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20 부산 비엔날레는 총 3곳에서 전시를 하고있다. 바로 부산현대미술관과 중앙동 원도심일대, 그리고 영도 폐공장 이렇게 3곳에서 전시를 하는데 온라인으로 티켓 한장을 구매하면 현대미술관과 폐공장 전시 총 2군데를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중앙동의 원도심일대 전시는 모두 무료다. 현대미술관 같은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관람객을 제한하고 있어서 미리 온라인으로 정확한 입장 시간을 선택해야 예매할 수 있고 선택한 예매날짜와 시간은 현대미술관 기준의 입장시간이며 영도 폐공장은 날짜와 입장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예매만 완료 되었다면 휴무일을 제외하고 자율적으로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방문 관람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온라인 3D 전시로 집에서도 간접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인데, 3곳을 모두 방문하기가 다소 부담스럽거나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는 분들은 온라인 3D 전시로 이번 2020 부산비엔날레를 조용히 즐겨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2020 비엔날레 온라인 3D 전시 URL은 포스팅 맨 하단에 첨부하였다.
<중앙동 원도심일대>
또따또가 갤러리 - 부산 중구 해관로 621 2층 1호선 중앙역, 11번
201 - 부산 중구 해관로 51 2층 1호선 중앙역, 7번
301 - 부산 중구 해관로 51 3층 1호선 중앙역, 7번
창 - 부산 중구 40계단길 7 1층 1호선 중앙역, 7번
워크숍 - 부산 중구 동광길 42 1층 1호선 중앙역, 11번
40계단 - 부산 중구 대청로135번길 13 1호선 중앙역, 11번
스페이스 닻 - 부산 중구 대청로135번길 31 3층 1호선 중앙역, 7번
구한국은행 부산본부 - 부산 중구 대청로 112 1호선 중앙역, 5번
주차타워 -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 34 1호선 중앙역, 5번
BNK 부산은행 아트시네마 -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 13 1호선 남포역, 1번 1호선 자갈치역, 7번
나는 예매를 하기 앞서서 일단 중앙동 원도심일대의 여러 무료 전시를 먼저 보고왔다. 부산 중구 중앙동역 근처에 총 9개의 전시가 진행중인데 그 중 몇몇은 길거리에 전시된 작품들도 있다. 주소를 보고 열심히 찾아갔는데 뭔가 아무 전시장도 발견 할 수가 없다면 아마 야외 전시 작품일 수 있으므로 주변을 한번 둘러보길 바란다. 솔직히 꽤 심각한 길치인 나로써는 중앙동 원도심일대 전시를 찾아 가는 길이 거의 '고난'이나 다름없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결국은 1곳을 빼먹고 와버렸다. 아무튼 나는 이 전시를 거의 '길찾기' 게임이나 다름없다는 얘길 미리 하고싶다. 나는 총 9개의 전시 중 기억에 남았던 몇몇의 전시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주소 URL은 포스팅 맨 아래 첨부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1) 또따또가 갤러리
<또따또가 갤러리 3D 웹 전시>
bb2020.viewingroom.kr/oldtown_totatoga/
중앙동 일대에 마련된 전시장들은 거의 소규모의 작은 전시장이 대부분이었는데 첫번째로 찾아간 곳이 바로 '또따또가'갤러리 이다. 회화 작품 4점과 1개의 영상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워낙 작은 공간이다보니, 빠른 속도로 작품을 한눈에 훑어 볼 수 있었다.
위 회화 작품은 노원희 작가의 작품으로 설명에 따르면, 작가는 시대를 반영한 도시의 일상의 모습과 1980년대까지는 주로 소외 계층 인물들의 일상을 기록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는 '집이 해체되는 현상과 사회 속 소통의 부재를 가시화 하기도 하였다.' 라고 전하고 있으며, 2010년 전후 시기에는 사회의 사건 사고를 근간으로 시민들의 사회참여, 노동문제 등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예술과 현실의 간극을 줄여 나가는 주제들에 몰두 하였다고 전한다.
2) 201 & 301
<201 & 301 웹 전시>
bb2020.viewingroom.kr/oldtown_201301/
두번째로 201 & 301은 2층과 3층에 각각 영상물을 하나씩 전시하고 있는데 원도심 일대의 전시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로 손꼽고 싶다. 먼저 2층에 전시중인 작품의 에르칸 오즈겐이라는 작가는 주로 전쟁,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서 다루는 작가로 자신을 스스로 '예술 활동가'로 정의하는데 특히 <원더랜드>라는 이 작품은 터키 국경에 있는 시리아의 마을에 살았던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각과 언어장애를 모두 가진 이 소년은 오직 몸짓과 소리만을 사용하여 당시 무장테러단체 ISIS의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탈출한 경험을 설명하고 있는 영상이다.
나는 처음 2층 전시관을 입장하기 전 서명을 할 때부터 왠 알수 없는 신음소리들이 밖으로 새어나와 입장 전부터 굉장히 내 호기심을 자극 했었는데 알고보니 전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어린 소년의 영상이었다. 앞서 말했듯 소년은 장애를 갖고있고 몸짓, 목소리 만으로 테러 단체로부터 탈출한 경험들을 설명하는데 언어의 소통없이 소년의 표정과 행동, 제스처 만으로 어떤 상황을 겪었었는지를 충분히 가늠케 하는 영상이었다.
"에르칸 오즈겐은 이 메시지가 전쟁에 반대하는 강력한 목소리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행위가 되기를 원한다.
그는 정치, 사회적 생태계에서의 무장분쟁으로 인한 파괴와 쾌허에 대한 무관심을 재정의하고 상기 시키는 기제다."
