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2018) And Your Bird Can Sing, きみの鳥はうたえる

평점8.1/10 드라마 일본 2020.04.16 개봉 106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미야케 쇼(주연) 에모토 타스쿠이시바시 시즈카소메타니 쇼타

 

 

 

이 영화를 보고 짧은 평을 하자면 마치 이러하다.

"외로운 청춘, 공허한 청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와 사치코. ('나'의 이름은 영화가 끝날때 까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둘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서점의 매니저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던 사치코는 그와 관계를 정리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 동거하는 친구 '스지오'. 스지오는 딱히 일하고 있는 곳이 없다. 가끔씩 아픈 엄마로부터 연락 오는 일이 전부다. '나'와 '스지오'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을 시작으로 함께 동거하게 되었다. 이 후, 셋이 함께 어울리며 그저 웃고 떠들며 살아가지만 그런 와중에도 셋은 우정과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 나간다. 

 

 

 

 

 

 

굉장히 일본스러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시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 흔한 젊은이들의 모습,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풋풋한 여름날의 분위기를 매우 잘  표현한 영화.  짧은 시놉시스에서도 충분히 '일본스러운' 설정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는데 1. 니트족처럼 살아가는 세명의 친구들. 2. 매니저와 불륜관계를 지속해 온 사치코 3.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언제 그만둬도 상관없다는 듯 그닥 근태가 좋지 않은 '나' 4. 현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시즈오. 이런 캐릭터 설정과 상황 설정들이 참으로 일본스럽다.  사실 공허하고 불안한 청춘을 보여주는 모습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 그런점은 일본 뿐만이 아니라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기에. 

 

개인적으로 '나'의 근무태도가 너무나도 공감갔던 것이, 몇년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극중에 '나'는 생계를 위해 서점 알바를 하지만 그에게 일은 돈을 버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딱히 책을 좋아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직업적 책임감이라곤 1도 없다. 예고없이 일을 결근 해버리는가 하면, 벌건 대낮에 서점에 책도둑이 나타나도 잡을 생각이 없다. 자신과는 그저 무관한 일인것이다. 나는 그의 나쁜 근태 속에 '무기력'감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열정적으로 일 하지 않는 건,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도, 그 어떤 동기부여도 그의 삶에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저 '돈'만 벌기 위한 노동은 쉽게 권태로워지고 무기력해지며 인생의 목적성을 상실하게 된다.  한참 그러한 무기력이 내게 찾아왔을 때, 나 역시 첫 출근날부터 버젓이 5-10분 지각한 적이 있었고  그렇게 지각함에도 초조함이나 불안함이라곤 별로 없었다. 내 머릿속엔 언제나 "언제 그만둬도 난 아쉬울게 없어"와 같은 회의적인 생각들로만 가득했었던 때라,  심지어 출근시간에 늦을 위기상황에도 갑자기 입고 나온 옷이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집으로 컴백홈 한 적이 있다. 이것은 단순 근태 불량이라기 보다도 그 보다 더 깊은 문제점이 맘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바로 그 '무기력'감을 '나'라는 캐릭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를 해고 시키지 않고 '내일은... 출근할거니?' 라고 물어보는 서점 매니저를 보면서 도대체 얼마나 저런 경우가 비일비재 했으면 저런 반응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드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일과는 술마시고, 당구장가고, 클럽가고, 집에 돌아와 또 술먹고 수다 떨며 노는것이 전부이며 낙이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일 외에 특별히 자기개발을 한다거나 무언가 생산적인 취미활동을 하진 않는다. 그저 돈을 벌고->소비하며 살아가는 식으로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고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허함'이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대해 직접적으로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 셋이 모이면 그저 오늘은 또 뭘할까? 글쎄, 그저 또 술이나 먹고 웃긴 얘기로 깔깔 거리며 놀면 그만인 것이다.

 

관객들은 그들의 방탕한 삶을 보면서 젊음을 '미화'하고자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건 절대로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누가 봐도 젊고 자유롭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불안하고 위태로우며 어쩌면 답이 없다. 하지만 자유롭게 사랑하고, 상처받고, 방탕하게 생활 하며 그저 기약없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젊음을 마구마구 소비하며 살아간다 할지라도 그 '순간'은 절대 영원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들의 삶이 다소 방탕해 보일지라도 모든것이 젊음이란 이름으로 용서될 수 있는 유일한 그 짧은 순간.  그 젊은날에 대한 각자의 강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아마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가 '아름답다' 라고 얘기 할 수 있게 만든 부분이지 않았을까. 

 

 

 

 

 

 

 

"젊음은 이렇게 사라져 버리는걸까?" -극 중 '나'의 대사 중에서-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에서 느낄 수있는 특유의 여름 분위기와 청춘의 자유로우면서도 불안한 정서를 잘 살릴 수 있었던 건 '젊은 감독'의 몫도 큰 부분 차지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디렉팅한 '미야케 쇼'라는 감독은 84년생으로, 아직 한참 어리고 젊은 영화감독이다. 또한 이 작품은 '사토 야스시' 라는 일본 작가의 초기 대표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작에서는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미야케 쇼' 감독이 디렉팅을 맡으면서 시대 배경을 현대로 가져오게 되고, 그래서 더욱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많은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청춘'이 갖고있는 고유의 의미와 상징성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특히 클럽신에서 강렬한 랩핑을 선보이던 랩퍼의 가삿말이나, 동전 노래방에서 사츠코가 부른 노랫말 등등. 영화에서 등장하는 노래 가사들 또한 이 영화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AND YOUR BIRD CAN SING 이라는 영화 제목 또한 비틀즈의 노래에서 가져온 타이틀 제목이라고 한다.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틀즈 노래 보다 "Mariya Takeuchi - Plastic Love" 이라는 일본의 시티팝 장르 노래가 훨씬 이 영화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나른하게 즐기며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공허한 기분이 동시에 들게끔 하는' 딱 그런  분위기의 노래.

