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써보는 넷플릭스 자연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에 대한 리뷰이다. 내가 이 다큐를 보게된것은 굉장히 우연한 일이었다. 사실 그 처음의 시작은 뜬금없게도 '사마귀'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날 주말 오전 자다 깬 멍한 정신으로 유튜브를 켰는데 우연히 피드에 뜬 사마귀 영상이 눈에 들어왔고 재생해보니 암컷 사마귀를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Please Bee" 라는 채널의 영상이었다. 암컷 사마귀의 어린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모습들을 차곡차곡 모아 편집한 영상이었는데, 어린 암컷 사마귀가 먹이를 먹고 성장하는 과정, 사마귀가 수컷과 교미에 성공하고 알을 낳는 모습 등 평범한 성장 과정의 모습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다가 어느순간 사마귀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먹이를 거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제 성장 할 만큼 다 성장하고 여러번의 알도 낳은 어미 사마귀는 자연의 이치가 늘 그렇듯 바로 죽을 날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예상한대로 사마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사마귀를 키워온 주인은 처음 사마귀를 데리고 왔던 장소로 찾아가 고이 묻어주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것 같은 사마귀의 성장 스토리를 보고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그 사마귀의 죽음이 전혀 평범하고 뻔한 죽음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평범한 사마귀의 죽음 그 자체에 새로운 어떤 슬픔을 발견 한 것이 아니라, 이 채널 주인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은 좀 더 '특별했던 사마귀'의 죽음으로 인식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특별함이라는 것은 바로 인간과 사마귀가 맺은 '유대관계' 라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짧고도 긴 시간동안 인간과 유대관계를 쌓아온 어느 암컷 사마귀의 죽음."인 것이다. 이 서사는 내게 그냥 사마귀가 아니라 충분히 좀 더 '특별한 사마귀'로써 인식하는데 큰 영향을 줄 수 있었고 즉 채널 운영자의 정성 어린 마음이 평범한 사마귀를 매우 특별한 사마귀로 만들어주게 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주책맞게 눈물 쏟아내고는 우연히 추천영상으로 보게 된 것이 바로 '나의 문어 선생님'이었다. 앞서 말한 사마귀 영상과 마찬가지로 이 문어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주는 감동 포인트 역시 인간과의 교감, 유대관계에 큰 포인트가 있다. 결혼을 하고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고있던 주인공은 어느날 문득 인생의 큰 방향성을 잃은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목적의식이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한동안 방황하다가 문득 어린시절 추억이 있는 다시마바다로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암컷 문어에 강한 호기심을 갖게되고 그는 긴 시간동안 문어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사실 문어는 바다생물 중 굉장히 지능이 높은 편에 속해서 바다속에 사는 강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데, 처음에는 잔뜩 경계하는 태세로 주인공을 대하다가 어느순간 긴장이 서서히 풀리면서 암컷 문어 역시 주인공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는 여러개의 빨판이 달린 문어 다리 하나를 슥 내밀어 인간의 손을 더듬 더듬 만져보며 주인공을 처음으로 탐색하는 순간이 나온다. 매우 경이롭고 신기한 장면이 아닐수가 없었다. 그렇게 완전히 경계를 풀게된 암컷 문어는 주인공의 배 위에 올라타기까지 할 정도로 주인공과의 친밀감을 조금씩 쌓아가게 된다.



