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드라마 2013.02.14. 개봉 122분 미국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데이비드 O. 러셀 관객수129,554명
수상정보 22회 MTV영화제(최고의 남자배우상, 최고의 여자배우상, 최고의 키스상),
내용 눈치없는 이.남.자. 정말 답이 없다?! 연애세포 완전 파괴, 복... 줄거리더보기
연애는 누구에게나 복잡하고 힘들다. 세상에 연애가 제일 쉬웠어요. 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거다.
어떤 연애 상대를 만나던 제 아무리 '소울메이트'라고 자칭 할 만큼 맘이 잘 맞는 상대를 만나 불꽃 터지는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할지라도 서로가 살아온 다른 방식은 늘 존재하고 그 다른 부분을 맞춰 나가는데
크고 작은 트러블이 분명히 발생하는 것이 연애. 이렇게 평범한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도 연애는 맞춰나갈게
너무나도 많은 복잡한 구조의 관계인데 만약 내가 또라이라면? 내게 치명적 정신적 결함이 있다면?
그런 나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 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정신적 결함을 갖고 있는 미워할 수 없는 또라이들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가
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다.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트라우마를 갖고있다.
극중 팻(브래들리 쿠퍼)은 아내 '니키'의 충격적인 외도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아내가 동료 교사와
함께 집에서 샤워하는 장면을 목격) 그 트라우마로 분노조절 장애를 얻은 후,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아내를 잊지 못한다.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엄청난 외로움과 상실감으로
인해 회사의 모든 동료들과 돌아가며 관계를 가졌고 결국 회사에서 해고 당한다.
이렇게 심각한 멘탈 붕괴를 겪은 정신 나간(?) 두 캐릭터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줄 듯 말 듯,
둘의 아슬아슬한 케미를 보여주는 로맨스 영화.
병원에서 한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팻은 퇴원 허가서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오랜 친구의
저녁식사에 초대받게 된다. 그리고 친구는 팻에게 처제 '티파니'에 대해 설명하며 절대로 그녀 앞에서
트라우마를 상기 시킬 수 있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을것을 당부하는데 불구하고
팻은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그녀의 죽은 남편 '토미'의 이름을 언급하며 대놓고 트라우마에 대해
거침없이 질문 해버린다.
그렇게 살얼음판 걷는 분위기의 첫 만남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는데
우연히 티파니가 팻에게 "무슨 약 먹어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처음으로 둘은 둘만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대화를 주고 받으며 웃음을 띈다.
그러나 그러기도 잠시, 감정기복이 왔다갔다 심각한 티파니는 이내
저녁 식사 자리가 피곤하다며 집으로 돌아 가겠다고 난데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고 팻에게 자신을 데려다 주겠냐고 물어본다.
팻이 티파니를 데려다 주던 중 티파니는 결국 '제버릇' 고치지 못하고 어느새 또 팻을 꼬시려는 엉뚱한
수작을 걸기 시작하는데 팻은 자신은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며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자 티파니는 자신 또한 결혼했다고 말하지만 팻은 또 한번 여기서 티파니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버린다.
"아니오, 당신은 남편이 죽었잖아요.." 그 말을 들은 티파니는 또 한번 트라우마에 무너지게 되고
팻에게 잠시 기대어 안기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개를 들더니 당당히 따귀 한대를 갈겨버린다.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티파니가 화내던 여러 수많은 장면들을 좋아한다.
아침 조깅하면서 마주친 티파니와 팻은 어제밤의 일에 대해 옥신각신 하다가
팻의 말 실수로인해 티파니가 폭발하는 장면이다. (그러고 보면 팻은 늘 말실수를 저질렀던 것 같다.)
"There's a part of me. that's sloppy and dirty,
but I like that with all the other parts of myself."
"그게 나고 나는 내 모든 부분을 사랑해요."
저 장면을 보고 한동안 카카오 상태 메시지 명을 "i love all parts of my self"로 해놨던 적이 있다.
비록 나는 Slut 이었지만 그런 내 모습 마저 난 숨김없이 사랑해. 넌 그럴 수 있어? 가당키나 하니?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반해 오랫동안 계속 떠올랐던 대사.
이 후, 팻과 티파니가 할로윈날 만나 식사를 하게 되고 혹여나 누군가 데이트로 오해 할것을 계산해,
철저히 '데이트 스럽지 않은 메뉴' 씨리얼을 당당하게 주문하고 그런 팻 을 보고 티파니 역시도 홍차를 주문한다.
