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마크

커리어 진단 검사 


 

 

웨이마크 검사라는걸 실시해보았다. 사실 나는 관련 분야 쪽으로 알고리즘이 이미 짜여있어서 자기개발, 심리검사 혹은 이런 직장과 관련한 다양한 검사나 수업 같은 것들이 인스타 광고 알고리즘으로 엄청 자주 등장하는데, 마침 직장 관련 변화와 이직의 순간에 놓여있는 내가 테스트 해 볼만한 괜찮은 "커리어 진단 검사"라는 알고리즘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당첨된건지 걸려든건지) 어쨌거나 수많은 알고리즘 광고들 속에서 조금 괜찮다 싶어 보이는 것들을 북마크를 해놓는 편인데 49,000원이라는 검사비용을 어느순간 결제를 해버리게 됐다는... (일단 유료 테스트를 별로 해본적이 많지않음) 지금 현재 이벤트 중이라 40% 할인 가격으로 검사를 해볼 수 있다고 한다.

 

뭐 어쨌든 내가 생각했을 때 이검사지의 취지나 목적은 이러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어딘가 소속이 되어 자신의 일을 하고있겠지만 ①그것이 과연 나의 타고난 성향과 장점에 알맞은 일일까?에 대한 의문, ②업무 적성은 잘 맞지만 회사 분위기나 근무 스타일이 내게 맞지 않아서 피로 요소가 많은건 아닐까, 또는 로운 분야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는데 그 선택이 내게 잘 맞을지 등등 한번이라도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중간 점검을 해 볼만한 흥미있는 테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의 새로운 직업적성 분야를 찾아가는 것도 매우 소중한 발견일 것이다.

 

처음에 백그라운드 설정을 할 때 현재 어떤 일을 하는지, 얼마나 그 분야에서 일을 했는지, 연봉은 얼마인지 등등에 대해서 체크를 하는데 여기서 현재 일하는 직장을 선택해도 되고 현재 구직중이라면은 최근에 일했던 곳을 바탕으로 해도 되고, 아니면 내가 새롭게 가고자 하는 분야로 설정을 해도 된다고 했는데 질문지에 보면 현재 회사에서의 분위기나 동료들과의 관계, 의사소통, 회사 내에 믿을 만한 조언자 혹은 시스템이 마련되어있는지 등등 매우 디테일한 질문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사실상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로 설정을 하면 테스트를 해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같은 경우 오히려 이 테스트를 하기 전에 백그라운드 설정이 은근 고민되었다. 현재 하는 일이 전에 하던 분야와 다른 쪽인데 아직 일한 경험이 많지 않고 직장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환경이나 분위기에 대해서 응답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겨져서 가장 오래 몸담았던 분야로 설정하고 테스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도 사실 가장 궁금한건 내가 앞으로 선택할 새로운 분야가 내게 얼마나 잘 맞을까? 이 부분이었는데 막상 그 분야에서 일 한 경험이 없는 상황이라면은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회사 내 시스템, 동료와의 갈등, 상사와의 관계, 커뮤니케이션 이런 부분에 응답하기가 꽤 어려우므로 가장 오래 몸 담고 일했떤 분야로 설정하는게 맞지 않나. 

 

 

 

 

이 검사지의 테스트 목차는 이렇다. A- 마의 마음 건강 상태, B-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 C-가치 실현을 돕는 심리자원, D-만족할 수 있는 조직문화/직무 이렇게 A-D섹션으로 나누어 검사 결과지를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B가 아닐까 싶다. 현재 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가로 인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꼭 불행한 결정이 아니라는 것. 예를들면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좋아하는 일로 성공해야 하는 루트를 선택한다면, 불확실한 보수를 받으며 열정을 투자하는 그 시간이 훨씬 더 괴로울 수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의 결과지를 보면,

 

 

 

 

 

 