실로 문어가 바다속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굉장히 경이로운 수준이었는데 위기의 순간마다 몸의 색깔과 질감을 수시로 변경하며 은폐하는 것은 기본이고, 마치 사람이 두 발로 걷는 것 처럼 문어 역시 다리 두개를 지탱해서 바다속 지면 위를 걸어가기도 하고 주변의 조개더미들을 모아서 몸을 둥글게 공처럼 말아 덕지덕지 조개 껍대기로 몸을 감싸 보호하는 등 굉장히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천적의 공격을 피해가며 생존해 나가고 있었다. 사실 그보다도 가장 놀라운 부분은 문어가 생존을 위한 먹이 활동이나 천적을 피해 도망가는 본능적인 모습들 외에, 굉장히 사회지능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주인공은 어느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문어를 관찰하다가 독특한 모습을 발견한다. 마침 지나가는 물고기 떼들을 향해 문어가 두 팔을 벌려 물살을 휘젓는 행동이었는데 처음에는 사냥을 시도하려는 건가 생각했지만 문어는 굉장히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사냥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저렇게 단순한 방법이 사냥을 하고자 하는 행동일리가 없었다. 결국 한참에 이르러서야 그가 깨달은 것은 문어가 그저 물고기들을 향해 장난을 치는 행위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문어에게도 여지없이 죽음은 찾아온다. 문어는 여러번이나 백상아리와 같은 천적들을 피해 살아남았지만 수컷 문어와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한 후부터 급격히 기력이 퇴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주인공이 어느날 문어의 상태를 살피러 찾아갔을 때는 이미 온 몸이 불어 죽기 일보직전, 겨우 숨만 붙어있는 상태의 문어를 발견한다. 그리고 여기저기 물고기들에게 살점을 뜯기고 결국은 상어가 나타나 기력없이 늘어져 있는 문어를 단숨에 낚아채 물어가버린다. 그 모습을 본 주인공은 가슴이 찢어질듯 아팠지만 자신이 개입함으로써 생태계의 질서를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현상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문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대해 얘기하던 주인공은 마치 절친한 친구를 잃은 것 같은 깊은 슬픔에 잠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결국 인간이 자연 생태계 속에 존속되어 있다는 것, 자연의 일부라는 소속감을 느끼는 감동과 경이로움도 물론이지만 그보다도 주인공이 문어라는 연체동물에게 큰 호기심을 느끼면서 암컷 문어에게 관심과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순수한 집중력에 더욱 큰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우리는 사실 굉장히 사소하지만 뜻깊은 무언가에 깊게 매료되고 집중 할 수 있을 때 심리적인 만족감과 행복의 가치를 깨닫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작지만 의미있는 무엇에 깊히 집중할 수 있는 순수함은 점점 사라져가기에, 그 공허함과 상실감을 익히 알고 있는 나로써는 앞서 말한 사마귀를 키운 유튜버나, 문어를 오랜시간 들여다본 이 다큐의 주인공과 같은 마음이 얼마나 특별하고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더욱 사무친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듬에도 불구하고 순수하다 라는건 과연 나이값을 못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한적이 있었는데 또 다른 한편으로 순수함을 잃는다는 것 역시 얼마나 삶에 있어서 소중한 원동력과 에너지를 잃어가는 행위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은 결국 누가 뭐라해도 대상이 뭐가됐든 내가 온전히 집중하고 빠질 수 있는, 내게 영감을 주는 무엇을 통해서 삶의 활력을 얻고 의미를 찾아간다. 그말은 즉 순수하게 뭔가를 사랑할 수 있는 열정을 잃어 간다는것은 분명 삶의 목적을 잃은것과도 같은 기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마귀를 온 진심을 다하여 키울 수 있었던 것과 문어를 진심을 다해 관찰 할 수 있었던 이 두사람의 열정이 내게는 단순히 생태계의 신비함 그 이상의 특별한 감동이었다. 사소하고 하찮을 수 있는 작은 생명체에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애정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저 두 사람의 순수한 에너지가 내게는 너무나 부러운 어떤 '것'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즌1 편성 넷플릭스 2013.07.11. ~ 2013.07.11. 13부작

원제Orange Is the New Black

원작 원작소설

공식공식홈

 

 

넷플릭스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시즌1을 정주행했다. 시즌1 방영시기를 보니 2013년부터 방영을 했었던 드라마인데 이제서야 처음으로 나는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간략한 이 드라마의 내용은 사랑하는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아주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던 주인공 '파이퍼'가 10년전에 저지른 실수로 인해 갑자기 교도소에 복역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기 때문에 노출이나 야한 장면들이 첫 화부터 여과없이 나오는데 다행히 다른 여느 범죄영화들처럼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잔인한 장면들은 거의 없는편이고 단지 교도소에 수감하는 여자 재소자들의 일상을 그리는 드라마로,  사실은 매우 어두운 소재지만 밝고 유쾌하게 그려나가는 면이 많은 드라마이다. 시즌1은 총 13부작으로 나뉘며 부족한 것 없이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던 주인공 '파이퍼'가 교도소에 자진 입소하게 되면서 겪게되는 많은 에피소드들을 그려나간다. 

