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 《"기술"에 관하여》-전시기간:2020.2.25. ~ 2020.7.26.
1F 《2020소장품전: 오늘의 질문들》-전시기간:2020.3.20. ~ 2020.7.26.
2F 《Emotion in Motion》-전시기간:2020.1.23. ~ 2020.7.26.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현재 총3개의 무료 전시를 진행중이다. 전과 달라진점이 있다면 코로나로 인해서 전시 관람 전 "온라인 예약"을 필수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미술관 공식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사전예약을 받고 있으며 1시간당 50명 선착순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예약을 했다 하더라도 마스크 미착용시 출입이 제한된다는 점을 미리 염두해두어야 한다. 바로 아래 링크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예약하기' 버튼을 누르면 로그인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관람 예약은 부산시 홈페이지 ID로 로그인 하여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물론 비회원 로그인도 가능하도록 되어있지만 나같은 경우는 회원가입을 통해 예약을 했다.
B1 - '기술'에 관하여
전시설명
'미술’과 ‘기술’의 결합/융합은 이미 지난 세기 초부터 주요한 관심사이자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테크놀러지와 IT가 전면적으로 유입, 확산되고 있는 근자에 이르러서는 ‘미술’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으며, 그 개념이나 정체성에 관해서도 보다 근원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근대 이후 예술은 과학적 사고와 기계적 논리에 입각한 이성적 활동과 분리되어 아름다움을 규범이나 목적으로 삼는 인간행위로서 스스로의 자율성을 추구해왔으며, 급격한 사회변화를 동반한 산업혁명 이후 예술가들은 도구로서의 테크놀러지에 대해 반감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래주의를 비롯하여 러시아 구성주의, 순수주의, 바우하우스운동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일군의 모더니즘 아방가르드는 기술과 과학적 합리성을 예술의 원천이자 이념으로 삼고 그로부터 미적‧정신적 가치를 찾음으로써 보다 이상적 세계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후 20세기 후반에 들어 적극적으로 모색된 미술과 기술의 결합은 미술의 형식과 내용의 확장을 초래하였으며, 더욱이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와 IT기술, 그리고 생물학과 화학을 비롯한 기초과학의 발전은 확장의 폭과 깊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미술관(Contemporary Art Museum)은 이러한 미술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목도할 수 있는 현장인 동시에, 과거의 미술관과 다름없이 관람객이 미술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자리이다. 따라서 유례없는 미술의 변화에 대해 그 의미를 파악하고 진단하며 나아가 관람객이 이러한 상황을 수용‧이해하도록 하는 미룰 수 없고 쉽지 않은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동시대미술관으로서 그 층위와 지향을 달리하는 미술의 기술 수용과 융합의 수많은 양상들을 살펴 관람객과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미술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시대미술의 여러 동향 가운데 미술관의 주요 과제의 하나인 ‘테크놀러지’를 대상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소위 로우-테크놀러지(Low-Technology)를 그 범위로 삼아 기계장치(mechanism)을 기반으로 하는 근작들을 통해 그러한 기술을 수용한 작가들이 지니고 있는 ‘기술’과 ‘미술’에 관한 인식 전반과 그것의 구체물로서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의미를 미적 관점에서 살피고자 한다.
따라서 전시는 미술과 기술의 결합이 야기하는 ‘극적’, ‘서사적’ 측면보다는, 미적 의미체로서의 작품에 관심을 둔다. 즉, 작가의 예술적 이념이 그 둘의 결합을 통해 어떻게 성공적으로 강화되고 구체화되고 있는가,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미술을 어떤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 그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게 하는가 등을 살피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술가들의 다양한 시도들에서 드러나는 미술과 기술에 관한 관점들을 가능한 대로 정리하고 동시대미술 전반에 시사하는 점들을 추려보고자 한다.
