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ves, 2023
 
개요 미국로맨스/멜로 외 감독 셀린 송 출연 그레타 리유태오존 마가로, 문승아 더보기

 

 


 

 


지지리 궁상남인가 vs 로맨스가이인가

그 사이 어딘가의 경계

 

 

여러모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 없이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확실한건 절대 토종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는 아닐것이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셀린 송'이라는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이었으며 내가 절대 토종 한국인 감독이 아닐것이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다루는 주요 키워드와 소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흔하디 흔한 동양적 소재를 다뤄내는 스토리텔링 방법 역시도. 그것은 바로 '인연' 이라는 키워드와 '환생'과 같은 불교적인 윤회사상에 대한 부분, 그리고 또 하나 '첫사랑'이라는 단골 소재였는데  물론 동양에서도 이 흔한 소재들을 가지고 만든 매력적인 여러 영화들이 있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해당되지 않았다' 라고 얘기하고 싶다. 

 

'환생'이라는 주제는 곧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타임슬립 영화와 연결될 수 있는데 한국 영화들 중에서는 '시월애', '동감' 이런 영화들이 생각난다. 특히나 이 패스트라이브즈 역시도 로맨스 영화이니, 환생이라는 주제와 연결되는 한국 로맨스 영화중에서 골라본다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 작품은 저 두가지이다. 내가 언급했던 두 영화 시월애, 동감과 이 영화의 차이점은 전자의 영화들은 타임슬립을 주제로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 영화였지만 (공상과학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실제로 시간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속에서 두 주인공은 본인들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서 '인연'과 '환생'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동양 철학적인 사상으로 깊은 고찰을 나누는 대화들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 때문에 결국은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 라고 개인적인 평을 내려본다.

 

동양의 기준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조금은 뻔한 주제들로, 그저 이 소재를 가지고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인물의 모습을 영화 내내 보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 내용이 굉장히 흥미롭거나 참신했다면 구구절절 많은 대화들이 나열되는 구성의 영화라 할지라도 재미있게 보았을 수 있었을법한데 아쉽게도 내 머릿속에는 알수없는 물음표만이 맴돌았던 기분이다. 아마 이 영화는 감독의 개인적인 자전적인 스토리와 경험, 가치관이 깊게 물들어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유전적으로 한국계 피를 동시에 가지고는 있지만 완전히 캐나다인으로써의 정체성과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이방인으로써 그녀가 보는 동양사상에 대한 신비로움과 호기심, 그리고 첫사랑이라는 풋풋한 정서까지. 그녀가 지니고 있는 동양 사상에 대한 환상과 첫사랑, 등등 여러 키워드들의 약간은 지루하고 혼잡한 콜라보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본인의 호기심과 환상으로 버무려 낸 그녀의 소녀감성이 깃든 영화 한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하지면 작품성으로써는 큰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지 않았나. 라는 아쉬운 소견을 남겨본다. 

 

 

 

 

극 중에서 해성과 나영은 천천히 느린 말로 꽤나 많은 대화들을 나눈다. 사실 이들이 나눈 그 많던 대화들 중 그렇게 내게 와닿는 특별한 대사가 별로 없었다는것도 희안한 일이다. '해성'은 한국인 그 자체로 등장한다. 어린시절 같은 학교,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였던 둘은 나영의 이민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둘은 성인이 되어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이 닿게 된다. 그와 그녀는 거의 매일같이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랜선연애 같은 관계를 이어가는데, 그들은 서로에게 "한국에 와.", "뉴욕에 와." 라며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툭툭 메시지를 던지지만 둘 다 "내가 왜?"라는 건조한 대답을 통해서, 굳이 서로가 각자가 살고 있는 나라에 가야할 어떠한 이유와 연고도 찾지 못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서로의 거리에 대한 비현실적인 관계를 자연스레 인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그렇게 또 꽤 많은 시간이 흐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해성과 나영이 다시 만나게 되는 시기는 아마도 그들이 30대쯤 되었을 무렵인 것 같다. 나영의 옆에는 이미 배우자가 있었고 해성은 만나던 여자친구과 '조건이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이별을 경험한 뒤였다. 사실 여기서 이 타이밍도 다소 우스운 타이밍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서로가 각자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겼었지만 해성이 뜬금 나영을 보기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그의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꽤 큰 몫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실연을 당한 남자가 또 다시 지나간 과거의 첫사랑을 괜시리 회고하며 기억을 끄집어 낸 것은 이별의 아픔을 잊고자 함과 동시에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나 호기심이 동시에 발휘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심지어 그녀의 옆에 배우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기 위해 떠난 것은 단순 '우정'의 의미로써 였을까?