그리고 3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면 또 하나의 흑백 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장민승 작가의 <보이스리스-검은나무여> 이며, 이 작품은 '국가적 재난 속에 사라진 생명들의 슬픔과 비극을 담아내며 세월호 침몰의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영상속에 등장하는 배우의 수화와 몸짓으로 '세월호 참사'를 묘사하고 있는 듯 했고 어두운 흑백 화면속에서 배우의 얼굴과 손이 하얗게 대비되어 배우의 작은 제스처 하나하나도 크게 집중된다. 2층의 전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언어로 직접 전달하는 이야기는 전혀 없지만 단순 '제스처'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섬세한 '사운드'로 배우가 묘사하고자 하는 세월호 참사의 잔상들이 리얼하게 전해져 온다.
나는 배우의 연기와 더불어 이 작품에서는 '사운드'가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 도입부 잔잔한 긴장감을 연출하는 사운드 부터 점점 웅장한 사운드가 영상실을 뒤덮을 때 까지, 나도 모르게 온전히 영상에 빨려들듯 집중하게 되었는데 사실 나는 요즘 꽤나 심신이 미약한 관계로, 사운드가 최고치로 웅장해지며 세월호 참사의 결정적인 부분을 묘사할 때 사실 약간 공포감에 휩싸이는 기분마저 들게했다. 어쩌면 사운드에 완전히 압도 당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꽤 불안하고 경직된 상태로 내내 영상을 감상했고 내게는 여느 공포영화 못지 않는 압박감과 긴장감 있었다.
그리고 2층의 전쟁 트라우마를 겪은 소년의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가 3층까지도 고스란히 들려오는 바람에 마치 이 2층, 3층 전시장은 두려움과 공포, 트라우마로 휩싸인 말 그대로 '고통'과 '죽음'만을 연상시키는 '어둠의 방','고통의 방' 이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이 충격적인 국가적 재난이 일어나게 된 과정과 서사들을 배우의 제스처와 사운드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었고 감히 설명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극한의 불안과 죽음의 공포를 간접적으로나마 단 1%라도 느꼈다면 관람객으로 하여금 충분히 이 작품의 '애도'의 취지가 잘 전달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3) 창
<창 3D 웹 전시>
bb2020.viewingroom.kr/oldtown_chang/
프란체스크 루이즈의 <자기만의 방 백합 독립 출판> 이라는 작품인데, 작가는 섹슈얼리티, 성적페티쉬, 젠더, 정체성에 관련된 이슈들을 돌아보고자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설치, 만화책, 인쇄물, 서점의 형태로 작품을 선보이며 작가는 지속적으로 개인, 정치, 사회, 도회, 그리고 성적 규범을 다루고자하며 이곳은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는 곳, 그리고 젠더, 섹슈얼리티, 정체성이 공유되며 해방되는 곳. 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모두 한글로 뒤덮힌 문구들을 보면서 작가가 분명히 외국인 이름인데 왜 작품이 한글로 도배 되어있는지가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현장 스텝의 말로는 외국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여 전시중인 것이라고 하였는데 벽에 도배 된 그림들마다 또 각각 다른 한글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해당 문구의 작가 이름을 새긴 것인지 그림 작가의 이름을 새긴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실한 것은 이 전시 기획은 '프란체스크 루이즈' 작가의 기획 작품이고 모두 만화와 한글로 도배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의 성 소수자들의 정체성과 페미니스트 운동을 연상시키는 문구들이 많았고 다소 문구들이 공격적이기도 하고 파격적이다. 개인적으로 아래의 문구들이 굉장히 임팩트 있게 다가왔는데 특별히 내가 성 소수자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여성으로써 꽤 공감할 수 있는 글귀들이다.
"보지파워"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한국 여잔 죽어서 몰카를 남긴다."
그리고 무료 만화 책자 하나를 배포해주는데, 내용은 성 소수자들이 퀴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참여하는데 있어서 겪는 어려움이나 시, 구청과 경찰의 법적 조치, 형사 고발 및 과태료 문제 등으로 여러가지 갈등을 빚으면서도 그들이 겪는 이 모든 사회적 트러블과 그 외에도 여러가지 역경과 고난들을 해쳐나가는 주제들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얇은 책자라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짧은 내용이고 한국의 성 소수자들의 대외적 활동과 움직임을 엿볼 수 있는 스토리다.
중앙동부터 남포동까지 원도심일대의 총 9가지 전시들 중 3가지 전시를 간단히 리뷰했다. 2020 부산비엔날레의 총 3가지 전시중 가장 첫번째로 관람한 '원도심일대'는 아무래도 무료관람인 만큼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전시는 아니지만 혹시라도 이 인근을 지나가는 일이 있다면 지나치는김에 한번쯤 관람해보기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전시 투어를 목적으로 왔다면, 이 원도심 일대 9군데를 찾아가는 여정이 꽤나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유의하길 바란다.
특히나 나처럼 저질 체력에다 길치라는 옵션까지 추가되었다면 왔던 길을 돌아가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길을 헤매다보면 어느새 지쳐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 신경질적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 사실 각 전시를 찾아 돌아다니면서 'ㅅㅂ 이게 도대체 길찾기냐 보물찾기냐' 라고 속으로 궁시렁 거렸다. 집으로 돌아왔을 땐 거의 녹초가 되어 뻗었다는 썰...
아무튼 부산 비엔날레를 관람하고 싶지만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거나 거리상의 이유로 혹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관람이 머뭇거려 진다면 앞서 말했듯, 온라인 3D 전시를 통해서 이 모든 전시를 관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유용한 것 같다. 물론 영상 작품은 시청이 불가능하지만 다른 시각 매체들은 충분히 온라인을 통해서 관람이 가능하니,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하는 바이다.
<2020 비엔날레 온라인 3D 전시 URL 주소>
<2020 비엔날레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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