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성취관계지향 이라고 나왔고 전에 오래 일한 분야에서의 내 직무 건강 상태는 심한 번아웃이 온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조직문화 적합도에서는 꽤 높은 적합도가 나왔는데, 이 말은 즉슨 내가 전에 몸담았던 분야의 보편적 조직 문화가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상사와의 관계나 커뮤니케이션이나 또는 어떠한 특정 회사들의 분위기가 내게 맞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결론을 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흥미로운 것은 내가 나답게 일 할 수 있는 직무 추천이었는데  실제로 5위안에 내가 오래 몸담아 온 직종과 관심분야가 2개가 들어있었고 3위 세일즈는 내가 훗날에 궁극적으로 목표하고 있는, 현재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는 직종이라 5순위 안에 내가 해온 일, 하고자 하는 일이 들어있다는 것은 꽤 스스로 메타인지가 잘 되고 있는 중이었다(?) 라고 나름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이 부분에서 내가 가고자 하고 관심두고 있던 분야가 5위안에 단 1개도 없다면은 맞지 않는 적성을 향해 노력을 기울려 왔던 것이라는 뜻이 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고객경험관리가 1위로 나온것에 매우 의아한 점이 없지않아 있는데 퍼센테이지를 보면 1위와 2위가 그닥 큰 차이가 없다. 5위 안에서 내가 관심이 가는 것은 창작/예술과 세일즈 이 두가지인데, 안정적인 수입과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면은  세일즈를 선택해야 맞는것이다. 그리고 사업기획/경영, 서비스/제품기획이 12~13위에 있는것도 조금 의외였다. 사업기획나 제품기획이 그닥 내게 맞지 않는다니... 컨벤션 기획이나 (행사기획) 머천다이징 쪽으로도 고민해본 적 있는데 그 쪽으로 갔으면 큰일날 뻔 했다. 

 

뭐 어찌됐든 이 테스트에도 약간의 오류는 발생할 수 있겠지만 테스트를 할 당시 내가 얼마나 솔직하고 정직하게 테스트에 임했느냐에 따라서 테스트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차이 나지 않을까. 그래도 이런 검사를 바탕으로 이직 혹은 새로운 분야의 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또는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 원인이 뭔지, 내가 앞으로 어떤 방향성에 가치를 두고 나아가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고민 해 볼 수 있는 괜찮은 자료인 것 같다. 

 

어쨌든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역시 아무래도 "자기 이해"에 대한 부분 인 것 같다. 즉 메타인지를 도와주는 테스트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나의 현재 상태와, 내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실현 할 나의 강점들, 그리고 이 모든걸 바탕으로 내게 적합 할 업종과 직무 추천받기. 이 순서가 아주 자연스럽고 또 살면서 여러 직업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지침서가 되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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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나 휴식 따위의 것과 비교되지 않는 새로운 환기 방법을 제안한다. 세 명의 작가는 당신을 평화로운 일상으로부터 강하게 나꿔챈 장대비이자, 폭풍우다. 우리는 당신이 간절히 바라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이 전시를 디자인하였는데, 발칙하게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사는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도록 전시를 기획했다. 당신은 목적으로부터 멀어질 때 불안을 느낀다. 이루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멀어진 일이 중요한 일 일수록 불안은 더욱 커진다. 효율적이지 못하고 쓸모없는 정보들로 가득한 이 전시를 감상하는 시간 동안 그대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고 더 큰 불안을 느낄 수도 있다.

제목 그대로 이 전시는 그대를 위해 휴식과 감상을 준비하지 않았다. 이 전시를 보는 것에 드는 에너지는 이 전시를 탈출하는 것에만 쓰이길 바라며, 아무 짝에 쓸모없는 정보들은 그대에게 견딜만한 스트레스를 선물하길 원한다. 폭풍우를 만난 배처럼 예기치 못한 전시를 만나 전시장에 어쩔 수 없이 표류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당신은 항해 중 표류했다. 작품을 보기 전에 당신의 캘린더를 보길 바란다. 아름다움을 느끼기 전에 당신의 목표를 끊임없이 떠올리길 바란다. 당신은 이곳에서 끊임없이 원하지 않는 무언인가를 끊임없이 알게 되지만 당신에게는 감상할 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며 쓸모없는 것을 긍정하지 않아야 한다. 이 전시에 대한 호기심보다 쓸모없는 감상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크길 바란다.