 

그들이 만나서 나눈 대화들을 보면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회상뿐만 아니라 대학생때 잠시 썸타던 시절에 대한 큰 미련, 첫사랑이라는 아련함 등등 순수하게 그저 우정을 곱씹기 위해서 만난것은 아니라는걸 쉽게 느낄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다지 이 상황이 내게는 그렇게 아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고 그냥 여자친구과 헤어진 실연당한 남자가 대뜸 유부녀인 여사친을 사심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보러 왔다. 라고 다소 직설적으로 내게는 해석이 되었다.

 

 

 

 

오히려 내가 영화속에서 아련하고 깊은 사랑을 느꼈던 부분은 나영과 그녀의 배우자 '아서 자터랜스키'와의 관계에서 였다. 그녀와 그녀의 배우자가 침대에 누워 나눈 대화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는 나영(노라)에게 너가 가끔 자면서 한국말로 잠꼬대를 하곤 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엽지만 가끔 그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해. 라며, 내가 모르는 언어로 너가 무언가를 말하고, 생각한다는 것이 뭔가 내가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공감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것만 같아서 그것이 가끔 두려워. 라고 그가 말하던 장면이 가장 내게 와닿는 한 장면이었다. 짧게 지나간 장면이었지만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특히 해성과 나영의 관계에 엮여있는 스토리들이 꽤나 대단해 보이고 심지어 운명적이고 낭만적이어 보이지만 고작 본인은 나영을 작가 숙소 같은 곳에서 만나 둘 다 싱글이었기에 자연스레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모든게 자연스럽고 다소 밋밋하게 이어져온 관계가, 그들의 스토리(해성,나영)에 비하면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는 괜힌 질투심에 사로잡히는 모습 마저도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나영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그녀를 깊숙히 공감하고 싶어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영화에서 해성과 나영의 관계도에 대한 몰입보다, 나영의 남편이 지닌 깊은 공감과 시선에 더 매료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마무리 될 때즘, 해성을 바래다주고 돌아온 나영은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터져 그의 남편에게 안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왜? 무엇이? 라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건데, 해성과 못 이룬 사랑에 대한 아쉬움 따위 보다는 그보다 좀 더 복합적인 감정들, 예를들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의 짧은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향수, 정말로 어긋난 타이밍 때문에 놓쳐버린 나의 운명적 상대였을까 라고 혹여나 느끼는 감정들, 우리가 정말로 만났더라면 어떤 인연이었을까 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무한한 생각과 질문들이 그녀를 혼란스럽고 다소 괴롭게 했던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한다. 즉 이미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잘 살고있었던 유부녀앞에 난데없이 등장한 '해성'이 꽤 몹쓸짓으로 그녀를 혼란하게 한 것일지도. 실제로 극중에서 해성은 정말로 다양한 '만약에' 화법을 구사하며 이 생이 만약 전생이면, 미래의 우리 관계는 다른 모습일까? 또는 우린 어떤 인연으로 미래에 만날까? 라는 식의 다소 구질구질할 수 있는 미련 멘트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데, 나도 여기서 그의 '만약에' 화법을 빌려와 한마디 하자면, 만약 그가 멋있고 잘생긴 인물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지지리궁상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 온갖 찌질 멘트들을 다 쏟아내고서도 지지리 궁상남이 아니라, 그나마 로맨틱 가이(?)인 것 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수려한 외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무튼 무어라 마무리를 할지. 감독 개인적인 동양사상에 대한 환상 뽕이 많이 취해있는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하긴, 나같아도 유태오같이 생긴 과거 썸남이 다시 나타나서 미련 가득 담긴 온간 멘트들로 내 맘을 마구 훼집어 놓으면 나라도 눈물이 펑 터질지도 모르겠다. 나 잘살고 있는데 괜히 다시 나타나서 나한테 왜이러는데ㅠㅠ 이런 느낌으로다가.

 

 

 

 

 
흔들리는 세상의 모든 레슬리에게

 

 
레슬리에게 To Leslie, 2022 제작

요약미국 드라마 2023.11.29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119분 감독 마이클 모리스 출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마크 마론엘리슨 제니오웬 티그  더보기 줄거리“말해주세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술에 빠져 수억의 복권 ..더보기

 

 

 

심각한 알콜 중독에 빠진 한 여성이 등장한다. '레슬리'. 첫 장면은 아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엄청난 복권에 당첨되어 한껏 들 뜬 그녀의 모습으로 영화는 화려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가장 우울하고 처참한 모습의 주인공이 모습이 시작된다. 그녀는 심각한 알콜중독에 빠진 여성으로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바이러스 마냥 취급하며 기피한다. 그녀가 이렇게 알콜중독으로 인생 나락으로 가게된 것은 다름 아닌 '마약'. 마약으로 당첨금을 몽땅 날려버린 그녀는 어린 아들의 양육마저 뒷전으로 한 채 말 그대로 타락한 인생을 살며 도저히 구제되기 힘들어 보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른다.

