리고 나왔을 때 누가봐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아이가 위험하게 뛰어다닌 다거나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를 제제하거나 훈육하지 않는 엄마들, 아기 기저귀를 보란듯 식당 테이블에 버려두고 간다던지 그런 파렴치한 짓을 일삼아 하는 '엄마'들을 보고 '맘충'이라는 혐오 단어가 생겨났던 것인데 영화에서는 그저 '지영'이 커피를 주문하려고 유모차를 가지고 줄서고 있을 뿐인데 옆에서 '어휴 맘충' 이라고 욕하는 상황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비판이었다. 혐오 표현이 그만큼 빈번하게 만들어지고 쓰이다보니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마저 잘못 쓰이게 되는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 선택으로 실수를 하는 몰상식한 인간들이 있기에 영화에도 등장한게 아니었을까 싶지만..
'맘충'이라는 표현까진 아니더라도 또 다른 장면에서 '지영'이 아기 유모차를 데리고나와 벤치에서 커피 마시며 쉬는 장면이 있었는데 왠 남성이 지영을 보고 그저 '팔자 좋다~', '나도 저렇게 남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쉬면 참 좋겠다.' 라는 식으로 주부를 비하 하는 그 장면에서 처럼 흔히 바깥일 하는 남자들이 잘못 생각하는 '집에서 놀고 먹는 여자'라는 부정적인 엄마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비판 하고자 한 것이 '맘충' 이라는 단어를 가져오면서 일부 '그들을' 부정적으로 자극 했지 않나 싶다.
아무쪼록 '82년생 김지영'은 내가 본 바로 절대 젠더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조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또 어떤 리뷰어의 말처럼, '82년생 김철수'라는 영화가 나온다면 사회속에서 겪는 남자들만의 고충을 우리는 충분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싸이의 노래 중에 '아버지'라는 곡이 있다. '아버지의 무게' 혹은 사회에서 남자들만이 갖는 '책임감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들도 많고 많은데 왜 굳이 '엄마' , '주부'로써의 고충을 담은 영화에 대해서는 앞 뒤 가리지 않고 거센 비난을 내리꽂는 '그들'의 이유가 뭔지. 참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는 젠더갈등 조장이 아닌, 일상속에서 무심코 겪게 되는 여성으로써, 엄마로써의 많은 차별에 대해서 그 고충을 있는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해주며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그것은 남,녀 불문하고 함께 노력 해 나가야 하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아직 나는 미혼의 여성임에도 많은 부분들을 깊게 공감하며 정말 가슴 아프게 본 영화다. 부디 이 영화를 보고 남녀 갈등 조장이 아닌 서로 다르고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고 개선해 나가는데에 큰 의미와 가치를 둘 수 있는 남성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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