전시 제목이 내포하고 있듯이 다양한 인간 활동의 한 범주를 규정하고 지시했던 용어인 ‘테크네(technē)’와 ‘아르스(ars)’로부터 파생, 분리된 ‘테크놀러지(technology)’와 ‘아트(art)’가 다시금 의미상 ‘복원/환원’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자 한다. 오늘날 미술의 양상을 기술과 미술이라는 분리된 두 범주의 결합이라는 측면보다 더 근본적인 지점으로부터 해석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 번의 전시가 수많은 미술가들의 폭넓고 다양한 생각과 작품을 포괄하여 의미를 아우를 수는 없겠지만, 미술과 미술품, 그리고 작가에 관한 다각적인 관점과 고찰의 하나로서 우리나라 동시대미술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의 한 시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부산현대미술관
나는 총 3개의 전시를 어떤 순서로 볼 지 잠깐 생각해보다가 B1>1F>2F 순서로 보기로 하고 가장 첫번째로 보게 된게 바로 '기술'에 관하여 라는 전시이다. 위의 전시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와 '미술'의 접목을 주제로 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 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으며 '기술'과 '미술'의 관계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의 기술에 따른 여러가지 시대 변화와 그것이 '미술'에 끼친 영향력에 대한 그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미술계와 아티스트들의 포지션과 견해들을 일목정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몇가지 작품들을 아래 이미지 및 동영상으로 소개하며 짤막한 나의 감상평을 남겨본다.
김대홍 Daehong Kim, 로봇, 로봇 동물원, 로봇댄서, 2020, 움직이는 로봇, 가변설치
A Robot, 2020, Moving Robot, Dimension Variable
'로봇'동물원 이라는 전시 제목부터가 꽤 흥미로운 작품 이었다.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로봇 동물들의 움직임이 귀엽게 느껴진다.
김승영 Seungyoung Kim, 여행가방, 2016~20, 여행용 가방, 나침반, 흙, 기계, 구리선, 180x180x65cm
Suitcase, 2016~20, Suitcase, Compass, Soil, Machine, Copper Wire, 180x180x65cm
캐리어 속 나침반이 자세히 다가가서 보면 움직이고 있었다. 캐리어에 가득 들어찬 모래와 움직이는 나침반이 여행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포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승영 Seungyoung Kim, 깃발, 2015~20, 소금, 깃발, 모터, LED, 가변설치
Flag, 2015~20, Salt, Flag, Motor, LED, Dimensions variable
벽 너머 작은 공간 안에 설치된 듯 보이는 깃발과 푸른 조명이 마치 굉장히 아득히 멀리 있는 어떤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왠지 가까이 있지만 멀리 느껴지게끔 했고 한동안 서서 깃발을 예의주시하며 집중해 보았다. 자연스럽게 공간적 감각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는데 작품에 쓰인 소재를 읽어보니 LED란다. 내가 본것이 공간이 아니라 화면이었나? 푸른 조명의 역할 때문인지 몰라도 굉장히 몽환적이고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신형섭 Hyungsub Shin, 동굴, 2020, 조명, 렌즈, 오브제, 가변설치
Cave, 2020, Lights, Lenses, Objects, Dimensions variable
화려한 조명이 돋보였던 작품. 한눈에 봤을때 아름답고 예쁜 신비스러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표현한 가상의 '테크놀로지' 동굴의 모습인걸까
신형섭 Hyungsub Shin, 을숙도 세레나데, 2020, 조명, 오브제, 가변설치
Eulsuk-do Serenade, 2020, Lights, Objects, Dimensions variable
'을숙도 세레나데'라는 작품인데 작품의 앞/뒤 모습을 함께 촬영했다.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을숙도 세레나데'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조명을 이용해 실루엣으로 표현했다. 노래가 굉장히 경쾌하고 독특하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함께 왠지 모를 기이한 발랄함에 웃음이 나왔다.
