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몇년전에 구매했던 책이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서점에서 무심코 이 책을 발견하고 구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예술가, 창작가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지침서와 같은 책이다.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사실 그 보다 '예술가'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예술가들이 흔히 직면하는 두려움, 그들이 작업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많은 불안과 혼란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조언해준다. 창작을 하는 사람,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냉정히 현실세계를 알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위로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모든 예술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 진다'는 말에서 '창작'과 '예술'이 얼마나 평범한 이들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인지를... 느낄수가 있다.

 

한때 예술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 이제 막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 속에서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 예술을 가르치는 교육자들, 예술을 소비하는 관람객 및 대중들. 그 누가 읽게 되든, 이 책은 각자의 생활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작게 나마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지금 내가 살아 가고자 하는 방식, 열심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바로 그 '생산적으로 살아가기. 하지만 절대로 압박 받진 않되, 그저 지향하는 것' 이라 정했던 내 나름의 인생의 주제의식에도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생산적으로 살아감 그 자체가 곧=인생을 창작하는 것이기에.

 

기억에 남는 글들을 대략 발췌해서 아래에 적어 놓았는데 그중에서도 51p 완벽이라는 함정에 대한 이야기는 질을 추구하기 위해 골똘이 고민하고 투자하는 시간과 그저 생각나는 대로 최대한 많은 창작과 습작을 시도했을 때 어느 쪽에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까. 라는 실험에 대한 내용이다. 결국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고민하고 전략을 짜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행동들이 가끔은 그저 거침없이 행동으로 추진했을 때 보다 어쩌면 덜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오히려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한 후 창작한 그룹보다 단순히 최대한 많은 작업물을 만들도록 지시했던 그룹에서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결과물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결국 지나치게 '완벽'이라는 것을 추구하고 그 생각의 틀에 갇히게 되면 오히려 때로는 그것이 창작의 효율을 저하 시킨다는 것을 말한다. 

 

그저 행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주어지고 방법이 나타 난다는 것.  어디서 우연히 들었는데 게으른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자'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단순 의지박약으로 게으른 것이 아니라 '완벽할 수 없다면 아예 시도 조차 하지 않겠다.' 라고 생각하는 매우 엄격한, 혹은 겁 많은 게으름쟁이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어린시절을 돌이켜 보면 어설프고 실수 남발하는 내 모습을 직면하는게 너무 두려워 늘 외면하고 회피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므로... 여러모로 공감 가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이 책은 아마 그런 마인드의 창작자들에게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뭐, 창작자 뿐만이 아니라 그 누가 됐던.  

 

 

 

"예술가들이 부딪히는 문제는 천상의 것도 아니고 영웅적인 것도 아닌,
흔하고 익숙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천재가 아닌 바로 우리들을 위한 책이다. "

     


"예술가들은 작업을 하지 않는 고통이 작업의 고통을 넘어서야만 작업에 임하는 법이다. "

 

 


16p
예술적 재능은 학습될 수 있다. '기교'는 배울 수 있는 반면에 '예술'은 
신에 의해서만 주어지는 마법같은 선물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지않다. 크게 보았을 때 예술가가 되는것은 자신을 감수하는 법을
배워 자신의 작품에 개성을 싣는 것이며, 자신의 목소리를 따름으로써
자신만의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분명히 이러한 특성들은 학습이 가능하다.
결국 재능이라는 것도 불굴의 인내나 노력과 다른 이름이 아닌 것이다.

 


17p
예술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술은 장점만을지닌 인간들에 의한
것이 아니다. 결점 없는 존재는 예술을 할 필요도 없다. 이상적인 예술가는 이론상 
절대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19p

예술작업은 다소 외롭고 보람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사실, 예술가 대부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품을 창조해 내는데에

자신들 시간의 일부를 (어떤 예술가들은 전부를) 쓰고있다. 

예술 세계에서 이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반응의 결핍을 낭만화 하려고 느낄 때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이는 낭만적일지는 모르지만 잘못된 방식이다.

사람들의 무관심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냉혹한 진실이다. 