 

'Plastic Love'라는 노래 제목 마저 그러하다. 관계에 복잡하게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하고자 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여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그대로 고스란히 반영한 것 같다. 처음 사치코와 '나'와 은밀히 자취방에서 첫 키스를 나눌 때 그녀가 그렇게 말했었다. 복잡한 관계는 만들고 싶지 않다고. 그러자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이기적인 자유로운 연애를 펼쳐왔지만 그것이 되려 더 복잡해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어쨌거나 '나'도 쿨하게 그녀가 하고싶어 하는 모든 것을 '존중'해주며 시종일관 '쿨'한 태도를 보여주었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그것은 '쿨'함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한다. '나'가 보여주었던 그 쿨함은 어쩌면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무엇도 책임 질 수 없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굴복하는 감정 같은 것 아니었을까. 그저 오늘 하루 즐기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하루살이처럼 '지나치게 자유로운' 현실이 그들의 연애에 끼치게 된 결과물이라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영화의 한줄평 중에 가장 유머스럽게 와닿았던 글.

영화평론가 '이용철'님이 쓴 한줄로 마무리 짓고 싶다.

"내일은 뭐 할 거니?"

 

 

 

 

 

 

 

 

 

 

 

요약미국 | 로맨스/멜로 외 | 2020.02.12 개봉

감독마이클 피모그나리

출연라나 콘도르노아 센티네오조던 피셔애나 캐스카트  더보기

줄거리사귀는 척했다. 그런데 이젠 진짜 사귄다! 풋풋한 커플 라라 진과 피터... 더보기

홈페이지www.netflix.com/title/81030842

 

 

 

 

 

 

시즌1,2,3을 총 통틀어 전체적인 리뷰를 적어 볼까 한다. 이 드라마에는 '라라 진' 이라는 한국계 미국 여자아이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어릴 적 부터 짝사랑 하는 모든 남자 아이들에게 남 몰래 편지를 쓰고 혼자 간직하는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여자 아이다. 편지 봉투에는 짝사랑하는 남자애의 집 주소까지 적어놓지만 부치지 않은 상태로 몰래 판도라의 상자 처럼 비밀스러운 곳에 영원히 보관 해 둔채 평범한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던 와중,  개구쟁이 그녀의 여동생의 발칙한 장난으로 인해 그만 그 모든 편지가 짝사랑남에게 우편으로 전송되고 만다.  총 5명의 짝사랑 상대에게 편지가 전달되어 버리고 그 중에는 친언니의 전 남친(조시)을 포함해, 어릴 적 부터 절친이었지만 중학교부터 사이가 멀어진 친구(젠)의 현재 킹카 남자친구(피터)도 포함되어 있었고 더 어린시절 짝사랑(존 앰브로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심지어 라라진에게 언니의 전 남친 '조쉬'에 대한 감정은 애매하게 현재 진행형이었던 상태.

 

 

 

 

 

 

라라진으로부터 갑작스런 연애편지를 받게 된 남자아이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 편지에 대한 얘길 꺼내려고 하는데, 그 중 피터가 가장 먼저 그녀와 마주치게 되고 라라진이 지난날동안 숨겨 왔던 짝사랑 연애편지를 손에 쥐고 있는 피터를 보고 충격에 그만 라라진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리고 만다. 정신을 차리기도 잠시, 저기 멀리서 이번엔 언니의 전 남친 조시가 걸어오는데 그의 손에 쥐어진 것도 다름아닌 라라진이 몰래 썼던 연애편지. 그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라라진은 눈 앞에 있는 피터에게 입을 맞춰 버리고 그 모습을 본 조쉬는 깜짝 놀라 멈춰선다. 

 

어쨋든 그녀의 모든 연애편지가 탄로나게 되고 난감한 상황에서 '피터'는 라라진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젠'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던 피터는 '젠'의 질투심 유발을 목적으로 '라라진'에게 진짜로 우리가 사귀는 것 처럼 학교에서 '가짜 커플' 행세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조쉬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피터에게 기습 입맞춤을 했던 빚을 진 라라진에게 '너도 날 이용 했으니, 나도 너를 이용하도록 도와 달라'는 제안. 그렇게 둘은 서로서로의 계약 조건을 맞춰 가며 본격적으로 학교에서 '가짜커플' 행세를 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이 쯤 되면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스토리의 하이틴 드라마 라고 할 수 있다. 가짜로 연애를 시작했지만~ 결국 둘은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으며~ 다른이에게 썼던 연애 편지 대상 남자애들과도 새로운 삼각 관계로 엮이게 되고 어쩌구 저쩌구~ 말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전개가 예상되는 스토리 라인이다. 그럼에도 내가 시즌1을 푹 빠져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10대에만 느낄 수 있는 그 감수성에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었고 '라라진'이 겪은 생각과 감정들이 나의 10대때 감정과 꽤나 일치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라라진 이라는 캐릭터에 깊숙히 감정이입 할 수 밖에 없었다. 주책 맞은 이야기지만 풋내나고 흔한 10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즌1을 보면서 괜시리 눈시울이 젖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라라진이 그동안 왜 또래 남자 아이들과 쉽게 관계를 맺지 않았는지에 대해 피터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장면이 왜그렇게 와닿았나 모르겠다. 영화 분위기는 그 어디에도 심각하거나 눈물을 유발할 만큼의 감정선은 없다. 그저 내가 라라진이라는 여자아이의 캐릭터에 과하게 나 자신을 이입해 상상했는지도 모르겠다.

