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순이가 떠난지 105일 째가 되었다. 나름대로 평범하고 평화로운 하루들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문득 남순이의 생각이 여전히 떠오르지만 처음 남순이를 보낼 때 만큼이나 가슴아프고 괴로운 감정들이 아니라, 그냥 소중한 기억의 일부분을 다시 꺼내보는 것 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남순이를 종종 생각한다. 아니 떠오른다. 물론 그러다가도 조금은 울컥하는 날이 또 있긴 하지만 남순이가 떠난 슬픔 보다 어쩌면은 남순이를 예쁘게 바라보고, 이름 불러주고, 쓰다듬어주고 했던 사랑스러운 기억들이 너무 소중해서 가끔 감정이 요동 치는 것 같기도 하다.
 
꿈인지 실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 자는동안 신비스러운 경험을 한 것도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한 감각이었다. 몇일 전 새벽녘쯤 잠결에 살짝 정신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다리에 누군가 기대고 있는 것 처럼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내게 사실 너무 익숙한 감각인데 남순이가 종종 내 다리에 기대어 잠을 잤었기 때문이다. 작은 동물이 내 다리에 기대어 잘 때 살짝 묵직한 그 느낌은 분명히 남순이의 몸체처럼 느껴졌다. 비몽사몽한 상황에서는 어째서 남순이가 내 다리에 기대어 잠을 잘 수가 있지? 우리 남순이는 이미 떠났는데?와 같은 이성적인 생각이 약간 마비되어 있어서 조금 의아한 기분으로 잠결에 그 쪽으로 손이 갔고, 쓰담 쓰담 만져보니 실제로 그 감각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면서 매우 몽롱한 정신으로 게슴츠레 눈을 살짝 떠 보았는데 딱히 눈에 들어오는 구체적인 형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남순이가 누워있는 묵직한 느낌, 내가 쓰다듬는 그 감각은 그대로 느껴졌다.
 
뭐, 이게 그저 착각인지 환상인지 잘 모르겠지만 남순이가 내게 찾아 와 준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감각으로 남순이를 느낄 수 있었 던 것이 너무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그날 따라 내가 조금 힘들어 보였을까? 그래서 남순이가 잠시 다녀갔으려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순이가 내게 남긴 소중한 언어들은 내게 많은걸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커뮤니케이터를 통해서 들은 소통이었지만 누군가는 그것이 비과학적이고 사기에 불과하다 할 수 있을지라도 나는 남순이의 영혼이 내게 전달해 준 메시지를 신뢰하고 있다. 너가 내게 전해준 가족에 대한 염려, 너가 이 세상에 내려와서 너의 소명을 다 하고 간게 맞는지? 라고 생각하는 사랑스러운 의문들. 존재 자체는 무한하지만 육체를 갖고 있는 모든 생명은 유한하다. 너가 생각한 너의 소명은 우리 가족들이 서로 아껴주고 소중함을 알도록 도와줘야 했다라는 것.

너의 소명이 헛된것이 되지 않도록 내가 꼭 꼭 마음속에 저장 해 놓을게. 나도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너라는 작은 생명이 내 삶에 아주 선한 영향을 주고 갔어 라고 이 다음에 만나면 얘기해 줄 수 있도록. 
 
나는 요즘 전에 비해 분명히 평온하고, 고요하고, 여전히 조금은 피곤하긴 하지만 내 일에 만족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피곤함인지라 매우 즐겁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일 하고있어. 그러다가도 문득 너의 생각이 나면 여전히 눈물이 차오르기도 하는데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해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걸 알기에 되려 고맙고 벅찬 감정이 들어.
 
그리고 그날 밤, 조용히 내게 찾아와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언제든 그리우면 또 기대어 자고 가도 돼 기다리고 있을게 먼저 떠난 꽁이와 그곳에서 서로 투닥투닥 즐겁게 잘 놀고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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