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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협회 아이테르AITHER - 레이어드 시티 : 하마맨션]

아이테르전시 부산 범일동 294-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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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수집하고 해체하다… ‘레이어드 시티:도시 쌓기 프로젝트’ 그룹전”

부산 지역 창작자 팀 ‘하마맨션’이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아이테르(동구 범일로 65번길 21, 4층)에서 그룹전 ‘레이어드 시티: 도시 쌓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레이어드 시티’는 부산광역시와 부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전시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 6인이 부산을 수집하고 해체하여 다시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다. 고혜진, 김청아, 김혜실, 박지형, 서상희, 엄효빈 작가 6인은 ‘기억-연결-가상’이라는 개인의 사유를 통해 기록한 부산을 영상, 사운드, 설치, 3D 그래픽, 퍼포먼스 등으로 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개인 작품 6점과 작가진 1:1 매칭을 통해 각자의 아카이빙을 콜라보하는 공동 작품 3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시시각각 변하는 부산의 흐름을 아카이브한 후, 로컬 작가들의 시각으로 확장하여 부산에 대한 공간 재해석 및 새로운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기획됐다. 해당 전시는 10월 3일, 8~9일 오후 3시에 예약자에 한해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레이어드 시티’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layered_city)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전시는 평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시 기간에 휴무 없이 무료로 관람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직접 레이어를 선택하여 각자의 도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굿즈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레이어드 시티. 층을 이룬 도시다. 팜플렛에는 6인의 예술가들이 부산을 수집하고 해체하며 다시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각 작품들은 작가 개개인의 시각과 개성으로 부산의 모습을 채취하고 그것들을 다시 재 조합하며 마치 새로운 가상의 부산의 모습으로 재구성 하였다. 기억과 연결, 가상 이라는 세가지 주제 아래에서 다양한 설치 미술 작품들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시 공간을 구축해낸 모습들이 흥미롭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동네만 하더라도 불과 몇 년 사이에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많은 일상의 풍경들이 바뀌었고 또 그 변화속에서도 나는 마치 원래 그랬던 것 마냥 또 빠른 속도로 적응하며 나의 태어난 동네를 익숙하게 바라보며 지내고 있다. 심지어 그런 빠른 변화 속에서도 종종 권태로움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낡고 오래된 부산의 풍경들 또는 그간에 변화된 여러 모습들을 포착하여 다시 새로운 가상의 이미지를 구현한 이 작업들이 일종의 익숙한 것을 다시 한번 새롭게 발견하는, 또는 빠른 변화에 무뎌져 버린 감각들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작용을 위한 전시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정된 주거공간과 활동범위 내에서 대부분의 일상을 보낸다. 특히 어릴때 부터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지금껏 계속 지내온 경우에는 더욱이 그렇다. 그 공간이 좋아서, 익숙해서 또는 편안하다는 이유로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도있지만 제 아무리 익숙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매일매일이 똑같은 생활과 똑같은 환경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권태로워질 수 밖에 없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당장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버릴 수 없는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또는 실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주거환경이 곧 모든 일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일상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해프닝은 공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별 특별할게 없는 일상의 반복과 연속인 것이다. 그렇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환경은 부지런히 변화하고 새롭게 발전하고 있지만 익숙한 동네에 오랜 시간을 머무르다보면 그 변화 조차 일일히 감각하지 못한다. 10년, 20년전의 우리 동네와 지금의 우리 동네를 비교해보면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왜인지 나는 그 변화들을 꽤나 무딘 감각으로 느껴오지 않았나 싶다. 이 오묘한 기분을 무어라고 설명해야 될 지 잘 모르겠지만 내 주변 환경의 변화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나의 생활에 직접적인 변화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일 때, 또는 그다지 나와 관계 없거나 내 관심사 밖인 경우 그 변화를 덜 감각하고 인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권태로움이라는 감정 안에서는 새로운것들을 발견하고 인지하는 감각이 더욱 느리다.


 




