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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이야기/영화_드라마_미디어

영화 '클로저'를 보고 <Closer, 2004> - 당신은 '거짓 없는' 사랑을 하고 있나요?

by Fancy_sailor 2021. 2. 28.

 

 

 

 

클로저 Closer , 2004

제작 요약미국 | 로맨스/멜로 | 2021.02.18 (재) | 청소년관람불가 (재) | 103분 (재)

감독마이크 니콜스 출연 나탈리 포트만주드 로줄리아 로버츠클라이브 오웬  더보기

줄거리“Hello, Stranger!” 런던의 도심 한복판, 부고 기사를 쓰고..  더보기

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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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 장면 하나 나오지 않지만 '섹스'에 대한 얘기는 주구장창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치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한때 유행하던 심리테스트중에  A랑 B랑 C랑 D가 있는데 넷이 얽히고 설켜서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누가 누굴 배신하고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결론은 이 네사람중 당신이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을 통해서 답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어떤것인지를 유추해보는 그런 심리테스트 말이다. 아무튼 이 영화에 등장하는 네명의 등장인물들 중 가장 나쁜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누군가가 '서양판 사랑과 전쟁'이라고 말했듯이 나중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만큼 파국으로 치닫는 네 인물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영화다. 

 

 

 

 

 

 

 

물론 그중에서도 꼭 가장 나쁜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거의 높은 확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댄'을 가장 나쁜 인물로 뽑는데 나도 거기에 매우 동의하는 바다. 사실 가장 '나쁘다' 라는 평범한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 부족할 정도로 그는 교활하고 이기적이며 '찌질한' 면모까지 갖춘 최악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본능적 이끌림에 매우 충실한 성격인 '댄'은 타고난 바람기를 여과없이 보여주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바람기 만큼이나 추해보였던 것은 '래리'와의 기싸움 장면들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진짜 '사랑'을 쟁취하려 갈망하는 것 같지만 그 내면을 깊숙히 들여다보면 사실 '사랑'을 찾고자 함이 아니라 두 남자가 서로에게 경쟁과 승부욕으로 더욱 심취하여 들끓어 오른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진심으로 그 사랑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흔히 우리가 '진짜 사랑'에 대해서 얘기할때 상대방의 아픔과 고통까지 안아줄 수 있는것이 진짜라고 얘기한다. 이하이 노래 Rose의 노래가사에 나오듯이

 

"내 사랑은 새빨간 rose 지금은 아름답겠지만 날카로운 가시로 널 아프게 할걸, 난 향기롭겠지만 가까이 할수록 널 다치게 할걸"

 

이라는 노랫말처럼 그저 아름답기만 한 사랑을 상상하고 기대하기에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가시'들을 가지고 있기에 결국은 그 고통까지 안아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상대방의 '고통'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사랑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게 문제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충분히 그런 '척' 해보이지만 내면으로는 수십번, 수백번씩이나 상대방의 마음을 저울질 하고 따져보고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진실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며 추궁한다. 그리고 바로 영화속에서 '댄'이 저질렀던 치명적인 실수도 이런것과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추하다고 느꼈던 댄의 행적을 몇가지 꼽자면 '앨리스'와 이미 동거중이었던 '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한 전적이 있는 섹시한 여성 포토그래퍼 '안나'에게 추파를 건다. 그러나 정식으로 만나보자는 그의 제안을 안나가 거절하자 '댄'은 집으로 돌아가 그녀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는데, 느닷없이 '랜덤채팅' 사이트에 접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안나'라고 하며 여자인 척 위장하고 상대방 남자인 '래리'를 흥분시키고 꼬셔낸다. 그리고 둘이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그곳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하는데, 그곳은 바로 안나가 평소 즐겨 찾는 장소인 한 아쿠아리움 이었다.  '댄'은 그녀가 이 엉뚱한 장난에 꼬이는 상상을 하며 소심한 복수의 잔머리를 굴린 것인데, 어쨌거나 랜덤채팅에서 '댄'이 꼬셔낸 피부과 전문의 '래리'를 그녀에게 꼬이도록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댄의 장난이었지만 결국 실제로 안나와 래리는 교제를 하게 되고 또 그 모습은 또 다시 댄에게 질투심과 승부욕을 유발하는 요소가 된다.

 

그 외에도 댄이 앨리스와 다시 재회하게 된 순간마저 그녀를 계속해서 추궁하던 장면, 그 순간 화가나서 뛰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호텔 복도에 버려져 있는 꽃을 한송이 주워 마치 자신이 준비해온 것인 마냥 그녀에게 건네던 모습, 그리고 어느샌가 '사랑'은 온데간데 없고 '래리'와의 승부욕에 몰두하며 그에게 조금도 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열등감을 내비췄던 모습 등등. 

 

버려진 꽃을 앨리스에게 주워다 준 장면에서는 그가 얼마나 노력하지 않고 손쉽게 타인의 마음을 공짜로 얻으려 하는지, 그 간사한 마음이 너무나 추접스러웠고 랜덤채팅으로 안나에게 느닷없는 상황에 꼬이도록 만든것도 그녀에게 '거절' 당했다는 것을 이유로 복수를 꾀한 다는 것 자체가 '찌질함'의 절정을 찍는모습 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앨리스'에게 끝없이 사랑을 추궁하고 집착하며 상처를 주는 것 까지. '관계'에 있어서 어느 것 하나 진심인 것은 없고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그의 본능과, 승부욕, 열등감, 소유욕 그 정도 뿐이었다.