 

 

 

초반부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불쾌함 그 자체였다. 간신히 장기 투숙하며 살아가던 모텔인지 여인숙이라 불러야 될 지 모르겠는 후미진 곳에서 마저 밀린 월세로 쫓겨나게 된 그녀는 갈 곳을 잃자 결국 아들을 찾아간다. 아들은 레슬리가 앞으로의 삶의 "계획"을 세우는과정까지는 흔쾌히 함께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해주겠노라고 선의를 베풀지만 정신나간 그녀는 아들의 호의에 뒤통수라도 치듯, 그새 술 먹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아들이 비상금마냥 고이 묵혀둔 돈에 손을 대고 일을 저질러 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신물이 난 아들은 엄마인 레슬리를 결국 경찰에 신고하며 어릴 적 엄마 대신 자신을 길러주었던 이웃 어른에게 어쩔 수 없이 연락하여 그녀를 데리고 가도록 부탁한다. 레슬리 아들의 나이는 고작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

 

이 초반 전개를 보면서 주인공의 삶을 이해하긴 도저히 어려웠다. 그야말로 가정학대 그 자체였고 사실 영화에서는 레슬리가 무엇때문에 어떻게 왜, 마약에 빠져 모든 당첨금을 홀라당 하였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를 이해할수도, 아니 이해할 건덕지라고는 1도 없는 상황. 그냥 어마어마한 복권에 당첨되어 한 껏 황홀감에 취한 레슬리는 그저 향락에 빠져 본인의 인생을 나락으로 스스로 내몰았다 정도로 추정 가능한 상태였다. 아무튼 가정폭력, 학대에 대해서는 무슨 원인이 있었다 한들 절대로 옹호할 수가 없는, 말 그대로 그녀는 쓰레기같은 인생을 간신히 연명하며 살아가는 캐릭터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인물의 등장으로 그녀는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를 맞게 되고, 물론 우여곡절을 겪어나가긴 하지만 그는 그녀가 다시 마음을 잡고 새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 아주 지대한 영향력을 준 인물이라 볼 수 있다. 레슬리에게 새 인생을 살아나가게끔 큰 영감을 준 두 인물은 단연 그녀의 새로운 연인이자 남편 '스위니'와 그녀의 아들이다. 사실 극 중 '스위니'는 내가 생각할 때 매우 전형적인 '이타적인' 인물 그 자체다. 말하자면 에코이스트라고 해야될 지 모르겠으나 처음에는 왜 그가 그녀에게 무한한 호의를 베풀어 주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영화속에서는 스위니와 모텔 주인이 우연히 레슬리의 캐리어를 길에서 줍줍하고 그것을 마음대로 헤집어 본 거에 대한 미안함으로 그녀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었다 라는 식으로 납득이 되게끔 설명하였지만, 그녀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 것 정도의 호의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 뒤에도 그녀의 다소 무리한 말도 안되는 부탁 (월급 가불 신청 및 개인적 지출을 위한 돈 요구 등등)  마저 호구마냥 베풀어 주던 그의 모습은 약간은 아이러니한 상황. 

 