한진수 Jinsu Han, Red blossom, 2008, 철, 구리, 모터, 팬, 비눗물, 안료, 딸기향, 시간에 따라 크기 변화
Red blossom, 2008, Iron, Copper, Motor, Fan, Soapy water, Pigment, Strawberry flavor, Time Based Dimensions
벽을 향해 비누방울들을 계속 쏘고있다. 작품에 쓰인 소재에 '딸기향'이 적혀있었는데 내 코가 마비된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도통 딸기향을 맡을 수 없었다... 그저 강렬한 핑크빛, 블루빛 안료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1F - 오늘의 질문들
전시설명
<2020소장품전 : 오늘의 질문들>은 2017년 개관을 준비할 당시부터 현재까지 부산현대미술관이 지속적으로 수집해온 작품들을 공개함으로써 시민과 소통하고 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전시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지금’, ‘현재’의 맥락을 중심으로 동시대미술문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근현대미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차별점을 둔다. 따라서 미술관은 회화·조각 등의 전통적 방식에서부터 다채로운 시지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융·복합 형태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동시대의 사회·경제·문화적 함의를 내포하는 현대미술작품들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전시는 전체 187점의 소장품 가운데 미술관 수집정책의 핵심가치를 효율적으로 표방하는 작품 22점으로 구성된다. 그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공공미술관으로서 부산지역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자 한다. 공립미술관은 한 도시의 얼굴로서 지역성의 특화라는 기초 하에 전국 또는 국제적인 커뮤니티로 확장하는 글로컬 미술관의 모습을 지향한다. 따라서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 동시대미술의 생생한 역사를 완성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지역미술에 관한 애정어린 관심을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한 뉴미디어 아트를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미술을 통한 인식의 확장을 제안하고자 한다. 미디어 이론 연구가 마샬 맥루한에 따르면 각 시대에 쓰이는 기술이 새로운 인간환경을 만들고, 그에 따라 인간의 행동이 조건 지어진다. 첨단기술의 발달은 미술의 영역을 아날로그 기반의 작품들과 더불어 기계공학적 전자매체를 활용하는 전혀 다른 미학적 장르로 확대시켰다. 전시는 시각예술의 형식을 넘어 청각에 초점을 맞추는 사운드 아트를 비롯하여 동력을 이용한 움직임을 주(主) 수단으로 하는 키네틱 아트, 빛을 이용한 라이트 아트,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포함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새로운 차원의 시지각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세계를 감각하고 체화하는 방식에 대한 관람객 스스로의 실험을 유도하는 바이다.
세 번째, 국내외 현대미술사에서 새로운 가치 구현에 기여하고 있는 역사자료의 총체로 역할하고자 한다. 동시대미술은 현재의 시점을 단순히 과거의 연장선으로 파악하는 개념에서 탈피하여 현재의 순간과 인간 사고의 지평이 서로를 탐색해나가는 과정을 제안한다. 전시는 당대의 기술적 환경 및 이슈 속에서 확고한 예술 실천의 태도를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감상자로 하여금 현재를 재사유함과 동시에 미술이 지닌 복수의 콘텍스트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전시는 작품들이 단선적 해설을 제공하는 일방적 의미전달 수단에 그치는 것을 지양한다. 다시 말하면 관람객 스스로가 의식체계를 정비하고 정체성을 발견하며 그것을 토대로 삶과 세계에 있어 유의미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덧붙여 미술관이 당대와 미래를 위한, 잠재력을 발굴하는 창조의 장소로서 시민들과 함께 발맞춰 나아감을 인식하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출처 - 부산현대미술관
2017년 개관이래로 지금까지 현대미술관이 수집해온 작품들을 공개하는 전시였다. 움직임과 더불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독특한 작품들이 인상깊었다. 이 전시관에서도 역시 전자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이 대부분 많았고 몇몇의 아날로그 기반 작품들도 소량 전시하고 있었다.
허수빈, 방범창문과 햇살(ed.1/3), 2017, 특수거울필름, 로고라이트 벽면에 투사, 실제창문 크기 혹은 가변크기
-빛을 이용하여 실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창초했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듯 한 환영의 세계는 공간 속 관객들이 각자 상상하는 곳으로 은밀하게 연출되어 묘한 리얼리티를 제공한다.