 

 

 

 

 

 

 

라라진은 애초부터 어쩌면 '관계'에 미숙한 여자아이였는데 어린시절 부터 일찍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 때문인지 갑자기 끊어지는, 혹은 누군가 자신을 떠나가게 될 것이 두려워, 시작도 전에 두려움으로 인해 16세가 되기까지도 단 한번도 남자 친구를 사귀지도,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온 상대의 데이트 신청도 일일히 거절해가며 스스로 '관계'를 차단해 온 아이였다. 그 굳게 닫혀진 마음이 어쩌면 나의 지난 어린시절과도 비슷해서 그렇게 마음이 아펐나보다.  그 어느때보다도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는 10대 시절에 관계에 대한 첫번째 큰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관계든) 멘탈적으로 건강 할 경우엔 얼른 그 상처를 최대한 잊고 또 다른 다음 사람이 내 자리에 들어 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 아이라면 아마도 그 상처가 마치 내게 영원할 것 처럼 생각하고 자신을 꽁꽁 싸매두기 때문에... 라라진의 모습을 보면서 그 섬세하고 여렸던 지난 감정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글을 쓰는걸 좋아하고 상상, 공상하는걸 좋아하고 즐기지만 그 모든게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두려운 그녀.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가짜의 관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솔직할수 있었던 라라진." 

 

 

어쨌던간 시즌1은 학교 킹카인 피터와 다소 인기 없는 아이 이미지였던 라라진의 가짜 커플 행세로 학교생활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그녀의 생활들을 보여주고 젠의 질투심 유발에도 결국 성공하며 셋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은 피터와 라라진의 서로의 진실된 마음을 확인하는 부분까지 보여주면서 시즌1이 마무리 된다.

 

 

 

 

 

 

시즌2 에서는 마냥 행복할줄 알았던 피터와의 연애가 어느 순간 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버린 라라진은 자신도 모르게 피터에게서 젠의 흔적 떠올리며 괴로워 하게 되고 그로인해 혼란스러움에 빠진다. 그러면서 그녀의 짝사랑 연애 편지 대상이었던 또 다른 남자 아이(존 앰브로스)를 우연히 봉사활동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새로운 갈등 구조를 맺는데 다른 리뷰들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피터와 꽁냥꽁냥 연애 하는 모습을 기대 했는데 또 다른 인물을 바로 등장시키면서 너무 갈등 위주로 전개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글쎄 모 나는, 그녀가 새로운 남자 아이의 등장으로 전혀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남자친구 피터와의 관계에서 자신도 모르게 동시에 새로운 설레임이 찾아오는 '진귀한(?)' 상황을 겪는 라라진의 모습을 보는 게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사실상 굉장히 이게 현실적인 얘기니까. 

 

이제 고작 16살의 소녀에게 심지어 남자친구를 처음 사겨보는 소녀에게 벌써 영원한 '사랑'같은 스토리를 기대하기는 글쎄.. 그것이 더 무리수가 아닐까~ 왠지 나같았어도 라라진과 비슷했을 것 같은데. 내가 한번씩 짝사랑했던 과거의 또래 남자아이가 조금의 세월이 흘러서 훈훈한 모습으로 재 등장하고 그 아이 역시 내게 여전히 관심 있어 보이는 눈치라면 15, 16살의 나도 스스로도 주체 할 수 없는 호르몬 변화에 그 정신적 혼란과 육체적 혼란을 과연 잘 감당해낼 수 있었을지 확신할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런지.ㅎㅎ 무튼 내게는 이만하면 흥미롭고 사랑스러운 미국 하이틴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이 드라마는 하마터면 주연이 백인 여자 아이가 될 뻔 했다는 사실. 이 드라마 작가가 처음부터 라라진 이라는 한국계 동양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스토리를 썼지만 제작사 측에서 미국의 어느 하이틴 드라마에도 '동양 여자'아이를 주연으로 쓰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동양 여자아이를 주연으로 썼을 때 보다 백인 여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쓰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인기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꽤 작가를 계속해서 설득하고 했다고... 하지만 작가가 꾸준히 '동양인 여자아이'로 밀어 부쳤고 결국 초기 바램대로 '라라진'이라는 사랑스러운 동양 여자아이 캐릭터가 탄생 할 수 있었다.   

 

 

 

 

 

 

 

 

 

 

 

 

 

코미디, 드라마 2013.02.14. 개봉 122분 미국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데이비드 O. 러셀 관객수129,554명

수상정보 22회 MTV영화제(최고의 남자배우상, 최고의 여자배우상, 최고의 키스상)

8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여우주연상)펼쳐보기

내용 눈치없는 이.남.자. 정말 답이 없다?! 연애세포 완전 파괴, 복... 줄거리더보기

 

 

 

연애는 누구에게나 복잡하고 힘들다. 세상에 연애가 제일 쉬웠어요. 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거다.