사람들이 한 예술가의 작품 대부분에 관심을 가져야만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34p 
예술 창조는 불확실 하며 예측할수 없는 과정으로, 
불확실성은 예술 창조 욕구의 본질을 이루고 불가피하며 절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인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가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51p 
훌륭한 작품은 완벽한 작품이 아니다. 
완벽 그 자체가 역설적으로 결점 있는 개념  

 


51p 완벽이라는 함정.



52p 훌륭한 작품을 완벽한 작품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예술은 사람이 하는 것이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예술 작품에도 오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72p
예술가가 빠지게 될 딜레마는 명백하다. 즉 새로운 세계를 개척함에 따르는
대중의 거부반응의 위험을 감수하던가, 아니면 이미 다져진 길을 따름으로
인정을 구걸하던가 하는 것이다. 인정받는것이 목표인 경우에는 두번째 전략을
택하는 것이 압도적이다. 예술처럼 보이는 작품을 만들라.
그러면 인정은 자동적으로 따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길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그 길을 택하게 되면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위험보다도 미래를 위하여 어떤 새로운 것도 남겨놓지 못할 것이라는
위험이 더 커진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국내도서
저자 : 데이비드 베일즈(David Bayles) / 임경아역
출판 : 루비박스 200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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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희(미술평론가) 저

 

 



" 예술가의 탄생 "

 

 

나는 종종 예술가들이 제3의 성을 가진 인격체로 느껴질 때가 있다. 조금 이상한 말일수도 있긴한데,
그렇게 생각 한 이유는 그들은 일반적인 남성, 여성처럼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게 아니라
창작과 예술이 그들의 인생에 큰 목표와 목적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 보다도 창조에 대한 열정이
일생의 우선순위에 있는 그들은 남성, 여성이 아닌 아티스트 라는 제3의 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 처럼 보였기때문이다.
그만큼 창조력이라고 하는건 무엇과도 비교 되기 힘든 엄청난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거장이라고 불릴 만큼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린 예술가라면 더욱 더 과연 그들의 일생을 바칠 만큼의 

어마어마한 그 창조력이란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에 휩싸인다.

 


예술 작품 = 예술가. 

 


그렇다 보니 예술 작품도 매력있지만 그 작품을 창조 해 낸 예술가의 일생 마저도 작품 못지 않은 예술처럼 느껴진다.
창작에 몰두하고 창작을 위해서 꾸준히 새로운 영감을 갈망하고 그렇게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라는 존재가 생기고 그게 힘을 다하면 또 다른 뮤즈를 찾게되고. 결코 사랑과 연애에 있어서도 
일반인의 삶의 기준을 잣대로 예술가의 일생을 평가하기란 참으로 난해할거란 생각이 든다.

존레논과 오노요코만 봐도 둘 다 이미 기혼자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노요코의 전시에서 우연히 만나
연애를 하고 사랑의 싹을 틔웠으니, 일반적인 사회의 시선에서 보면 그냥 둘 다 불륜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전반적인 삶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있고
그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주었던 뮤즈를 함께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에게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뮤즈는 다름아닌 그들의 애인이거나 남편 혹은 부인이었고
그것은 미혼자였든 기혼자였든 관계 없었다.

 

 

1. 첫번째 챕터에는 오노요코와 존레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기전에는 오노요코라는 여자에 대해서 그냥 미술 활동을 하는 일본인 여성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녀가 존레논의 네임밸류에 힘 입어 존레논의 여자로 알려지면서부터 그녀의 대중적 인지도와 더불어

작품 활동에도 더욱 활력을 가하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물론 일부분 사실인 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튼 대중적으로 훨씬 인지도가 높은 존레논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느낌으로 이해 했는데 미술계 안에서의

그녀의 입지에 대해 잘 모르는 전형적인 일반인의 시선으로 큰 판단의 오류를 범한 것이었다.
존레논을 만나기 전에도 그녀는 이미 미술계에서 크게 인정받는 아티스트 였으며 백남준이나 앤디워홀 같은 

아티스트와 이름을 함께 나란히 하는 여성이었다. 