허수빈, 욕실창문과 햇살(ed.1/3), 2017, 특수거울필름, 로고라이트 벽면에 투사, 실제창문 크기 혹은 가변크기
실제 존재 하지 않는 가상공간을 조명을 이용하여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 처럼 구성한 작품이다.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벽면을 단순 '조명'으로 그림자를 만들어 독특한 가상 세계를 구현해낸 모습. 이 공간이 나를 이끈 내 상상 속 '은밀한 곳'은 내가 옛날에 살던 낡은 자취방의 화장실이었다. 지금은 오래된 주택가 골목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쇠창살 느낌의 창틀인데 그 때의 허름한 자취방의 모습과 영락없이 닮아있었다.
정만영, 순환하는 소리, 2014, 사운드 장치, 수도꼭지, 마이크스텐드 외 혼합, 가변설치
-작가가 국내 외 다양한 곳을 다니며 물소리, 샘물소리 등을 필드레코딩 형태로 채집한 후, 그 소리가 다시 수도꼭지를 통해 나오도록 만들었다. 관람객은 수도꼭지를 틀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촉각과 시각, 청각으로 이어지는 공감각적인 체험을 유도한 작품이다.
관객의 참여가 가능한 작품 이란것을 모르고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함부로 손대지 못하고 그저 응시하며 감상하고 지나쳤었는데 팜플렛을 읽어보니 수도꼭지를 틀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걸 알았다. 지나친 동선을 다시 돌아와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리얼한 물소리, 샘물소리들이 흘러나왔고 아래 놓여진 양동이로 소리들이 쏟아지고 담기는 것을 상상 했다.
알렉스 베르하스트, 정지된 시간(세부구성 : 저녁식사, 인물연구, 테이블 소품)(ed. 4/5 +2AP), 2013, 애니메이션 루프, The Dinner : 110.7 x62.2, Table Prop : 24.5x29.5, Character Study : 29.5x24.5
-'가장의 자살'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난 직후 가족들의 미묘한 심리를 연출한 작품으로, 가족의 공동 초상을 담은 <저녁식사>와 이들의 개인 초상인 <인물연구>, 그리고 인물들 내면의 알레고리인 정물화 <테이블 소품>으로 구성된다. 인물 간 대화는 가족 구성원의 죽음이라는 큰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일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섬세한 왜곡으로 기묘함을 더한 인물 묘사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허무와 죽음'을 상징했던 '바니타스 회화'의 변주를 통해 인간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탐구하고 있다.
스틸만씨에게 전화를 걸어 주세요. 라고 적혀있다. 다행히 통화료가 청구되지 않는다고 한다. 위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곧이어 '따르릉' 전화음이 전시관 내의 스피커로 크게 흘러나오고 스크린속의 남자의 폰에 신호가 울림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화면 속 그는 내가 건 전화를 '별 것 아닌' 전화로 외면하며 받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 기묘한 가족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이광기, NewRemake-루이비통, 2013, 싱글채널비디오+오브제(루이비통 정품가방), 3min 49sec, 오브제 2m 이내 설치(가방 26.0ⅹ33.0ⅹ16.0),
-이 작품은 루이비통 가방을 20여 조각으로 자른 후 순간접착제를 이용해 원형의 모습으로 재조합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그 결과물로 구성된다. 사물을 거칠게 부수는 작가의 행위는 다분히 공격적이며 의도적인 것으로 사물의 기능과 브랜드의 가치에 대한 환상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또한 파편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가는 과정은 작가가 가진 손과 노동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이 영상은 이제 막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루이비통 가방이 등장하고 작가가 제품을 조심스레 언박싱 하며 시작한다. 아마도 내 기억에 130만원대의 정품 루이비통 가방이었던 것 같고 친절히 정품 택과 정품 인증을 할 수 있는 마크들을 화면에 가까이 보여준다. 그리고 보기좋게 가위로 갈기 갈기 가방을 조각낸다. 마치 요즘 유튜브에서 한창 유행하는 '코스메틱 ASMR' 영상이 함께 연상됐다. 다양한 종류의 새 코스메틱 제품들을 깨부수고 파괴함으로써 느낄수 있는 아찔한 쾌감과 오감을 자극하는 사운드, 소리를 담은 인기 영상들 말이다. 이 작가의 작품이 언제 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의 ASMR 열풍 이전에 제작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유튜브에 이 작품을 올려도 꽤나 조회수가 올라 갈 것같은 영상이 아닐까 라고 상상해보았다.