어찌됐던 이 오래되고 낡은 도시를, 그리고 빠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는 도시 곳곳의 모습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재조명 한 오브제들이 매우 사랑스럽기도 하고 익숙하며 또한 아름답다. 위 작품은 어디든지 옮겨달라고 부탁하는 정체 불명의 수상한(?) 가방이 불특정 다수의 부산 시민들의 발걸음에 이끌려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여행을 정처 없이 방랑한다. 그리고 가방에 부착된 카메라로 예측할 수 없이 마주치는 풍경들을 기록한다. 우리는 가방의 다사다난한 경로들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주로 친근하고 낯익은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다. 고양이를 포착한 시선, 낡고 오래된 골목길이나 택시와 버스같은 이동수단을 타고 여행하는 모습들이 꽤나 귀엽다. 외에도 부산 시내 곳곳에서 포착한 여러 흥미로운 글들을 채취하여 매달아 놓은 작품 역시 웃음을 유발한다. 그 출처는 아마 현수막이나 옥외간판, 스티커 또는 하찮은 벽보라던지 여기저기 휘갈겨진 낙서들 등등 도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상 우리를 에워싸다시피 하는 많은 광고 메시지들 틈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발췌해 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우리는 도시에 흩뿌려진 많은 문자들 사이에 과부하가 걸려 허덕이고 있지만 또 그 와중에 눈길을 사로잡는 특정한 글귀에 시선을 뺏기기도 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것들을 감상하고 되뇌어 보기도 하며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남기도 한다. 모두 우리가 의도하고 의식한 행동들이 아니지만 도시는 그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은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 전시장에서는 그와 반대로 도심속에 흩뿌려져 있던 여러 글귀들을 의식적으로 관람해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개연성이 없는 맥락들을 재조합한 글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음미하는 즐거운 재미가 있었다.


사실 이 무인 전시관 (아이테르) 역시 아주 낡고 오래된 목조 주택 건물을 재 가공하여 탄생한 갤러리이기 때문에, 이번 전시 주제와도 아주 일맥상통하는 묘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 부분을 포착해 낸 작가가 이 곳 갤러리를 3D 모델링하여 새로운 가상 공간으로 창조하고 그 가상 공간의 갤러리 안에서 또 다른 작품을 전시하며, 마치 액자식 구성처럼 독특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한 기획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마치 게임을 즐기듯이 관람자가 직접 가상 세계를 구현한 작품속을 체험 할 수 있으며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며 그 안에서 출구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그려준다. 실제 갤러리 안에서 또 다시 가상의 갤러리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전시 중인 가상의 작품을 본다는 개념이 마치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것 처럼 신선한 관람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이런 익숙한 풍경들을 재 조립, 창조하여 그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기록 한다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그 장소에 대한 오랜 애정과 사랑을 입증하는 실험적 태도가 아닐까. 오랜시간 똑같은 환경에 놓여 권태로움에 지쳐있는 나에게 조금 더 익숙한 것들을 창의적으로 기억하고 기록할 영감을 제시 해 주는 전시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물론 그렇다고 이 권태로움을 하루 아침에 벗어 던지는 해방감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뭐랄까 오랫동안 지내온, 내가 자라온 동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는 따뜻한 부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가상 공간 갤러리 탐험중

나만의 방식으로 조립, 가공하는 굿즈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다.

 

 

 

 

 


여행이나 휴식 따위의 것과 비교되지 않는 새로운 환기 방법을 제안한다. 세 명의 작가는 당신을 평화로운 일상으로부터 강하게 나꿔챈 장대비이자, 폭풍우다. 우리는 당신이 간절히 바라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이 전시를 디자인하였는데, 발칙하게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사는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도록 전시를 기획했다. 당신은 목적으로부터 멀어질 때 불안을 느낀다. 이루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멀어진 일이 중요한 일 일수록 불안은 더욱 커진다. 효율적이지 못하고 쓸모없는 정보들로 가득한 이 전시를 감상하는 시간 동안 그대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고 더 큰 불안을 느낄 수도 있다.

제목 그대로 이 전시는 그대를 위해 휴식과 감상을 준비하지 않았다. 이 전시를 보는 것에 드는 에너지는 이 전시를 탈출하는 것에만 쓰이길 바라며, 아무 짝에 쓸모없는 정보들은 그대에게 견딜만한 스트레스를 선물하길 원한다. 폭풍우를 만난 배처럼 예기치 못한 전시를 만나 전시장에 어쩔 수 없이 표류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당신은 항해 중 표류했다. 작품을 보기 전에 당신의 캘린더를 보길 바란다. 아름다움을 느끼기 전에 당신의 목표를 끊임없이 떠올리길 바란다. 당신은 이곳에서 끊임없이 원하지 않는 무언인가를 끊임없이 알게 되지만 당신에게는 감상할 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며 쓸모없는 것을 긍정하지 않아야 한다. 이 전시에 대한 호기심보다 쓸모없는 감상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크길 바란다.

결국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과 목표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인식하길 바란다.

지금 발전이 멈춰있는 당신이 불안과 평안 중 무엇을 느끼는지 감각하고 전시장을 나가길 원한다.

