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라이프 Still Life , 2013 제작요약영국 외 | 드라마 | 2014.06.05 개봉 | 12세이상 관람가 | 88분감독우베르토 파졸리니출연에디 마산, 조앤 프로갯, 카렌 드루리, 앤드류 버칸 더보기줄거리나의 외로움과 쓸모를 발견해준 단 한 사람, 당신의 ‘존 메이’는 누구인.. 더보기누적관객수5,391 명 (2014.07.02,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역대 영화 순위
오랜만에 기억에 남을 좋은 수작을 보았다. 처음에 주제가 '고독사'에 대한 영화라고 얘기 들었을 때 굉장히 우울한 분위기를 상상했다. 하지만 다 보고 나서 느끼는 영화의 분위기는 우울하다기 보다 조용하고 평온하며 묵직한 울림이 느껴진다. 잔잔하지만 전개가 흥미로운 영화야 말로 사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오랜만에 그런 취향저격의 영화를 보게되어 기쁘다.
사실 살면서 고독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몇번이나 있을까 싶다. 주로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혼자 외로이 살던 독거노인이 고독사를 맞이했다는 글을 보곤 했는데 요즘들어서는 점점 젊은 연령층의 고독사 소식도 꽤 빈번하게 접하는 추세다. 어찌됐든 '고독사' 라는 것 자체를 '저 너머 어딘가 있는 소외계층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 정도로 여겨지다가 시간이 갈 수록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은 것은 그저 기분 탓 만은 아니라고 본다.
내게도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깜깜한 외로움, 희망이 없는, 고독과 같은 단어들을 일상처럼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가족들과의 연락을 최대한 기피했었고 부모님께 걸려오는 전화도 종종 무시하고 그렇게 스스로 고립됨을 선택했던 우울한 시절이 있었는데 문득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이런식으로 가족들과 연락을 멀리하고 혼자서 살아가다가 어느날 내가 죽음을 맞이하면, 누군가 내 사망소식을 몇일이 훌쩍 지나고 혹은 그 보다 더 뒤에 발견한다면 그게 말 그대로 '고독사'인 셈이지 별 다른 특별한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외롭게 혼자 죽는다는 것'이 별안간 '소외계층'에게서 발생하는 죽음이 아니라 평범한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이라는 생각을 아마 그때 처음 했었지 싶다.
영화에서는 '존 메이' 라는 미혼의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그는 런던 케닝턴 구청 소속 22년차 공무원이며 그의 관할 구역 내에서 발생한 고독사 현장에 늘 나타나는 인물이다. 그의 주 업무는 바로 고독사로 운명을 달리한 사망자의 유품을 단서 삼아서 장례식장에서 읽힐 추도문을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아마도 거기까지가 구청에서 공식적으로 그에게 지시하는 업무 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그가 더 주력을 다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고인과 관계된, 또는 관계되었던 가족이나 지인들을 여러방면으로 수소문하여 찾아내는 일이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내게 되면 장례식에 참석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정중히 여쭙는 데 까지가 그의 일이었다.
그렇다보니 장례식을 치르는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다소 길어졌고 업무 처리 속도가 다소 늦다는 이유로 구청에서는 그를 해고하고 다른 부임자를 고용하게 된다. 그때 마침 그가 사는 아파트 맞은 편에서 또 다른 고독사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는 마지막 의뢰인 '빌리 스토크' 씨의 사망건 까지 업무 수행을 마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상사에게 간절히 요구한다. 그리고 그는 온 힘을 다해서 그의 과거를 뒤쫓기 시작하고 그의 인생을 스쳐간 젊은 시절의 애인부터 함께 근로했던 동료, 전우들, 거리의 노숙자들 그리고 그의 남은 혈육 그의 딸 까지, 그와 관계된 과거의 지인, 가족들을 찾아서 그의 변화무쌍했던 과거 인생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게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들에게도 장례식에 참석 해 줄 것을 어느때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요구한다.
이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사실상 유일무이했던 나름의 로맨틱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가 고인의 딸을 찾아서 장례식에 참석해줄 것을 부탁하게 되고 그녀의 딸에게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주인공이 기쁜 마음으로 장례식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묘비의 색깔은 무엇으로 해야 좋을지, 관은 어떤 소재로 만들어진 것을 쓸것인지 추모곡은 무엇으로 할지 등등 세세한 부분들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그과정에서 고인의 딸은 그에게 묘한 기분을 느끼는데, 아마 내가 저 입장이 되더라도 그녀와 같은 감정이지 않았을까. 오랜시간 생면부지하고 살아가던 아빠의 사망 소식을 어느날 낯선 공무원을 통해서 듣게 되고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듯 진심으로 장례식 절차를 준비하고 그 과정을 섬세하게 설명해주는 남자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 남자 뭐지? ㅈㄴ 섹시하네" 라는 생각을 무의식으로 하게 될 것. 나이가 몇살이고 간에 일단 본능적으로 강한 호기심을 느낄 것 같다.
그렇게 독신으로 평생을 살아오던 '존 메이'씨 에게도 오랜만에 로맨스가 찾아오는걸까? 싶었지만 영화는 순식간에 충격적인 전개로 내리 꽂는다.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헉' 소리를 자아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결말이 더욱 진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평생을 남의 장례식을 위해서 일생을 바쳐 온 그에게 갑자기 예상치 못한 그 전개는 한편으로 허무할 수 밖에 없는 결말이었지만 영화적인 의미로써는 어쨌든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지 않았나. 그리고 미신적인 얘길 하나 던지자면 '사후세계'나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 과 같은 존재에 대해서 어느정도 믿는 나로써는 썩 나쁘지않은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느껴졌다.
홀로 외롭게 살아갔지만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늘 위로했고 또 많은 사람들로 부터 위로를 받은 그는 결론적으로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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