오용석, 클래식 1978번(ed. 2/5), 2009, 단채널비디오, 1분30초
-작가의 유년시절 사진에 그 시절의 실제 소품들을 맞물리게 이어 붙여 당시의 기억을 추측하고 재현해낸 작품이다. 여러 시점의 공존을 통해 하나의 정지된 이미지가 내포하는 한계점을 고발하고 사진 너머에 존재하는 다각적 기억의 복원을 시도했다.
작가의 어린시절의 향수가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찍은 한장의 사진으로 상상의 배경 이미지를 이어붙여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바닥에 있는 장난감들은 실제로 방을 이리 저리 움직이며 돌아다닌다. '사진찍기'는 '빼기'라는 얘기를 예전에 들었다. 많은 부분 중 어느 한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포착한 피사체 주변으로 '삭제'되어버린 배경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움직이는 이미지 표현으로 오래된 기억을 마치 가까이서 꺼내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생동감이 인상적이다. 꽤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2F - EMOTION IN MOTION
전시설명
미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미지의 사용과 그 작용이 인류문명 발단 단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지를 통해 신의 형상을 보고 싶어 했고, 욕망의 대상을 오랫동안 시각 구성물로 대체하고 싶어 했다. 미술은 이렇게 성스럽고 소중한 것의 기록 매체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미술에서 재현의 역사를 추동시켰다.
사람들의 욕망은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움직이는 대상도 ‘재현’의 범주에서 다루었다. 하지만 미술 매체가 한정되었던 시대에는 움직임 자체를 재현할 수 없었다.
카메라의 발명은 ‘재현’의 문제에 신기원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근대문명에서 리얼(real)과 팩트(fact)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철학의 문제를 낳았다. 아티스트들도 이러한 세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유럽의 미술계는 ‘역동성’이라는 새로운 모티브를 받아들게 되었다. 말이 달리고, 전구가 휘황찬란하게 불 밝힌 카페의 모습도, 발레리나가 아름답게 춤을 추는 모습도, 플랫폼으로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어 오는 증기기관차도 바로 그 역동성의 대표적인 주제였다. 하지만 그림과 조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움직임’자체가 아니라 그 움직임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이라는 은유나 움직임의 찰나를 포착한 정지된 한 장면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동시대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에 아티스트들이 고민했던 그리고 목표했던 많은 것들이 해결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미술의 중요한 문제의식에서 저만치 멀어졌고, 움직임은 실제로 가능한 재현이 되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작품은 움직임 자체에 대한 구현이 목표도 아니며, 역동성만을 재현한 것도 아니다. 영화의 발명은 시각의 재현을 넘어 시간의 재현이기도 했다.
