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2018) And Your Bird Can Sing, きみの鳥はうたえる

평점8.1/10 드라마 일본 2020.04.16 개봉 106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미야케 쇼(주연) 에모토 타스쿠이시바시 시즈카소메타니 쇼타

 

 

 

이 영화를 보고 짧은 평을 하자면 마치 이러하다.

"외로운 청춘, 공허한 청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와 사치코. ('나'의 이름은 영화가 끝날때 까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둘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서점의 매니저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던 사치코는 그와 관계를 정리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 동거하는 친구 '스지오'. 스지오는 딱히 일하고 있는 곳이 없다. 가끔씩 아픈 엄마로부터 연락 오는 일이 전부다. '나'와 '스지오'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을 시작으로 함께 동거하게 되었다. 이 후, 셋이 함께 어울리며 그저 웃고 떠들며 살아가지만 그런 와중에도 셋은 우정과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 나간다. 

 

 

 

 

 

 

굉장히 일본스러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시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 흔한 젊은이들의 모습,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풋풋한 여름날의 분위기를 매우 잘  표현한 영화.  짧은 시놉시스에서도 충분히 '일본스러운' 설정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는데 1. 니트족처럼 살아가는 세명의 친구들. 2. 매니저와 불륜관계를 지속해 온 사치코 3.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언제 그만둬도 상관없다는 듯 그닥 근태가 좋지 않은 '나' 4. 현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시즈오. 이런 캐릭터 설정과 상황 설정들이 참으로 일본스럽다.  사실 공허하고 불안한 청춘을 보여주는 모습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 그런점은 일본 뿐만이 아니라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기에. 

 

개인적으로 '나'의 근무태도가 너무나도 공감갔던 것이, 몇년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극중에 '나'는 생계를 위해 서점 알바를 하지만 그에게 일은 돈을 버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딱히 책을 좋아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직업적 책임감이라곤 1도 없다. 예고없이 일을 결근 해버리는가 하면, 벌건 대낮에 서점에 책도둑이 나타나도 잡을 생각이 없다. 자신과는 그저 무관한 일인것이다. 나는 그의 나쁜 근태 속에 '무기력'감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열정적으로 일 하지 않는 건,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도, 그 어떤 동기부여도 그의 삶에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저 '돈'만 벌기 위한 노동은 쉽게 권태로워지고 무기력해지며 인생의 목적성을 상실하게 된다.  한참 그러한 무기력이 내게 찾아왔을 때, 나 역시 첫 출근날부터 버젓이 5-10분 지각한 적이 있었고  그렇게 지각함에도 초조함이나 불안함이라곤 별로 없었다. 내 머릿속엔 언제나 "언제 그만둬도 난 아쉬울게 없어"와 같은 회의적인 생각들로만 가득했었던 때라,  심지어 출근시간에 늦을 위기상황에도 갑자기 입고 나온 옷이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집으로 컴백홈 한 적이 있다. 이것은 단순 근태 불량이라기 보다도 그 보다 더 깊은 문제점이 맘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바로 그 '무기력'감을 '나'라는 캐릭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를 해고 시키지 않고 '내일은... 출근할거니?' 라고 물어보는 서점 매니저를 보면서 도대체 얼마나 저런 경우가 비일비재 했으면 저런 반응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드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일과는 술마시고, 당구장가고, 클럽가고, 집에 돌아와 또 술먹고 수다 떨며 노는것이 전부이며 낙이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일 외에 특별히 자기개발을 한다거나 무언가 생산적인 취미활동을 하진 않는다. 그저 돈을 벌고->소비하며 살아가는 식으로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고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허함'이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대해 직접적으로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 셋이 모이면 그저 오늘은 또 뭘할까? 글쎄, 그저 또 술이나 먹고 웃긴 얘기로 깔깔 거리며 놀면 그만인 것이다.

 

관객들은 그들의 방탕한 삶을 보면서 젊음을 '미화'하고자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건 절대로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누가 봐도 젊고 자유롭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불안하고 위태로우며 어쩌면 답이 없다. 하지만 자유롭게 사랑하고, 상처받고, 방탕하게 생활 하며 그저 기약없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젊음을 마구마구 소비하며 살아간다 할지라도 그 '순간'은 절대 영원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들의 삶이 다소 방탕해 보일지라도 모든것이 젊음이란 이름으로 용서될 수 있는 유일한 그 짧은 순간.  그 젊은날에 대한 각자의 강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아마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가 '아름답다' 라고 얘기 할 수 있게 만든 부분이지 않았을까. 

 

 

 

 

 

 

 

"젊음은 이렇게 사라져 버리는걸까?" -극 중 '나'의 대사 중에서-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에서 느낄 수있는 특유의 여름 분위기와 청춘의 자유로우면서도 불안한 정서를 잘 살릴 수 있었던 건 '젊은 감독'의 몫도 큰 부분 차지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디렉팅한 '미야케 쇼'라는 감독은 84년생으로, 아직 한참 어리고 젊은 영화감독이다. 또한 이 작품은 '사토 야스시' 라는 일본 작가의 초기 대표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작에서는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미야케 쇼' 감독이 디렉팅을 맡으면서 시대 배경을 현대로 가져오게 되고, 그래서 더욱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많은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청춘'이 갖고있는 고유의 의미와 상징성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특히 클럽신에서 강렬한 랩핑을 선보이던 랩퍼의 가삿말이나, 동전 노래방에서 사츠코가 부른 노랫말 등등. 영화에서 등장하는 노래 가사들 또한 이 영화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AND YOUR BIRD CAN SING 이라는 영화 제목 또한 비틀즈의 노래에서 가져온 타이틀 제목이라고 한다.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틀즈 노래 보다 "Mariya Takeuchi - Plastic Love" 이라는 일본의 시티팝 장르 노래가 훨씬 이 영화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나른하게 즐기며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공허한 기분이 동시에 들게끔 하는' 딱 그런  분위기의 노래.

 

'Plastic Love'라는 노래 제목 마저 그러하다. 관계에 복잡하게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하고자 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여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그대로 고스란히 반영한 것 같다. 처음 사치코와 '나'와 은밀히 자취방에서 첫 키스를 나눌 때 그녀가 그렇게 말했었다. 복잡한 관계는 만들고 싶지 않다고. 그러자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이기적인 자유로운 연애를 펼쳐왔지만 그것이 되려 더 복잡해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어쨌거나 '나'도 쿨하게 그녀가 하고싶어 하는 모든 것을 '존중'해주며 시종일관 '쿨'한 태도를 보여주었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그것은 '쿨'함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한다. '나'가 보여주었던 그 쿨함은 어쩌면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무엇도 책임 질 수 없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굴복하는 감정 같은 것 아니었을까. 그저 오늘 하루 즐기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하루살이처럼 '지나치게 자유로운' 현실이 그들의 연애에 끼치게 된 결과물이라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영화의 한줄평 중에 가장 유머스럽게 와닿았던 글.

영화평론가 '이용철'님이 쓴 한줄로 마무리 짓고 싶다.

"내일은 뭐 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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