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인간관계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없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여러 이유에 의해서 사람을 정리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중요한것은 어떻게 정리하는것이 올바르고 건강한 방법일 것일까? 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꽤나 심오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내 인생에 다양한 변화와 발전이 생기는 만큼 인간관계에도 동시에 변화가 있었다. 즉 나를 위해서 불필요한, 불건전한 혹은 유해했던 인간관계들을 정리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단순 몇번의 사소한 다툼이나 오해로 섣불리 관계를 끊어버려야 겠다 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관계에 대해 심오하게 다시 고민하고 손절을 고려해본다는 것은 어쩌면 이미 그 관계는 훨씬 그 이전부터 뭔가 불편함이 있었을 확률이 크다. 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를 고민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1.손절을 하는 다양한 이유들

 

일단 왜? 그 관계를 정리하고싶은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발적으로 관계를 손절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무언가 쌓이고 쌓인 원인이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조금씩 쌓아오다가 어느순간 어떤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손절을 하게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단순 의견 충돌이나 갈등 때문이라면 그 갈등이 원만히 해소 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 그런 경우들은 대게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편이지만 손절을 해야만 하는, 필히 손절이 필요하다 여겨지는, 또는 최소 손절을 고민해봐야 되는 상황이란 어떤걸까.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기준으로 나름대로 나열을 해보았다. (여기서는 어떤 집적적인 싸움이나 사건이 계기가 되는 '확실한' 경우는 제외한다.)

 


 

(1) 내가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때.

(무시받는다는 기분/상대방의 무례함/선넘는 발언/불쾌함/불편함/나에대한 부정적인 평가만 함/칭찬을 전혀 하지 않는사람 등등)

 

(2) 결이 너무 다르거나 혹은 무슨 이유가 됐든 만났을 때 어떠한 즐거움이나 흥미를 찾을 수 없는 경우.

(특별히 기분이 상하는것도 아니지만 만났을 때 기쁨이나 반가움이 없다. 즉 그냥 명목상 친구관계 유지 느낌.)

 

(3) 서로 꼽씹는 추억의 해석이 너무 다를때.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내 모습으로써만 나를 취급하며 현재의 변화된 내 모습을 인정하지 않거나 부정하거나 깎아내리는 듯한 느낌 등등)

 


 

 

(1) 내가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때.

 

정말 다양하고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상대방의 무례함, 선넘는 발언, 가스라이팅 등등 이 모든 불쾌한 감정들을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묶어서 정리하였다. 이 부분은 너무도 당연한 부분이라 특별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겠다. 

 

 

 

(2) 결이 너무 다르거나 혹은 무슨 이유가 됐든 만났을 때 어떠한 즐거움이나 흥미를 찾을 수 없는 경우.

 

그리고 딱히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되는 문제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무엇을해도 그닥 즐겁지 않은 관계"를 뜻한다. 사실 이 경우는 뭐 그렇다고 손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친구사이라는 것은 사실 함께하면 즐거운가? 기쁜가? 편안한가? 이런 작지만 사소한 감정들의 공유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특별한것을 하지 않아도 만나면 즐겁고 기쁘고 편안하기 위해서는 꽤나 결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취미라던지 취향, 가치관, 생각 등등이 말이다. 어느정도 교류 가능한 관심분야나 교집합이란게 최소 있어야 하는데 정말로 아무런 교집합이 없는 친구사이라면 혹시나 그냥 명목적으로 이어가는 친구사이는 아닌가?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는 꼭 기쁜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서로 고민하는 부분이 비슷하거나 혹은 다소 어둡고 우울한 주제라 해도 공감대 형성이 잘 되서 대화가 잘 통한다거나 깊은 대화가 잘 이뤄지는 친구도 나쁘지않다. 즉 서로 슬픔이나 우울을 느끼는 결이 비슷한 쪽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물론 이 경우에는 조금 조심해야 될 부분이 있다. 너무 우울하고 딥한 부분들만 공유하다보면 결국 힘들때만 서로를 찾는다거나 또는 의도치않게 서로를 너무 '대나무숲'처럼만 이용해버리면 기쁘고 즐거운 소식에는 서로 공감해주지 못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튼 이런 부작용만 아니라면 깊은 대화가 잘 나눠지는 친구 역시 소중하다. 남들과는 쉽게 공유하지 못하는 감정과 생각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것도 아주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관계에서는 또 늘 주의해야될 것이, 그만큼 많은 깊은 부분을 공유한 사이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 관계의 틀어짐이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 나의 어두운 부분을 잘 아는 상대방이 그것을 약점 잡아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가장 좋은 방법은, 아 지금이라도 이사람의 실체를 알았구나. 라고 깨닫고 깔끔하게 손절하면 된다. 물론 상처받은 마음은 당분간 좀 아프겠지만, 정상적인 친구사이라면 둘 사이에 아무리 사소한 다툼과 서운함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동안 공유했던 감정들과 비밀들을 약점 잡아 공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 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고 그것을 어떤 계기로 늦게 깨달은 것 뿐이다.

