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탓에 낮 밤이 바뀐 원인도 있겠지만 평소에도 규칙적으로 생활하지 않는 내게 잠을 설치는 일은 정말로 흔하디 흔한 일이다. 그냥 일상다반사라고 말해두자. 그덕에 어쩌다 생긴 별명이 '간헐적 수면러' 라는 것인데 (게임 단톡방 멤버가 지어줌) 잠을 설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악몽을 꾸는날도 있을 것이고 그냥 잡다한 생각들이 마구 쏟아져서이기도 하다. 그 중 대부분은 나도 모르게 쏟아지는 생각들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걱정이 많을 때 생각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눈앞에 그렇다할 큰 걱정거리가 없을때도 생각에 늪에 빠져서는 종종 잠을 못 이루는데, 뭐랄까 겉으로 봤을땐 당장 닥친 고민이나 걱정거리는 없는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공허하고 텅 비어있는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에 마구 사로잡힐 때가 있는데 뭔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은 그것에 완전히 압도당해 버렸다는 기분이 들때 나도 모르게 또 잠을 설쳐버리게된다. 무튼 의도치않게 또 서두가 길어져버렸는데 결론은 잠이 안와서 쓰는 글이라는 걸 또 증명하고 있는 셈.
그래서 오늘 일상_공상_생각 카테고리에 "그림을 왜 그릴까요?"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 도대체 '간헐적 수면' 얘기와는 무슨 상관이라서 구구절절 이렇게 시부리는건가 싶을 수 있지만 일단은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고자 하는 말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잠들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 그 잡생각들 때문에 깊은 수면이 어려운 사람들 중에 백프로는 아닐지라도 꽤 많은 사람들이 타고나게 '예민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또 한가지는 바로 '무의식' 이라는 단어인데 대체적으로 예민한 사람이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바로 이 '무의식'에 많이 지배받고 그만큼 영향을 받기때문에 결국 이 문제에 대해서 깊게 파헤쳐 보고 면밀히 살피며 관찰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그 욕구의 흐름은 또 자연스레 '창작'으로 연결되는 것 아닐까 라는 나름의 이상한 추론을 해보았다. 알다시피 보통 낮시간 동안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의식'의 세계가 펼쳐진다면 밤에는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된 '무의식'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시간이라 볼 수 있는데, 그 무의식의 두드림에 아주 섬세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그토록 예민하게 영향을 받는 내면의 그 무의식 이란게 도대체 뭔데? 라고 골똘히 고민하고 생각하고 관찰하게 되는 것. 그리고 결국 그것을 어떻게든 표현해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는 것. 그것이 창작의 본능이며 시작점이 아닐까? 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을 왜 그릴까요?에 대한 나의 답은 '본능'이라서요. 라는 말로 스스로에게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난히 손이 간질간질 하고 입이 간질간질하고 무언가를 터뜨려내야 될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는 날이 있다. 일단 그게 헛소리든 망작이든 뭐가되든지 간에 뭐라도 싸질러야만 될 것 같은거. 정말 본능처럼 그냥 해소해야만 될 것 같은거. 글쎄 이렇게 비유해도 될 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만약 배가 아픈데 왠지 변을 보러가면 백퍼 설사 똥 쌀 것 같은 기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설사똥은 드러우니까 그냥 똥을 안싸고야 말겠다! 라고 한다고 안쌀수있는게 아닌 것 처럼 뭔가 개소리가 튀어나오고 뭘 그려도 개 똥 망작이 될 것 같지만 기꺼이 해야만 될 것 같은 그런 창작 본능도 그것과 비슷한 본능인가?
도대체 이 구구절절 논리적인 척 하면서 장황하게 써내린 개소리에 조금이라도 동의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진 모르겠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무의식'이 마냥 밝고 행복한 것들로 채워진 사람들 보다는 어쩌면 남들에 비해 슬프고 우울한 잠재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만들고 창작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되는 확률이 높은 것 같다.
옛날에도 썼던 글이지만 어디선가 들었던 '행복한 사람은 글쓰지 않는다.' 라는 우스갯 소리 농담이 어쩌면 일부분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확실한건 기쁘던 슬프던간에 내가 갖고 있는 무의식이 단순, 명료, 심플한 것이 아니란 것 쯤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관찰하고 표현해보고자 노력한다는 것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대상이 꽤나 복잡하고 설명하기 어렵고 추상적이면서 매우 감정적인 것들이기에 그런 것 아닐까. 애초에 단순한 것이라면 이렇게까지 뭔가 표현 해보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 조차도 못느꼈을테니까.
아니, 어쨌든 잠자는 시간동안 스멀스멀 차오르는 무의식의 전원을 끄는 스위치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꽤나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서 근면,성실,규칙 이 3박자를 지켜가면서 좀 더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살아갈 수도 있을텐데. 라는 투정 아닌 투정을 늦은 새벽에 지껄여본다.
그냥 이런 예민함을 타고난 사람들에게 마치 무의식의 전원을 끄는 스위치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이뤄지지도 않을 허무맹랑한 소리 보다, 무언가를 표현하고 해소하고 싶을 때, 그것이 '설사'와 같은 망작이 되질 않길 바란다면 건강하고 이쁜 '바나나똥' 싸기 위해서 끊임없이 더 표현하고 연습하라. 그리고 그에따른 만족스러운 해소감을 느껴라. 라고 말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얘기 아닐까. 아, 물론 내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Amor fati 라는 말이 있잖나. 운명을 사랑해라고 말하지, 그 누구도 운명을 거스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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