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국내도서
저자 : 오쿠다 히데오(Hideo Okuda) / 이영미역
출판 : 은행나무 200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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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이라 불리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많은 작품들 중에서 '공중그네'라는 책을 읽은 소감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요즘 책장에 오래도록 꽂아두고 읽지 않은채로 방치했뒀던 여러 종류의 책들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읽고 있는데 바로 이 장편소설 '공중그네'라는 책도 아주 오래전에 친구에게 추천 받고 구매한 뒤로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책이다. 어쨌든 여자저차 사연은 뒤로하고, 이제라도 이 책을 완독하게 된 것을 나름대로 다행이라 생각하고있다.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 보다는 일본 영화를 봤던 경험이 더 많기 때문인지 몰라도 글을 읽으면서 만약 이 책이 영화화 된다면 이 부분은 이렇게 묘사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이 들 정도로 특유의 일본스러운 분위기들이 머릿속에 동시에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글래머러스하고 몸매 좋은 간호사 마유미짱이 주사기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과 그녀가 환자들에게 무심하게 주사를 놔주는 장면을 묘사할 때, 늘 그녀의 풍만한 가슴골에 꼭 한번씩 환자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게끔 하는 묘사들이 왠지 그러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괴짜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 이치로'는 마치 5세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데 심히 돌팔이가 아닌가 의심스러울만큼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환자들을 상담하고 처방한다. 총 5가지 챕터로 구성된 스토리로, 각자 다른 신경 질환을 가진 여러 환자들이 우연히 이라부가 운영하는 병원을 발견하고 찾아오게 되는데 이라부는 찾아오는 환자들마다 구분없이 다짜고짜 '비타민 주사'를 어김없이 처방해준다. 그리고 마유미짱이 환자들에게 주사를 꽂는 장면에서 특히 이라부는 알수없는 '희열감'을 느끼며 환자의 팔에 들어가는 바늘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늘 흥분한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흔한 일본 변태 오타쿠 의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변태'와는 거리가 먼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에 훨씬 가까운 캐릭터다. 이라부는 각자 저마다의 심각한 정신 질환을 갖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늘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하는것이 포인트인데, 특히 선단 공포증 환자가 찾아왔을 때도 그가 주사기 앞에서 극한의 공포감에 휩싸여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에도 그는 꺄르르 웃으며 주사를 맞히고 "내일 또 와."라는 한마디만 남길 뿐이다. 책에서는 이라부 종합병원을 으슥한 지하에 위치한, 왠지 모를 쉰 냄새가 풍기는 쾌쾌묵은 병원으로 그리고 있는데 그 말은 즉슨 돈벌이 안되는 낡고 오래된 후미진 병원 그 자체라는 뜻이다. 이런 병원에 다신 오지 않을 거라며 호언장담하며 병원을 박차고 나가던 환자들은 내일도, 그 다음날도 꾸준히 알수 없는 묘한 이끌림에 이라부를 어김없이 찾아오게 된다. 시간 많고 돈벌이 못하는 병원이어서인지 몰라도 이라부는 찾아오는 환자마다 그 환자가 겪고 있는 고민의 상황에 본인이 직접 들어가서 함께 경험하고 체험한다는 것이 '이라부'만의 독특한 진료법이다. 아니, 진료법이 아니라 어쩌면 그는 '놀이'로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무튼간에 이 독특한 이라부만의 처방법으로 환자들은 위안과 생기를 얻고 스스로 깨달음과 자가치유를 거치면서 병을 이겨내게 된다. 그가 괴짜이든 뭐가됐든 어쨌든 정신과 의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다섯개의 챕터중 개인적으로 내가 특별히 기억에 남으면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바로 '장인의 가발'이었는데 이 환자는 본래 장난끼 넘치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나 결혼을 하게 되면서 무거운 책임감과 압박감이 그를 옥죄게 했고 그 억누른 스트레스로 인해 충동 장애를 얻게 된 환자다. 그 이유는 와이프의 아버지 즉, 장인어른 되는 분은 자신이 다녔던 의과대학 모교의 학부장 이기도 했고 그만큼 대하기가 쉽지않은, 농담한마디 건네기도 힘든 존재였는데 심지어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있지만 애써 모른채하고 있는 장인의 특별한 '비밀'이 그를 더욱 미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호시탐탐 장인어른의 가발을 벗겨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그가 어느날 이라부를 찾아와 하소연하고, 이라부와 함께 시시콜콜한 일탈을 행하면서 그 억누른 욕망을 서서히 해소한다.

선단공포증이 있는 야쿠자 , 공연 도중 매번 실수를 연발 하게 된 오랜 경력의 서커스 단원, 장인 어른의 가발을 벗기고픈 충동 욕구로 괴로워하는 의사, 갑자기 슬럼프에 빠져버린 프로 야구 선수, 창작의 고통에 시달려 강박증이 심각한 베스트셀러 소설 작가. 이렇게 제각기 다른 다섯인물이 이라부를 만나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특별한 치료를 받으면서 스스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한다.

그러고보면 저마다 사소하지만 예민한 결함을 하나씩은 가지고있다. 초기에는 성격의 일부분이라 볼 수 있는 사소한 것이었지만 살면서 스트레스와 강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다보면 그 사소한 결함이 정신적 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 어떤 심각한 정신적 장애라도 맨 처음의 그 시작을 살펴보면 그저 단순한 성격의 일부분이었을 뿐. 남들과 다른 나만의 예민한 무언가가 정신적 장애로 발전하기 전에 그 무엇을 자유롭게 해소하고 살아간다면 애초에 큰 병이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든다. 이라부는 바로 그런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게 맞지않는 옷을 입고 괴로워하며 억지로 견뎌내는 짓을 하지말라고 충고하는 것 같다. 남에게 피해주는게 아니라면 그저 내가 생겨먹은대로 살아갈 것. 내 본성이 이끄는 대로 살아갈 것. 인생은 그저 내가 태어난 성질 그대로 충실히 살아가면 되는것이다.

