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기개발도서를 매우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매우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있다. 요즘의 자기개발 도서들은 그냥 성공한 누군가가 자기 인생 자서전 쓰는게 아니고 뭐냐. 싶은 생각 말이다. 물론 자신의 우여곡절 인생을 나열하고 어떻게 극복하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썰을 풀면서 그 안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치만 그냥 성공한 누군가의 '책팔이'인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나 요즘처럼 sns같은 플랫폼에서 인기를 크게 끌어서 작가가 된다던지 하는 그런 사례들이 점점 많기 때문에 자기개발도서를 볼 때 이건 또 어떤 류의 자기개발도서인가? 싶은 생각에 약간 검열의 눈으로 지긋이 볼 때가 많다. 이 책도 굉장히 시선을 끌 만한, 눈길을 끌어당길 만한 카피를 적어놓았다. "하루 14알 정신과 약 먹으며 자본주의에서 상위 0.1%가 된 악인의 성공 쿠데타." 일단 여기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단연 "하루 14알의 정신과 약" 이라는 거다. 14알? 굉장히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있다고 해도 6-7알 정도 매일 먹었던 사람은 본 적 있는데 14알이면 치사량 아닌가 싶을 수준이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영화 '조커'에서도 그 미치광이 조커가 먹는 정신 질환 약도 7알 정도인데 이 분은 자그마치 14알을 먹으면서 살아가신단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독자들에게 '악인'이 되라 말해주고 있다. '악인'. 이 책에서 설명하는 '악인'이란 뭘까. 

 

 