어떤 연애 상대를 만나던 제 아무리 '소울메이트'라고 자칭 할 만큼 맘이 잘 맞는 상대를 만나 불꽃 터지는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할지라도 서로가 살아온 다른 방식은 늘 존재하고 그 다른 부분을 맞춰 나가는데

크고 작은 트러블이 분명히 발생하는 것이 연애. 이렇게 평범한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도 연애는 맞춰나갈게

너무나도 많은 복잡한 구조의 관계인데 만약 내가 또라이라면? 내게 치명적 정신적 결함이 있다면?

그런 나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 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정신적 결함을 갖고 있는 미워할 수 없는 또라이들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다.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트라우마를 갖고있다.

극중 팻(브래들리 쿠퍼)은 아내 '니키'의 충격적인 외도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아내가 동료 교사와

함께 집에서 샤워하는 장면을 목격) 그 트라우마로 분노조절 장애를 얻은 후,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아내를 잊지 못한다.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엄청난 외로움과 상실감으로

인해 회사의 모든 동료들과 돌아가며 관계를 가졌고 결국 회사에서 해고 당한다.

 

이렇게 심각한 멘탈 붕괴를 겪은 정신 나간(?) 두 캐릭터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줄 듯 말 듯,

둘의 아슬아슬한 케미를 보여주는 로맨스 영화.

 

병원에서 한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팻은 퇴원 허가서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오랜 친구의

저녁식사에 초대받게 된다. 그리고 친구는 팻에게 처제 '티파니'에 대해 설명하며 절대로 그녀 앞에서

트라우마를 상기 시킬 수 있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을것을 당부하는데 불구하고

팻은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그녀의 죽은 남편 '토미'의 이름을 언급하며 대놓고 트라우마에 대해

거침없이 질문 해버린다.

 

 

 

 

 

 

 

 

그렇게 살얼음판 걷는 분위기의 첫 만남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는데

우연히 티파니가 팻에게 "무슨 약 먹어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처음으로 둘은 둘만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대화를 주고 받으며 웃음을 띈다.

 

 

 

 

 

 

 

그러나 그러기도 잠시, 감정기복이 왔다갔다 심각한 티파니는 이내

저녁 식사 자리가 피곤하다며 집으로 돌아 가겠다고 난데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고 팻에게 자신을 데려다 주겠냐고 물어본다.

 

팻이 티파니를 데려다 주던 중 티파니는 결국 '제버릇' 고치지 못하고 어느새 또 팻을 꼬시려는 엉뚱한

수작을 걸기 시작하는데 팻은 자신은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며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자 티파니는 자신 또한 결혼했다고 말하지만 팻은 또 한번 여기서 티파니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버린다.

"아니오, 당신은 남편이 죽었잖아요.." 그 말을 들은 티파니는 또 한번 트라우마에 무너지게 되고

팻에게 잠시 기대어 안기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개를 들더니 당당히 따귀 한대를 갈겨버린다.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티파니가 화내던 여러 수많은 장면들을 좋아한다.

아침 조깅하면서 마주친 티파니와 팻은 어제밤의 일에 대해 옥신각신 하다가

팻의 말 실수로인해 티파니가 폭발하는 장면이다. (그러고 보면 팻은 늘 말실수를 저질렀던 것 같다.)

 

"There's a part of me. that's sloppy and dirty, 

but I like that with all the other parts of myself."

 

"그게 나고 나는 내 모든 부분을 사랑해요."

 

 

 

 

 

 

 

저 장면을 보고 한동안 카카오 상태 메시지 명을 "i love all parts of my self"로 해놨던 적이 있다.

비록 나는 Slut 이었지만 그런 내 모습 마저 난 숨김없이 사랑해. 넌 그럴 수 있어? 가당키나 하니?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반해 오랫동안 계속 떠올랐던 대사.

 

이 후, 팻과 티파니가 할로윈날 만나 식사를 하게 되고 혹여나 누군가 데이트로 오해 할것을 계산해,

철저히 '데이트 스럽지 않은 메뉴' 씨리얼을 당당하게 주문하고 그런 팻 을 보고 티파니 역시도 홍차를 주문한다.

팻의 목적은 그저 옛 와이프와 어떻게 다시 재회 할 수 있을지를 티파니를 통해 도움을 받고 싶었고

티파니 역시도 그런 팻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약속한 만남이었지만 이내 또다시 싸움으로 번져버린 만남.

 

티파니는 자신의 트라우마 이후의 문란했던 이야기들을 팻에게 여과없이 털어놓았고 팻은 자기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 즐기고 있었다. 그러고나서 팻의 와이프 '니키'에 대한 얘길 하던 중 티파니의 친언니

'베로니카'가 혹시 니키에게 자신(팻)에 대한 어떠한 얘기를 전달했는지 궁금해 했고 티파니는

"네 일단은 쿨하다고 했어요"라고 대답해주었지만 팻은 용납하기 어려워 한다.

"그럼 쿨하지 않은 점도 있었단 건가?" 라고 되묻고 티파니는 "댁이 좀 그렇잖아요."라고 대답해준다.

(즉, 너가 좀 아팠잖아. 그동안. 정상적이지 않았잖아) 나름 썩 괜찮은 칭찬 이란걸 말해주지만 팻은

표정을 확 구겨버린다. "당신 나랑 비슷해요"라는 티파니의 말에 팻은 더욱 더 납득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선을 긋는 행동을 취한다. 내가 뭘? 난 전혀 너 같진 않은데, 설마 우리가 동급?"

