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한국 | 드라마 | 2018.07.19 개봉 | 청소년관람불가 | 99분
감독 이환
줄거리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이름: 박화영 나이: 18 직업: .. 더보기
말 그대로 "리얼 10대 생존기"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를 보고 이 시리즈의 첫번째 "박화영" 이라는 작품이 궁금해졌다. 사실 영화 개봉당시에 박화영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엄청나게 주목을 받았었던게 기억이 난다. 유튜브나 여러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 "박화영"을 맡았던 배우에 대한 기사들을 어렴풋이 접했었는데 어른들은 몰라요를 본 계기로 이제서야 영화 박화영을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 '박화영' 에서는 비행을 일삼는 '무리'들이 등장한다. 거의 가족처럼 같이 밥먹고 잠자고 함께 지내다시피 하는 아이들이지만 사실 뜯어보면 가족도, 친구도 아니다. 그들은 함께 어울려 다니지만 사실 철처한 서열관계로 이루어진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로 엮여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엄마'를 자처하는 한 아이가 등장한다. 그 아이는 바로 '박화영'. 걸핏하면 "니들은 나 없었으면 어쩔뻔 봤냐?" 라는 말을 시시콜콜하게 던지는 캐릭터인데, 친구들을 위해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청소도 하며 헌신적으로 '엄마' 역할을 다하지만 언제나 서열1위 우두머리 남자 아이에게 맞아 터지는게 일상이다. 이렇게 무리지어 다니면서 나쁜짓을 일삼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복잡한 관계들을 묘사한, 소히 말하는 학교 일진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게 영화 '박화영 '이다. 그에비해 '어른들은 몰라요'의 경우에는 학교폭력을 당하는 여자아이가 가출을 감행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둘 다 청소년들의 방황과 비행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그러면서도 '결'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뻔 봤냐?"
라는 이 대사는 영화 내내 자주 등장한다. 말했다시피 화영이는 '엄마' 역할을 자처하면서 친구들 무리에 끼어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엄마'라는 역할의 의미가 좀 이상하다. 친구들을 꼭 자식 챙기는 것 마냥 먹여주고 청소해주고 빨래해주며 허드랫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어째 '호구'라는 말이 '엄마' 라는 단어로 둔갑된게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든다. 근데 당사자가 본인 스스로를 '엄마' 역할 이라고 하니 할말이 없다. 여기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었겠지만 화영이가 하는 '엄마'라는 역할은 사실 '시다바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엄마'라는 뻔뻔한 단어는 화영이 본인의 '정신승리' 라는 걸 알 수가 있고 그 정신승리에 주변 친구들까지 모두 동참하고 있는 샘이다. '괴롭힘' , '왕따' , '시다바리' , '호구' 와 같은 단어들은 화영이 본인이 스스로 인정하기에 너무 초라하고 자존심 상하기 그지없는 단어들이기 때문에 '엄마' 라는 그럴싸한 단어는 그 어떤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난 엄마 역할이니까" 라는 말로 쿨한 척을 가능토록 하게 해주는 마법과도 같은 단어였던 것이다.
잠깐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영화에 나오는 저 추억의 노스페이스 잠바를 보니 문득 생각난 얘기가 하나 있다. 영화 주제와는 별개의 얘기이긴 하지만 옛날에 어떤 짤 중에 노스페이스 해외본사 창업주가 한국에서 노스페이스 브랜드 성공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한국은 산지가 발달해 등산을 즐겨 한다고 들었다. 아마 그 때문에 노스페이스가 사랑받는 것 같다" 라는 대답을 했었다고 하는데, 저 당시에 노스페이스 잠바 주류 소비층이 거의 10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굉장히 유행이었고 당시에도 50~70만원 하는 나름 고가의 잠바였어서 '노스페이스 패딩' 사달라고 부모님한테 찡찡대는 애들을 두고 "등꼴브레이커"라는 단어가 나올 만큼 약간 폐륜을 상징하는 잠바였다. 그 '노스페이스' 소비 유행 문화를 선도한 아이들 중엔 꽤나 "일진" 애들이 적잖이... 아니, 많-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노스페이스 창업주는 집-학교-집-학교만 반복하는, 산행 할 시간이라고는 1도 없을 것 같은 한국 10대 아이들이 바로 주 소비층이었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과연 알고 있을까.