 

 

 

(3) 서로 꼽씹는 추억의 해석이 너무 다를때. (변화한 현재 내 모습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

 

쉽게 말해서 나에게는 그 당시가 내 인생의 암흑기였으나 친구의 입장에서는 자기 인생의 황금기였을 때 라고 예를 들어 보겠다. 사실 이거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같은 순간을 살아가며 시간을 보내지만 각자의 사정이나 환경, 생각들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 시절 친구들을 다시 재회하고 만났을 때 발생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만큼 몸도 마음도 변했을 것이고 각자 나름대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 왔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어리숙했던 내 모습, 또는 암흑기였던 내 모습만을 회자하며 나를 웃음거리 만들거나 또는 끊임없이 '흑역사'라고 불리울 만한 것들을 건드리면서 깎아내릴 때 비로소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에만 자신의 영광이 머물러 있을 확률이 거의 백발백중이다. 그 시절이 본인의 가장 황금기, 리즈시절이었고 현재는 그에 비해 너무 초라하거나 보잘 것 없어서 죽을 때 까지 그때 그 과거의 영광만 안주거리 삼으며 얘기하는 것이다. 사실 자기 자신의 황금기를 추억하는 것 자체가 나쁜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서 비약적인 변화나 발전, 성공을 일궈낸 친구를 만났을 때 공격태세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일삼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이 부분은 (1)번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때에도 해당하는 디테일한 예제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사실 누구나 하나씩 부끄러운 기억이 있고 흑역사란것이 존재하며 우스갯거리로 농담삼아 그런 우스운 과거를 언급하면서 지금의 '용'(?)된 친구를 놀려먹을 수도 있지만 "무튼 너 정말 그때에 비하면 지금 정말 멋져." 라는 의미로 그런 과거를 운운하는 것과 그저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계속 들추며 내게 수치심을  주려고 하거나 현재의 모습을 질투하고 부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꾸 옛날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 이 두가지를 단호하게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 정말로 나의 변화를 칭찬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괜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나를 깎아 내리기 위함 혹은 남의 흑역사로 히히덕덕 거리며 안주거리 수준 삼기 위해 끊임없이 운운하는 것인지를 말이다. 당신의 기분이 묘하게 불쾌하고 언짢다면 분명 후자에 해당되는 경우일 것이다. 

 

 

 

 

2. 그래서 어떻게 손절을 해야돼?

 

결론은, 그래서 어떻게 손절하는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괜찮은 방법이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런 관계들의 문제를 알면서도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래도 다시 만들지 못하는 학창시절 친구라는 이유, 어떤 한 집단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꽤나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즉 친구 한명과의 손절이 아니라 나아가서 혹여나 내가 그 집단을 탈퇴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나만 혼자 열외되는것에 대한 두려움 역시 있는 것 같다.

 

사실 나같은 경우는 위의 손절 조건에 다 해당이 되지만 바로 관계를 손절하지 못하고 꽤나 오랫동안 인연을 유지했던 그룹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생각보다 자주 보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한 몫 했다. 그러나 1년에 한번 주기로 만나는 모임이나 관계라고 할지라도 만날 때 마다 항상 빠짐없이 내게 불쾌감을 주는 인물이 있다면 손절이 마땅하다. 사실 인맥유지, 인맥관리라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이러한 병든 관계들을 많은 사람들이 방치하곤 한다. "1년에 한번 보는 사인데 뭐, 그냥 넘어가자"라고 했던 것이 몇년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어쩜 만날 때 마다 내게 늘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우리 기억은 그 불쾌한 기억의 데이터를 고스란히 분명 기억하고 있고 그것들이 조금씩 쌓여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런 불만들을 토로하고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방법이다. 사실 이것은 손절 방법이 아니라, 관계유지를 위한 마지막 노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상대방이 정말로 내게 '악의없이' 저지른 실수라는 게 입증되었을 때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방법이지, 의도적으로 나를 불쾌하게 한 사람이라면 굳이 이런 시도 자체를 해야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미 성인이 된 인간이라면, 이미 그렇게 뒤틀려져버린 인성은 내가 말 몇마디 한다고 쉽게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이런 진심어린 토로를 했을 때 더욱 나를 소심한 사람 취급하거나, 더 우습게 여기게 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판단에 의해서 시도해보아야할 방법인 것이다. 아주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해결법 같지만 그만큼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보통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으며 멀리 하는 방법이다. 가장 부담이 덜하고 쉬운 방법이다. 사실 어차피 1년에 한번 정도 보는 사이라면은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은건지 조차도 모르게 더욱 더 조용히 손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로 일거수일투족 자주 연락을 하는 친구사이 였다면 이 방법은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티가 날 수 밖에 없고 결국 나의 불쾌감을 토로하고 손절하느냐, 그냥 알리지 않고 무대뽀로 손절을 취하느냐. 이 차이 정도인 것 같다. 대충 나열해보자면,

