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봤다. 그 유명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넷플릭스에서 전체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기에 사실 제 아무리 유명하고 화제몰이중인 드라마라고 해도 관심 없으면 잘 안보는편인데 이 작품은 얼떨결에 한번 봐볼까? 라는 호기심이 들어서 시청해보게 되었다가 단 이틀만에 시즌1을 다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흥미롭게 잘 보았다'라는 감상평이고, 중간중간 소름끼치는 대사들이 나오는 구간마다 나도 모르게 순간 일시정지 눌러놓고 몇초간 멍하니 있다가 또 다시 재생하고, 또 일시정지 눌렀다가를 여러번 반복했을 정도로 되게 몰입감 높여주는 진한 대사들이 꽤 많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회차를 꼽차면 4화, 6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6화는 알다시피 눈물 콧물 짜내는 편으로 굉장히 유명해서 유튜브에 오징어게임 6화 리액션 영상들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나온다. 솔직히 전형적인 한국 신파극에 알러지가 있거나 극혐하는 사람들이라면은 또 "아.. 역시나" 라고 섣불리 생각할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어거지스러운 전개로 짜낸 신파라고 하기에는 각각의 캐릭터들의 사연과 그 개연성들이 충분히 현실에 뒷받침 하므로 그저 '진정성'으로 느껴졌고, 단순 유치한 신파극이라고 낮춰 말하기에는 몰입감과 전달력이 높은 작품이었다고 말하고싶다.
왜냐하면 오징어 게임속에 등장하는 각각 캐릭터들은 다 하나같이 너무나 현실을 빼다박았고 게임이 진행되는 장소만이 마치 현실속의'비현실적인' 공간으로써 존재하는데, 생존을 판가름하는 그 비현실적인 게임 장소가 어쩌면은 현실세계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현실세계가 곧 '비현실'이며 언제나 불합리와 모순들로 가득찬 세상이라는 것.
그리고 공교롭게도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친 한국 작품들을 두루 살펴 보아하니, 공통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진지한 통찰과 그 헛점에 대해 비판하고 꼬집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영화 '설국열차'가 그러했고 '기생충' , '옥자'가 그러했듯이, (이 정도면 자본주에 대해 통찰한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성공한게 아니라 그냥 봉준호 감독 영화가 곧 세계적인것이 된건가 싶기도) '자본주의'라는 주제가 국적불문하고 만국 공통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주제여서 그런걸까 한국식 자본주의 비판 영화가 어쨌든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통하였다고 하니 흥미로운 일이다.
"폭력, 범죄의 등장"
오징어 게임 시즌1은 굉장히 비극적인 스토리를 담고있는데 그 제동에 슬슬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게 아마 4화부터라고 생각한다. 6화에서는 슬픔을 극대화 했다면 4화는 가장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담으면서 동시에 냉정한 경쟁 그 자체를 여과없이 보여준 회차가 아니었나싶다. 특히 처음으로 룰을 벗어난 악과 범죄가 등장했는데 불구하고 통제해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으며 관리자들은 그저 방관할 뿐이고 그 마저도 게임의 일부로 부추길 뿐이었다. (뭔가 어디서 낯익게 많이 본 것 같은 풍경...)
이 부분이 소름 돋았던 이유는 마치 범죄가 들끓는 세상에서 그 누구도 우릴 지켜주지 않으며 사실은 그럴 생각도 없을 뿐더러 그 잔혹함 속에서도 오로지 자력으로 알아서들 생존하여라. 라는 혹독하고 매정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고 그것이 꼭 우리 사는 모습과 너무 똑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나지만 제대로 처벌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그런 무서운 세상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
"확률상 남자들이 유리한 게임이 많아.", "이 손 감춰, 약해보이니까."
4화에서 극중 '상우'가 뱉은 대사인데 물론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어쨌든 원초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세상에 개인이 자력으로 생존함에 있어서 남자로써 살아갈 때 아직은 유리한 부분이 많으며, 마치 현재의 젠더갈등의 속에서 뭔가 원초적인 관점의 모습을 다시한번 드러내고 생각하게끔 하는 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다쳐 장애가 있는 외국인 노동자 '알리'에게 상우가 건낸 말 역시, 이 사회에서 약점이 타인에게 노출 되어봤자 생존에 불리할 뿐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부분.
"믿음, Trust"
그리고 '믿음'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빈번히 등장했다. 탈북자 출신인 '새벽'이는 늘 냉소적인 표정과 말투로 "나는 사람을 안믿어." 라고 습관처럼 말한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각자 본능적으로 '팀'을 꾸린 상황에서 누가봐도 힘 잘 쓰게 생긴 남자들로만 구성된 집단을 향해, 때마침 그들이 세계를 폭력과 범죄로 장악하려고 덤비는 순간 '기훈'이 깡패 '덕수'에게 의미심장하게 내던지는 말이 나온다. 너는 과연 너희 팀들, 그들을 믿을 수 있냐고. 진지한 눈으로 반박하는데 그 질문을 받는 순간부터 '덕수'는 팀원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 와장창 깨지고 이 세계에서 영원하고 절대적인 아군은 없다.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장면. 소름끼치게도 우리 사는 현실 세계 반영이 너무나 잘 되어있다.
그리고 6화까지 절정으로 치닫으면서 우리를 '폭풍눈물' 흘리게 한 것은 바로 가장 가깝고, 함께 하고싶고, 신뢰하고 싶은 바로 그런 소중한 사람. 그런 사람들과도 이 냉혹한 경쟁의 세계에서 예외없이 전투를 치러야만 하는 잔인하고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반영에 모두가 가슴앓이하고 눈물 흘린게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관리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비리 (세모, 네모, 동그라미) 그리고 그 참혹한 결과 (마치 꼬리자리기를 보는 것 같은) 또 잔인하고 혹독한 시스템으로 설계된 이상한 세계 안에서 참가자들에게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임한 일" 이라는 말로 '잘못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메시지가 우리들을 농락하고 조롱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도록 하는 부분들이, 정말로 부정하고싶지만 부정부패 만연하는 현실세계를 똑같이 복사하여 묘사한 것만 같았다. 탈북자, 카드빚, 자살, 고학력자의 현실, 외국인 노동자, 가정폭력, 정치 내부비리 등등 그냥 한국 사회에 현존하고 있는 문제들은 죄다 등장했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살기 고달픈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게 됐으니, 그런 와중에도 '오징어 게임'과 같은 우수한 문화 컨텐츠를 생산해내고 도대체 이 나라는 뭐하는 나라야? 라는 호기심을 던져주기에는 아주 충분한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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