 

 

 

 

 

작가 박상

출판 작가정신

발매 2014.05.3.0

 


 

 

박상 이라는 작가를 너무 우연히 알게된게, 네이버에 먹는 '박상'을 검색했는데 왠 작가가 검색되더니 뭔가 범상치 않아보이는 외모를 가진 작가에 호기심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그의 프로필에 기재된 블로그를 클릭해서 들어갔다.

구경하다보니 그가 신춘문예로 데뷔한 기타 치는 소설가 라는걸 알게되고 그의 작품이 뭐가 있나 살펴보다가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겨 읽어봤던 기억이난다. 

그럼 본격적인 책의 리뷰를 아래에 시작.

 


 

 

병신같지만 멋있는 그 신광택

 

주인공 신광택은 모든 병맛스러운 상황들을 그 특유의 '스뽀오츠' 정신으로 희화화 하는 재주를 타고 난 인물이다.

내가 느낀바로 그의 재주는 거의 모든 세상의 더러움, 치사함, 우울함, 찌질함 같은 것들을 코믹 장르로 바꿔 버릴 정도의

경지에 이른 '선수'다.

아마 그정도 스킬이라면 우울하기 짝이없는 이 세상도 그의 '스뽀오츠' 에너지로 견딜만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이거 왠 정신나간 미친놈이 세상의 고통에 몸부림치다 못해 결국 스뽀오츠를 외쳐대는 궁극의 불쌍한 또라이 소릴 하는거야"

라는 생각 마저 든다. 그런 나는 아직 선수가 되지 못했나 보다.

그렇지만 신광택이 빠른 속도로 취하고 다시 빠른 속도로 술에 깨어나는 것 처럼 나는 빠른 속도로 우울함에 빠지고 또 다시 빠른 속도로

즐거움을 되찾는 감정기복의 선수라면 선수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주인공에게 느낀 동질감이라면 아마 그런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조'의 모드와 매우 유사한 점, 그러나 나에게는 다시 빠른속도로 '울'이 되는 장기가 숨어있으므로 

신광택과 나는 완전히 대칭하는 쌍쌍바 느낌은 비록 아니지만 모든것들을 코믹화 하는 그의 재주는 언젠가 내가 궁지에 몰렸을때

꽤나 사용해보고 싶은, 탐나는 정신병적 스킬임에는 틀림없다. 정.신.병.적.

나도 여기서 왜 굳이 '정신병적' 이라는 표현을 덧붙여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스스로도 말했듯이,

아마도 그 '쁭쁭쁭쁭' 소리가 나는 경지는 제정신과 정신나감의 중간 그 언저리쯤 도달했을 때 비로소 발휘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문득 예전에 내가봤던 영화가 떠올랐는데 도저히 머릿속 데이터를 아무리 뒤적거려봐도 영화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

(영화 제목은 factotum. '삶의 가장자리' 라는 영화이다. 그때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확히 생각난다.)

 

이 책은 선수 생활백서이자 동시에 신광택의 취업알선 전기 시트콤 같은 느낌인데 예전에 언젠가 우연히 봤던 영화(factutom)에서 

마치 신광택스러운 삶을 사는 또 다른 남자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다른점이 있다면 신광택은 매우 병맛스러움, 코믹스러움인데 반해 그 영화 속 주인공은 신광택과 별다를바 없는 처지의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남성적이며 마초적인 남자였다는 점.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하다. 신광택의 장기가 코믹이라면 그 인물의 장기는

섹시와 퇴폐미. 어쨌든 굳이 이런 설명으로 신광택이란 인물을 쭈구리같이 만들 생각은 없었으나 아무쪼록 내가 말하고싶은 부분은

바로 그거다.

 

어쩌면 코믹이 우울함과 진지함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될 수 있는게 아닐까?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하고 싶은 걸 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구분되어야 한다."

 

이 중요하고도 무게 있는 말을 하면서도 그의 인생은 절대로 우울하거나 과도하게 심각해지지 않는다.

심각하게 진지하고 우울함에 빠진 사람. 궤도를 이탈한 상태, 혹은 그런 범주에 있는 위태로운 사람이 준수한 외모를 가진 인물일때

우리는 우습게도 역설적으로 그것에도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미의 가치를 느낀다. 일명 퇴폐미라는 것. 

factotum 이라는 영화속 남자가 그랬듯. 

(어쨌든 영화속 남자는 섹시함으로써는 선수였는지 모른다.)

근데 정작 이 코믹이라는것은 똑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완전히 또 다른 세계가 되며 에너지의 원천이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인것 같다.

자칫 쓸데없는 외모지상주의적 내용이 될뻔했지만 어쨌든 그 병맛스러움이 매우 인간적이다 못해 에너지틱 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병맛이라면 언제든지 나도 "쁭쁭쁭쁭" 진동을 느끼며 아름다운 선수가 되기를 희망 하고 싶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는 '조'와 '울'을 동시에 지닌 선수라, 언제 또 다시 우울함의 굴레로 떨어질지 모르는 일이지만 

다시금 '조'의 모드일때 신광택 스러운 골때리는 낙천주의로 에너지를 뿜뿜 하기를..... 

 

 

 

예테보리 쌍쌍바
국내도서
저자 : 박상
출판 : 작가정신 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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