 


 

간접적인 방법 : 그냥 혼자 누구도 모르게 조용히 연락을 끊으며 쥐도새도 모르게 손절한다.

(단톡, 소셜미디어 다 연결되어 있지만 어떠한 소통도 하지 않고 심지어 먼저 연락이 와도 안읽씹 상태로 평생두기.

가장 간접적이고 수동적인 방법이면서 매우 회피식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간접&직접적인 방법 : 소셜 미디어 외 모든 연락망들을 언팔, 차단하거나 대놓고 읽씹 또는 단톡방을 조용히 나오는 방법

 

직접적인 방법 : 그동안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하고 약간의 언쟁을 주고받은 후 깔끔히 손절.

 


 

손절이란게 사실 뭐 별거 없다. 결국은 위 방법들 중 하나로 대게 손절하게 된다. 나는 저 세가지 모두 다 시도해본 바 있고, 오히려 나의 경우는 극강의 간접적인 방법을 가장 적게 시도해본 것 같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으나, 사실 대부분 저 단계를 그라데이션으로 거치게 되지않나 싶다. 아무튼 내가 결국  추천하고싶은 것은 결국 각자 성격대로 하겠지만 "지금 당장 내게 가장 데미지가 덜 오는 방법"을 선택하시오. 라고 말하고 싶다. 간접적인 방법은 손절이 가장 쉽고 편리할 순 있지만 끝낼 때 끝내더라도 하고싶었던 말 한마디 하지 못한거에 대해서 나중에 약간의 찜찜함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직접적인 방법은 정신적 타격과 데미지가 크다. 솔직하게 말 하는 만큼 크고 작은 언쟁이 분명 오고갈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후려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과한 에너지 소모로 여기질 수 있기 때문

 

결국 마지막 남은 간접&직접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것을 선택했을 경우에 상대방의 반응은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왜 손절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상대방이 다시 연락오는 경우 (대화시도)와 다른 하나는 상대방도 군말없이 손절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레 끝나게 되는 경우다. 대게 전자의 경우가 많지만 후자의 경우도 참으로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그 의미는 상대방도 그다지 그동안 내게 별다른 애정이 없었다, 별 미련이 없다. 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기 때문에 혹은 본인들의 자존심 때문에 연락을 취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뭐가 됐든 어차피 손절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자. 만약 상대방이 먼저 연락이 오는 형태의 전자의 경우라면, 간단&명료하게 의사를 밝히고 끊어내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만약 상대방이 혹시라도 사과나 화해의 의사  표시를 한다면 또 다시 고려해 볼 여지가 발생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깔끔하게 전달 할 말만 남기고 끝내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물론 여기서 상대방이 내게 사과하기 위해 다가온다면 또 그것이 얼마나 진심인지를 파악해야되겠지만, 사실 손절을 고려할 만큼 고민했다는 것은 이미 상대방의 무례함, 나와 맞지 않음 등등을 꽤 오랜시간 겪어온 것이기 때문에 잘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나는 우습게도 몇년의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연락이 오는 경우들을 경험했는데, 여기서도 사실 내 기준은 확고하다. 화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서로 흥분한 상태로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끝나버린 거였다면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풀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단호하게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라고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은 바로 그 당시 싸움에서 인신공격성 발언이 얼마나 있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나는 이 명확한 기준으로 다시 연락이 왔을 때 대화를 나눌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구분한다. 사실 예외적으로 인신공격성 발언이 있었음에도 정말로 진심으로 뉘우치고 미안하다고 바짝 엎드려 사과하는 흔치 않은 케이스가 있는데,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다지 속아넘어가지 않는 것을 추천하다. 정말로 어쩌다 개과천선하는 대단한 인물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인간의 인성그릇이라는 것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마무리