영화 후반부로 갔을 때 그의 그런 행동들은 그의 엑스 와이프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던 레슬리를 보며 그가 느낀 연민, 안타까움 등등으로 인한 호의와 사랑 이었다고 설명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모든 것들이 결국 그가 얼마나 이타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인가를 여과없이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이런 '천사'같은 인물의 등장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영화스럽고 드라마틱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가장 현실적이지 않았던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스위니'의 등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늘상 고주망태 상태에 마약에 찌들었던 전적까지, 말 그대로 그냥 '미친x'이라고 불러도 이상할게 없었던 그녀에게 사랑과 연민을 느끼고 애정을 주고자 하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현실에 도대체 얼마냐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영화적인 감수성이라 할 만한 것은 이런 사랑을 받았을 때 감사하며 새 영감을 얻고 새 삶을 살아나가는 결말이 현실에서도 쉽게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러나 망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조건 없는 사랑이나 호의를 받았을 때 오히려 더욱 불안해 하기도 하고 불신하며 상대를 테스트해보고 간보고 분노하기까지 하며 괴롭히는 경우가 오히려 다반사다. 물론 이 영화속에서도 레슬리가 결국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이웃들을 통해 그의 앞에서 여실히 들통나게 된 상황에서 결국 그가 자신에게 실망하고 떠날 것이라는 짐작으로 인해 그를 거부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 갈등 역시도 다행히 잠깐의 트러블 정도로 마무리 된 것이 아주 영화적인 요소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거나 그녀가 새 인생을 살아가는것에 대한 큰 영감을 얻은 두번째 인물은 바로 그녀의 아들 '제임스'다.  그녀는 새 썸남이자 애인 '스위니' 앞에서 부끄러운 꼴을 당하고 그와 트러블을 겪고 상심해 있었지만 매우 이타적인 인물인 스위니는 그녀가 복권에 당첨됐을 당시에 tv에 출연했던 비디오를 가지고 와서 틀어주며 그때 그녀가 했던 말과 행동, 그녀가 얼마나 아들을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이었는지를 상기시켜주기 위해 그는 나름의 노력을 한다. 바로 그의 노력으로 인해, 그녀는 그 비디오 속에서 아들이 무심코 했었던 말에 영감과 힌트를 얻어 새 삶을 꾸릴 상상과 기대에 가득찬 상태로 새롭게 변신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에서, 정말로 보잘 것 없는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이타적인 스위니라는 인물의 기적적인 등장. 이것이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으로 개인적으로 꼽는 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다소 억지스럽거나 과한 연출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감동이 이 영화의 큰 매력인 것 같다. 초반부에는 레슬리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그녀를 혐오하고 비난하게 되지만 결국 후반부로 가서는, 비록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망가진 인생을 살아왔던 그녀라고 하더라도 그녀가 한줄기 희망을 찾는 모습, 자신의 과오를 반성할 줄 아는 모습, 그러한 모습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를 애정으로 '연민'할 수 있게 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모든걸 포기한것 처럼 행동한 그녀였지만 이 영화의 포스터에 적혀있는 글 처럼, "말해주세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라고 그녀가 나즈막히 흐느끼면서 내뱉었던 말은 사실 우리 모두가 한번 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타인에게 간절한 듣고 싶어하는 한마디 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녀가 변화에 대한 일말의 노력 없이 단순 타인의 환심만을 쉽게 얻고자 저런 말과 행동 했다면 또 재생불가한 '쓰레기'에 불과했을 것이나, 어쨌든 영화는 다행히도 그녀의 아름다운 변화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녀의 간절함 섞인 한 마디는 꽤나 가슴 후빌만한 호소력이 있었던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나 한번쯤 내가 인생의 바닥에 있다고 여겨지는 몇몇 순간들이 존재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그냥 거기서 다시 처음부터, 작은 것 부터 시작해도 인생은 그 서사 자체로 살아 갈 가치가 있는 것을. 이라는 메시지를 느꼈다.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 주인공 레슬리처럼 가족과 남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고 자식을 학대하며 마약에 찌들어 인생을 나락 보냈던 수준의 캐릭터까진 아니지 않은가. 그랬던 그녀가 아주 작은 영감에 힌트를 얻어 새 삶을 살아나갈 용기와 자신감을 얻어가는 과정은 거창한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거기서, 바로 그 시점에서 다시 조금씩 하면 돼. 라는 식의 소탈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아서 정말로 광광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몇번을 참았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인생인가가 아니라, 그동안의 내 삶의 서사 안에서 나는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여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는 사실에 집중해야 하는것이 우리네 삶이 것이다.

 

 

 

 



<I DREAM IN ANOTHER LANGUAGE :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이라고 하여 보게되었다. 2019년작이다. 영화의 기본 정보나 스토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보게 되었다. 영화 초반부를 감상하면서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고대 토착 언어 '시크릴어'를 기록하고 남기기위한 언어학자의 고군분투나 여정을 그린 영화인건가? 하는 생각으로 계속 감상했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소재가 등장하여 꽤나 놀랬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에는 '시크릴어' 라는 소수 언어가 등장하고 거기에 또 하나, '두 남자의 사랑' 이라는 동성애 코드 즉 성소수자 라는 코드가 더해지면서 소수언어+성 소수자 라는, 희귀함에 또 희귀함을 더한 주제가 꽤 독특하다. 단순 '퀴어영화'라고 구분지을 수도 있지만 '시크릴어'라는 소수언어와 그 언어가 갖고 있는 문화적 배경,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연과 새소리 등등 여러가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전달하는 이미지들이 강해서 단순 '동성애'를 그린 영화인가? 라고 했을때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보다 더 많은 느낌을 그려내는 영화인 것 같다.