 

 

 

 

 

 

 

 

 

 

주인공 '파이퍼'는 10년전 대학을 갓 졸업하고 난 후, 이력서를 제출하기 위해 찾아갔던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자신의 운명의 여인 레즈비언 '알렉스'를 만나게 된다. 순진하고 착했던 '파이퍼'는 마약 수입, 밀매 일을 하며 큰 돈을 벌고있던 알렉스에게 왠지 모를 호기심과 강력한 매력에 이끌려 그녀를 동경하듯 사랑하게된다. 그렇게 둘은 교제를 하던 도중 '파이퍼'는 어느날 '알렉스'의 마약 밀매 사업을 자연스레 돕는 역할을 하게 되고 그 사건이 있은 후 10년이 지나서야 교도소에 수감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분명히 '알렉스'가 법정에서 자신을 공범으로 지목했을 거라는 생각에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 파이퍼는 교도소 내에서 다시 그녀와 다시 재회 했을 때 시종일관 누구보다도 차갑게 그녀를 대한다. 

 

사랑하는 그녀의 약혼자 '래리'를 두고 갑자기 교도소에 입소해야하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그녀가 과거에 레즈비언과 사귀었다는 것, 마약 밀매를 간접적으로 돕는 실수를 한 일, 말하지 않았던 모든 과거의 비밀을 약혼자에게 털어놓게 되고 그야말로 파이퍼는 인생의 큰 난관에 봉착하게된다.

 

 

 

 

 

 

 

 

 

 

아니나다를까 입소 첫날부터 큰 실수를 저질러버리고 마는데, 교도소 주방장 '레드' 앞에서 그녀의 음식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실수로 뱉어버린 파이퍼는 다음날, 레드가 특별히 파이퍼를 위해 준비했다는 식판을 받아와서 열어보니 버거 안에 피가 잔뜩 뭍은 탐폰이 들어있었고 파이퍼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한 채로 식당밖으로 뛰쳐 나간다. 파이퍼는 이후로 쭉 주방 직원들에 의해 따돌림을 당하면서 배식을 받지 못하고 몇날 몇일을 굶는 상황에 놓여버리게 된다. 교도소내의 보이지 않는 재소자들의 서열과 규칙에 당황한 파이퍼는 어떻게든 주방 책임자 '레드'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눈물겨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되는데, 바로 허리가 좋지 않았던 '레드'를 위해서 손수 민간 요법으로 만든 순수 치료제를 선물해서 갖다 바치는 노력으로 겨우 레드의 마음을 풀어놓게 된다. 몇일을 오래 굶었던 파이퍼는 첫 날 교도소 음식이 '역겹다'고 내뱉었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만찬을 먹는 것 처럼 식사를 맛있게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주방 직원들의 따돌림을 겨우 이겨내고 이제 좀 교도소 생활에 다시 적응해볼까 싶을 찰나, 곧이어 파이퍼에게 또 다른 복병이 따르는데 이번에는 일명 '미친눈깔'이라고 불리는 흑인 레즈비언 '수잔'의 부담스러운 고백과 스토킹(?) 때문에 또 다시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파이퍼는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 이 사태를 정리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자신은 '래리'라는 약혼자가 이미 있으며 난 너의 여자친구도, 와이프도 될 수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얘기한다. 그 말을 들은 '수잔'은 왠일인지 파이퍼의 말에 수긍하는 듯 얌전히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는가 싶었는데 그날 밤 결국 사고를 치고만다.