아무튼 인간관계에서 어떤 불쾌한 경험을 했을 때, 그 이후로 손절을 진지하게 고민 한다면 잠깐 물러서서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먼저 가져봄도 괜찮다. 조금 흥분이 가라 앉았을 때 오히려 가장 차분하고 이성적인 결정과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가라 앉고 나서도 여전히 손절에 대한 마음의 변화가 달라지는게 없다면 그 관계는 이미 가치를 잃었음이 분명하다. 나이를 먹어 갈 수록 오래오래 연락하고 평생 가겠지 생각했던 관계들도 하나 둘 변하거나 달라지고, 끊임없이 상대방으로 부터 상처를 받거나 실망하는 경험들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럴 때 현명하고 우아하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스스로 깨닫고 숙지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90년생이온다> by 임홍택

 



2018년 11월에 출간한 책이다. 이제 벌써 2022년이 됐다. 2018년 당시 90년대생들은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는 사회초년생이거나 또는 사회 생활을 해온지 얼마안된 새내기들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에 해당하는 연령이 있겠지만 현재 90년대생 초반들은 벌써 30대에 접어들었고 90년대 중반~후반 정도에 해당하는 세대들이 현재 20대 중반에 해당한다. 어찌됐건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 나가는 세대라는 점은 여전히 변함없다.

아마 이 책이 출간되던 당시에 90년생이라함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는 파릇파릇한 어린 세대들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곧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게 될 주요 세대가 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기업과 기성세대들은 이 미지의 '90년대생'들과 곧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드릴 준비를 해야만 했다. 바로 그들의 생각과 사고방식, 그들의 문화와 가치관들을 빠르게 살펴보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에 이 책이 출간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하필 90년생일까? 왜 유독 90년생들이 경제활동의 주 축이 되는 세상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마치 거대한 사건이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그들이 몰려온다'와 같은 뉘앙스를 풍겼던걸까. 사실 세대가 교체되는것은 꼭 어제 오늘만의 일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흔히 '세대차이'라고 불리는 그 갭이 90년생부터 꽤나 큰 격차로 벌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60년생에서 70년생, 70년생에서 80년생으로 세대가 교체 될 당시에는 비슷한 아날로그 시대를 바탕으로 자라온 나이이기 때문에, 물론 나이차이로 인한 자연스러운 세대차이 정도는 있지만 '사상'이나 '가치관'에 있어서 그렇게 큰 차이가 있었던 세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80년생에서 90년생으로 교체되는 순간,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생까지 모두를 포함할수도 있겠다. 90년대생은 본격적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는 시점을 경험한 세대다. 더 나아가서 90년대 후반의 세대들은 아날로그를 경험 하지도 않았다. 그런 세대가 사회 경제를 움직이는 주 축이 되는 시대가 곧 다가온다는것은 기성세대에게 있어서 어쩌면 '공포'와 '당혹감' 일지도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실 90년대생들 보다도 기성세대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문득 한때 엄청 유행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매우 논란이 됐던 책 제목이 생각난다. 바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말이 처음 등장했을 초창기에만 해도 마치 힘들고 버거운 젊은세대들을 보듬어주는것만 같은 감성적인 말투에 다들 속아넘어갔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게 얼마나 '뵹신' 같은 소린지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그 뒤로는 청춘이 왜 아파야되나요? 라는 반론들이 제각각 나타났었다. 어쩌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말은 현재 젊은 세대들에게 이렇게 아플 수 밖에 없는 세상을 물려준 기성세대들의 회피 혹은 외면, 또는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미안 이런 세상을 물려줘서." 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해서 "어, 원래 젊음이란게 그런거야. 다 아픈거야." 라고 위로섞인 말로 우릴 속이려 했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 말이다.

책에서는 90년대생들의 모습을 여러가지 표현으로 묘사 했는데 대표적으로 줄임말을 선호하며, 워라벨의 가치를 추구하는 등 그 중에서도 책 표지에도 적혀있지만 '호구가 되기를 거부하는' 세대 라는 표현이 많이 와닿았다. 맞다. 우린 호구가 되길 거부한다. 그것이 개인의 공간에서든 직장에서든 관계없이 말이다. 호구가 되길 거부한다. 라는 말은 곧 비합리적인 대우를 받는 것, 부당한 대우라던가 억울한 입장이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기업에 전적으로 희생하기보다 내 개인의 삶의 가치를 중요시 하는 것 역시, 과거처럼 기업에 헌신하는 것이 곧 내 삶의 질과 가치를 올릴 수 있는 현실이 아니란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느냐. 우리의 생각을 간섭하고 침해하며 깎아내리는 사람들, 자신이 어릴적 자라온 경험에만 빗대어 평가하는 사람들 즉 '꼰대'를 극혐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나는 실제로 꼰대 알러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꼰대와 가스라이팅 알러지가 있기 때문에 그런 냄새를 조금이라도 풍긴다 싶으면 단박에 파악하는 편이다. (거의 꼰대 레이더망 수준)