첫번째로 이 책은 자신에게 분노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분노'는 곧 성잘할 에너지 자원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치면 나는 굉장히 자원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많은 분노가 내제되어 있을 수록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과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다. 라는 식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책에서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첫번째 자기개발 방법으로 '분노일기'를 쓰라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나도 그 날 하루에 대한 나의 감정과 느낌, 짧은 몇 줄 평 정도로 핸드폰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주로 내가 하던 방식은 Bad things와 Good things를 나누어 적는 것이었다. 일단은 오늘 하루 별로였던 일이나 사건, 내 감정에 대해 먼저 쓴다. 그 다음으로 오늘 하루 좋았던 것들 (매우 사소한 부분 까지도) 몇가지를 쓰는 것이다. Good things를 나중에 썼던 이유는 그래도 긍정적인 마무리를 하고싶었던 마음에서 였다. 어쨌거나 이 책의 저자는 되려 독자들에게 그날의 분노를 5줄 이상 매일 꼭 쓰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분노를 적어내려가며 본인이 진짜 원하는 욕구가 뭔지 찾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만약 오늘 하루 나 자신이 게을러서 분노를 느꼈다면 그 내용을 고스란히 적고 나 자신의 게으름에 대해 적극 분노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감사인사와는 아주 다른 부분이다. 대게 오늘 하루에 내가 무엇에 감사함을 느꼈느냐에 대해서 써라는 식의 말은 많다. 저자 역시도 원래는 아무리 별 볼일 없는 하루를 보냈다해도 그날 마신 커피 한잔이 맛있었으면 된거잖아. 라는 식의 감사 인사를 스스로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것은 그냥 자기 안일함, 합리화에 불과한 멍청한 짓이었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했다. 물론, 감사일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하려거든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가 아니라, 환경에 대한 감사만 하라고 추천하고 있다. 가령 내가 사는 곳 근처는 산책하기가 참 좋은 곳이야. 등등 말이다. 본인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섣불리 '합리화'를 저지르는 실수를 범할까봐 절대, 감사일기는 쓰지 말고 분노일기를 써라. 그것이 원동력이다. 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부분이 인상깊은 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분노일기와 감사일기를 동시에 쓰고 있었던 샘이다. 사실 매일 매일 부정적인 글을 5줄 이상 쓰는게 정말 정신건강에 괜찮은걸까? 라는 의아함과 궁금증이 들었다. 뭐 저자의 의도는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그러니까, 감사일기를 쓰든 분노일기를 쓰든 원래의 목적에 맞는 의도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다면 문제되지 않는 것 아닐까. 제 아무리 삶의 긍정적인 태도를 갖겠다고 감사일기를 써내려 간들, 그것이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면 무슨 좋은 영향력이 있겠으며 분노일기도 마찬가지로 오늘 하루 기분나빴던 일화나 감정에 대해 줄줄 써내려 가는것이 혹시나 그저 그런 화풀이에 지나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영양가가 있겠느냔 말이다. 저자는 사실 감사일기 쓰는것을 추천하지 않고 있지만 나는 이 두가지의 긍정적인 영향에 부합하는, 어긋나지 않는 글쓰기를 한다면 둘 다 써도 괜찮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감사일기는 절대 자위가 되어서는 안되고, 분노일기는 절대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분노일기의 목적은 나의 분노 원인을 찾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것 그리고 내 삶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내게 방해되는 모든것들 또한 (사물이든 사람이든 할 것 없이) 샅샅이 찾아내서 숙청(?) 하고자 하는 목적에 있다. 반대로 감사일기는 오늘 하루 내게 일어난 긍정적인 일이나 변화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곱씹으며 그 감사한 마음을 새겨 둘 수 있다는 부분이 장점인 것 같다. 아무튼, 제 목적에 맞게만 쓴다면 감사일기든 분노일기든 다 괜찮은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저자는 좀 더 독자들에게 '공격성'을 갖추기 기대 한다는 느낌이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챕터들도 몇몇 구간 있었지만 미친 경쟁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 공격력은 갖추고 있어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면서 개인적으로는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혹시라도 절대 오해하는사람이 없길 바란다. 저자는 건강한? 개성있는 '악인'이 되길 바라는거지 무분별한 이기주의로 똘똘뭉친 '빌런'이 되라고 추천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사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한 문장도 몇몇군데 있었다. "내가 가스라이팅 당할 것 같다면 차라리 행하는게 낫다"라는 식의 문장이 있었는데 나는 이 말을 이해하면서도  동의하긴 어려운 입장이다. 내가 세상에서 끔찍하게 싫어하는것이 바로 '내로남불' 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철없는 햇병아리같은 멘탈의 소유자가 이 책을 잘못 읽는다면 나쁘게 해석할 요소도 분명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유용하고 좋은 도구들도 누군가는 가장 나쁜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듯이, (본래의 목적과 의도가 변질된다는 의미) 책이라고 예외는 없으니 말이다. 혹여나 그를 '잘못' 추종하는 독자들은 부디 없길 바란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공격성을 곧이 곧대로 남에게 해를 끼쳐도 상관없다. 라는 식으로 머릿속에 입력하면 큰 오류가 될 것이다.

 

 

무튼 책 '카르마'를 읽은 사람으로써 남에게 의도적으로 행한 '악'은 분명히 다시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모든 분노의 근원과 원인을 내게서 찾고, 내 문제점을 전투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내게 방해가 되는 장애물들이 있다면은 반드시 숙청하라는 것이 깔끔한 정리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느슨해진 멘탈 상태에 꽤나 탄탄한 긴장감과 영감을 불어 줄만한 재밌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자기개발 도서에 비해서도 쏠쏠한 실질적 팁들, 방법들에 대해서도 많이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냥 제 인생 썰 풀다 간 느낌 보다는 훨씬 영양가 있는 글들이 있었지 않나. 라고 평가해본다.

 

 