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두 또라이 끼리 '누가 더 또라이냐'를 두고 한치 양보 없이 싸우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아니,  냉정히 따지면 사실 자존심 싸움이라기보다 전적으로 '팻'의 잘못을 부정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걸 내려놓고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털어 놓은 그녀를 무의식 적으로 '자신과는 또 다른 정신병자'

취급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본인은 마치 정신병에 전혀 걸리지 않은 사람인것 처럼.

 

그 위선적인 모습에 한 껏 비위상한 티파니는 멋있게 쌍뻐큐를 날려주고 자리를 떠난다.

(짝짝짝)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팻의 모습에 또 한차례 큰 상처를 받아버린 티파니는 뒤쫒아온 팻을 향해 

더욱 더 큰 소리로 분노한다. "도와주려 했는데 날 평가해? 넌 아주 나쁜 자식이야!"

 

똑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팻에게 동정 어린 마음을 느끼고 도움을 선처 해 주려고 했지만

말 한마디로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준 팻에게 일말의 동정심 마저 사라진 티파니는 악담을 퍼부어 버린다.

나와 비슷한 아픔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당하는 배신감이란.....

내가 이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두 또라이의 캐릭터도 물론이지만

같은 아픔을 느꼈던 사람들 끼리도 서로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위선적인 행동을 하며

동시에 자신과 차별을 두는 행위를 함으로써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 또 한번 상처를 주는

인간의 이기심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선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고 부딪히는 티파니라는 캐릭터는말 그대로 걸 크러쉬 그 자체.

 

자기 자신의 그 어떤 모습도 회피 하지 않으려는 티파니.

그에 비해 자기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 팻의 큰 차이랄까.

 

티파니는 팻의 편지를 니키에게 전달해주는 조건으로 자신과 함께 댄스 경연에

나가줄것을 부탁한다. 썩 내키지 않지만 니키에게 편지를 전달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재회 할 수만 있다면... 그 희망 하나로 팻은 티파니의 조건을 수락하고 그렇게 둘은

댄스 경연을 위한 춤 연습에 매진하게 된다.

 

여기서 그럼 이 영화의 제목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이라는 제목이 갖는 의미가 뭘까.

 

실버라이닝은 "구름의 흰 가장자리"라는 뜻으로 구름 뒤에 태양이 숨어 있는

한 줄기의 빛을 의미하고 플레이북은 미식축구에서 쓰는 "작전노트"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희망을 위한 작전 노트. '한줄기 희망을 위한 노트'라고 해석 된다. 

 

팻과 티파니의 한 줄기 희망을 위한 노트.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과도 같은 댄스 경연대회가 과연 한줄기 희망이 되어줄까.

 

여러번 매력적인 두 "도라이"라는 표현을 써서 강조했지만 사실은 그저 상처받은 

평범한 사람들일뿐.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쉽진 않지만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따뜻하게

들의 삶을 천천히 변화시켜 나가는 장면들이 진정 진정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이고도

아름다운 로맨스에 가까운 영화였다. 

 

 

 

 

 

 

 

 

 

 

 

코미디, 멜로/로맨스 2014.07.17. 개봉 86분 미국 15세 관람가

감독노아 바움백 관객수73,379명

내용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둘도 없는 친구 소피와 살고 있는 27살...

 줄거리더보기

 

 

 

"재능은 없지만 열정적인 그녀 프란시스 하" 라고 제목을 정할지, 아니면 "언제나 '안생겨요' 모드인 비운의

프란시스"라고 할지 생각하다가 사실 이 영화에서 말하는것은 '안생기는 프란시스' 얘기보다 열정 하나만으로

여전히 꿈을 쫒는 그녀의 처절한 젊은 인생에 초점이 맞춰진 스토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자의 제목으로 선택했다.

영화속에서 "안생기는 프란시스 undatable frances"라는 대사가 종종 많이 등장했었는데, 사실 그녀의 인생에

남자가 생기던 안생기던 그 보다 앞선 문제는 그녀의 춤에 대한 열정과 미래였다.

 

 

 

 

 

 

 

이 영화를 보면 그 누구라도 프란시스에 동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취준생이 됐던 직장인이됐던

프리랜서든 백수든 너나할것 없이 누구나 프란시스와 같은 세월을 보내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며 누군가는

현재까지도 그 시간을 아둥바둥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한번쯤 누구나 고민해 봤을 법한 아주

흔하면서도 사실 그 무엇보다 심오한 커다란 질문 하나를 영화 내내 관객에게 던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이 너무나 사랑하지만 재능이 부족해서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꾸준히 열정을 다 할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프란시스의 처절한 모습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던지는 기분이었다.

프란시스는 냉정히 말해 춤에 대해서 그렇다할 눈부신 소질이 있는 학생이 아니다. 무용수로 꼭 성공하겠다는

큰 꿈을 갖고 있지만 현실은 그저 몇년째 견습생 생활만 반복할뿐. 더욱이 서럽게도 '노안'의 27세 여자. 라는

옵션까지 추가된 캐릭터다. 꿈을 쫓기도 벅차 죽겠는데 게다가 노안이라니...

여러모로 비참한게 한두가지가 아닌 설정.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녀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자칭 '쌍둥이'같은 베스트 프렌드 '소피'가 있다.

프란시스의 룸메이트이기도 한 소피는 그녀 역시 나름의 큰 야망을 갖고있는 친구다. 언젠가 출판업계의 거물이

되는 날을 희망하며 둘은 매일의 일상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많은 영향력을 주는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구 사이다.