아무튼 이 책에서 소개하는 직장인 꼰대 체크 리스트가 있다. 만약 여기에 자신이 해당 되는 점이 많다면 진지하게 나는 왜 이따위 꼰대가 되었을까 라고 부디 깊히 반성해보길 바란다. 아, 물론 50, 60대 정도의 기성세대라면은 어쩔 수 없는 세대차이를 충분히 이해해 볼 수 있지만 고작 80년대생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불구하고 많은 부분이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눈을감고 나는 왜 이럴까 라고 진지하게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직장인 꼰대 체크 리스트>

1.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요즘 세대들 보면 참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2.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요즘 세대는 참 한심하다.

3. 회사에서의 점심시간은 공적인 시간이다. 싫어도 팀원들과 함께해야 한다.

4. 윗사람의 말에는 무조건 따르는 것이 회사 생활의 지혜이다.

5.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나이나 학번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속이 편하다.

6. '정시 퇴근 제도(패밀리 데이)'는 좋은 복지 혜택이다.

7. 휴가를 다 쓰는 것은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8. 1년간 육아휴직을 다녀온 동료 사원이 못마땅하다.

9.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 사원이 거슬린다.

10. 회식 때 후배가 수저를 알아서 세팅하지 않거나, 눈 앞의 고기를 굽지 않는 모습에 화가난다.

11. '내가 왕년에', '내가 너였을때' 와 같은 말을 자주 사용한다.

12. 편의점이나 매장에서 어려보이는 직원에게는 반말을 한다.

13. 음식점이나 매장에서 '사장 나와'를 외친 적이 있다.

14. 어린 녀석이 뭘 알아?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15. 촛불집회나 기타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생의 본분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6.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란 말에 동의한다.

17. 낯선 방식으로 일하는 후배에게는 친히 제대로 일하는 법을 알려준다.

 

18.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라고 해놓고 내가 먼저 답을 제시한다.

 

19. 내가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20. 회사 생활뿐만 아니라, 연애사와 자녀계획 같은 사생활의 영역도 인생 선배로서 답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21. 회식이나 야유회에 개인 약속을 이유로 빠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22.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에게 화가 난다.

 

23. 자기 계발은 입사 전에 끝내고 와야 하는 것이다.

 

 

 

 

[테스트결과]

0개 : 대단합니다. 당신은 꼰대가 아닙니다.

1~8개 : 꼰대입니다. 심각하진 않지만 꼰대가 아닌것도 아닙니다.

9~16개 : 조금 심각한 꼰대입니다.

17~23개 : 중증 꼰대입니다.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별개로 내가 진짜 암울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하는 부류는 진짜 기성세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꼰대력이 아주 만렙인 부류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바로 '젊은 꼰대'라고 표현한다. 배울게 없어서 기성세대의 나쁜 면들만 그대로 답습하고 따라하다가 벌어진 참사, 혹은 자신이 당했던 부당함을 윗 사람에게 토해내지 못하니, 그것을 그대로 아랫사람에게 되돌려주는 자기 만족 목적의 복수 행위나 또는 나쁜 버릇이라고 해야 될 듯 싶다. 또 다른 말로 '내로남불' 이라고 해도 되겠다. 내가 '을'이 되어 당할땐 기분이 더럽지만 내가 '갑'의 위치에 있을 땐 '갑질' 해도 괜찮아. 와 같은 치사한 보상심리적인 생각들.. 제발 그런 비생산적이고 어리석은 판단들은 부디 지혜롭게 생각하고 자기 발전적인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가장 첫번째로 버려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식의 에너지 고갈은 개인에게도 치명적이지만 사회 구조적으로 봤을때도 비생산적이기만 하다. 에너지의 낭비이고 감정의 낭비다. 일을 하러 다같이 모였다는 것은 최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써야 함이 당연한 것인데 그런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한낱 유치한 기싸움, 텃세 같은 것들로 감정을 소모하고 자기 과시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 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가 말이다. 바로 우리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이 꼰대력을 답습하고 똑같이 따라하는 부류가 생긴다는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아주 최근에 근무했던 직장에서 경험했던 일이라, 글을 쓰는데 있어서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 하지만 최대한 회사 정보가 누출되지 않는 한에서 말 그대로 내가 경험한 '온라인 마케팅 영업 회사'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적어볼까한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 NO, 온라인 영업회사 OK.