 

 


 

 

 

8월에 관람하고 온 전시 리뷰를 뒤늦게 작성해보고자 한다. 이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한 작가님의 초대를 받아 찾아가게 되었는데 장소는 전포동에 위치한 ‘별일’이라는 작은 갤러리이다. 이곳에서 진행했던 전시 제목은 “Drifting in the balchic sea”이다. “발칙해로 표류하다, 떠다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표류’라는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전시다. 전시 팜플렛을 보면 독특한 표류수칙이 몇가지 적혀있다. 그 첫번째, 표류자라는 것을 잊지 말 것. (전시장을 나갈 때 까지) 두번째, 작품을 보기 전에 내 할일을 상기 할 것. 세번째, 작품이 쓸 데 없다고 느낄 것. 네번째, 전시장에서 작은 휴식도 갖지 말 것. 다섯번째, 작은 것에 호기심을 가지지 말 것. 이라는 총 다섯가지의 수칙이 적혀있다. 이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은 부디 이 조항을 염두하며 관람을 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번째, 다섯번째 조항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이 수칙을 실패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특히 다섯번째 조항은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조건이 아닌가. 아무튼 팜플렛부터 발칙하기 그지없는, 도대체 이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표류’가 무엇일까 상상하며 이 난파호에 발을 딛어보았다.

 

 

 

 

 

전시에서는 '표류'를 마치 조금은 불안한 휴식과도 같이 묘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시를 보고있는 이 시간만큼은 그다지 목적성이 없는, 말 그대로 별 생각 없는, 별 의미없는 행동들을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이리저리 경쟁에 치이며 숨 쉴 틈 없을 정도로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한번쯤 바다 위에 둥둥 표류하는 목적지 잃은 난파선 마냥 우리가 의도적으로 '의미없는 시간'들을 보내보자 라는 것이 이 전시의 궁극적인 목표였다고 할 수가 있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표류라는것은 내게는 휴식의 의미보다는 '고립'의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목적지가 있지만 잠시 쉬어가는 것과 아예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정체된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정말로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시간을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한 잠깐의 휴식의 시간으로 절대로 여기지 못할 것이고, 그 말은 즉슨 진정으로 하루하루 인생을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이 전시가 표현하고자 하는 '표류=휴식' 이라는 의미가 비로소 성립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과연 이 난파호에 발을 딛어 잠깐이라도 의도적인 표류를 즐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라는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비슷한 예로 옛날에 이런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2008년도 쯤 이제 막 장기하와 아이들이라는 인디밴드가 '싸구려커피' 라는 곡으로 급부상 할때였다. 이 노래의 가삿말중에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라는, 누가봐도 평범한것 보다는 조금은 궁핍한 처지가 연상되는 노래가삿말이 있는데 누군가 이 노래를 듣고 이런 평을 했더랬다. 장기하가 가난하고 궁핍한 처지의 이미지를 미학적이고 위트있는 가삿말로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는 사실 가난과 전혀 무관하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것인데,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아주  설명해주는 적절한 예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즉 인생에서 의도적인 표류의 시간 (쓸모없는 시간)을 가져보자 라고 말하는 시도가 사실은 정말로 목적지를 잃은 채로 표류해 본 적이 없는,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바쁜 인생을 살아가는 작가들이 모여서 이 전시를 기획 하였다는 점이 참으로 흥미로우면서 아이러니한 부분이 아닌가 라는 감상을 해보았다. 사실 내가 지나온 표류의 시간들은 고립 그 자체였고 어쩌면은 사회, 세상과의 단절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시간이 내게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잠깐의 '정체' 라고 전혀 느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영영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나라는 존재의 가치가 조용히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전시가 내게 주는 표류의 의미는 의도적인 불안한 휴식이 아니라 그냥 '불안'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표류를 즐길 자격에 대한 생각을 논하다보니 문득 또 생각나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몇년째 계속 하나의 트렌드 마냥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단어로써 자리매김 해왔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번아웃'이라는 단어 역시 마치 힐링이라는 단어의 짝꿍처럼 sns나 여러 플랫폼에서 사람들의 지친 감수성을 자극하는 단어로 종종 등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이 그동안 번아웃 상태였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게 되었는데 사실 이 번아웃이라는 단어 역시도 절대 아무에게 아무렇게나 갖다 붙일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거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파고들어 체력을 완전히 다 소진한, 열정적으로 뭔가에 쏟아부은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꽤나 그럴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해줄 수 있는 위로의 말이었던 것이다. "당신은 그것에 진심으로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에너지를 다 소모 했으므로 번아웃 상태로 진단 할 수 있겠습니다." 라는 말은 결국 내가 가진 열정의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부었다. 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즉 어떤 일에 쉽게 질려서 끈기가 부족했거나 혹은 적성이 맞지 않아서 마음을 붙이지 못한것 그 외에도 그냥 그저 게으른 사람이라서 등등 여러가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로 사소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더군다나 그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는 노력 보다는 그저 그것들을 모른척하고 회피 해 오기만 했었던 사람들이 어느날 문득 '번아웃'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아, 내가 번아웃 이었구나." 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당신은 그렇게 말 할 자격이 없다"라고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결론은 이 전시에서 작가님들이 의도하고자 했던 '표류'는 정말로 열심히 살아온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짜릿한 '일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생산적인 '목적성 잃음'을 실행할 수 있는, 열심히 살아온 작가님들의 노고가 새삼 대단하고 부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다시 맨 위 상단 전시 안내문의 일부를 가져와보자. "이 전시를 보는 것에 드는 에너지는 이 전시를 탈출하는 것에만 쓰이길 바라며, 아무 짝에 쓸모없는 정보들은 그대에게 견딜만한 스트레스를 선물하길 원한다. 폭풍우를 만난 배처럼 예기치 못한 전시를 만나 전시장에 어쩔 수 없이 표류하는 것이다." , "결국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과 목표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인식하길 바란다. 지금 발전이 멈춰있는 당신이 불안과 평안 중 무엇을 느끼는지 감각하고 전시장을 나가길 원한다." 라고 아주 단호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관람자들에게 마치 경고하는 듯 얘기하고있다. 이 난파호에 몸을 실어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편안한 정신적 안식을 취하라는 것이 아니라, 되려 견딜만한 스트레스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점,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인식하길 바라며 불안과 평안 중 무엇을 더 강하게 느꼈는가를 감각하고 전시장을 나가길 바란다고 말해주고있다. 내가 이 전시에 대해 마치 '불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것 같다 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치 이  전시소개글은 관람자들에게 인위적인 휴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사실 너 불편하지?" 라고 꽤 공격적인 태세로 질문을 하는 것만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위에서 다 얘기한 셈 이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내게 있어서 표류는 '불안'에 가까웠고 의도적으로 쓸모없는 시간을 보낸다는 역설적이고 독특한 발상은 그럴만한 자격이 주어진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달콤한 '일탈'이다. 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게도 그런 일탈의 시간을 스스로가 누릴 자격이 있다고 판단 될 만큼, 매사를 의미있고 진정성 있는 시간들로 채워가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나 자신에게 바래본다.