 

 

 

 

 

 

 

처음 영화가 시작하는 장면에서 프란시스는 남자친구와 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프란시스에게 동거를 권유하지만 프란시스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시원한 대답을

해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소피와 함께살고있는 집 계약도 아직 채 끝나지 않았으며  아마도 자연스레 집 계약도

연장하게 될거라고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제안을 거절하게 되고 결국 사소한 싸움을 시작으로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소피와 프란시스는 여느때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안에서 대화를 주고받는데, 프란시스는

처음으로 소피에게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다름이 아닌, 소피가 집 계약이 만료되면 '리사'라는 다른

친구와 함께 알아보고 있는 새 동네로 이사를 갈 것이라고 갑작스레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프란시스는

소피와 함께 당연히 계약을 연장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남자친구의 동거 제안도 이미 거절했던 상태. 그로 인해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거라고 얘기했지만  소피는 자신의 로망이 가득한 그 동네로 이사가길 차마 포기할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프란시스는 내서운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친구 앞에서 표현하지 못한채 애써 소피의 마음을

이해해 주려 노력한다.

 

 

 

 

 

 

 

결국 프란시스는 파티에서 만났던 소피의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언제나 단짝처럼

붙어지냈던 소피와는 그녀의 이사를 계기로 전만큼 가까이 지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친구 사이를

유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슬슬 프란시스의 불행이 시작되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견습단원으로

크리스마스 공연에 참여하게 되어있던 일정에 차질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녀는 무용단 선생님으로부터 크리스마스

공연을 함께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게되고 그로인해 앞으로의 월세까지 내지 못할 상황에 몰린 프란시스는

또 다시 집을 알아봐야만 하는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결국 무용단에서 전속 댄서로 이미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는 '레이첼' 이라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녀의 집에서 당분간 잠시 얹혀 지낼수 있게 되는데, 여전히 몇년째 견습단원을 하고 있는 프란시스에 비해

레이첼은 모든게 안정적이고 그녀 주변의 친구들까지 왠지 멋있어 보이는 느낌에 프란시스는 겉으로는 당당한 척

하지만 어딘가 왠지 모를 위축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그곳에서 프란시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 한다.

"제 직업요? 설명하기 복잡해요. 진짜 하고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레이첼 의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그들을 통해 '소피'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는데 아니나다를까 소피의 남자친구 '패치'가 좋은 기회로 일본으로 전근을 가게 되서 소피 역시

그를 따라 몇주 후 일본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그 자리에서 처음 듣게 된다. 한때는 떼놓을 수 없는 단짝이었던

친구의 소식을 자기보다도 먼저 알고있는 타인에게서 듣게된 것이 꽤나 충격적이며 배신감 및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질투심 마저 차오른 프란시스는 그 자리에서 엉뚱한 결심을 하게된다. 자신도 프랑스로 짧은 여행을 떠나겠다는 것.

마침 식사 자리에 있던 레이첼의 가족이 프랑스에 작은 아파트가 하나 있어서 언제든 여행하면 숙박을 제공해

주겠다고 한 말에 냉큼 그 자리에서 뜬금없이 프랑스 여행을 결심한 그녀.

아마도 절친이었던 소피에게 왠지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몰라도 재정적으로 불안한 프란시스에게 갑작스런

이틀간의 프랑스 여행은 계획에도 없었으며 굳이 신용카드 긁어가며 떠나는 여행이라니...

초라하고 안타까운 프란시스는 여기서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된다.

 

 

 

 

 

 

 

 

굳이 없는 돈 털어가며 이틀간의 프랑스 여행을 감행한 프란시스는, 프랑스에 도착 한 후 대학 동창 애비에게 여러번

연락을 시도하지만 답장을 받지 못한다. 특별히 할 일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아파트에 돌아와 잠자기를 반복하고

나니 이틀이 어느새 금방 지나버렸다. 하필이면 이제 프랑스를 떠나야 하는 타이밍에 애비에게 뒤늦게 답장이

돌아오지만 이미 돈은 돈대로 털리고 재미없고 무료했던 프랑스 여행을 마무리 하고 프란시스는 돌아 오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과의 미팅에서 그녀는 뜬금없이 생각에도 없었던 무용단 사무직 비서 자리를 제안 받게 되는데

몇년째 견습단원 생활을 하는 프란시스의 사정을 뻔히 아는 교수님의 어쩌면 친절한 제안 이었지만 프란시스는

에게는 또 다시 자존심에 금이 가는 얘기 일 뿐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게 된 프란시스...

다른 무용단과의 미팅이 잘 되어 아마 전속단원 계약 단계까지 갈수 있을 것 같다고 말 그대로 개 구라를 치게된다.

그러나 현실은, 지낼곳이 없어 자신이 재학중일때도 하지 않았던 대학교 기숙사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고

블로그로 친구 소피의 멋있어 보이는 일본 생활이나 몰래 염탐해보기 일쑤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대화가 많은 영화고 사소한 여러 사건들이 계속해서 시시각각 등장하고 자주 바뀐다.

그녀의 불안한 꿈 만큼이나 변화무쌍하고 변덕스럽고 처절하기 그지 없는 프란시스를 보면서, 동정심인지

공감대 형성 때문인지 몰라도 민망함에 손발이 오그라 드는 순간이 여러번 있었다.

여유가 되지 않는 상황인걸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대책없이 프랑스 여행을 떠난 것.