바이럴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진짜 '마케팅'회사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나도 마케팅 회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나 관련 전문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는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머무르던 곳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이곳은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이름 아래로 사실은 '온라인 영업'을 하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뭐 결론적으로 그거 하나만 갖고 대단히 큰 문제라고 애기하려는 건 아니다. 왜냐면 어차피 면접을 보게되면 실질적으로 회사에서 하게 될 업무가 어떤것인지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근무하기로 ok 되었다는 것은 그 모든 설명을 듣고 난 후, 최종적인 나의 판단으로 이 곳에서 한번 일해보겠습니다 라고 수락했다는걸 의미하니까 말이다. 바이럴 온라인 마케팅 회사가 사실은 영업회사래요~ 거짓말이래요~ 라고 그 부분만 꼬집어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비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등장 할 것이다. 아직은 단순 그런 부분만으로 '사기'라고 표현하고 싶진않고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어떤부분이 '노동착취'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얘기하려는것이다.



영업을 이전에 전혀 해본적이 없었던 내가 이 일을 하기로 생각하게 된건, 일단 기존에 늘 해오던 분야로부터 오랜시간 느껴왔던 권태감과 회의감도 큰 몫을 했고 더이상 그쪽 분야로 비전이 느껴지지 않았던 점 등등 그리고 갑작스러운 거주지 이동 등 여러가지 내면적인 이유와 그리고 환경적인 변화들이 한꺼번에 작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일에 발 담그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일에 쉽게 피로감과 싫증을 느끼는 나 자신의 성향을 비롯해서 어쩌면 영업이 내게 잘 맞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꽤나 전투적인 개척 마인드와 실험정신을 장착한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어쨌거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게 영업이 나와 잘 맞았냐 맞지 않았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짧은 시간동안 내가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던 곳에서 겪은 부조리들을, 서두가 조금 길었지만 이제부터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온라인에 사업자가 있거나 혹은 조그만 가게든 큰 가게든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체 대표들이라면 꼭 한번쯤 '광고성' 전화를 받는 경험이 허다할것이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바로 그 전화를 돌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단순 콜 상담 안내사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영업사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로 입밖으로 우리는 영업사원입니다. 라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자료를 제공 해드릴 뿐이고 '지원 안내팀'이라는 말로 '영업사원'이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느낄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최대한 없애야 하기 때문에 그렇기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소개해드렸던 자료에 대해서 간략히 말하자면, 요식업이나 온라인사업을 하는 업체 대표들을 상대로 파워블로거들을 모집, 연결하여 매출이 오를 수 있도록 어느정도의 기간동안 마케팅 지원을 해드립니다. 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료로 지원해준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최소 월 관리비를 받고 지원해주는 자료이고 이 경우는 사실 어쩌면 교묘한 말장난 같은건데 예를들어, "월 관리비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셔야 저희가 이렇게 지원해드릴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저희가 무료로 지원해드리는데요, 그 대신 최소 인건비로 월 관리비가 얼마정도 발생합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의 차이는 꽤나 크다. 특히나 업체대표들의 경우 이런 연락을 먼저 받고 싶은 상태에서 통화를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이, 저희가 돈 받고 지원해드립니다. 따위의 말을 절대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아주 좋은 무료 지원건인데 마침 대표님 업체가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선정이 되어 저희가 연락드리게 되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영업이 사기다, 뭐다 각자 생각하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영업' 혹은 '영업사원' 자체를 비하하거나 그저 저렴한 '사기꾼' 정도로 섣불리 치부해버리고 싶진않다. 물론 나도 그전에는 영업사원에 대한 색안경과 부정적 인식을 아주 많이 갖고 있었던 사람으로써 왜 사람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어쨌든 내가 직접 경험 해본 바에 의해 내 생각을 말하자면 "영업사원 자체가 사기꾼이라기 보다, 회사가 사기꾼일때 영업사원들은 더욱 사기꾼처럼 만들어진다." 라고 이야기해야 그나마 적절하지 않을까.