 

2인1실로 방을 새로 배정받은 파이퍼의 룸메이트는 다름아닌, 이 교도소에서 오랜 수감생활중이던 꽤나 연로한 재소자였는데 바닥청결에 매우 예민하고 정리정돈에 깐깐한 스타일로 이제 겨우 신참이었던 파이퍼는 어떻게든 그녀의 비위에 맞춰줘야 하는 상황. 이 상황을 잘 알고있던 '수잔'은 그날 밤 그녀의 2인1실 앞으로 찾아가 자고있던 그녀 앞에서 보란듯이 그 자리에서 오줌을 냅다 싸버린다. 불쾌한 냄새에 잠에서 깬 파이퍼의 룸메이트도 이 상황을 함께 목격해버리고 되고, 깐깐한 성격의 그녀는 파이퍼에게 이 불쾌한상황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다시한번 파이퍼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 방을 새로 배정받은 첫 날부터 또 다시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을 맞닥드린 불쌍한 파이퍼. 그녀는 15개월형 교도소 수감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래리'와 결혼식을 무사히 잘 치를 수 있을까.

 

 


 

 

 

 

 

 

 

총 13부작 시즌1을 이틀 삼일에 걸쳐서 정주행하게 되었는데 사실 나같은 경우 아무리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도 하루만에 열몇시간 동안을 계속 집중해서 보기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 이틀 삼일에 걸쳐 시즌1을 완주한것도 내 기준에서는 아주 빠르게 정주행 한 속도이다. 그만큼 굉장히 재밌게 봤고 다양한 죄목으로 수감중인 여성 재소자들의 이야기라, 온갖 폭력과 차별, 교도소내의 성매매, 동성애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왠만한 모든 어두운 소재들은 거의 다 등장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에프소드 중간중간마다 각 캐릭터들이 교도소에 입소하게 된 각자의 사연과 계기들을 그려주는데 생각보다 '인간적인' 재소자들의 모습을 비추려했는지는 몰라도 꽤 많은 재소자들이 의도치않게, 혹은 그렇게까지 될 지 몰랐던 나쁜 상황에 우연히 휘말리게 되버리면서 큰 중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는 설정들이 은근히 많았다. 마치 순진했던 주인공 파이퍼가 레즈비언 연인을 만나 본인의 인생에 어울리지도 않을 경험을 하며 범죄를 가담하는 행위를 '우연히' 하게되는 것 처럼 말이다. 

 

어쨌든 시궁창 같은 상황 속에서도 그 안에서 각자의 생활과 '인생'을 찾아가는 재소자들의 이야기들을 너무 어둡지만은 않게, 꽤나 유쾌하고 인간적으로 그려주고 있다. 근데 우리나라와는 사실 차원이 다른 미국의 강력한 형벌 수준을 생각해보면 왠지 충분히 있을만한 이야기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까지 평범했던 나의 친구가 어느날 전혀 아무런 전과가 없이도 우연한 실수로 갑작스레 최악의 상황에 휘말려 교도소에 수감되어 버리는 상황이 어쩌면 미국에서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일일지도 않을까. 단순 사건 현장에서 가해자의 동행인으로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도 공범으로 몇년형을 선고 받을 수 있는 나라니까 말이다.

 

 

 

 

 

 

 

 

 

 

 

아무튼간, 인종차별, 여성차별, 성소수자, 살인, 강간, 폭행 등 모든 흉악 범죄와 암울하고 어두운 것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들은 모조리 다 등장하며 재소자들간의 다툼과 경쟁, 서열싸움 같은 것들은 다반사이고 그 보다 교도관과 재소자들의 부적절한 관계들이 사실 매우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부분이었다. 무력한 여성 재소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것으로도 모자라 본인의 이익을 위해 마치 성노예 같은 존재로 그들을 이용하기도 하고, 교도관과 재소자라는 완벽한 신분 차이로 서로 다른 선에 있지만 사실 재소자들과 별 다를바 없는, 아니 어쩌면 그들 보다도 더 더러운 최악의 인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남자 교도관의 뻔뻔한 '범죄' 행위가 주로 화를 북돋는 장면들이었다. 교도소 내에서 여성 재소자들을 이용하여 크고 작은 범죄를 매일 같이 일으키고 있지만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그런 폭력들이 정당화 되는 모습들이, 그리고 그 어둠의 룰에 무기력하게 당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여성 재소자들의 모습을 그린 장면들이 사실 가장 폭력적이었던 장면들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재수없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코 나는 저 콧수염 남자 교도관 역할을 꼽을 것이다.  

