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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이야기/인간_심리_사회

건물을 세우는것과 정원을 일구는 일.

by Fancy_sailor 2020. 11. 19.




건물을 세우는것과 정원을 일구는 일.


본 주제는 실제 한예종 영화과 실기 논술 문제에 나왔으며, 내 개인적인 생각과 견해를 가볍게 정리해보았다. 문제1에 대한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하였고 문제2는 스킵하였다. 실제 시험에 임한다는 자세로 쓴 글이 아니라,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해 본 글이다.



건물을 세우는 일과 정원을 가꾸는 일. 둘 중 무엇을 더 가치있게 여기느냐는 저마다의 가치관에 달려있다. 모든일에 정답이 존재하지 않듯, 그저 차이점을 지니고 있는 것 뿐인데 나의 본능적이고 선천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두말할것 없이 정원을 가꾸는 일에 보람을 느낄 것이고 사회의 억압에 찌들어버린 내 자아가 선택한다면 건물 세우는 일에 중점을 두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건물을 세우는 일은 마치 탄탄한 기반과 오랜시간 정성을 들여 공들이는 삶의 모습과 닮아있고 그것은 안정을 가져다 주지만 모험을 꺼려하고 새로운 변화의 수용이 떨어지므로, 자칫 고립되고 진부한 방향으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

반대로 정원을 가꾸는 일은 훨씬 변화에 개방되어 있어, 시시때때로 어떤 변화를 겪을지, 그리고 '완성'이 없는 채로 영원히 변화 앞에 놓여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원을 가꾸는 일에는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영속성이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움, 발전을 지향 하지만 이것은 이상적이고 아름다워 보이면서도 우리에게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늘 새로움을 안겨다주는 이 변화의 숲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이 무한한 자유로움이 주는 방대한 자유를 결코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자유는 이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우리를 무질서로 집어삼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가 부족하다고 너무 자신을 꾸짖고 탓하지만은 말았으면 한다. 우리가 빌딩을 짓든, 정원을 가꾸든, 뭘 하든 그 선택에 '틀림'은 없다. 하지만 딱 한가지 문제가 된다면, 자의적 선택이 아니라 타의적 혹은 외부의 압력에 의한 선택이 된다면 그것은 우리의 영혼을 조금씩 좀먹으며 점점 에너지를 잃어갈 것이다.

또한 어느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치중되어 버린다면 우리는 곧바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는데 내가 가장 아이러니하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건물 짓는 이는 때때로 정원 가꾸는 이의 변화와 자유로움을 갈망하고, 정원 가꾸는 이는 건물짓는 이의 안정과 탄탄한 기반을 부러워 하는 것이다. 결국 이를 상호보완 하려면 어느 한곳에도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으면서 본인이 하고자 하는 선택을 유지 하라는 것인데, 그 간극의 조절에 능숙한 누군가에게는 현명한 답변이 될 지 모르나, 나처럼 '중간'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어이없는 말이 아닐수가 없다.

나는 삶이 어쩌면 이 간극의 줄다리기를 끊임없이 반족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즉 빌딩을 세우는 자에게도 가끔 정원이 필요하고, 정원을 가꾸는 자에게도 안정적인 바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저 생긴대로 타고난 그대로 살아라."고 말하고 싶다. 어째됐든 이 두가지 사이의 적절한 줄다리기 싸움을 결코 피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알아서 길을 배회하도록 내 마음의 배를 물위에 살며시 띄우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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