 

 

 

 

 

 

안녕하세요, Fancy_sailor 입니다. 늘 1인칭으로 서술하며 조용히 글을 써오던 제 블로그에서 처음으로  여러분들께 존댓말로 공지 아닌 공지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자기개발이라는 소소한 명분으로 운영해오던 제 블로그는 사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저의 개인적인 감상과 리뷰글을 작성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연찮게도 방문자 유입이 최초로 터졌던 게시글은 "부당해고 신고하는 방법"과 "BDSM"테스트라는, 제가 애초에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던 주제와는 전혀 무관한 게시글들을 통하여 블로그 방문자수가 폭등하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다를바 없는 상황으로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 지인들과 소소하게 '미술전시비평그룹'을 만들어 타 사이트 블로그에서 글을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똑같은 내용을 두개의 포털에 동시에 글을 게재 할 수가 없기때문에 (블로그 저품질의 요인) 때에 따라 어떤 글은 티스토리에, 또 어떤 글은 타 사이트 블로그에 따로 포스팅이 될 예정입니다. 그 외에 도서나 영화 리뷰 또는 인간관계나 심리에 관한 저의 개인적인 수필글 정도는 이곳에 계속 꾸준히 작성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소에도 글쓰기를 좋아하고 여러 예술 작품으로부터 받은 영감들을 기록하면서 그것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블로깅을 하는 습관을 키워오면서 느낀것은 은밀하고 조용하게 일기장 처럼, 마치 나만 보는 메모장 처럼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그 자체로 매력있고 가치가 있지만 좀 더 읽는이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내 글이 공식적으로 하나의 칼럼화가 될수록 더욱 전보다 깔끔하고 진정성이 담긴 문장이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블로그가 추구하는 성향에 따라서 매우 다른 부분이지만 (상업적인 컨텐츠와 비상업적인 컨텐츠의 차이) 앞으로도 그런 부분들을 염두하며 좀 더 나은 글을 진지하게 써보려는 노력을 시도해 볼 것입니다. 이곳은 꾸준히 혼자서 조용하고도 묵묵하게 작성해오던 아주 개인적인 저의 블로그이지만 혹시라도 한번씩 제 블로그를 방문하여 조용히 눈팅해주셨던 분들이 있지 않았을까 하여 나름의 공지글을 작성하여 올려봅니다.

 

타 사이트 블로그에 포스팅 되는 저의 미술 전시 관련 비평글이 궁금하시거나 읽어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아래의 링크 주소로 방문하여 감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미술비평그룹 '허구의세계'의 에디터 <팬시>라는 이름으로 작성되는 저의 글들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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