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6~p.7 까지

 

outskrts : 도시나 마을의 중심지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

serve as : ~로서 역할을 하다, ~의 역할을 하다.

secondary center : 제 2중심지, 보조적인 중심지

storefront : 가게(점포)앞에 딸린 공간, 상점(점포)

 

ex) H Marts are usually situated on the outskirts of the city and serve as a secondary center for strip malls of Asian storefronts and restaurants that are always better than the ones found closer to town.

- H마트는 대개 도시의 외곽에 위치하며, 아시아 상점과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스트립 몰의 제2 중심지 역할을 한다. 이곳의 음식점들은 도심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보다 항상 더 나은 경우가 많다.

 


 

 

stir fry : 채소나 고기 다진 것을 기름과 함께 재빨리 볶다.

anchovy : 멸치

ex) stir-fried anchovy : 볶은멸치

 

 

stuffed cucumber : 속을 채운 오이 *(오이소박이)

 

 

joint : (비격식적 표현) 식당, 업소

bell pepper : 피망

wilted : 살짝익힌, 데친

bean sprouts : 숙주나물, 콩나물

stink eye : 불쾌감을 담은 시선, 기분 상한 표정

 

ex) This isn't like the sad Asian fushion joint by your work, where they serve bell peppers in their bibimbap and give you the stink eye when you ask for another round of wilted bean sprouts.

- 여기는 당신이 일하는 곳 근처의 슬픈 아시아 퓨전 음식점과는 다르다. 그곳은 비빔밥에 피망을 넣고, 시들어버린 콩나물 추가를 요청하면 찡그린 표정을 짓는다. 

 

 


 

 

mark your path : 길을 표시하다.

ex) You'll know that you're headed the right way because there will be signs to mark your path.

-길을 표시하는 안내판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당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pilgrimage : 순례, 성지

awning : (창이나 문 위의) 차양, 가리개

ex) As you go farther into your pilgrimage, the lettering on the awings slowly begins to turn into symbols that you may or may not be able to read.

- 순례를 계속하다 보면, 차양에 적힌 글자가 점차 기호로 바뀌기 시작하고, 그 기호는 읽을 수도 있고 읽지 못할 수도 있다.

 

 


 

 

put to the test : 시험대에 올려지다, 시험받다, 검증받다

ex) This is when my elementary-greade Korean skills are put to the test how fast can I sound out the vowels in traffic?

- 이때가 바로 제 초등학교 수준의 한국어 실력을 시험받는 순간입니다. 교통 상황에서 모음을 얼마나 빨리 소리 낼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오르는 거죠.

 

 

 

optometrist's office : 안과 혹은 안경원

 

A couple for blocks in, and we're in the heart of it.

조금만 더 가면 우리는 그 중심부에 도착합니다.

 

Swarm: /swɔrm/ (곤충 등의) 떼, 무리

Crisscross: /ˈkrɪsˌkrɔs/ 엇갈리다, 교차하다

Assortment: /əˈsɔrtmənt/ 다양한 것들의 모음, 종류별 배열, (상품의) 구색

Glyphs: /ɡlɪfs/ 문자나 기호의 형태로, 특히 고대 문자나 상형문자의 상징적 표기

Graphemes: /ˈɡræfiːmz/ 문자나 기호의 가장 작은 단위로, 음소나 의미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기호

 

ex) Everyone is Asian, a swarm of different dialects crisscross like invisible telephone wires, the only English words are HOT POT and LIQUORS, and they're all buried beneath an assortment of glyphs and graphemes, with an anime tiger or a hot dog dancing next to them.

- 모든 사람들이 아시아인이고, 다양한 방언이 보이지 않는 전화선처럼 엉켜 있으며, 유일한 영어 단어는 'HOT POT'과 'LIQUORS'뿐이다. 이 단어들은 다양한 기호문자 아래에 묻혀 있고, 그 옆에는 애니메이션 호랑이 또는 핫도그가 춤추고 있다. 