 

 

 

 

 

 

 

 

 

 

일명 '야동콧수염' 이라고 불리는 이 새끼 아니, 이 캐릭터는 재소자들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자자한 쌉변태로 유명한데 교도소 내에서 구할 수 없는 간식이나 담배같은 기호식품같은 것들을 재소자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애무해주는 조건으로 성매매를 일삼고 다니는 최악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나쁜 전략으로 인해 재소자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을때도 단순 '자살'사건으로 무마시켜 버릴 정도로 악마의 영혼을 갖고 태어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뻔뻔한 캐릭터도 재소자들이 자신의 일상과 한 인간으로써의 삶과 존엄성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어울리지 않는 심약한 소리 해대던 장면이 기막히게 우습고 모순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이 야동 콧수염이 등장하는 신을 볼 때 마다 불쾌지수 상승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다. 

 

 

 

 

 

 

 

 

 

 

 

사실 내가 가장 '덕통사고' 일으킨 캐릭터는 바로 주인공 파이퍼의 전여친 '알렉스'라는 캐릭터인데 어릴때 부터 아버지없이 어머니와 단 둘이서 불우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탓에 짝퉁 아디다스 운동화로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였던 그녀는 나중에 자라서 친아버지를 찾아 간 장소에서 우연히 마약 밀매 사업가를 만나게되고 그 길로 빠져들면서 교도소에 수감하게 된 캐릭터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마약 밀매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그녀는 화려하고 말 그대로 Flex한 삶을 살아갔는데, 그녀의 죄목과는 무관하게 이 배우 자체가 갖고 있는 개성과 매력에 매료되어 나도 주인공 '파이퍼'처럼 그녀의 강렬한 매력에 홀려버린 케이스가 된 것 같다. 섹시한 중저음 보이스와 검은 흑발, 큰 굴곡의 강렬한 아치형 눈썹과 눈매가 매력적인 배우. 여자들로 하여금 '걸크러쉬' 팬심 자극하는 섹시하고 카리스마있는 캐릭터다.  여자마저 홀려버릴 강력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왜 주인공 파이퍼가 그녀에게 홀려버리게 되었는지 단숨에 이해가는 부분이다. 

 

 

 

외에도, 각자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조합과 스토리가 꽤 재미있는 구성의 드라마라고 얘기하고싶다. 총 시즌7까지 나온 이미 2019년에 종결된 드라마지만 이제서야 이 드라마 시청을 시작한 나로써는 시즌7까지 천천히 주행해볼 생각이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여성 재소자들의 모습을 통해서 미국 사회의 보편적인 분위기와 범죄, 차별 문제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고 일상적이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어둡지만 유쾌하며, 과감하고 신선한 얘깃거리의 소재가 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조용히 추천해보고 싶은 드라마다. 

 

 

 

 

 

 

 

 

 

 

 

 

 

요약미국 | 로맨스/멜로 외 | 2020.02.12 개봉

감독마이클 피모그나리

출연라나 콘도르노아 센티네오조던 피셔애나 캐스카트  더보기

줄거리사귀는 척했다. 그런데 이젠 진짜 사귄다! 풋풋한 커플 라라 진과 피터... 더보기

홈페이지www.netflix.com/title/81030842

 

 

 

 

 

 