 

 

 

 

 

 

 

사실 여기까지 '댄'의 추접스런 모습들을 많이 설명 했다면 댄 다음으로 어쩌면 나쁜 역할이라고 언급 할 만한 캐릭터가 내 생각엔 아마 포토그래퍼 '안나'가 아닐까 싶다. 사실 안나와 댄은 첫 만남에 본능적으로 서로 이끌렸지만 그에게 동거녀가 있는걸 알고있는 안나는 정중하게 만남을 거절한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쿠라리움에서 댄의 장난으로 우연히 만나게 된 '래리'와 그녀는 교제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되지만 그 와중에 결국 그녀는 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불륜'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댄'을 앨리스로부터 완전히 뺏어오는데 까지 성공하게 되고 래리와의 결혼도 종지부를 찍게된다. 물론 말처럼 그렇게 깨끗하고 깔-끔하게 종지부를 찍지는 못한다. 래리가 안나에게 이혼에 합의해주는 댓가로 무언가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는 바로 마지막으로 자신과 잠자리를 가져달라는 조건이었고 이 모든 상황이 지긋지긋했던 안나는 그의 마지막 제안을 수락하고 이혼 합의를 받아내게 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댄은 그녀가 내렸던 결정을 탐탁치 못하게 생각하며 그녀를 꽤나 '더러운' 존재로 까지 여기며 그 자리에서 헤어짐을 고한다.

 

사실 안나가 처음부터 끌렸던 사람은 '댄'이 맞다. 하지만 그녀가 래리와 연애하고 결혼까지 한것은 어쩌면 '래리'를 이용했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 관계의 장난과 저울질 때문에 어쩌면 댄 다음으로 나쁜 실수를 저지른 캐릭터는 아마 '안나' 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결국 안나는 댄을 위해 래리와의 마지막 잠자리를 허용하면서 까지 관계를 정리하고 그를 찾아갔지만 댄에게 또 다시 버림받게 된다. 그리고 후에 그녀는 또 다시 래리와 재결합 하게 된다.  (이 무슨...난장판) 

 

 

 

 

 

 

 

그렇다면 댄의 동거녀였던 앨리스는 도대체 어떤 캐릭터 일까. 댄과 안나, 래리가 이지경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동안 그녀는 무엇을 했을까. 물론 그녀도 그 과정에서 동시에 상처받고 버림받으며 희생되는 장면들이 여러번 나온다. 이 네명의 인물들 중 가장 일관적으로 '사랑'의 감정에 충실했었고 그만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캐릭터가 바로 '앨리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앨리스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그녀는 언제든 타인으로부터 버림받는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불타오르며 시작했던 사랑일지라도 언젠가는 지루해지고 식어버리면 또 어느샌가 이 관계는 끝이나겠지. 라고 마치 이별을 늘 마음에 품고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타인에게 버림받는 것, 이별하는 것, 관계가 변하는 것에 대해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하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가 살아온 쓸쓸한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스트리퍼 생활로 돈을 벌어왔고 방랑하듯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변화'라는 건 그렇게 낯선 단어는 아니겠지만 여러번의 반복된 이별의 경험으로 관계에 의연한 척 행동하는 것 처럼 보여도 사실은 가장 마음이 여리고 순수한 캐릭터였다고 본다. 

 

 

 

 

 

 

 

 

결국 최악의 캐릭터 순서가 댄 > 안나 > 래리 > 앨리스 이렇게 되거나 혹은  댄 > 안나 =래리 > 앨리스 이런 모양이 아닐까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종종 유뷰트 음악채널에서 이 '클로저' 라는 영화 영상 자료가 자주 쓰이는 걸 봐왔는데, 또 특히나 가장 많이 봐왔던 유명한 캡쳐짤이 바로 위 이미지였다. 그때는 이 영화를 보지도 않고서 저 짧은 대사가 주는 임팩트가 좋아서 카톡 프사로 지정해놓기도 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와 보기전에 느낀 앨리스의 이미지는 비슷한 부분이 많았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특히 그중에서도 '댄'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볼품없는 쓰레기 캐릭터였다.  

 

살면서 댄 같은 남자는 절대 만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어쨌든 결말은 어딘가 공허한 엔딩으로 끝이났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앨리스에게 또 다른 해피엔딩 이었기를 바래본다. 이런 파국의 상황에도 래리와 안나의 관계는 재결합한 '부부'의 상태로써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들도 과연 앞으로 행복한 부부로써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인지는 왠지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서는 '거짓없는' 사랑을 하고 있나요. 라는 말을 건네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 거짓없는 사랑이라는 말에는 너무 큰 함정이 들어있었다. 영화를 보고 느낀건 사람들은 생각보다 '진실'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막상 진짜 '진실'을 알게 됐을 때 그 진실을 온전히 받아 들일 용기도 없으면서 자꾸만 '진실'을 추궁하는 이유는 뭘까? (댄처럼) '진실'을 알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그것에 집착 하는 행위로써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진실을 알았을 때도 그 모든걸 감당해내는 사람이라면 또 의미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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