결국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과 목표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인식하길 바란다.

지금 발전이 멈춰있는 당신이 불안과 평안 중 무엇을 느끼는지 감각하고 전시장을 나가길 원한다.

 

 


 

 

 

8월에 관람하고 온 전시 리뷰를 뒤늦게 작성해보고자 한다. 이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한 작가님의 초대를 받아 찾아가게 되었는데 장소는 전포동에 위치한 ‘별일’이라는 작은 갤러리이다. 이곳에서 진행했던 전시 제목은 “Drifting in the balchic sea”이다. “발칙해로 표류하다, 떠다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표류’라는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전시다. 전시 팜플렛을 보면 독특한 표류수칙이 몇가지 적혀있다. 그 첫번째, 표류자라는 것을 잊지 말 것. (전시장을 나갈 때 까지) 두번째, 작품을 보기 전에 내 할일을 상기 할 것. 세번째, 작품이 쓸 데 없다고 느낄 것. 네번째, 전시장에서 작은 휴식도 갖지 말 것. 다섯번째, 작은 것에 호기심을 가지지 말 것. 이라는 총 다섯가지의 수칙이 적혀있다. 이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은 부디 이 조항을 염두하며 관람을 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번째, 다섯번째 조항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이 수칙을 실패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특히 다섯번째 조항은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조건이 아닌가. 아무튼 팜플렛부터 발칙하기 그지없는, 도대체 이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표류’가 무엇일까 상상하며 이 난파호에 발을 딛어보았다.

 

 

 

 

 