단순 친구에게 느낀 질투와 배신감으로 인해서 저질러 버린 행위에 불과하지 않았고

돌아와서 조차도 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현실 생계 보다 자존심 먼저 앞세워 전속 단원 계약을

따낸 것 마냥 선생님께 거짓말 했던 행동. 이후로 결국 아르바이트에 전전긍긍하며 파티에서 웨이트리스를

하던 중 파티에 참석중인 '소피'와 마주치고 모든게 탄로나 어색하고 웃긴 상황들이 이어지는데..

 

 

하지만 한편으로 프란시스가 미련하고 어리석었지만 그녀를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그녀가 남을 속이고 피해준 것은 없지만 자신을 속이는 행위가 얼마나 스스로를 보잘 것 없게 만들고 자존감마저

뚝 떨어진게 하는 행동인지 아마도 그 순간엔 몰랐을 것이다. 누구나에게 꿈은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것이니까.

하지만 프란시스를 보면서 때로는 냉정하게 내가 고집하는 이 길이 단순히 노력만 한다면 언젠가 꼭 이룰 수 있는

일인지, 아니면 재능이 없다면 일찌감찌 포기하는 것 또한 미덕인지를 한번쯤 객관적인 시각으로 스스로 통찰해

보는 것도 성숙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결론적으로 댄서 보다는 안무 창작과 디렉팅에 더 소질이 있었던 프란시스는 무용수에 대한 꿈을 내려접고

무대 연출을 담당하는 일을 하게 되고 그녀의 인생에도 처음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생활이 시작되면서

나름의 해피 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자신이 디렉팅한 첫 공연이 끝나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응원받고

인정받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행복하고 멋져 보였던건 왜일까.

분명히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본래의 꿈은 접었지만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어쩌면 그녀에게 더  잘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었기에 그 모습이 현명하고 아름다워 보였던 것 같다.

더이상 미련에 의해 이뤄지지 못할 꿈에 집착하지도 않으며, 현실을 무시하지도 않되 자신이 선택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고르는 것.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것도 성숙한 과정 아닐까.

그냥 무턱대고 높은 꿈을 이루리라는 야망은 때때로 '꿈'이 아니라 못먹는 그림의 '떡'처럼 괴롭게만 느껴지는

순간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프란시스가 무용을 계속 했다고 할지라도 어떻게 됐을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것인지는 지금도 정답을 내릴 순 없지만, 꿈에 대한 집착이 결국 나를

비참하게 하고 나를 속이게 만들고 보잘 것 없도록 만든다면 잠시 동안이라도 꿈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비겁한 '루저'가 되거나 패배자가 되는것이 아님을 영화에서 말해주는 듯 하다.  

 

 

 

"모든 일은 선택의 연속 일 뿐 어느것도 정답은 없으며, 틀린것도 없다."

 

 

 

 

 

 

 

 

 

 

 

 

 

 

 

 

 

코미디드라마 미국 82분 2013 .06.13 개봉 [국내] 15세 관람가 [해외] R 도움말

감독브래드 실버링출연모건 프리먼(그)파즈 베가(스칼렛)조나 힐(패키)더보기코미디드라마 미국 82분 

2013 .06.13 개봉 [국내] 15세 관람가 [해외] R 도움말

 

 

이 영화를 보게 된 지, 거의 반년 혹은 그 이상 넘은 것 같다. 가끔 너무 기억에 남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잠시 제목을 잊을 때가 있다.  아니, 도대체 그 영화 제목이 뭐였더라 한참을 생각하다가 우연히 영화 캡쳐 폴더 

파일을 열어 보다가 이름을 다시 찾아냈다. "텐 아이템 오어 레스!"

나는 이 영화를 감히, 내 인생의 베스트 영화 리스트 안에 넣을 수 있을 거란걸 보자마자 확신했다.

 

총 82분 (1시간 22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존의 타 영화에 비해 다소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짧지만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느릿하게 가지만 잔잔한 임팩트를 주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한 리뷰어는 이런 말을 남겼더라.

"큰 돈 안써도 배우, 시나리오 좋으면 이런 영화가 나옵니다."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관점은 다 다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써는 가장 '영화다움'에 근접한,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영화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 그 자체만의 집중 만으로 빛을 발한 영화.

스토리의 독특한 부분은 배우 '모건 프리먼'이 영화속에서도 '모건 프리먼' 그 자체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현실 배우 모건 프리먼은 영화 안에서도 모건 프리먼이다.

 

 

 

 

 

 

그는 4년만에 새 영화 복귀를 위해 캐릭터 연구를 목적으로 낡고 오래된 마트에 찾아가게 된다.

조용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낯선 동네에 덩그러니 큰 마트 하나가 놓여져 있고 아니나 다를까,

마트 직원들은 그 누구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마치 시간이나 떼우듯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

물론 "10 item or less(10개 혹은 그 이하)" 계산대에 서 있는 여자 직원만 빼고. 그녀의 이름은 스칼렛이다.

똑같이 계산대에서 일하는 다른 여직원은 발톱 매니큐어 바르는데 온 신경을 집중할 뿐,  전혀 바빠보이지 않는다.

오직 "10 item or less" 계산대만 바쁘도록 움직일 뿐이다. 모든 직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자리.

 

 

 

 

 

혼자서 고군분투 일하고 있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본 모건프리먼은 흥미롭게 그녀를 예의 주시하며 관찰한다.

모건은 배우답게 인물의 캐릭터 관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난 집전화번호도 몰라요. 심지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난 사람은 볼 줄 알아요." 라고 말하는 모건.)

