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트레스를 꽤 지속적으로 받았는지 집에오면 미친듯이 밥쳐먹고 포도주 슬쩍 꺼내서 마시고는 (와인아님. 포도주임)  골아떨어져 자곤 했다. 그러다 문득 전시를 보러 안간지가 오래된 것 같아서 포털에 '부산 전시'를 검색했다. 볼만한게 없을까 둘러보던 중에 아주 익숙한 주소에 왠 생각지도 못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매우 익숙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냥 거의 평생을 내가 살아오다시피한 동네였기 때문인데... (현재도 진행중) "우리 동네에 미술 전시를 하는 곳이 있다고?" 매우 생소하면서도 신기해서 더 찾아볼 것도 없이 "어,  나 내일 당장 저기 가봐야겠어." 라고 생각한 후 바로 꾸르륵 잠이 들었다.

 

 

 

보더휴먼
Border Human

2021.10.26 ~ 2021.11.19

아이테르, 부산 동구 범일로 65번길 21 4층

 

신체 모든 부분이 '인공적'으로 대체되는 시기가 온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기준으로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Border Human>을 통해 가상세계 속에 공간을 구축하고, 그 안에 토피아(풍경)를 채워나간다. 한 인간의 모습을 시작점으로 다종다양한 존재물이 뒤섞이는 토피아 속에서 새로운 정의와 가치가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가상세계는 과연 가상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곧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기는 도래할 것이다. 가상과 현실의 희미해져가는 경계에서 새로운 인간과 종이 탄생하며, 인간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다. 이때를 위해 나는 작품 속에 그 단서를 하나씩 남겨보려 한다.

If the time comes when all parts of the body are replaced with 'artificial', what standard 

can a human being be called a human being?
Through <Border Human>, I build a space in the virtual world and fill the topia (landscape) in it. 

New definitions and values   will be created in the topia where various beings are mixed, 

with one human figure as the starting point. But does the virtual world exist only in a virtual way? 

The time will come when the boundary between virtual and real will be broken soon. 

New humans and species are born at the blurring boundary between virtual and reality, 

and we will be able to look back on the true meaning of human beings. For this purpose, 

I try to leave the clues one by one in my artworks.

 

 


 

 

 

 

바로 위의 전시인데, 개인적으로 '무인전시'는 내게 처음이었다. 나는 전시 개요 따위 읽어볼 생각없이 그저 낯익은 주소지만 보고 그냥 일단 보러 가겠다. 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위치는 내게 너무나 익숙한 동네에 위치해 있었고 5F는 LOUNGE 4F는 ART SPACE라고 적혀있다. 하여튼 참 신기한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에 ART SPACE가 다 생기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아 뭐 물론 거의 12년 전쯤, 삼일극장, 삼성극장이 사라지기 전에도 그곳에 미술 전시가 열리긴 했지만 그것은 사라지는 극장을 기념하여 일회적으로 열린 전시였고 이 장소는 또 의미가 약간 다른 것 같다.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아트스페이스라고 생각을 하니 어쨌든 토박이로써는 꽤나 신선한 부분.

 

 

 

 

 

이곳의 아주 독특한 점은, 일반 주택을 개조한 것도 아니고 그 모습 그대로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아니 뭐..리모델링을 한다거나 그럴싸하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전형적인 갤러리의 모습은 (깨끗한 흰 벽 또는 뭐 다듬어진 벽?) 온데간데 없고 그냥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아주 오래된 느낌의 집이다. 그냥 말 그대로 사람이 살던 주거환경 그 모습 그대로. 그냥 가구나 전자제품 따위만 없을 뿐인, 텅 빈 집이었는데  입구가 너무 어두워서 스위치를 켰더니 불이 들어오긴 하더라. 사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전에 무인전시인것을 전혀 몰랐던 상태여서 벨을... 눌러야하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러나 문을 살짝 밀었다가 여시오. 라는 문구를 보고서야 아 문이 원래 열려있나보다 생각하고 들어가게된 것. 

 

 

 

 

 

안내문에 보면 열린 문 외, 닫혀있는 방은 전시 공간이 아니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하곤 하는데 그 일말의 호기심이 들려는 찰나에 왠지 모를 스산한 공포가 더 밀려오는 바람에 바로 그런 허튼 생각은 바로 접어뒀다. 저 때 전시를 보러온 사람은 나 혼자였고 전시 관람 도중 만약 또 다른 방문객이 갑자기 들어온다면 난 아마 놀래서 심장이 떨어질것이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관람을 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혼자 있다'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약간의 무서움이 들었는데, 뇌피셜을 써내려가보자면 동네에서 유명한 미치광이가 혼자 사는 오래된 집에 우연히 지나가다가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내가 침입했는데, 그곳에는 알수 없는 이상한 기구들이 빛을 내면서 움직이고 있었고 심지어 문이 닫힌 곳은 열어보지 마시오. 라는 꺼림칙한 문구까지 봐버린 상황. 얼른 보고 나가야지 라는 생각을 할 때즈음에 왠지 누군가 들이닥칠 것만 같은? 그런 허접스러운 망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간 것 같기도 하다. 

 

 

 

 

 

 

서두가 길어서 어렵게 등장한 작품사진. 일단은..다 필요없고 갤럭시 노트9 당장 갖다 버려야겠다. 빛번짐 효과가 아주 라식수술한 내 눈으로 직접 찍은것 마냥 화려하게 나왔다. 어찌됐든 "신체 모든 부분이 '인공적'으로 대체되는 시기가 온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기준으로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전시 주제를 생각하며 감상해보았다. 뭐 지금도 신체의 일부를 인공적으로 대체하고 있기도 하고 (장애가 있는 분들) SF영화에서 흔히 자주 등장하는 로봇인간 따위를 제각각 형상화 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인간의 모든 신체 부위들이 모조리 인공적으로 대체될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인간의 형상은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그런 독특한 발상을 시작으로 만들어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왠지 인간의 신체 부위를 가져다가 괴상한 실험을 하는 미치광이가 사는 집에 무단 침입한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망상)

 

 

 

 

 

 

 

그리고 나가기전에 한번 더 열려있는 창문을 잠깐 응시했는데 이 마저도 공포영화속 한장면 마냥 스산하게 느껴졌다. 창문을 열어두고 커튼을 살짝 제쳐 놓은것도 아마 연출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괜히 저기서 뭔가 튀어나오진 않을까 하는 생각  (몰입과다) 어쨌든 늦은 밤에 갈수록 더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울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듬.. 분명히 전시회를 보고 왔는데 혼자 흉가체험이라도 하고 온 마냥 쫄깃해진 심장 느끼면서 돌아왔다. 

 

 

 

 

 

그리고 벽에 커다란 흰 종이가 붙어진 방명록을 봤는데, 지인이나 동료들이 많이 다녀간 모양이었다. 난 말그대로 그저 STRANGER일뿐.... 인스타 아이디 남길려다가 왠 관종짓인가 싶어 그만뒀다. 펜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라이너로 짧은 방명록을 남기는데 또 왠지 그 순간에 뒤에서 뭔가가 훅 나타나진 않을까 싶은... (이정도면 거의 망상병인가) 아무튼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을 했던 전시였다.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들로 채워질지 궁금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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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협회 아이테르AITHER - 강시라 : 보더휴먼]

부산 범일동 294-2. 10:00-20:00

aither5.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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