극증에 등장하는 '에바리스토'와 '이사우로'는 시크릴어를 구사하는 마지막 원어민이다.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단짝이었다. 그러나 한때 단짝이었던 사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5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말 한마디 섞지 않은채로 떨어져 지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언어학자 '마르틴'은 시크릴어 연구를 위해 이들의 화해를 적극 추진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생각보다 둘의 갈등의 골을 좁히기가 여간 쉽지않다. 우연히 에바리스토의 손녀딸 '루비아'에게 둘의 사연에 대해 듣게 되는데, 젊은시절 두 사람은 한 여자를 사랑했고 그로인해 큰 다툼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승자는 '에바리스토'였고 싸움에서 진 '이사우로'는 홀로 외딴 오두막에서 외로운 여생을 보냈다는 것인데...그렇다고 젊은날 한때 크게 다투었던 일이 여지껏 철천지원수마냥 50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을 서로 외면할 정도였을까? 마르틴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진채로 어떻게든 두 노인 사이의 갈등을 좁힐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르틴은 에바리스토의 소녀딸 루비아에게 진짜 숨겨져있던 두 노인 사이의 비밀을 전해듣게 되는데, 내가 말한 생각치 못했던 전개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결론적으로 오랜세월 비밀스레 숨겨져있던 두 노인의 비밀은, 바로 그 두사람은 젊은시절 뜨겁게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다는 것이다. 에바리스토는 이사우로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종교적 갈등을 겪었고 결국 한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면서 자신을 회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여성은 미래의 에바리스토의 부인이었으며, 그녀는 이 두 남자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이미 다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바리스토를 남편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그를 종교적으로 '구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에서 존재하는 '시크릴어'가 실제로도 존재하는 언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언어가 갖고있는 역사적인 배경은 굉장히 신비스러운 분위기들을 갖추고있다. 극중에서 말하길, 태초에 여성은 '새' 였다고 한다. 어느날 이 새는 땅을 걷는 최초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남자도 새를 사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쓰는 언어가 달라 서로 맺어 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새는 남자에게 밀림 속 만물의 공용어인 시크릴어를 가르쳐 주었고 이 둘의 결합으로 태어난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한다. 그 이후 세상에 번성한 인간과 동물들은 모두 시크릴어를 쓰게 되었다는 신비로운 우화같은 이야기. 이것이 바로 시크릴어의 탄생 배경이라고 영화에서 설명한다.

아무튼 이 희소성 뛰어난 '시크릴어'와 '동성애' 혹은 '양성애'라는 소재는 꽤 서로 닮은면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감독은 이 두 남자의 동성애 또한 시크릴어와 같은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그 무엇으로 표현하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감정에 언제나 솔직했던 이사우로와 달리 에바리스토는 늘 그에게서 멀어지려했고 자신의 어린 지난날의 감정에 대해 끝까지 극구 부인하며 꽁꽁 숨기기를 원했다. 글쎄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므로 극중 인물의 감정에는 깊이 이입할수는 없었지만 그저 친구로써 쌓아온 우정의 감정 까지도 마치 절대 건드려선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깊숙히 파묻어 버리려고 애쓰는 에바리스토의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다. 일생의 대부분을 살고 다 늙어버린 노인이 되어서도 끝끝내 진실된 마음을 꺼내지 못한 에바리스토. 이사로우가 결국 세상을 떠나면서 에바리스토에게 남긴 유언이 머릿속에 남는다.



"잘있게 친구여 소중한 내 친구여 그동안 우리가 말하지 못한 것들은 말하지 못한 채로 남겠지만 이상향에 가거든 그것들을 곱씹겠네 그리고 자네도 생각하지 친구여 소중한 내 친구여 안녕히."



 

 

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 : The giver > 

미래 사회주의 세상을 구현한 SF 영화

 

 

더 기버 : 기억전달자 The Giver , 2014 제작

요약미국 드라마 외 2014.08.20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97분 감독 필립 노이스 출연 브렌튼 스웨이츠테일러 스위프트제프 브리지스메릴 스트립  더보기 줄거리완벽한 세상을 위한 완벽한 비밀 제거된 ‘기억’을 가진 단 한 사람 전쟁.. 더보기 누적관객수107,567 명 (2014.09.23,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역대 영화 순위 홈페이지 www.facebook.com/2014.thegiver

 

 

 

