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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이야기/영화_드라마_미디어

영화 <YOUNG ADULT MATTERS - 어른들은 몰라요> 리뷰 directed by 이환

by Fancy_sailor 2021. 4. 18.

 

 

 

 

Young Adult Matters, 2020

개봉 2021.04.15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127분

평점7.7

누적관객10,934명

박스오피스14위

수상내역25회 부산국제영화제, 2020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를 보고왔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담고있지만 어쨌든 자극적인 장면들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의 영화다. 코로나19 이후로 영화관을 찾는 횟수가 대폭 줄어든만큼 실로 엄청 오랜만에 보는 영화였다. 어른들은 몰라요 라고 적힌 포스터 맨 위에는 "Young Adult Matters"라는 영어 제목이 적혀있다. 직역해보면 '청소년들의 문제' 라고 해석되는데 실제로 'young adult'는 청소년이기도 하고 22에서 25세까지의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트렌드에따라 조금씩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는 청소년에서부터 20대 초반의 젊은 청춘들까지 두루두루 아우르는 의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는 18세의 두 동갑내기 여자아이 두명과 20대 초반의 두 청년이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에피소드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있고 각자 그들만의 말못할 고민들을 가지고 있겠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청소년들의 방황은 거의 어린 청소년들이 저지를 수 있는 타락 중에서도 가장 맨 밑, 더이상 내려갈 곳도 없을 정도로 끝이 아닐까 싶을 수준의 타락을 보여주고 있고 보는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정도로 우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학교폭력, 가출, 절도, 성매매, 마약 등등 나쁜짓이라는 나쁜짓은 거의 죄다 등장하는데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나쁜짓들 그 바탕에는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한 무책임한 '어른들이 잘못'을 함께 투영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영화는 세진, 주영, 재필, 신지 이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의 첫 장면은 18살 여고생 세진이 팔에 자해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피로 범벅된 자해 흔적들을 그대로 인스타 라이브로 내보낸다. 이 세진이라는 아이는 여동생과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데 학교에서 소히 '일진'으로 불리는 무리들에게 늘 괴롭힘을 당하며 생활한다. 그런데 아이러한 부분은 일진 무리중에서도 괴롭힘을 주도했던 여자아이와 방과후에는 언제그랬냐는 듯이 락볼링장에 놀러가기도고 같이 보드를 타는 등 여가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하게 지내는데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세진'은 학교폭력을 겪음과 동시에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로부터 '가스라이팅'을 함께 당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청소년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소 '이상한' 친구관계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 준 장면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라는 명목아래 사실 그 관계 사이에서 '갑' , '을' 관계가 존재하고 심각하게는 폭력이 오갈 정도가 되지만 가볍게 사과한마디 건네면 그만인 것이다.  세진이를 괴롭히는 일진 여자아이는 친구들 앞에서는 '세진'의 괴롭힘과 폭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언제그랬냐는 듯이 자신의 즐거움과  필요에 의해 세진과 밖에서 어울려 다니기도 하고, 자신의 괴롭힘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둥 굉장히 이중적 면모를 보여준다.

 

 

 

 

락볼링장에서 자신을 늘 괴롭히는 친구과 언제그랬냐는 듯 함께 놀고있는 세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진'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베시시 바보같은 웃음을 보여준다. 친구들의 괴롭힘 속에서도..  일진 여자아이가 자신을 향해 소리지르고 윽박지르는 상황 속에서도 되려 또 베시시 웃으며 그 친구의 입에 입을 맞추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줬는데 나는 사실 이 단락에서 세진이가 갖고있는 극한의 '애정결핍' 증상이 느껴졌는데 친구의 폭력과 폭언에도 자신의 막무가내식 '애정표현'으로  그 폭력을 무참히 상쇄시키려는 듯 시도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이야기의 진짜 시작은 세진이 선생님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덜컥 임신을 하게되고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그 상태로 가출을 감행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세진은 이미 4년째 길거리를 떠돌며 가출 생활을 하고있는 '주영(하니)'을 우연히 만나면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는데 마트인지 전자상가인지 아무튼 상가내 화장실 천장에서 내내 잠적하고 있다가 불이 꺼지고 상가가 문을 닫으면 그제서야 나와서 상가 내에 판매하는 진열상품들을 가방속에 모조리 넣고 훔쳐 달아난다. 주영은 이런 방식으로 길거리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고 '주영'은 세진이가 어떻게든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돕는 사이가 된다.