어쩌면 존레논이 오노요코 라는 아티스트의 손바닥 안에서 꽁냥꽁냥 놀아난걸지도 모르는 셈이다.


사실 서로에게 운명적으로 이끌리듯이 만난 오노와 레논은 그 둘만의 영원불멸한 사랑을 한 듯 싶지만
그 둘에게도 잠깐의 헤어짐의 시간이 있었다. 심지어 오노의 허락 아래에서 존레논의 새로운 동거가 이루어 졌으니,

그 여자는 바로 둘의 비서였던 '메이 팡'이라는 여성이었는데 다른 여자와의 육체적인 사랑을 기꺼이 허락해주고

다시금 자신의 옆자리로 존레논을 불러들인 그녀는....
존레논에게 연인 이상의 모성애적 감정을 동시에 느꼈던 것인지 몰라도 평범치 않은 여성이란건 확실하다.

사실 존레논 보다도 나는 이 남성편력이 어마어마한 오노요코라는 여성에 더 호기심이 갔는데,
존레논을 만나기 전 그녀는 일본인 피아니스트를 만나 결혼을 한번 했었고 또 다시 그 남편이 소개해준 친구와

바람이 나면서 당시 남편과의 이혼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기도 전에 새로운 결혼식을 올리고 슬하에 자식까지 낳았다는 

그녀의 화려한 전적은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심지어 그렇게 아이를 낳고 나서도 자식과 남편을 나몰라라 내팽개지고 뉴욕을 그리워하며 미련없이 휙 날아가버렸다는 것 

역시 무책임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모성애가 없는 여자라고 비판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오노요코 같은 아티스트에게는
결혼한 삶과 자식이라는 것이 그녀의 인생에 장애물에 불과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뭐가 어찌됐든, 이래저래 남성 편력이 화려했던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로써 화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
한 아내로써 엄마로써는 어떨지 몰라도 아티스트로써는 어쩌면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가 아닐까?

 

책에서도 말했듯 오노요코는 존 레논과의 관계에서도 한 남자와의 연애가 아닌, 창조에 더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했으니 말이다. 설치 미술 외에도 존레논을 만난 이 후 음악적으로도 실험적인 작업들을 시도했는데 
특히 <두 동정녀들>이라는 작품은 그들의 나체를 드러냄으로써 세계적으로  큰 스캔들을 일으킨 대표적 작품이다.

(두 동정녀들_Two Virgins : 오노 요코와 존 레논이 두 번째로 공동 작업한 영화. 오노 요코와 존 레논이 키스하며

껴안는 순간까지 둘의 모습은 두 화면이 겹쳐진 채 슬로우 모션으로 나타난다.  둘이 함께한 동명의 앨범 수록 곡들이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하지만 매스컴으로부터는 '실패한 예술'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레논과 요코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이렇듯 그녀는 장르불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
조형작업, 장편영화, 단편영화, 이벤트, 해프닝, 음악, 빌보드차트 등 
그녀가 할 수 있는 선의 모든 창작이란 창작은 다 시도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아마도 존레논은 그런 그녀의 창조적 에너지와 수준높은 예술적, 지적 사고에 깊히 매료 되었던것이 아닐까.

상반된 성장 배경을 갖고 있는 존레논과 오노요코.
꽤나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팝스타가 된 존레논과 어릴때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엘리트 과정을 밟아 온 오노요코는
대중들로부터 늘 논란을 안고 다녔지만 누가 뭐라해도 서로에게는 끊임없는 에너지와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멘토이며 뮤즈였던게 아닐까 

 

(그렇게 함께 세기의 커플 타령을 했던 애인 존레논이 죽고나서 오노요코는 존레논의 모든 유품을

싸그리 경매에 팔아 넘겼다고 한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또 다른 남자와 동거를 시작.

솔직히 이 대목은 꽤나 소름이 끼친다. 존레논의 뮤즈였던 그녀는.. 정녕 정체가 무엇인지...

그녀는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말처럼 정말 악녀인 것일까?)  

 

 

 

 

 

 

 

 

예술가의 탄생
국내도서
저자 : 유경희
출판 : 아트북스 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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