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영국 | 코미디 외 | 2023.10.03 개봉 | 12세이상 관람가 | 109분감독소피 바르트출연에밀리아 클라크, 치웨텔 에지오포, 로잘리 크레이그, 비넷 로빈슨 더보기줄거리임신/출산 2.0이제는 팟이 대신 낳아드립니다. 기술이 자연을 능가하게 ..더보기
(다음 포털 별 평점을 보니, 말도 안되게 별점 테러한 사람이 있던데 개인적으로 그 평점은 절대 이해할 수가 없음.)
오랜만에 굉장히 인상깊은 영화를 하나 감상하였다. 그 이름은 바로 "팟 제너레이션". 말 그대로 자연적 출산이 아닌, 인공지능 알을 통해 아기를 만들고 출산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사실 요즘 내가 SF영화를 아주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더이상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마냥 공상과학속에서만 머무르는 소잿거리가 아니라 충분히 우리 일상속에 실현 가능한 소재로써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Her를 봤을 때도 일상속에 스며든 인공지능과의 러브스토리가 굉장히 인상깊었던 것 처럼 이 영화 역시도 우리 일상 깊숙히 들어온 인공지능 세상의 모습을 매우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은 똑부러는 커리어우먼으로 등장한다. 그의 남편은 딱히 그렇다할 수익은 없지만 식물학자로써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있다. 주인공은 회사로부터 '자궁센터'의 복지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매우 관심을 갖게 되지만 한편으로 '자연적'인 임신 방식을 원하는 남편의 눈치가 보여 몰래 자궁센터를 방문하고 설명을 듣고 온다. 그러나 결국 남편에게 고백하게 됨으로써 둘은 인공적인 임신과 자연적 임신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하지만 결국 남편을 설득하게 되고, 그들은 인공 출산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엄마의 자궁 역할을 하는 기계의 이름이 바로 '팟'이다.
그녀는 '팟'으로 아이를 출산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서도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악몽을 꾸기도 하고 여러모로 심란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며 다소 평소보다 떨어진 생산성에 대해 회사로부터 지적받게 된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인간의 생활 깊숙한 곳에 AI 시스템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녀의 모든 스케쥴과 그 날 입을 옷 등등 사소한 사생활 일부까지 모두 관여하는 그녀의 AI는 그녀의 목소리만 듣고도 오늘 그녀의 컨디션과 기분이 어떤지, 요즘의 그녀의 에너지와 생산성이 어떤지에 대해 모두 파악이 가능하다. 그렇다보니 심리상담의 영역에서도 AI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녀는 심란한 마음의 원인과 이유를 찾고싶은 마음에 AI 심리상담가를 찾아간다. 이 장면 역시도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대게 AI 시대가 초래함에 앞서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일 것이라고 자부했던 예술이나 심리 상담 등등 감성이 스며들어 있는 직업군은 AI로 쉽게 대체되지 않을것이라고 사람들은 자부했지만 실제 AI 세상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미 미술이나 문학 음악 등등 많은 예술 분야에서 AI는 엄청난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고 그 외에도 심리상담이나 철학가, 종교인의 영역 까지도 어쩌면 AI가 인간보다 더 우월하고 우수한 통찰력으로 방향성과 문제 해결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 바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전문가들의 그런 예상을 정확하게 예로 들어주는 아주 적절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누구보다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이 생김새 섬뜩한 외눈박이 AI 상담사는 주인공의 원인 불분명한 불안한 마음을 잠재워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편리함을 제공하는 줄로만 알았던 '팟'이라는 인공 자궁 시스템에도 여러 불편이 따르는 장면들이 등장했다. 여성의 임신으로 인한 경력단절, 신체적 변화, 호르몬 변화 출산 후 후유증 등등 임신이라는 것 하나에 따르는 여러 희생과 불편함들을 모두 제거해주는 '팟'이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자궁센터'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하나이기 때문에 많은 대기자들이 이 팟을 대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팟을 어느정도 자유자재로 지니고 다닐 순 있었지만 완전히 100% 지니고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부부는 출산일이 임박해오면 집에서 하는 가정출산을 원했지만 자궁센터에서는 그것을 거부하였고 많은 대기자들 때문에 팟을 다른 고객에게 다시 대여를 해줘야 하므로 기기 손상이나 훼손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부는 자궁센터의 통제를 완전히 거부했고 그러자, 자궁 센터는 팟을 키우는데 필요한 리모콘 앱 시스템을 원격으로 연결 해제 해버린다. 사실 이 앱
은 팟을 키우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계장치인데, 팟을 통해 아기에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팟과 연결된 시스템 장치를 조종하는 아주 중요한 기기라고 볼 수 있다. 아기에게 영양분을 먹일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모든 통제 기능이 이 앱에 연결되어 있는데, 자궁 센터는 부부의 출산일을 몇일 앞두고 연결 기능을 완전히 해제해버린다. 하지만 부부는 어차피 곧 출산일이 임박한것을 알고 자궁센터에 가지않고 원래 그들이 원했던 방식으로 집에서 자연 출산을 시도한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은, 인공적인 출산 방식을 선택한 그들이지만 아기와의 유대감 형성 이라든지 가정 출산을 하고싶어하는 점 등등 자연적인 방법들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매우 인상깊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시사하고자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앞서서 우리는 천천히 AI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분명히 다 해결되지 않을 갈등이 존재할 것이며, 그 간극을 어떻게 어떤식으로 밸런스 조절을 하며 현명하게 대처 할 것인지, 바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그런 숙제들을 넌지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또 한가지, 영화속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이 '팟'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의 남편이 이렇게 말한다. "극 페미니스트들은 팟의 등장을 환영할 줄 알았는데.." 라는 대사가 있는데 나 역시도 이 부분이 의문스러운 점이다. 영화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이 왜 이 인공지능 자궁 시스템을 강력이 반대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나오지 않았는데 이 장면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왔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도 영화속에 등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왜 AI 자궁을 거부하였는지에 대해서 그렇다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 팟을 만든 최초의 설계자, 대표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터뷰어에게 이 대표자는 "팟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라는 질문을 하자 인터뷰어는 "산모와 부부들이요?"라는식으로 대답하지만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오, 바로 아기들이 주인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팟의 주인공은 부모들이 아니라 아기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아기들이 부모님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겠죠. 라는 의미 심장한 말을 남기며 영화는 끝이난다. 사실 아기는 부모로부터 그들의 유전자를 물려 받음으로써 탄생하게 되는 존재들인데 이것이 거꾸로 작용할 수 있다? 어떤 구조와 시스템이 그것을 실현가능하게 한다는 것인지 굉장히 큰 궁금증을 남기며 끝이 났다.
굉장히 소재적으로 신선함 그 자체였고 심지어 이 팟은 남자의 유전자 없이, 여자의 유전자 만으로도 아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생물학적 아버지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즉 동성애 커플이나 부부들도 이 팟을 통해 아기를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기능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노고에서 해방된 미래 AI시대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물론 그 세계에서도 여전히 자연 임신을 하는 여성들이 등장했지만 사실 이 '팟' 시스템은 꽤나 비싼 가격이므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었기 때문에 '팟'을 통해 임신 한다는 것은 사실상 영화속에서 상류층을 의미 하기도 했다. 아무튼 자연적 임신과 인공적 임신이 동시에 공존하는 모습의 미래 세상을 미리 엿보고 온듯한 독특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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