요즘들어 내가 가장 추천하고싶은 영화이다. 종종 이 영화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 왠지 모르게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고 꼭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포스팅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긴 고민 없이 바로 써 내려간 제목이 바로 "미래 사회주의 세상을 구현한 SF영화"이다. 말 그대로 영화 속 세상은 고도로 발달한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지금과 큰 다른 점이 있다면 극도로 '통제'된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휘황찬란한 느낌의 포스터와는 사뭇 다르게 영화는 밋밋한 흑백 영상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똑같이 생긴 집, 똑같은 옷, 똑같은 생활 패턴, 똑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 누구와도 다르지 않게 균등하고 똑같은 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적정한 나이가 되면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냐 하는 문제도 개인의 선택 영역이 아니라 지도자의 지시로 각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배정' 받게 된다. 저 세계의 지도자 수석 원로의 말에 따르면 질투도, 욕심도 없는 평화롭고 균등한 인간 사회를 위해 가장 최적의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그녀는 바로 이 세상을 '커뮤니티'라고 부른다. 아무튼 눈치가 빠르다면 벌써 느꼈겠지만 우리는 이런 세상을 보고 어쩌면 '공산주의' 사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이 영화는 미래 공산주의 사회의 모습을 그린 SF영화 라고 간단히 설명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조너스'와 친구들은 직위수여식에서 직업을 배정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고, 그들 또래 커뮤니티 멤버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자신에게 배정될 직위가 발표되길 기다린다. 조너스의 오랜 친구 '피오나'와 '애셔'는 각각 보육사와 무인항공기 조종사 라는 직책을 부여받게 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너스의 발표 차례가 되었지만 수석 원로는 그를 호명하지 않은채로 그냥 넘어가버린다. 모두가 의아한 상황이었지만 결국 가장 마지막으로 조너스가 부여받을 직책을 드디어 호명하는데 그것은 바로 '차기 기억보유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너스는 직책을 부여받는 것 대신 '선택' 되었다 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조너스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예민한 영감을 타고났으며 그외 지능, 정직, 용기 이 모든 면들을 아울러 봤을 때 '기억보유자'로써 가장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기억보유자'는 이 영화에서 바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글쎄,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뭐하는 직업이지? 라고 모두가 궁금증을 갖고 있는 가운데 조나스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하게되고 이 커뮤니티 소통 방법으로 말하자면 그는 출근이 아니라 첫 훈련을 하게 된 셈이다. 독특한것은 이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단어 또한 제한되어 있어서 쓸 수 있는 단어,  쓸 수 없는 단어가 구분되어 있는데 예를들면 말버릇처럼 '사과드립니다', '사과를 받아들입니다." 라는 말을 쓰는가 하면 '사랑'과  같은 단어는 이미 옛날에 사라져버린 단어로써 더이상 쓸 수 없도록 되어있고 거짓말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무색무취한 아우라 뿜뿜 풍기는 이 커뮤니티에서 한 줄기 희망, 한 줄기 색깔을 불어 넣어주는 큰 역할이 바로 '기억전달자'라고 할 수 있다.

 

 

 

 

 

조나스는 기억전달자 스승을 만나 하루하루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게된다. 그 트레이닝은 바로 이 회색빛 커뮤니티 사회 이전의 찬란했던 인간세상의 기억을 스승으로부터 전달 받는 것 그 뿐이다. 그것이 트레이닝의 전부이지만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철저한 비밀유지가 되어야 하며 조나스가 받는 훈련에 대해 함부로 누군가에게 발설하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설사 그게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대신 단 한가지 특권이 있었는데 그것은 조나스에게만 '거짓말'이 허용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조나스가 첫번째 훈련날 스승으로부터 전달 받은 과거 세상의 비밀은 바로 '눈'이었다. 기후 통제로 '여름'과 '겨울'이 사라지고 회색빛이 감도는 이 커뮤니티 사회에서 평생을 자란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차가운 눈'을 보고 느끼게 되었고 조나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두번째 수업에는 '고통'과 '색깔'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는 좀 더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비밀들을 전달 받기 위해 한껏 기대하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조나스가 기억해야 할 이전 세상의 모습은 모두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조나스는 스승으로부터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들까지도 천천히 조금씩 전달 받게되고 한동안 충격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빨강, 초록, 파랑 수많은 색이 있지. 우리들은 다 없애는 쪽을 선택했어.

색깔, 인종, 종교 모두를 똑같게 만들었지. 달랐다면 시기하고 화내거나 억울해하고

증오에 사로잡힐 수 있어서 '늘 같음' 상태로 통일 시켰다."

 

 

 

기억전달자는 조나스에게 색깔의 기억을 전달하면서 위와 같이 설명했다. 그리고 조나스는 하나 둘, 이 커뮤니티 세상의 지나친 통제로인한 불합리들을 서서히 깨달아가고 다시 이전 세상의 잃어버린 기억들을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커뮤니티 세상을 대상으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콧잔등이 시큰해 지는 순간을 몇번이나 느꼈는지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 생겨난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그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새삼스럽게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배경지식이 여러모로 딸리므로 좀 더 수준 높은 철학적, 이데올로기적 관점의 멋드러진 글은 쓸 수 없지만 서로 다름의 아름다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로운 세상이 얼마나 귀중하고 가치있는 것인가를,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 자유속에서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서로의 차이와 다름들, 그것이 분쟁과 경쟁, 시기, 질투가 되지 않도록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개인과 집단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해야 되는 책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그 마음 안에는 인류에 대한 원초적인 '사랑'과 '열정'을 함께 담고 있는 것 아닐까. 