사실 회사가 '판매'를 함에 있어서 영업사원은 꼭 필요한 존재다. 영업 사원이야 말로 고객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사람들이고 마치 전쟁시 최전방에서 적과 전투하는 병사들처럼 판매에 있어서 가장 직접적인 포지션에서 회사의 이윤을 창출해내는데에 열정적으로 이바지하는 중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절대로 사기꾼으로만 치부하고 비하해버리고 싶진않다. 하지만 회사가 그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한낱 사기꾼같은 영업사원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주 훌륭한 능력있는 영업사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내가 머물렀던 곳은 영업 사원들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이용하여, 교묘하게 비합리적인 계약서를 제시하고 은근슬쩍 노동 착취를 일삼는, 말그대로 전형적으로 눈뜨고 코베어 가는 회사였지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영업사원들 중 많은사람들이 프리랜서인 경우가 많고 그 말은 즉 4대보험 가입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인데 그 부분을 이용하여 최대한 사원들에게 기본급을 적게 지급하고자 하는 회사의 술수가 너무 눈에 뻔히 보였었기 때문이다.


면접시 기본급+인센티브로 급여가 지원된다는 얘길 듣게 되는데 온라인 마케팅 영업회사의 경우, 입사시 바로 계약건을 따내는 영업전선으로 뛰어드는게 아니라 1차 2차 이런식으로 단계별 진급을 하게된다. 1차에서는 선정한 요식업 업체 여러군데 콜을 해서 업체 대표로부터 회사자료 및 마케팅 지원건 자료 수신에 대한 동의를 받게되면 문자나 카톡으로 자료를 전송해드리는것 까지가 1차에서 도맡아 하는 이른 바 '전화 영업'의 1단계이고 2차부터는 여전히 똑같은 사원이지만 '팀장'이라는 직책의 명함을 부여받고 아까 1차에서 자료발송 해드린 업체 대표들을 전달받아서 직접적 계약 결제건을 달성 하도록 하는것이 2차로 진급한 영업사원이 하는일인거다.


BUT!



하지만 이 2차로 진급하는 과정에서, 아주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듣게되는데 사실 초반에 면접시엔, 2차영업으로 진급해도 1차와 마찬가지로 기본급+인센티브 구조로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1차 자료전달 영업 인센티브는 한건에 2000원이다. 주 30개 즉, 하루 6건 이상해야 2000원의 인센을 받을 수 있고 그 이하로는 인센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루에 6개하면 12000원 주5일이면 6만원 한달이면 24만원이다.)

 

그리고 또 그냥 인센티브로만 100% 받는 방법도 함께 설명해주는데 기본급 바탕에 인센을 받아가는 것 보다 인센 백프로로만 급여받아가는 쪽이 인센티브가 훨씬 세다. 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2차 진급시 인센티브100%를 선택하게끔 유도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로 현재 일하고 있는 2차 영업사원들 중 아무도 기본급 바탕에 인센티브 받는 구조를 선택한 사람이 없다. 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즉 "기본급 받을 생각은 애초에 하지두 말어라" 라는게 본래의 숨은 뜻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리고 실제로 2차 영업 진급했을땐 아예 기본급+인센티브 얘기는 전혀 꺼내지도 않고 당연한듯 인센 100% 계약서를 내밀며 조항을 설명해주는데 애초에 기본급+인센 계약서가 존재하지도 않는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넌지시 하게됐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불합리 조건들이 아래와 같았다.

 



- 2차로 진급한 첫날 부터 바로 계약건 전화를 시작 하는게 아니라 첫주는 1차 영업과 마찬가지로 같은 일을 연장하면서 2차 영업 교육을 받는다.

-그 이유는 처음에는 1차팀으로부터 자료전달에 성공시킨 업체 목록을 바로 토스 받을 수 없기 때문이고 2차에 와서도 1차때 하던 업무를 일주일간 연장해서 하되, 일주일 뒤 직접계약 첫 콜을 시작하게 됐을 때 그때 첫 계약을 따내면 그때부터 1차팀으로부터 자료를 토스 받을 수 있으며 사원증도 첫 결제를 따냈을 시 발급해준다

 

 




라는 것인데 사실 여기까지 대충 들어보면 그냥 좀 타이트하고 빡센 룰이네?? 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데 저 말 안에는 사실 더 큰 의미가 숨어있다


"너가 2차로 진급하자마자 기본급은 바로 없어질거고 첫 일주일 동안은 계약건에 대한 직접적인 콜 넣지도 않을거야. 1차에서 일한 것과 동일한 일을 연장해서 일주일동안 더 할텐데, 하지만 계약서 상으론 어쨌든 그 날짜부터 2차로 진급한걸로 치니까 2차는 기본급 무조건 0인거 알지? 일주일간 1차에서 하던 영업 똑같이 해도 그 주 근무수당은 발생하지 않아^^ 그래도 우리가 너네 생각해서 일주일동안 자료전달건 따내는 갯수대로 1차와 마찬가지로 2000원 인센 붙여줄게. 하지만 만약 그 사이에 퇴사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인센은 취소가 될거야^^"


