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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이야기/공상과 고찰 그 사이

좋아하는 일을 두려움 없이 즐기는 자유 - 그림 일기를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by Fancy_sailor 2020. 10. 16.

 

최근 내 블로그에 그림&일러스트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열었다. 아직 게시물은 별로 없지만 그림&일러스트 카테고리를 개설한 것은 나름대로 작은 '용기'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창작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함도 있다. 사실 거창한 말로 꾸며내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거창한 말들이 오히려 내게 더 큰 압박감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뭔가 거창한 수식은 그만큼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을 만들어내고 그런 완벽에 대한 강박만큼 창작에 방해되는 건 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창작함에 있어서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는것이 어쩌면 제일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직접 경험해 본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가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고있다. 왜냐면 실제로 그런 생각 때문에 나는 좋아하는 일을 쉽게 포기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열정을 잃고 방황하며 오랜시간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완벽한 게으름에 대해서 예전에도 잠깐 포스팅한적이 있는데 완벽함을 지향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강박을 심어주고 그 강박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연결되며 결국 완벽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 수 많은 아이디어들을 머리속에만 가둘 뿐, 아무것도 실행하지도, 노력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무기력감을 안은채로 꽤 오랜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결국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란것은 사실 '너무 잘하고 싶어' 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발생한 것이고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 또한, 그 일을 내가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회피성 인격장애'에 대한 포스팅을 올렸을때도 사실 그 깊은 마음 언저리엔 누구보다도 '사회적'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오히려 '회피성 장애'를 만든다는 것 처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도 일맥상통한 부분이니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기하지 않은가? 너무 간절하게 원했던 마음이 두려움이 되어서 그 부작용으로인해 오히려 반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 너무 좋아해서 그것을 포기하고, 너무 사회적이고 싶어서 오히려 사람을 피하게 되는 병을 얻는다는게 말이다.  참, 이렇게 생각해보면 사소한 많은 것들이 심리적인 부분과 세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내 인생에 목적성을 잃고 무기력에 젖어있던 와중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이연' 작가님의 영상을 보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분 역시도 그림을 그리는 분이셨고 지금은 이미 몇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채널이 되었는데 처음 보게 됐던 그 분의 영상은 바로 '겁내지 않고 그리는 10가지 방법' 이라는 영상이었다. 사실 이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창작함에 앞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가가 절실히 와닿는 제목이었다. 그게 아마추어든, 프로 작가든, 작가 지망생이든 구분 없이 말이다. 나는 그 영상 제목 하나만으로도 띵- 하고 내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려움' 이라는 것은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흔하디 흔한 '평범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그 두려움의 감정이 너무 싫어서 내가 좋아하는 얼마나 많은 일들을 매번 포기하고 살아왔는가를 되돌아보게 되면서 스스로 반성해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느끼면서 무기력에 빠지고 너무나 두려워 했었던 나 자신에게도 애정어린 위로를 해주게 되었다. 

 

문득 내가 가장 즐겁게 창작했던 시절이 언제였는가를 한번 생각해보니 꽤나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아주 어릴때 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그림으로 작은 '보상'을 받으면서 나름 즐거웠던 추억이 하나 있는데, 초등학교 4학년때 그 당시 학생들의 자발적인 수업 참여를 위해서 선생님들이 일명 '착한표'라는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혹은 칭찬 받을 때마다 주는 보상 같은게 있었다. 우리 교실은 수업 중에 학생들이 선생님의 질문에 정답을 맞추거나 또는 자발적으로 발표하면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할 때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칭찬'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내 스티커를 한칸, 두칸, 세칸씩 위로 점점 이동시키는 표가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맨 꼭대기에 다다르면 그때 비로소 보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내 스티커가 정상을 찍으면 바로 '마패' 라는것을 받을 수 있었고 그것을 선생님께 가져다 드리면 보상으로 사탕이나 과자 등 간식류를 선물받는 식이었다. 그래서 꼭대기를 찍으면 다시 맨 아래에서 출발하고 다시 정상을 찍고 그렇게 무한 반복하는 것이다. 

 

나는 주로 체육, 미술, 음악 같은 예체능 과목을 즐거워 했던지라 그 외 관심없는 다른 수업에는 전혀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일하게 '마패'를 얻어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게 바로 '그림일기'였다. 대부분 반 친구들이 매일 써야하는 일기가 너무 귀찮아서 대충 쓰다시피 하는 애들이 태반이었는데 그에 비해 나는 하루일과를 쓰고 일기장 맨 아래에다 짧은 4칸만화 혹은 6칸 만화식으로 그림 그려넣는 걸 되게 즐거워 했다. 그리고 선생님께 일기장 검사를 받고 펼쳤을 때 '참 잘했어요' 도장이 매일 2개씩 꼭 찍혀있는 것을 보는게 내겐 나름의 소소한 즐거움이고 큰 보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더 열심히 그림일기를 쓰는 동기부여가 되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재밌게 그림 그렸던 나름의 소중한 추억으로 지금까지 기억된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말하고 싶은건, 내가 정말 그립다고 생각했던 것은 물론 그 '마패'라는 보상도 좋았지만 그 보다도 내가 마음껏 하고 싶은대로 그림 그릴 수 있었던 바로 그 두려움 없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이다. 나는 그 마음가짐이 너무나 그립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가 그림일기를 시작해보려고 첫 발을 뗀 것은 어쩌면 이연 작가님의 유튜브 영상과 더불어 그 어린시절 기억에서 다시 영감을 얻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를 처음시작 할 때 그랬다. 그저 감정만 토로하면서 마치 감정 쓰레기통처럼 써오던 기존의 블로그에 어느날 회의를 느끼고 좀 더 생산적이고 가치있는 방향으로 블로그를 새롭게 운영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티스토리를 열게 되었고 그렇게 매일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글쓰기'를 시도 하면서 내 생각과 가치관들을 글로써 정리해 나가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나는 타인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고 그 진정성이 몇몇 분들께 전달되어 서로 생각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그런것 처럼, 그림일기 역시 두려움 없이 그리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던 소중한 그 시절의 에너지를 다시금 소환해올수만 있다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해보게 된 것이다. 느리지만 천천히 지금까지 글쓰기를 해온 것 처럼 그림일기라고 못할게 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잘' 하고 싶은 마음 보다 '오래'하고 싶은 마음이 내겐 더 굴뚝같다.  

 

그리고 그 누가 보상해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길게, 오랫동안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영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다.

 

 

 

 

5,6년 전에 그렸던 오래된 그림 몇장들

 

 

 

이연LEEYEON - 겁내지 않고 그리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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