 

 

나는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그 언젠가 내가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싸워야 할 날이 올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리 먼 과거도 아니다) 지금의 '자유'가 우리에게 당연하듯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누군가의 피와 땀과 희생으로 겨우 쟁취할 수 있었던 값진 것이라는걸 알 수 있듯 지금도 어디선가 세상을 통제하고 휘두르기 위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을 수 있으며 우리가 스스로 개인의 인권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그 언제라도 박탈 당할 수 있다는걸 느끼고 깨닫게 되었다. 아니 요즘 들어 더욱 그런 경각심을 느끼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문득 이 영화가 왜인지 자꾸만 떠올랐고 그저 사람들이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용기있는 투쟁을 절대 두려워 하고 회피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돈 룩 업 상영중

Don't Look Up, 2021
공개 2021.12.08
장르 코미디
국가 미국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139분
 
 
 
 
 
미국 사회 그 자체를 보여주는 정치풍자 블랙코미디다. 그리고 SF요소를 함께 곁들인... 올 연말에 볼만한 괜찮은 상업영화를 찾는다면 단연코 추천하고싶은 영화. 일단 등장인물 라인업부터 엄청나다.
 
 
에? 이 모든 헐리우드 배우들이 한 영화에 다 등장한다고? - "네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제니퍼 로렌스를 매우 좋아하기에... 특히나 예민한 또라이 연기로는 제니퍼로렌스를 따라올만한 배우가 없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미친x' 연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심지어 그마저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소화하는 엄청난 능력이 있는 배우..(도저히 미워할수 없는 또라이라고 할까) 이 영화속 캐릭터도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꽤 비슷한 부분이 많이 보였는데,  여기서 제니퍼로렌스가 맡은 캐릭터의 MBTI를 나름대로 유추해보자면 아마도 ENTP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지극히 개인적 상상)
 
 
아무튼 신랄하게 팩폭 두들겨 때리는 블랙 코미디 영화인데, 초반에만해도 가벼운 코미디 장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점점 가면 갈수록 현실의 모습을 빼다박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영화를 보면서 사뭇 진지해진다. 그리고 심지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아리아나 그란데는 현실의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가져와서 출연하기 때문에... 더욱 더 하이퍼리얼리즘.. 뭐랄까 굉장히 현실 같은 가상 얘기를 정말로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구나. 라는생각이 들게 되면서 분명 웃고 있었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은 점점 진지해지고...  마음이 무겁고...결국 슬퍼지기까지.. 특히 영화 내내 팩폭 두들겨패는 두 주인공이 관객들을 향해 "아직도 웃기냐? 제발 정신차려 이것들아." 라고 얘기하듯 마치 우리에게 시원한 싸다구를 연신 갈겨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해야될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나의 감정 변화들을 구구절절 묘사해보려고 최대한 노력해보았지만 글쎄, 이 정도로 맞는 표현일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웃긴것 같지만 절대 웃기지만은 않은 영화.
 
 
 
 
 
 
 
천문학 교수인 랜들 민디 박사(디카프리오)는 그의 제자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어느날 지구에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행성을 발견하게되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6개월 뒤 지구와 직접 충돌하여 지구 멸망으로 치닫게 될 지 모르는 무시무시한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위한 사명감으로 둘은 언론 투어에 나서게되는데, 가장 핫하다는 인기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까지 고군분투를 했지만 글쎄, 전혀 성과가 없다. 케이트는 이 상황에 분노하여 생방송 중에 결국 참지못하고 극대노를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구 하나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미국스러운 분위기를 잘 반영한 장면은 단연코 토크쇼 씬이 아니었나 생각하는데 미국사회 특유의 분위기들, 예를들면 그들은 사람들의 어떤 말과 행동들을 'cool'하고 'fancy'하다고 느끼는지 미국 주류 미디어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서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미국 근처라고는 1도 가본적 없는, 근처 공기도 못맡아본 사람이지만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서내가  간접적으로 경험한 미국은 굉장히 '희화화' 하는 유머 코드를 즐기고 좋아한다고 느낀적이 있었다. 한때 미국 스탠딩 코미디 영상이 웃겨서 우연히 연달아 몇편을 줄지어 봤었을때가 있었는데 바로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지 싶다. 주로 19금이나 인신공격적인 얘기 혹은 건들이지 말아야 할 예민한 영역의 주제들을 가지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듯 토크를 진행하는 코드가 굉장히 많았는데 (ex 인종차별, 게이, 레즈비언과 같은 주제들) 물론 자극적이어서 일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희화화하여 비판하고, 또는 팩폭을 날리면서 엄청난 펀치라인을 내뱉었을때 거기서 느낄수 있는 쾌감, 희열 같은 것들을 매우 쿨하고 유머러스한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바로 이 영화의 토크쇼 장면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부분도 그런게 아니었을까.  그 어떤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와도 한없이 가볍고, 우습고, 웃긴 농담 따위 정도로 취급하며 얘기 해야하는것이 바로 이 토크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이면서 룰이었다. 그런 상황속에서 두 주인공이 등장하여 전하고자 했던 중요한 이야기는 정말 '팩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 및 토크쇼의 진행자들은 그 둘을 한낱 얼빠진 '진지충' 인간 정도로 취급할 뿐이었는데, 디카프리오와 제니퍼로렌스의 방향성이 여기서 서로 살짝 틀어지게된다.  천문학 교수 '랜들 민디' 박사로 나오는 디카프리오는 이 주류사회가 내뿜는 거대한 자본주의의 유혹과 환락에 정신 차리지 못하고 그만 빠져들어버리게 되는데 이 마저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여자저차 하여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그들이 원했던대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행성을 폭파 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정부와 함께 손을 잡고 계획을 진행하게 되는데, 바로 여기서 세계 3위 부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BASH의 대표자(마크라이런스)가 나타난다. 그는 잘 흘러가고 있던 상황을 다시금 완전히 뒤집어 놓게 된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 지구에 다가오고 있는 행성에는 어마어마한 순수 자원이 있어, 그 자원을 산업화 했을때 무려 140조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 대통령(메릴스트립)의 마음을 순식간에 현혹시켜버린다. 그렇게 행성 폭파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어버리고 난데없이 행성에 로봇을 보내어 안착시킨 후 거대한 행성을 쪼개어 자원을 채취해오는 방식의 전혀 다른 새로운 방안을 급속도로 진행 시키게 된다.  