그리고 '돌아갈 곳을 만들지 말라'는 내용 역시 기억에 남는 부분인데, 그 순간 문득 이러한 생각이 스쳐갔다. 사실 나는 지금, 돌아갈 자리를 열심히 꾸리기 위해 그것을 다듬고 노력하는 중인건가? 라는 생각이 말이다. 이 부분도 굉장히 호불호가 나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약간 플랜B를 구성하지 말아라. 라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플랜B가 없이 살아온 행적이 있었고 저자처럼 공격력이 부족했던 탓인지 몰라도 무모하기만 하고, 대책이 없었다. 내 모든 노빠꾸 노선들은 다 실패였었고 상처만 남았기에, 다소 저 글은 내게 무서운 문장이다. 돌아보지 말고 그냥 번지점프해!! 라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물론 돌아갈 자리가 없을 때, 그만큼 절박한 환경으로 나를 몰아넣을 때 즉 한계로 몰아넣을 때 인간의 잠재된 능력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동의하는 바 이지만, 개개인의 성격적 특성에 따라 누군가는 따라해도 좋을 법 하고 누군가는 괜히 그렇게 했다가 핵 낭패를 당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 사실 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에게 좀 더 '여유'가 있는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 여유는 우리에게 숨 돌릴 틈을 주고, 그 휴식은 생각을 더 유연하게 한다고 본다. 사실 책에서 저자가 종종 '펜트하우스'에서 나를 바라보기 시점에 대해 설명 하는데, 사실 바로 그 객관적으로 거시적인 시야로 나의 상황을 관찰하는 태도가 바로 나는 '여유'에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같은 사람은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면서도 그런 '메타인지'가 동시에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기가 오히려 스스로 굉장히 큰 생산성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지만 보통의 '판단력' 이라는건,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을 때 건강한 판단 또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므로 여유가 없고 빡빡한 상황,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인간의 판단력이 극도로 떨어지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극한의 상황이 자신을 매우 성장하게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되려 너무 큰 부담이 되어 공격력은 커녕 반대로 움츠러 드는 인간도 있을테니 말이다.  

 

 

아무튼 회사 대표에게 뺨을 맞아가며, 그리고 지독한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회사에서 자리를 버텨낸 저자는 대단하다면 정말 가히 대단한 사람이며, 다른 누군가가 봤을 때는 저렇게 참아내는것이 과연 정신건강에 이로운 건가? 피해야 할 자리는 피하는게 맞는거지. 라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말이다. 정답이 뭐가 있을까. 모든 자기개발도서에서 제공하는 지침들을, 컴퓨터 소프트웨어 마냥 내 몸에 다 셋업해보고 안맞으면 다시 삭제. 이것이 단 몇분 몇초만에 이루어지면 너무 편안하겠지만 인간은 그럴수가 없으니, 그래도 각자 살아온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내게 잘 맞을 만한 지침들을 적용해보고 천천히 실험해보는게 옳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 역시도 본인에게 맞지 않았던 흔한 자기 개발 지침들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부분이 등장하니 말이다. (아침 일찍 기상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한 비판) 결국 내게 맞는 지침서는 스스로 알아서들 만들어 나야겠지만 이런 자기개발 도서들은 그나마 아예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 혹은 당장 무기력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혹시 이런 방법은 어때, 나는 이렇게 했는데 이게 좋더라. 라고 몇가지 방법과 아이디어들을 추천해주는거니, 실행해보고 내게 도움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버리면 된다. 저자 역시도 많은 자기개발도서들이 주장하는 청소하기와 아침형 인간이 되라는 부분을 열심히 시행해봤지만 자기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한 것 처럼, 일단 자기개발에 대한 바탕이나 베이스가 없다면 뭐든 시도해보고 아닌 것들을 가려내는 프로세스도 성장중의 하나이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자기개발 도서를 읽는것은, 그것들을 신봉할 필요는 없지만 누군가의 경험과 이야기가 내게 일말의 영감과 작은 영향력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자기개발 도서는, 분명히 그러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 쏟아지는 많은 자기개발도서들 사이에서 내게 딱 걸맞은, 그런 주옥같은 책을 가려내고 찾기 위해서 그 많은 사기성 짙은 책들에게 배신당하면서도 또 읽는 것 아닐까. 배신의 경험도 있어야만, 진짜로 볼 줄 아는 능력이 생기니까 말이다. 아무튼 뭐, 이 책이 진국이다 아니다를 내가 논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이것이 그냥 내가 자기 개발도서를 읽을 때의 내 마인드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저자가 말하는 '공격성'이나 다른 여러 자기개발을 위한 팁들은 굉장히 대한민국 현실에 잘 어울리는 방법들이 아니었을 까 생각한다. 그냥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운' 방법들만을 제시하는 지침서가 아니기에, 그 부분이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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