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그냥 시시콜콜한 일상적인 일기가 쓰고싶어졌다. 블로그 포스팅을 하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되었기도 하고 여러모로 '글쓰기'를 하지 않은 지 너무 오래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튼, 한때 네이버 블로그를 개인적으로 운영했을 때는 거의 100% 가까이 사적인 내용과 주제들을 가지고 일상을 끄적였었는데 티스토리 블로그로 옮겨 오면서부터 좀 더 유익하고 생산적인 글쓰기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주로 책이나, 영화, 혹은 전시 리뷰들을 작성했고 그 외에 가끔씩 심리와 관련된 포스팅을 하면서 '정보제공'에 초점이 맞춰진 글쓰기를 하다보니 어느순간 왠걸,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이 아닌 글쓰기는 아예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보제공의 역할을 하는 칼럼 및 리뷰식의 글쓰기와 개인의 에세이 및 일기 형식의 글쓰기는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둘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일단 맨 처음 네이버 블로그에 아주 사소한 시시콜콜한 일상을 담았을 때, 거의 비밀 일기장과도 다름없는 블로그를 운영했을 때의 장점이라면 아마 순간의 사소한 감정들이나 누군가에게 쉽게 말 꺼내기 어려운 나의 생각과 비밀 같은 것들을 여과없이 적나라 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것이었고 그러한 캐캐묵은 감정들을 나름대로 해소한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꼭 장점으로만 발휘된 것은 아니었다. 일단 단점은 꼭 익명성이어야 한다는 부분이 있었고 (다소 자극적인 이야기나 주제들 때문에, 또는 너무나도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또 한편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그저 감정 소모에 지나치지 않는, 마치 블로그를 내 감정 쓰레기통 마냥 쓰게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마 후자의 단점이 어느순간 너무 맘에 들지 않아서 (평소 해오던 글쓰기 방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현타) 그 즈음 구글 애드센스 라는것을 발견하고 티스토리를 시작하게 되었고 좀 더 생산적이고 건강한 글쓰기로 꾸며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서 나름대로 그런 목적과 용도에 맞게 블로그를 운영했고 꽤 용돈벌이 정도 되는 수입들을 벌어오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애드센스 수익을 아예 신경도 쓰고 있지 않을 정도로 수익형 블로그 운영에 거의 관심이 저조한 상태인데, 또 그렇게 '생산적' 글쓰기라는 성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생산적 또는 정보 제공의 성격을 띄지 않는 글은 어느순간 아예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바쁜 하루를 살아가면서 순수한 글쓰기에 집중 할 시간과 여력이 없었던 것도 맞지만 '정보 제공', '생산적' 글쓰기 라는 형식에 또 너무 과몰입 하게 되면서 이따금씩 쓰는 시시콜콜한 일기나 순수한 글들을 아예 작성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과연 이것은 나의 글쓰기 습관을 건강하게 향상시킨 것일까 혹은 되려 퇴보하게 만들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건강한, 유익한 글을 쓰겠다는 나의 완고한 목적이 되려 글을 잘 쓰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 준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우스운 부분이다.
아무튼, 이런 현상을 보면서 역시나 '중간'을 잘 유지 하지 못하는 나의 고질적 성향에 대한 파악이 또 한번... 이전의 네이버 글쓰기를 할 때는 너무나 감정에만 치우쳐진 글들에 스스로 혐오감을 느껴서 그만 두었고,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다양한 생산적 글쓰기를 하면서 개선했지만 또 한번 알 수 없는 '완벽주의'적인 감정에 젖어들어서 완벽하지 못할 포스팅은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 그러한 좋지 못한 버릇이 튀어 나오게 되면서 가볍고 시시콜콜하게 작성하는 글들은 아예 시도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글을 그다지 쓰지 않는 현상으로 나를 내몰아 버리게 된 희안한 현상.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은 감성과 이성이 적절히 버무려진 글쓰기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업무를 수행하는 것 마냥 딱딱하게 정보성만 있는 그러한 글들을 포스팅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내게 너무 힘든 고역이고, 그렇다고 두서없는 감정적인 글들만 싸지르는 것 역시도 감정쓰레기통 같은 것에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결국 이 두 가지 간극 사이에서 적절히 밸런스를 유지하며 좋은 글쓰기 습관을 유지 할 수 있는 컨트롤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현생 바쁘다는 이유로, 그리고 다른 여러가지 환경적인 감정소모들로 인해서 그동안 나도 모르게 글쓰기를 소홀 해 왔던 점들을 반성하면서 오랜만에 시시콜콜한 일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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