그녀는 손님이 카트에 실어온 물건들을 눈대중으로도 정확히 몇개인지, 얼마인지를 금방 계산해내며

그 마트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고있는 일솜씨가 뛰어난 아가씨였다.

모건은 한눈에 봐도 직감력이 뛰어난 그녀에게 바짝 붙어 부담스러우리 만큼 뚫어져라 관찰하며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귀찮은 질문 세례에 차갑게 대답하는 스칼렛

 

 

곧이어 교대 근무를 마친 스칼렛은 어디론가 다음 스케줄을 나서려고 하는데,

자신에게 몇분만 더 시간을 할애해줄 수 없겠냐고 부탁하는 모건의 부탁이 성가시기만 하다.

모건은 보안상의 이유로 자주 집 전화번호를 바꾸는 바람에 집 전화번호를 잊었다는 둥,

데리러 오기로 했던 친구가 1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어디로 어떻게 연락해서 돌아가야 할 지 모르겠다는 둥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그녀에게 부탁하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그녀는 그를 집까지만 태워다 주기로 약속한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스칼렛이라는 캐릭터는 겨우 25살의 여자이며, 

어린나이지만 이미 결혼 실패를 겪고 아직 전 남편과의 인연을 끊지 못한 채, 마트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처지였다.

바로 그 전 남편이 이 마트의 매니저이고 패디큐어 바르는데 정신 팔려있던 그 여직원과는 이미 꽁냥꽁냥하는 사이.

갚아야 할 돈과 영주권의 문제로 전 남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이 마트를 벗어나기 위해 늘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영화는 단 하루사이에 일어난 일들의 과정을 시간순서대로 보여준다.

모건은 그녀가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 전에 잡혀 있던 스케쥴들을 함께 동행하게 되고

면접을 보러 가기 전, 위축되어 있는 그녀를 위로하고 면접에 적합한 복장으로 함께 쇼핑도 하며

낡고 볼품 없는 차도 깔끔히 새차하고 단정한 메이크업도 권유한다. 차안에서는 모의 면접 연습도 거들어 준다.

그녀는 단 한번도 office  job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평생 마트 계산대에서 일해본게 전부.

겨우 25 이지만 너무 많은 인생 풍파를 겪고 좋은 세월 다 보내버린 늙은이 마냥 자포자기한

스칼렛에게 모건은 끊임없이 채찍이 되는 말과 함께 힘을 북돋아 준다. 

 

"자신을 보세요, 25살이죠? 맞죠? 하지만 벌써 늙었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끔찍했고 직업도 불만이죠. 심지어 자신이 불임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벌써 인생의 저편에 서서 좋은 시절 다 갔구나 비관하고 있어요.

막연히 뭔가 있을 거라는 기대 속에 그냥 저냥 사는거죠."

 

 

 

 

"나이는 숫자일 뿐 이제 시작이에요."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도 질리도록 흔하게 듣는 위로의 한마디. 하지만 입 번지르르한 소리가 아니라

그말이 진실이란걸 알면서도 왜 우리는 정해진 속도가 있는 것 처럼 타인에게 맞춰가지 못해서 늘 안달일까.

 

모건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 전까지 그녀는 그와 동행하면서 나누는 둘의 대화가 평범하지만 주옥같다.

둘의 동행과 대화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 하며, 그녀의 인생에서는 고작 단 하루였지만 모건 프리먼을 만나

그녀가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조용하게 그려낸다.

 

 

 

 

 

쇼핑과 세차를 다 마치고 면접을 보러 가기 전, 간단한 단백질을 섭취를 하며 또 둘은 대화를 나눈다.

이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사. "인생에서 가장 싫은것과 행복한것 10가지만 말해보세요."

(ten things you hate in your life, ten things you fancy most in your life)

단, 깊이 고민 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떠오르는대로 말하기.

그녀는 단 7개의 행복을 말하고 모건은 11개의 행복을 얘기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 역시 10개의 행복과 불행을

떠올려봤는데 아쉽지만 나도 스칼렛처럼 10개의 행복을 채우지 못하고 5,6개 정도에서 멈춰버렸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 할 필요 없단걸 알면서도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면 정말로 그것이 전부였을 수도 있고.

 

 

 

 

 

모든 일정을 끝마친 스칼렛은 오늘 하루 단정한 옷과 메이크업 세차한 차, 면접을 봤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왠지모를  변화와 만족감을 느낀다.

면접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지만 다시는 계산대 앞에 서지 않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모건을 집앞까지 데려다 주고 둘은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 하며 얘기한다.

 

모건 프리먼이 스칼렛에게 당부하듯 건넨 마지막 말.

"이건 우리 둘 만의 계약이에요. 우린 살아갈 거에요.  일도 할 거구요. 이제 시작인 걸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조용한 울림에 나도 모르게 깊히 매료 되어 봤던 기억이 있다.

지극히 젊고 평범하지만 너무나 힘든 인생의 굴곡을 어린 나이에 일찍 경험 해 버린 스칼렛에게

풍부한 인생 경험의 선배로써 모건이 건네준 말들은 담백하기 그지 없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가끔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

"대단히 잘했어, 멋져, 잘될거야, 꼭 성공할거야" 같은 말 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우리에게 몇개의 불행과 행복이 있든, 어쨌든 진실은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것이고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매 순간 또 새로운 시작이란 걸.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나아감에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단 걸. 어떤 모습이든 그저 우린 살아가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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