전시에서는 '표류'를 마치 조금은 불안한 휴식과도 같이 묘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시를 보고있는 이 시간만큼은 그다지 목적성이 없는, 말 그대로 별 생각 없는, 별 의미없는 행동들을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이리저리 경쟁에 치이며 숨 쉴 틈 없을 정도로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한번쯤 바다 위에 둥둥 표류하는 목적지 잃은 난파선 마냥 우리가 의도적으로 '의미없는 시간'들을 보내보자 라는 것이 이 전시의 궁극적인 목표였다고 할 수가 있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표류라는것은 내게는 휴식의 의미보다는 '고립'의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목적지가 있지만 잠시 쉬어가는 것과 아예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정체된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정말로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시간을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한 잠깐의 휴식의 시간으로 절대로 여기지 못할 것이고, 그 말은 즉슨 진정으로 하루하루 인생을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이 전시가 표현하고자 하는 '표류=휴식' 이라는 의미가 비로소 성립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과연 이 난파호에 발을 딛어 잠깐이라도 의도적인 표류를 즐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라는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비슷한 예로 옛날에 이런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2008년도 쯤 이제 막 장기하와 아이들이라는 인디밴드가 '싸구려커피' 라는 곡으로 급부상 할때였다. 이 노래의 가삿말중에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라는, 누가봐도 평범한것 보다는 조금은 궁핍한 처지가 연상되는 노래가삿말이 있는데 누군가 이 노래를 듣고 이런 평을 했더랬다. 장기하가 가난하고 궁핍한 처지의 이미지를 미학적이고 위트있는 가삿말로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는 사실 가난과 전혀 무관하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것인데,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아주  설명해주는 적절한 예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즉 인생에서 의도적인 표류의 시간 (쓸모없는 시간)을 가져보자 라고 말하는 시도가 사실은 정말로 목적지를 잃은 채로 표류해 본 적이 없는,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바쁜 인생을 살아가는 작가들이 모여서 이 전시를 기획 하였다는 점이 참으로 흥미로우면서 아이러니한 부분이 아닌가 라는 감상을 해보았다. 사실 내가 지나온 표류의 시간들은 고립 그 자체였고 어쩌면은 사회, 세상과의 단절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시간이 내게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잠깐의 '정체' 라고 전혀 느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영영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나라는 존재의 가치가 조용히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전시가 내게 주는 표류의 의미는 의도적인 불안한 휴식이 아니라 그냥 '불안'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표류를 즐길 자격에 대한 생각을 논하다보니 문득 또 생각나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몇년째 계속 하나의 트렌드 마냥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단어로써 자리매김 해왔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번아웃'이라는 단어 역시 마치 힐링이라는 단어의 짝꿍처럼 sns나 여러 플랫폼에서 사람들의 지친 감수성을 자극하는 단어로 종종 등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이 그동안 번아웃 상태였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게 되었는데 사실 이 번아웃이라는 단어 역시도 절대 아무에게 아무렇게나 갖다 붙일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거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파고들어 체력을 완전히 다 소진한, 열정적으로 뭔가에 쏟아부은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꽤나 그럴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해줄 수 있는 위로의 말이었던 것이다. "당신은 그것에 진심으로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에너지를 다 소모 했으므로 번아웃 상태로 진단 할 수 있겠습니다." 라는 말은 결국 내가 가진 열정의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부었다. 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즉 어떤 일에 쉽게 질려서 끈기가 부족했거나 혹은 적성이 맞지 않아서 마음을 붙이지 못한것 그 외에도 그냥 그저 게으른 사람이라서 등등 여러가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로 사소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더군다나 그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는 노력 보다는 그저 그것들을 모른척하고 회피 해 오기만 했었던 사람들이 어느날 문득 '번아웃'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아, 내가 번아웃 이었구나." 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당신은 그렇게 말 할 자격이 없다"라고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결론은 이 전시에서 작가님들이 의도하고자 했던 '표류'는 정말로 열심히 살아온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짜릿한 '일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생산적인 '목적성 잃음'을 실행할 수 있는, 열심히 살아온 작가님들의 노고가 새삼 대단하고 부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다시 맨 위 상단 전시 안내문의 일부를 가져와보자. "이 전시를 보는 것에 드는 에너지는 이 전시를 탈출하는 것에만 쓰이길 바라며, 아무 짝에 쓸모없는 정보들은 그대에게 견딜만한 스트레스를 선물하길 원한다. 폭풍우를 만난 배처럼 예기치 못한 전시를 만나 전시장에 어쩔 수 없이 표류하는 것이다." , "결국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과 목표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인식하길 바란다. 지금 발전이 멈춰있는 당신이 불안과 평안 중 무엇을 느끼는지 감각하고 전시장을 나가길 원한다." 라고 아주 단호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관람자들에게 마치 경고하는 듯 얘기하고있다. 이 난파호에 몸을 실어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편안한 정신적 안식을 취하라는 것이 아니라, 되려 견딜만한 스트레스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점,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인식하길 바라며 불안과 평안 중 무엇을 더 강하게 느꼈는가를 감각하고 전시장을 나가길 바란다고 말해주고있다. 내가 이 전시에 대해 마치 '불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것 같다 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치 이  전시소개글은 관람자들에게 인위적인 휴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사실 너 불편하지?" 라고 꽤 공격적인 태세로 질문을 하는 것만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위에서 다 얘기한 셈 이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내게 있어서 표류는 '불안'에 가까웠고 의도적으로 쓸모없는 시간을 보낸다는 역설적이고 독특한 발상은 그럴만한 자격이 주어진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달콤한 '일탈'이다. 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게도 그런 일탈의 시간을 스스로가 누릴 자격이 있다고 판단 될 만큼, 매사를 의미있고 진정성 있는 시간들로 채워가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나 자신에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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