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락페스티벌을 어언 몇년만에 다녀오는지 모르겠다. 나 어릴때만해도 (라떼는..) 부산 락페는 완전히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축제였는데 언제부턴지 몰라도 어느순간 유료 페스티벌로 변경되버렸다.ㅠㅠ 티켓값은 하루 관람권이 88,000 원 / 이틀 관람권이 132,000원이다. 사실 티켓값이 은근히 비싼 것 같아서 갈 생각이 별로 없었다가 10월 2일 공연 라인업에 HONNE가 온다는 걸 확인하고 바로 티켓팅을 드릉드릉 시동걸어버림... 아무튼 오전 11시 입장시간부터 오후 10시반 까지 거의 11시간에 걸친 시간동안 내도록 락페를 즐기고 온 노익장 투혼 썰 시작해본다.
공연 부스 위치가 삼락 생태공원에서도 한참을 쭉 들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보니, 엄청나게 걸어야된다. 지하철역 괘법르네시떼역에서 내려서 가야되는데 뭔 생각인지 나는 습관적으로 사상역에 내려서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삼락공원=사상역 이라는 인식이 박혀혀버림) 중간에 순환버스가 있어서 기다렸다가 타고 가면 훨씬 수월한데 나는 아침부터 뭔 객기를 부리고 싶었던 건지 순환버스 나몰라라 무시하고 목적지까지 뚜벅뚜벅 걸어갔다. 10월인데도 불구하고 8월 못지않은 땡볕 더위를 자랑했다. 정말 그늘 하나 없는 개 땡볕을 걸어가느라고 처음부터 엄청나게 에너지 소모했음.
아직 한산할때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는 스탠딩존 모습이다. 심지어 일행들 중에서 내가 제일 일빠로 도착하는 바람에 여유롭게 공연장을 사전답사 할 수 있었는데 대낮 12시였지만 그 시간에도 물론 공연은 진행중이었음. 유럽 국적으로 추정되는 해외 밴드가 공연중이었는데 곡 분위기나 보컬이 갱장히 몽환적이라서 그런지 사이키델릭한 느낌 물씬 뭍어나는 밴드였다. 뭔가 60, 70년대 히피문화 연상케 하는 나른한 분위기라서 우스갯소리로 왠지 약 하나 빨고 즐겨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
근데 사실상 락페는 공연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본래의 목적도 맞지만 그냥 노상까고 맛있는거 먹고 술먹는게 8할일 정도로ㅋㅋ 술먹고 노는데 유명 아티스트들이 와서 BGM 깔아주는 느낌이 없지 않아있다. 사실 그게 좋아서 놀러가는 사람들도 많긴한데 이번에 티켓팅이 유료로 바뀌면서 그래도 좀 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데 진심인 사람들도 많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나는 티켓값이 유료인거 보다도 음식값이 더 장난아니었다고 생각하는 편. 원래가 축제 장소에서 파는 음식들이 비싼건 맞지만 닭꼬치가 하나에 5000원, 킹크랩이랑 나초 쪼금 + 소스 뿌려주는 메뉴가 13000원인가 그랬다. 치킨값은 15000~20000원 정도. 그리고 심지어 나초 과자봉지에 야채 넣어주고 소스 뿌려넣어주는게 가격이 6000원... 아, 그럼 뭐 밖에서 음식 갖고 사갖고 가면 안되나? 배달 시키면 안되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엄격하게 외부 음식 반입 금지였어서 축제장소 내에서 파는 음식만 사서 먹을 수 있었다. 그냥 가격이 좀 가성비가 떨어져도 딱히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 매우 아쉬운 부분이지만 쓰레기 처리 문제를 생각하면 그럴만도 하긴 한데 그래도 가격이 너무해...
진짜 하루죙일 먹고 또 먹고 또 먹고 마시고 자고를 반복... 오후 2시쯤 됐을 때 이미 먹을 만큼 먹고 배가 불렀는데 저녁에 마지막 혼네 공연 하는 시간까지 뭐하면서 어떻게 기다려야하나... 사실 앞이 좀 깜깜했다. 책이라도 들고올걸.. 싶었을 정도다. 물론 그 사이에도 공연은 계속 지속됐지만 내가 보고싶었던 아티스트들이 대부분 저녁시간 타임이다보니 낮 시간동안은 그냥 먹고 자고 마시고 사진찍고를 무한 반복하며 노상까기를 즐겼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여유부리는 시간이 너무 평화롭고 행복하긴 했는데 뭐랄까? 너무 그늘 하나 없는 개땡볕인게 꽤 힘들다ㅋㅋ 양산과 모자는 정말로 필수품! 나는 버킷햇을 쓰고가서 다행이었긴한데 나시를 입고 썬크림을 몸에 바르지 않아서 나중에 보니 엄청나게 살이 빨갛게 타있었다ㅠㅠ
내가 이 날 공연중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라인업이 글렌체크, 백예린, 혼네 이렇게 딱 세 아티스트 였는데 백예린님 As I am이랑 Square 부를때 심장 녹을뻔 했다. ㅠㅠ 이걸 직접 라이브로 듣다니.. 그리고 마지막 혼네 공연은 중간에 넬 공연때 음향사고 발생 때문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버려서 공연 시작 시간이 밀려버렸다. 아쉽게도 공연을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자리를 떠야했음ㅠㅠ 내가 아는 혼네 곡들을 못 들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공연이 완전히 다 끝나는 시간에 일어나면 교통체증이 너무 밀리는 시간이라 어쩔수없이 중간에 끊고 나왔다ㅠㅜ 그래도 11시간 동안 노상 즐기며 공연 보는 값으로 하루 88000원이면 썩 나쁘지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예전에 무료공연이었을때랑 지금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무료 공연때는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보니 정말로 사람이 번잡했다. 연령대도 남녀노소 구분없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했는데 가족단위도 굉장히 많이 보였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꽤 많이 계셨는데 유료로 변경되고부터는 아무래도 공연,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젊은층들 위주로만 추려진 느낌.
아무쪼록 너무나 힐링받은 시간이었다. 공연 마니 보고 다녀야지ㅠ.ㅠ 흑..
https://www.busanrock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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