시즌1,2,3을 총 통틀어 전체적인 리뷰를 적어 볼까 한다. 이 드라마에는 '라라 진' 이라는 한국계 미국 여자아이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어릴 적 부터 짝사랑 하는 모든 남자 아이들에게 남 몰래 편지를 쓰고 혼자 간직하는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여자 아이다. 편지 봉투에는 짝사랑하는 남자애의 집 주소까지 적어놓지만 부치지 않은 상태로 몰래 판도라의 상자 처럼 비밀스러운 곳에 영원히 보관 해 둔채 평범한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던 와중,  개구쟁이 그녀의 여동생의 발칙한 장난으로 인해 그만 그 모든 편지가 짝사랑남에게 우편으로 전송되고 만다.  총 5명의 짝사랑 상대에게 편지가 전달되어 버리고 그 중에는 친언니의 전 남친(조시)을 포함해, 어릴 적 부터 절친이었지만 중학교부터 사이가 멀어진 친구(젠)의 현재 킹카 남자친구(피터)도 포함되어 있었고 더 어린시절 짝사랑(존 앰브로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심지어 라라진에게 언니의 전 남친 '조쉬'에 대한 감정은 애매하게 현재 진행형이었던 상태.

 

 

 

 

 

 

라라진으로부터 갑작스런 연애편지를 받게 된 남자아이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 편지에 대한 얘길 꺼내려고 하는데, 그 중 피터가 가장 먼저 그녀와 마주치게 되고 라라진이 지난날동안 숨겨 왔던 짝사랑 연애편지를 손에 쥐고 있는 피터를 보고 충격에 그만 라라진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리고 만다. 정신을 차리기도 잠시, 저기 멀리서 이번엔 언니의 전 남친 조시가 걸어오는데 그의 손에 쥐어진 것도 다름아닌 라라진이 몰래 썼던 연애편지. 그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라라진은 눈 앞에 있는 피터에게 입을 맞춰 버리고 그 모습을 본 조쉬는 깜짝 놀라 멈춰선다. 

 

어쨋든 그녀의 모든 연애편지가 탄로나게 되고 난감한 상황에서 '피터'는 라라진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젠'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던 피터는 '젠'의 질투심 유발을 목적으로 '라라진'에게 진짜로 우리가 사귀는 것 처럼 학교에서 '가짜 커플' 행세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조쉬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피터에게 기습 입맞춤을 했던 빚을 진 라라진에게 '너도 날 이용 했으니, 나도 너를 이용하도록 도와 달라'는 제안. 그렇게 둘은 서로서로의 계약 조건을 맞춰 가며 본격적으로 학교에서 '가짜커플' 행세를 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이 쯤 되면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스토리의 하이틴 드라마 라고 할 수 있다. 가짜로 연애를 시작했지만~ 결국 둘은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으며~ 다른이에게 썼던 연애 편지 대상 남자애들과도 새로운 삼각 관계로 엮이게 되고 어쩌구 저쩌구~ 말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전개가 예상되는 스토리 라인이다. 그럼에도 내가 시즌1을 푹 빠져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10대에만 느낄 수 있는 그 감수성에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었고 '라라진'이 겪은 생각과 감정들이 나의 10대때 감정과 꽤나 일치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라라진 이라는 캐릭터에 깊숙히 감정이입 할 수 밖에 없었다. 주책 맞은 이야기지만 풋내나고 흔한 10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즌1을 보면서 괜시리 눈시울이 젖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라라진이 그동안 왜 또래 남자 아이들과 쉽게 관계를 맺지 않았는지에 대해 피터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장면이 왜그렇게 와닿았나 모르겠다. 영화 분위기는 그 어디에도 심각하거나 눈물을 유발할 만큼의 감정선은 없다. 그저 내가 라라진이라는 여자아이의 캐릭터에 과하게 나 자신을 이입해 상상했는지도 모르겠다.