라는 매우 불합리한 조항을 저렇게 친절한 다른말로 설명해서 순간적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판단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입장에서는 절대 사원들을 1차 영업에 오래 머무르도록 놔두지 않는다. 근로계약서상으로 1차 영업사원이 한달 만근했을 때 기본급 180 +한달 인센 24만원 (한 주에 최소 30개 달성시 한달이면 24만원) 정도 총 2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아갈 수 있다는 뜻인데 첫 2주는 수습기간으로 최저시급 기준으로 급여를 계산하고 수습이 지나고 부터 한달 만근하면 월 급여가 저 정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수습 2주 끝나고나서부터 한달 만근이 채 되기전에 급하게 2차영업으로 진급 시켜주는데 그 이유는 이제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 것이다. (한달 만근 아닐시 급여는 월급여 ÷ 30해서 일급으로 계산하여 처리된다.)


 




저 상황에 직면했을 때 "뭐야 나 그럼 일주일동안 무급으로 일한거야???" 라는 사실인지가 되서 "아 내가 당했구나.." 라는걸 깨닫고 퇴사를 결심하는것이 그나마 아주 다행인 방향이고 "아 내가 당했단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이왕 이렇게 된거 계약건 많이 따서 그동안 일한거 스스로 보상하면 되잖아"이렇게 생각한다면 아주 회사입장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노예가 탄생하게 되는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노예는 어떻게든 많은 실적을 따내리라는 불굴의 의지에 사로잡혀 상담 시, 약간의 허언을 보태거나 정보를 과장하여 과감하게 고객에게 밀어부침으로써 사기 아닌 사기영업을 치게끔 만들어지는것이다. 그리고 더욱 더 사기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는건 정작 계약을 따내는 역할의 중심에 있는 영업사원이 업체와 계약 체결 성공 후, 실질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 관리에 들어가는지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 정보가 하나도 없다면 그거야말로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스크립트에 씌여진대로 혹은 '이렇게 말하라고 하더라'식으로만 교육받는게 전부라면 그것은 거의 고객 농락수준이다.


다시 영업사원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사람이 뭔가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으면 합리적인 판단능력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호구당했어' 라는 생각을 매우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회사로부터 사기당한걸로 되지않으려면 '계약건을 많이 성사해서 그간의 부당한 노동을 다 상쇄시킬 수 있을만큼 성공한 영업사원이 되어보자.'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과연 그렇게 해서 '영업왕' 타이틀을 거머쥐는자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라는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달말에 2차 영업사원들 실적표를 보고 나왔을때 22명중 300만원 이상 달성한 사람은 단 5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100~200 사이를 오가거나 200 조금 넘짓하는 수준이었다. 그럼 저 탑 5명안에 들어 갈 확률은 대충 어림짐작 잡아 계산했을 때 25%미만으로 계산되고 심지어 top 5 안에 들어간 사람들 전부 2차 영업 사원이 아니라 한명은 회사 간부급 직책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계산하면 확률은 더 더 아래로 떨어진다.


그런말이 있다. 영업해서 겨우 월 200만원 넘짓 벌어가는 수준일거면 그냥 안하는게 낫다. 영업을 하는 메리트가 전혀 1도 없는것이다. 안정적으로 경력이 쌓이는것도 아니고 퇴사시 퇴직금이 나오는것도 아닌데 단지 영업을 한다는건, 그 모든 안정적인 요소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내가 하는만큼, 내가 노력하고 고생해서 일한만큼 남들과 차별화되어 실적을 크게 쌓아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아니, 유일한 장점인데 다른일을 해도 벌 수 있을 정도의 고작 작은 수익을 발생시킨다면 영업직을 하는 이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온라인 마케팅 영업이나 콜 영업에 관심 있어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누군가가 우연히라도 이 글을 읽게된다면 진지하게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무것도 모르는것보다 이런 회사가 있구나 라는것을 조금이라도 알고 구직한다면 좀 더 나쁜 회사를 쉽게 걸러낼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우수한 능력있는 영업사원들에게도 부디 합리적인 계약조건 아래에서 그 능력과 진가를 발휘했으면 하고 바라는 바이고 어찌됐건 결정은 개인의 의사판단이기 때문에 장문의 이 긴 글을 그저 참고로만 읽어주셔도 나는 아주 감사할 따름이다. 아예 손해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시작하는것과 조금은 위험부담을 예상하고 시작해보는것 또한 다른 기분일테니 말이다. 어디선가 또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하루 불나방처럼 고군분투하는 모든 영업사원들이 부디 그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는 곳에서 마땅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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