지금 우리에게 구현되는 첨단의 현대미술은 현대 과학기술의 척도를 보여줄 수 있지만 오히려 자연에 대한 향수와 현대문명이 예단치 못한 이기(利己)의 위험을 경고하기도 한다. 이제 예술은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인공 기계문명의 역동적인 새로운 풍경에의 찬탄과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예술의 이미지는 이제 서로가 눈을 맞추고 서로가 대상화한다. 인공의 것이 자연의 것처럼 움직임과 표정을 가지게 됨으로써 새로운 감성을 감지하고 소통한다. 영화나 사진의 광학적이고 기계적 매개 결과가 우리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여 울게도 웃게도 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이제 어떤 운동, 행위나 표정은 근대인들이 목격한 생경한 것들의 경이로움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함의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렇다면 ‘움직임’은 감성이나 인식의 표상체가 된다. 기호학(Semiotics)은 이 표상체가 가지는 기표(記標 Signifiant) 를 분석함으로써 현대사회의 풍요로운 사회적, 문화적 의미(기의 記意 Signifié)를 번역해 준다. 예컨대 우리의 제스처가, 화장과 성형이, 패션과 과잉된 욕망의 다양한 기호품들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또 다른 언어의 체계를 갖는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은 그 콘텐츠의 움직임(행위 motion), 표정이 우리에게 어떤 감성을 자극해 특별한 표상체가 되는 작품들이다. 우리는 부족한 형용사들을 나열하게 될 것이고 또한 특별한 표정과 움직임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러한 대상에게서 받은 자극이나 간섭으로 발생되는 변화는 풍부한 사회언어를 (재)생산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말하는 ‘작품’은 단순히 기표(시니피앙)만이 아닌, 동시에 기의(시니피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호들의 삶에 주목하는 것은 움직임이 암시된 작품들을 통해 특별한 감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된다.
출처 - 부산현대미술관
"인공의 것이 자연의 것처럼 움직임과 표정을 가지게 됨으로써 새로운 감성을 감지하고 소통한다."
"작품은 단순히 기표(시니피앙)만이 아닌, 동시에 기의(시니피에)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호들의 삶에 주목하는 것은 움직임이 암시된 작품들을 통해 특별한 감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KEEN(정찬호 Jeong Chan Ho + 김수 Kim Su) ‘아무도 살지 않는다.’ (Nobody lives.)
키네틱 설치, 2020, 공간에 가변설치
- 들고 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문, 용도 폐기된 실제의 문들이 비현실적으로 배치되어 여전히 그 기능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만든다. 스스로 열리고 닫히는 문들은 아직 저쪽과 이쪽의 경계를 만들지만, 이미 저쪽은 추상적이고 상상의 공간이 된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은 '폐기된' 문의 작동으로 우리 기억 속에 누군가 살았던 삶의 잔상을 만든다. 문들로만 이루어진 골목의 재현과 기억이 누적된 다양한 문들의 합주는 시간을 재현한다.
"작품의 설명 중,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은 '폐기된' 문의 작동으로 우리 기억 속에 누군가 살았던 삶의 잔상을 만든다." 라는 표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내 기억속, 마음속의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고 '아무도 살지 않는다.'의 의미 역시도 내 마음에 누군가 다녀갔던 방의 흔적들은 여전히 존재 하지만 사실 지금은 그 누구도 존재 하지 않음을 각인시키는 것 같다. 우리는 그 기억들을 잊고 살아가지만 시시때때로 기억의 서랍이 의도치 않게 열려 버리듯, 이 공간의 폐기된 문들도 자동으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최수환(Choi Su Hwan) 유령연습(ghost practice.)
키네틱 설치, 2018, 공간에 가변설치
-최수환 작가의 작업은 너무나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한다. 그저 스쳐지나갈 만한 것들에 대해 낯선 상황을 덧붙여 눈여겨 관찰할 것으로 반전시킨다. 움직이지 말아야 할 일상의 사물들이 특별한 동력이 부여되는 순간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작품 제목이 "유령연습"이다. 움직이지 말아야 할 사물을 움직여 살아있는 유기체 처럼 보이게 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의도 였다면 가위와 못의 움직임은 그 의미에 부합하였고 신발의 움직임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 봤다. 벽면에 그려진 동그라미 선을 따라 나사 못이 빙글빙글 돈다. 그 원리를 대충 눈치 챌 수 있을 것 같지만 육안으로 보기에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못' 이었다. 가위도 마찬가지. 기둥 밑으로 아무것도 의지하지 않은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인데 비해, 신발만 기구를 이용하여 열심히 움직여 주고 있음을 알려준다. 생동감을 부여한 '자체적' 움직임처럼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었다.
-마무리로 이 총 3가지의 전시들은 무료로 7/26일까지 진행되며,
각각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움직임'과 '테크놀로지' 라는 공통의 주제로 많은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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