 

 

 

 

 

 

 

주인공 '세진'이가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한 힘겨운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목적을 달성하게 위해 결국 나중에는 4인이 힘을 합치게 되는데 갖은 고생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예를들면 매일 담배를 피는 건 다반사고 약에도 손을 대고 임신 상태로 계단에 굴러 떨어지는 등) 쉽사리 유산되지 않는 설정이 좀 아이러니 하기도 했지만 아직 영화에서 보여줄 이들의 타락이 훨씬 더 많이 남았는가보다 생각하며 일단은 묵묵히 영화를 관람했다.

 

세진, 주영은 20대 청년인 재필, 신지를 우연찮게 만나게 되는데 바로 세진의 낙태약을 불법으로 구매하려는 과정에서 직거래 목적으로 만난 수상한 아저씨와 모텔에 동행하게 되고 그 현장에서 세진이 강간을 당하자, 깜짝 놀란 주영은 맨발로 곧바로 뛰쳐나와 마침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재필이와 신지를 발견한다. 주영은 온 몸을 던져 막무가내로 그들 앞을 막아서서 도와달라고 호소하게 되는데 바로 그 장면이 그들의 첫 만남이다.

 

 

 

 

 

 

 

새파란 머리의 재필, 그리고 마치 커트코베인 안경을 따라쓴 것 같은 신지. 두 청년도 세진, 주영과 다를 바 없이 방황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청년들이었다. 넷은 그 계기로 어울려 다니며 동고동락 하다시피 하는데, 어느순간 세진이의 낙태 수술을  성공시키기 위한 여정에 그들도 자연스레 동참하게 된다. 나는 사실 초반부에 재필이라는 캐릭터를 타락했지만서도 내면에는 일말의 책임감과 최소한의 정의감, 고집이 있는 성격의 소유자 라고 생각했었는데 ( 세진이의 낙태를 물심양면 도우려는 모습을 통해서 ) 그렇게 동거동락하며 서로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결국 서로를 배신하고 등쳐먹고 이용게되고 애초에도 '신뢰'가 있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더욱 겉잡을 수 없는 타락의 관계로  떨어져간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정말 잔인하게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재필이가 외친 대사 "너 하나 때문에 도대체 몇명이 X되야 되는건데!" 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재필에게 잠재되어있던 폭력성과 광기, 분노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신이 아니었나 라고 생각한다. 물심양면 세진을 돕는 듯 해 보였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된 일은 없었고 그 모든 분노들을 결국 어디에도 해소하지 못한 채 이 모든 갈등과 문제의 시작이 마치 '세진'이었던 것 처럼 화를 뒤집어씌워 표출 하는 모습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폭력적인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원래도 요즘말로 '앰생인생' 전전하고 살던 재필이, 마치 세진을 만나고 모든게 엉킨 것 마냥 자기 인생의 화풀이를 그녀에게 쏟아내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게되면 요즘 힙합씬에서 핫하다는 젊고 어린 랩퍼들의 많은 노래들이 ost로 흘러나오는데 굉장히 이 영화의 감성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사실 '힙합'이라는 장르도 반항과 분노의 표출과도 아주 가까운 연관이 있다면 있는 장르여서 그런지 몰라도 어린 청소년들의 방황과 갈등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에 아주 찰떡이었지 않았나 싶다. 특히 여주인공이 보드를 타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선선한 바람을 가르면서 보드를 타는 장면과 또 그 장면과 적절하게 어울리는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느낄 수 있는 우울하면서도 센치한 감성이 매력적이라면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타락의 소재나 방황의 계기 등등 주인공이 여동생과 단 둘이 살게 된 이유라던지 배경 정보 제공이 조금 부족하기도 하고 스토리가 그렇게 디테일하게 잘 짜였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나는 이 영화의 감독 '이환' 감독의 첫번째 화제작 '박화영' 이라는 영화를 보지 못해서 그 영화와 비교 할 순 없지만 어쨌든 현실적이면서도 어둠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자극적이긴 하지만 여과없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딘가에는 저렇게 바닥 인생을 처참하게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이 음지에 분명 존재할 것이고 결국 어른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 일어난 결과라는 것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뻔히 알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더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것 같다. 어른들과 사회의 관심의 부재, 그리고 무책임함과 그들의 더러운 욕망 따위가 만들어 낸 타락의 끝은 바로 이런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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