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다르게 출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증가한 코로나 확진자 수 때문에 왠지 맘 한켠이 무겁고 걱정됐다. 괜히 내가 타고 있는 이 버스안이 불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안전하게 출근할 수 있는 자차가 내겐 없다는 사실도, 이 나이 되도록 아직 운전면허 하나 없다는 사실까지 괜시리 스스로를 탓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독한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아침부터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멍하니 관찰하니 한편으로 기분이 오묘해졌다. 분명 이 버스에 나와 같이 타고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출근길이었을 것이고 그말은 즉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에 종사하거나 혹은 재택근무가 가능해도 아직 회사에서 재택근무 방침을 내려주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에 해당되는 사람들이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후자였다. 충분히 재택이 가능한 일이었지만 재택근무 방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라 여느때와 다를바 없이 출근을 감행하고 있었고 이런 시국에도 직장인의 삶은 어제 오늘 다를게 없구나. 라는 현실을 덤덤히 혹은 씁쓸히 받아들이던 중이었다. 버스안에 타고있던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보니 말하지 않아도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듯, 무심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출근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버스 창문에 붙어있던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는데 코로나 발생으로 인해 버스 운행이 단축되거나 중단될 수 있으니 정상화 될 때까지 대체 운행노선을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안내문에 나온 동네가 어디지? 궁금하여 즉각 지도검색을 해보니,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 불과 몇미터 멀지않은 곳이었다.

 

 

 

 



그러던말던 현실은 나는 출근중이란 것이었고 물론 버스도 매일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겠지만 언제 어떻게 확진자를 접촉하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혹여나 내가 탄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하게 되진 않을까 등등 불안한 맘으로 출근을 감행중이라는 사실에 기분이 왠지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약간 과장을 더 덧붙여 말하자면 마치 목숨(?)을 담보로 전투적으로 일터로 향하는 일개 병사가 된 기분이었다고 할까. 전염병도 전염병이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늘 눈앞에 닥쳐있는 문제니 말이다. 아무리 코로나일지라도 현실을 피해갈 순 없는 법...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니 그 누구도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맡은 바 일에 충실한 자세로 일하는 모습이 "매우 훈련이 잘 된, 지시에 순수히 복종하는 병사들"을 보는 것 같았다. 혹은 이미 그 시스템에 적응 해서 옳고 그름의 구분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무의미한 상태가 되어버린 병사들. (잠깐 머무른 곳이었지만 내가 다니던 곳의 부조리한 면들은 다음에 글을 써볼까 한다.) 그 모습들이 퍽이나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그것은 독함일까 아니면 절박함일까를 생각해보게 됐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물론 현실을 치열하게 부지런히 살아가는건 매우 바른 모습이지만 충분히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재택근무'를 건의해 본 사람이 없어보였단건, 굉장한 희생정신인지 그게 아니라면 소속감에 의해 형성된 집단주의의 단결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무엇인지 난 알수 없었다.


아무쪼록 이런 시국이지만 여전히 아침마다 부지런히 일터로 달려가는 회사의 병사들을 나는 진심으로 응원하고싶다. 내 양쪽 옆자리에 앉았던 나보다 한참 어렸던 두 신입 병사들에게도 꼭 화이팅을 전하고싶다. 뭐 대단한 말은 아니고,


"돈 많이 벌어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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