팻의 목적은 그저 옛 와이프와 어떻게 다시 재회 할 수 있을지를 티파니를 통해 도움을 받고 싶었고
티파니 역시도 그런 팻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약속한 만남이었지만 이내 또다시 싸움으로 번져버린 만남.
티파니는 자신의 트라우마 이후의 문란했던 이야기들을 팻에게 여과없이 털어놓았고 팻은 자기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 즐기고 있었다. 그러고나서 팻의 와이프 '니키'에 대한 얘길 하던 중 티파니의 친언니
'베로니카'가 혹시 니키에게 자신(팻)에 대한 어떠한 얘기를 전달했는지 궁금해 했고 티파니는
"네 일단은 쿨하다고 했어요"라고 대답해주었지만 팻은 용납하기 어려워 한다.
"그럼 쿨하지 않은 점도 있었단 건가?" 라고 되묻고 티파니는 "댁이 좀 그렇잖아요."라고 대답해준다.
(즉, 너가 좀 아팠잖아. 그동안. 정상적이지 않았잖아) 나름 썩 괜찮은 칭찬 이란걸 말해주지만 팻은
표정을 확 구겨버린다. "당신 나랑 비슷해요"라는 티파니의 말에 팻은 더욱 더 납득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선을 긋는 행동을 취한다. 내가 뭘? 난 전혀 너 같진 않은데, 설마 우리가 동급?"
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두 또라이 끼리 '누가 더 또라이냐'를 두고 한치 양보 없이 싸우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아니, 냉정히 따지면 사실 자존심 싸움이라기보다 전적으로 '팻'의 잘못을 부정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걸 내려놓고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털어 놓은 그녀를 무의식 적으로 '자신과는 또 다른 정신병자'
취급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본인은 마치 정신병에 전혀 걸리지 않은 사람인것 처럼.
그 위선적인 모습에 한 껏 비위상한 티파니는 멋있게 쌍뻐큐를 날려주고 자리를 떠난다.
(짝짝짝)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팻의 모습에 또 한차례 큰 상처를 받아버린 티파니는 뒤쫒아온 팻을 향해
더욱 더 큰 소리로 분노한다. "도와주려 했는데 날 평가해? 넌 아주 나쁜 자식이야!"
똑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팻에게 동정 어린 마음을 느끼고 도움을 선처 해 주려고 했지만
말 한마디로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준 팻에게 일말의 동정심 마저 사라진 티파니는 악담을 퍼부어 버린다.
나와 비슷한 아픔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당하는 배신감이란.....
내가 이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두 또라이의 캐릭터도 물론이지만
같은 아픔을 느꼈던 사람들 끼리도 서로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위선적인 행동을 하며
동시에 자신과 차별을 두는 행위를 함으로써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 또 한번 상처를 주는
인간의 이기심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선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고 부딪히는 티파니라는 캐릭터는말 그대로 걸 크러쉬 그 자체.
자기 자신의 그 어떤 모습도 회피 하지 않으려는 티파니.
그에 비해 자기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 팻의 큰 차이랄까.
티파니는 팻의 편지를 니키에게 전달해주는 조건으로 자신과 함께 댄스 경연에
나가줄것을 부탁한다. 썩 내키지 않지만 니키에게 편지를 전달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재회 할 수만 있다면... 그 희망 하나로 팻은 티파니의 조건을 수락하고 그렇게 둘은
댄스 경연을 위한 춤 연습에 매진하게 된다.
여기서 그럼 이 영화의 제목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이라는 제목이 갖는 의미가 뭘까.
실버라이닝은 "구름의 흰 가장자리"라는 뜻으로 구름 뒤에 태양이 숨어 있는
한 줄기의 빛을 의미하고 플레이북은 미식축구에서 쓰는 "작전노트"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희망을 위한 작전 노트. '한줄기 희망을 위한 노트'라고 해석 된다.
팻과 티파니의 한 줄기 희망을 위한 노트.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과도 같은 댄스 경연대회가 과연 한줄기 희망이 되어줄까.
여러번 매력적인 두 "도라이"라는 표현을 써서 강조했지만 사실은 그저 상처받은
평범한 사람들일뿐.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쉽진 않지만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따뜻하게
그들의 삶을 천천히 변화시켜 나가는 장면들이 진정 진정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이고도
아름다운 로맨스에 가까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