아무튼 노스페이스 잠바가 나오는걸로 봐서 2005~2007년도 10대 고등학생들 감성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 것 같았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영화 '박화영'도 그렇고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도 그렇듯이 나는 공통적으로 '관계'의 아이러니함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본래의 '친구'라는 이름으로는 절대 행하지 못할 법한 행위들을 저지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관계를 아무렇지 않게 포장한다는 것이다. 옛날을 돌이켜보면 10대 아이들만의 이런 알수없는 모호한 관계들은 무수했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은근한 폭력들 또한 꽤나 빈번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예는 극단적으로 꽤나 수위가 높은편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아이들 사이에서도 은근한 '갑' , '을' 과 같은 서열은 조금씩 존재했으니까 말이다. 특히 극중에 '은미정' 이라는 캐릭터가 또래 중에 우두머리인 남자친구를 등에 업고 친구들 사이에서 '여왕벌'이 되어 군림하고자 했던 부분 역시도 그들의 '서열'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예다.
그런 아이들 사이에서 화영이처럼 일명 '호구를 자처하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너무 좋은 먹잇감이 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서 화영이와 진짜 엄마와의 관계를 조금씩 엿볼수 있는데 화영이에게 차지하고 있는 결핍의 요소 중 많은 부분들이 친엄마로부터 파생된게 아닐까 라고 추측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나의 결핍을 남에게 대신 행해줄 때 - 대리 보상 받는 마음"
나는 화영이를 보면서 '정신승리' 와 더불어 '대리 보상' 같은 마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화영이는 친엄마의 보살핌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사실은 영화를 보면 알 수가 있는데 거기서 파생된 결핍으로 인해 자신이 받았어야 했지만 받지 못했던 엄마의 관심과 보살핌들을 자신이 누군가에게 행하면서 마치 '대리만족' 내지는 '대리보상'을 느끼고자 했던 화영이의 무의식적 행동이 아니었을까 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보았다.
그리고 화영이의 이런 헌신적 태도는 영화가 전개될수록 점점 더 강해지고 영화 후반부에는 도저히 겉잡을 수 없을 정도의 처참한 사건이 발생 하는데 화영이의 이런 헌신적 태도도 이 부분에서 더욱 절정에 치닫으면서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된다. (더이상 헌신적이기도 불가능하기에) '헌신'을 넘어서서 스스로에게 가학적인 수준에 이르기 까지도 자기만의 합리화된 역할놀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화영이. 이쯤되면 그녀의 헌신은 어쩌다 이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타적마음=양보하는마음 < 봉사하는 마음 < 헌신하는 마음 < 나를 희생하는 마음 < 손해보는 것 < 이용당하는 것....
< 가학적 상황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 < 자학적 쾌감
화영이는 스스로에게 가학적인 상황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으려 애쓰는 아이였고 그 마음의 아주 작은 씨앗,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마도 너무나도 평범하고도 정상적인 "이타적인 마음"에서 비롯될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물론 '가학적 쾌감'의 원인이 '이타적인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나도 정상적인 마음 상태라 할지라도 어떤 계기로 큰 충격과 결핍을 한꺼번에 안게 됐을 때 인간이 비약적으로 갑자기 비정상적 심리상태에 빠르게 도달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영이는 타의적으로 폭력을 당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자학함으로써 그것이 마치 내 '책임'을 다한다는 거짓 소명에 빠져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고자 했던 불쌍한 아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자학적 쾌감은 자해와도 매우 가까운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쾌감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위태롭다고 생각 될 때, 희망이 가장 최저치에 있을때, 그리고 도저히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어떠한 감정적 기쁨도 누리지 못할 때 되려 최악의 상황에서 쾌락을 찾고자 하는 역발상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사실 이런 감정적 경험은 살면서 하지 않는게 좋지만 더욱이 아직 한참 어려도 어린 10대 시절에 이런 절망적 감정을 느낀다면 누구라도 지혜롭고 의연하게 대처하긴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화영이처럼. 어떤식으로든 이 죽을 것 같은 불행을 '기쁨'으로 포장하고 싶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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