 

 

 

 

 

 

 

라라진은 애초부터 어쩌면 '관계'에 미숙한 여자아이였는데 어린시절 부터 일찍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 때문인지 갑자기 끊어지는, 혹은 누군가 자신을 떠나가게 될 것이 두려워, 시작도 전에 두려움으로 인해 16세가 되기까지도 단 한번도 남자 친구를 사귀지도,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온 상대의 데이트 신청도 일일히 거절해가며 스스로 '관계'를 차단해 온 아이였다. 그 굳게 닫혀진 마음이 어쩌면 나의 지난 어린시절과도 비슷해서 그렇게 마음이 아펐나보다.  그 어느때보다도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는 10대 시절에 관계에 대한 첫번째 큰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관계든) 멘탈적으로 건강 할 경우엔 얼른 그 상처를 최대한 잊고 또 다른 다음 사람이 내 자리에 들어 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 아이라면 아마도 그 상처가 마치 내게 영원할 것 처럼 생각하고 자신을 꽁꽁 싸매두기 때문에... 라라진의 모습을 보면서 그 섬세하고 여렸던 지난 감정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글을 쓰는걸 좋아하고 상상, 공상하는걸 좋아하고 즐기지만 그 모든게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두려운 그녀.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가짜의 관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솔직할수 있었던 라라진." 

 

 

어쨌던간 시즌1은 학교 킹카인 피터와 다소 인기 없는 아이 이미지였던 라라진의 가짜 커플 행세로 학교생활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그녀의 생활들을 보여주고 젠의 질투심 유발에도 결국 성공하며 셋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은 피터와 라라진의 서로의 진실된 마음을 확인하는 부분까지 보여주면서 시즌1이 마무리 된다.

 

 

 

 

 

 

시즌2 에서는 마냥 행복할줄 알았던 피터와의 연애가 어느 순간 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버린 라라진은 자신도 모르게 피터에게서 젠의 흔적 떠올리며 괴로워 하게 되고 그로인해 혼란스러움에 빠진다. 그러면서 그녀의 짝사랑 연애 편지 대상이었던 또 다른 남자 아이(존 앰브로스)를 우연히 봉사활동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새로운 갈등 구조를 맺는데 다른 리뷰들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피터와 꽁냥꽁냥 연애 하는 모습을 기대 했는데 또 다른 인물을 바로 등장시키면서 너무 갈등 위주로 전개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글쎄 모 나는, 그녀가 새로운 남자 아이의 등장으로 전혀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남자친구 피터와의 관계에서 자신도 모르게 동시에 새로운 설레임이 찾아오는 '진귀한(?)' 상황을 겪는 라라진의 모습을 보는 게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사실상 굉장히 이게 현실적인 얘기니까. 

 

이제 고작 16살의 소녀에게 심지어 남자친구를 처음 사겨보는 소녀에게 벌써 영원한 '사랑'같은 스토리를 기대하기는 글쎄.. 그것이 더 무리수가 아닐까~ 왠지 나같았어도 라라진과 비슷했을 것 같은데. 내가 한번씩 짝사랑했던 과거의 또래 남자아이가 조금의 세월이 흘러서 훈훈한 모습으로 재 등장하고 그 아이 역시 내게 여전히 관심 있어 보이는 눈치라면 15, 16살의 나도 스스로도 주체 할 수 없는 호르몬 변화에 그 정신적 혼란과 육체적 혼란을 과연 잘 감당해낼 수 있었을지 확신할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런지.ㅎㅎ 무튼 내게는 이만하면 흥미롭고 사랑스러운 미국 하이틴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이 드라마는 하마터면 주연이 백인 여자 아이가 될 뻔 했다는 사실. 이 드라마 작가가 처음부터 라라진 이라는 한국계 동양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스토리를 썼지만 제작사 측에서 미국의 어느 하이틴 드라마에도 '동양 여자'아이를 주연으로 쓰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동양 여자아이를 주연으로 썼을 때 보다 백인 여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쓰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인기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꽤 작가를 계속해서 설득하고 했다고... 하지만 작가가 꾸준히 '동양인 여자아이'로 밀어 부쳤고 결국 초기 바램대로 '라라진'이라는 사랑스러운 동양 여자아이 캐릭터가 탄생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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