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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이야기/영화_드라마_미디어

영화 <코다, Coda> - 조금 특별한 가족의 용감하고 아름다운 독립.

by Fancy_sailor 2021. 9. 6.

 

 

코다 CODA , 2021 제작요약미국 드라마 2021.08.31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112분감독션 헤이더출연에밀리아 존스퍼디아 월시 필로에우헤니오 데르베스말리 매트린  더보기줄거리2021년, 음악의 마법에 빠질 시간! 가장 조용한 세상에서 시작된 여름.. 더보기누적관객수32,961 명 (2021.09.05,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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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 이 포스팅의 제목을 뭐라고 써야할까 나름대로 여러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고민을 했다. 어쨌든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한줄평은 한 가족의 용기있고 아름다운 '독립'을 그려낸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라라랜드 음악감독이 참여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영화를 보고나서 알게되었는데 '라라랜드'가 로맨스를 주제로 다룬 뮤지컬 영화였다면 '코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린 영화다.  

 

그리고 또 앞서 제목에 '조금 특별한' 가족 이라고 칭한 이유에 대해 말하자면 영화속에 등장하는 이 가족은 단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농인'으로 등장하는데 그 유일한 한명이 바로 영화속의 주인공 '루비'이다. 루비는 가족들 중 유일하게 정상적인 청력을 갖고 태어났는데 다소 평범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로 인해서 어릴때부터 종종 친구들로부터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일쑤였고 무엇보다도 '루비'의 존재는 가족들에게 있어서 절대 뗄레야 뗄 수 없는 큰 존재로 등장한다.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루비를 통해서 늘 세상과 소통해오던 가족들이기었기에 루비는 그들에게 있어서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통역사' 이면서 동시에 그 이상의 중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평생 할 줄 아는게 '고기잡이' 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서 온 가족이 생업을 함께 이어나가기 위해 매일 고기잡이 배에 올라타 일을 한다. 영화 첫 장면은 라디오를 들으면서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일하는 루비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대충 듣기에도 꽤나 노래에 소질을 타고난 소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루비는 내심 짝사랑하던 남자아이를 따라서 같은 써클부에 들어가게 되는데 바로 '합창단'에 지원서를 넣게된다. 그 계기를 시작으로 자신의 재능에 확신을 갖게 된 루비는 음악 공부에 점점 더 깊숙히 빠져들게 되고 그러면서 그간에는 가족들과 겪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부딪히게 된다. 어쩌면 루비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언젠가 꼭 겪을 수 밖에 없는, 애써 가족들이 외면해오고 있던 그 부분들이 루비의 음악활동을 시작으로 하나 둘 문제들을 직접 맞닥들이게 되고, 가족들은 그 불안함에 대해 여전히 회피하고 인정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특히나 이 가족들간에 얽히고 설킨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의 갈등들이 하나하나 공감이 가서 더욱 인상이 깊었다. 어릴때부터 가족들의 귀와 입이 되어주면서 자라온, 사실상 가족들을 이끄는 가장 역할을 해온 어린 루비의 입장과, 어른으로써 늘 인정받고 싶지만 '농인'이라는 이유로 그닥 큰 책임감을 부여받지 못한채 언제나 불만감과 의기소침한 마음을 품고 있는 루비의 오빠 '마일스'. 딸에게 항상 많은 부분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면서도 동시에 자식을 어린 아이 마냥 취급하고 대하는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 부모님의 모습 등등 그 모든 갈등들이 내게는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이 동시에 들었던 것은, 결국 저 영화에서 보여준 가족들의 용기와 사랑. 절대 한명만 노력해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가족의 화합 같은 것들이, 아직은 내가 느껴보지 못한 그 무엇.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였다.

 

어쨌든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 받은 부분은, 결국 온 가족들이 주인공 '루비'의 꿈을 응원하고 그녀의 음악 인생의 시작을 지지하게 됨으로써 가족들이 생전 처음으로 겪어야 될 지 모르는 루비의 큰 빈자리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기로 한 것, 언제나 가족들 옆에 서서 봉사하는 것이 당연했던 루비를 결국은 놓아줘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인 농인 가족들의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었다. '루비' 개인으로써의 음악 인생의 시작은 곧 가족들에게도 또 다른 '독립'의 의미였다는 것. 물론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갈등과 다툼이 일어났지만, 세상과 가족 사이에서 늘 매개체 역할을해 온 루비 없이 본인들이 익숙하게 살아오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이제는 직접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갈 길을 선택한 용기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세상에 완벽한 가족은 어디에도 없다. 부족하고 모자란것 투성이인 작은 공동체. 그것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 그리고 모자라고 부족하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어야 하고 때로는 서로의 '존중'을 위해서 다같이 힘을 합치고 용기를 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렇게 힘을 냈을 때 그 과정에서 더 한 단계 성장하는 끈끈한 가족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가족의 화합은 그동안 내가 너무나 바라고 바랬던 이상적인 모습의 화합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결국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다른 한사람을 위해서 끝없이 희생하거나 또 그 누군가는 그 희생을 당연히 여기고, 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사이에 서로 집착하고 지나치게 간섭하는 행위 같은 것들이 너무 쉽고 당연하게 일어나는것이, 내가 현실에서 더 가까이 닿아있는 가족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모든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저마다 다 부족하지만 결국 두터운 가족애를 쌓아가는 건 오직 '용기'를 낸 가족들만이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의 시작은 한사람만의 노력으로 가족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모두가 한 마음으로 움직였을 때 가능하다는 것. 

 

 

문득 동시에 떠오른 다른 영화들 중에서 모두가 높은 IQ를 자랑하며 고학위 학벌을 자랑하지만 사실은 허점 투성이였던 가족 이야기 영화 '스마트피플',  자살시도를 한 게이 삼촌과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말 한마디 꺼내지 않는 오빠, 그리고 완벽주의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사는 아빠, 뚱뚱하고 못났지만 미녀 어린이 대회에 나가기를 꿈꾸는 소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리틀 미스 선샤인',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 어느 피 섞인 가족들 못지않는 깊은 유대관계를 보여준  영화 '가족의 탄생' 그리고 '죽여주는 여자' 까지. 내가 좋아하는 가족 영화들을 나열하고 보니 하나같이 느낄 수 있는 공통점들은 바로 완벽해 보여도 완벽하지 않은, 또는 대놓고 허점 투성이에 부족하고 결점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그런 그들일지라도 '가족'이라는 공통체의 유대감 하나로 서로를 지켜주고 아껴준다는 점이다.

 

 

내가 바라고 그리는 가족의 이상향이란것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그냥 서로를 보듬고 아껴주고 지켜주며 응원해주는 것. 그냥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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