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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이야기/공상과 고찰 그 사이

미움은 오로지 홀로 남겨진 순간에만 가능했다.

by Fancy_sailor 2020. 5. 4.

분명히 화가나고 괴로웠다. 벌써 6개월 가량 지났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6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떠오를 때가 있다.' 그것은 슬픔도 아니고 기쁨도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기억의 서랍속에 있다가 예고없이 튀어나오는 그런 것이다.

 

상상속에서는 벌써 수차례 욕을하고 따귀를 갈기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는 걸 뻔히 깨닫는다. 그 이유는 당시 걔를 직접 마주할 때 마다 사실 내가 느낀것은 분노가 아니라 그저 텅 빈 마음 뿐이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었던 마음과 짧게나마 서로 설레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함께 떠올랐기 때문에 그저 미워하고 싶었지만 말처럼 그렇게 되지도 않았다. 미움은 오히려 그 어색한 대면의 시간이 한참 지나서 어느순간 나 홀로 남겨져 있을 때, 그제서야 분노와 미움이 치솟았다.

 

 

 

 

 

 

"미움은 오로지 나 홀로 남겨진 시간에만 가능한 것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또 다시 걔를 마주하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겠지. 실제로 늘 그러했으니까. 그 이후로 어쩌다 이상한 꿈을 꾸고 나면 더욱 괴로워졌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지내고 이제는 그 기억도 꽤 무뎌졌다 싶을 즈음,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었던 감정들이 꼭 한번씩 다시 존재를 확인 시킨다. 그게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새삼스레 마치 다시금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상하고 어색한 상황을 나 혼자 마주하는 것이다. 

 

나는 이상한 꿈을 꾸고 난 후, 그 여운이 한참을 가시지 않아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경험을 종종 자주 겪는다. 꿈은 무의식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들었기에, 내 무의식 속에는 도대체 내가 누르고 있는 얼마나 많은 슬프고 아픈 감정들이 존재한단 얘기일까?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 기억의 추억속에 저장된지 오래이면서도 그 '이상한 꿈'은 나를 다시 6개월전의 생생한 기억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한동안 멍하니 침대위에 앉아 그 여운을 떨치지 못하고 심란해 하다가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반복하기를 벌써 몇번째. 심지어 이별 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서도 꽤 몇년 전의 오랜 과거의 기억을 연상 시키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되면 또 다시 그때의 생생한 감정을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체험하는 것이다. 

 

이 기분도 이제 몇 분이 더 지나면 또 사라져 버리게 되는 감정이겠지. 그렇게 또 없어져 버리겠지. 그렇지만 왜 문득 문득 내 아픈 기억을 소환 당하는 경험을 꿈에서 계속 반복 하는 것인지를, 알수가 없다. 그저 청승맞게 또 눈물 한방울 주륵 흘리고 밥이나 먹으면 그만이겠지. 그래, 얼른 밥이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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