 

 

 

 

 

정말 세계를 쥐락펴락 할 정도의 최고 상류층들의 '부'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준 훨씬 그 이상의 거대한 스케일이라는 것 만큼은 꽤나 실감힌 것 같다. 지구를 넘어 우주 행성을 컨트롤 하는 그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초점없는 눈과 기계처럼 미소짓는 인위적인 표정을 보면서 매우 기이한 느낌을 받았는데 AI마냥 굉장히 기계적이고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주의 나르시스트 라는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였다면  정말 완벽한 캐릭터 분석이 아니었나싶다. 그는 자기자신에게 자아도취되어 상대방과 대화할때도 절대 눈 조차 마주치지 않는 매우 자기 중심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런 그가 유일하게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고 얘기했던 장면이 있었다. 바로 민디 박사가 그의 의견에 강한 의구심을 내비치며 그에게 직접적으로 대립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 장면은 정말이지 공감능력 제로 수준의 천재 나르시스트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너무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냥 인간이 아니무니다...)

 

 

 

 

 

 

엥? 그래서 아리아나그란데는 언제나와?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녀는 이미 토크쇼씬에서 등장했다. 민디박사와 케이트가 갖고 온 인류 멸망, 지구멸망 소식보다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열광하는 것은 한낱(?) 연예인의 가십거리, 연애 소식이었다는 점이 포인트였는데 바로 그 장면에서 아리아나그란데가 등장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전남친의 뜬금없는 생방송 프로포즈 장면에서 시청률이 급상승 하면서 토크쇼 시청률 지분을 그녀가 다 확보해버렸는데 그냥 뭐 현실을 갖다붙여놓은 수준. ㅎㅎ 그렇게 쩌리가 되어버린 민디박사와 케이트...

 

그것과는 별개로 이 영화의 OST 바로 아리아나그란데가 부른  노래 "Just look up"이란 노래는 영화 스토리상 존재했던 노래라고 하기에는 너무 고퀄에다 심지어 곡도 너무 좋았다. 포스팅의 어수선한 마무리는 그녀의 곡으로...

 

 

 

 

 

https://youtu.be/BnyvDBGoj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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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mm, hmm
Ah, ah
We knew no bounds
Fell at the speed of sound
Ridin' against all odds,
but soon against ourselves
You haunted every memory
With no goodbyes, all bad for me
Your pride put out the fire in our flames
Then just one look is all it takes
I feel your eyes, they're locked on
every part of me
And then my dumb heart says
Just look up
There is no place to hide
True love doesn't die
It holds on tight and never lets you go
Just look up
You cannot deny the signs
What you'vе waited for
Don't wait no more
It's right up above you
Just look up
(Baby)
Know I lеt you down,
a nigga can't deny it (Uh-huh)
And there's so much I could lose it and,
yes, that matters (Yeah)
I've been dealin' with madness (Yo)
Wasn't the man you needed (Hmm)
You dealin' with sadness, truthfully,
it's all on me (Hmm)
And I'm sorry, my love
I'ma heal your heart,
I'll hold it in my hand (Ooh, ah-ah)
Time is oh so precious,
we don't really have much left now (Ooh)
Take my hand, baby,
I'll never leave you, Riley
Look up, what he's really trying to say
Is get your head out of your ass
Listen to the goddamn qualified scientists
We really fucked it up, fucked it up this time
It's so close, I can feel the heat big time
And you can't act like everything is alright
But this is probably happening in real time
Celebrate or cry or pray, whatever it takes
To get you through the mess we made
'Cause tomorrow may never come
Just look up
Turn off that shit Fox News
'Cause you're about to die soon everybody
Ooh, I, I, oh, I
Look up
Here it comes, comes
I'm so glad I'm here with you forever
In your a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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