 

 


 

appliance shop : 가전제품

H mart complex : H마트 복합단지

mucin : 점액물질

 

 

 

vaguely : 모호하게, 흐릿하게, 약간

placenta : 태반

boast : 뽐내다, 자랑하다

 

ex) there's beauty counter where you can buy Korean makeup and skin-care products with snail mucin or caviar oil, or a face mask that vaguely boasts "placenta"

- 여기에는 한국 화장품과 피부 관리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뷰티 카운터가 있다. 제품에는 달팽이 점액이나 캐비어 오일이 포함되어 있거나, '태반'을 모호하게(은근히, 암시적으로) 자랑하는 얼굴 마스크도 있다."

 


 

pseudo : 가짜의, 유사한 /ˈsuːdoʊ/

Array : 다양한 종류나 배열

Fresh bounty : 신선한 수확물, 농산물

stalls : 가판대, 작은 매대

dedicated : 헌신하는, 특정 목적에 전념하는

ex) One is dedicated to sushi : 스시 전용인

 

 

Bubbling soups: 끓어오르는 국물. 국물이 끓고 있는 상태

Earthenware pots: 도자기 냄비. 흙으로 만들어진 전통적인 냄비

Mini cauldrons: 작은 주전자. "Cauldron"은 대개 큰 솥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mini"가 붙어 작은 크기의 주전자를 뜻

Ensure: 보장하다. 어떤 상태나 결과가 확실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다.

Past arrival: 도착한 이후. 음식이 도착한 시점 이후의 시간을 의미

 

ex) Bubbling soups served in traditional earthenware pots called ttukbaegis, which act as mini cauldrons to ensure that your soup is still bubbling a good ten minutes past arrival,

- 전통적인 도자기 냄비인 뚝배기에서 제공되는 끓어오르는 국물은, 작은 솥처럼 작용하여 도착한 지 10분이 지나도 여전히 끓어오른다.

 


 

 

Cracked in: "Cracked in"은 "깨뜨려 넣다"라는 뜻. 예를 들어, 라면에 계란을 깨서 넣는 경우. /krækt ɪn/

Housed in a thick (/haʊzd ɪn ə θɪk/) : "Housed in a thick"는 "두꺼운 것 안에 담겨 있다"는 의미. 예를 들어,

만두가 두꺼운 반죽 안에 싸여 있는 상태.

Cylindrical (/sɪˈlɪndrɪkl/) : "Cylindrical"은 "원통형의"라는 뜻. 물체가 원통 모양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떡볶이의 떡이 원통 모양일 때 사용됨.

Paste: "Paste"는 "페이스트" 또는 "반죽"을 의미. 보통 고체와 액체가 혼합된 상태로,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점성이 있는 혼합물. 예를 들어, 고추장은 달콤하고 매운 페이스트입니다.

 

ex) There's stall for Korean street food that serves up Korean ramen (basically just Shin Cup noodles with an egg cracked in); giants steamed dumplings full of pork and glass noodles housed in a thick, cakelike dough; and tteokbokki, chewy, bite-sized cylindrical rice cakes boiled ina stock with fish cakes, red pepper, and gochujang, a sweet-and-spicy paste that's one of the tree mother sauces used in pretty much all Korean dishes.

- 한국 길거리 음식을 제공하는 매대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한국 라면(기본적으로 신라면 컵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 두툼하고 케이크 같은 반죽 안에 돼지고기와 당면이 가득 들어간 거대한 찐 만두, 그리고 떡볶이(쫄깃하고 먹기 좋은 크기의 원통형 떡을 어묵, 고추가루, 고추장과 함께 육수에서 끓인 것)를 제공합니다. 고추장은 달콤하고 매운 페이스트로, 거의 모든 한국 요리에 사용되는 세 가지 기본 소스 중 하나입니다.

 


 

역시나 또 겨우 한페이지 안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모르는 단어들의 향연ㄷㄷ 아시아 식당, 한식에 대한 얘기들이 많다보니 다양한 식료품에 대한 단어나 음식의 조리법, 형태를 설명하는 디테일한 단어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래서 원서 읽으면 도저히 그냥 모르는 단어들을 모른척 하고 너어갈수가 없는거다.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서 매일매일 원서읽기 도전으로 선택한 두번째 책은 "Crying in H Mart"이다. Michelle Zauner라는 미국계 한국 혼혈(?) 뮤지션이 쓴 책으로, 돌아가신 한국인 엄마와의 추억을 자세히 써내려간 에세이. 한국 음식으로부터 그녀가 느끼는 엄마에 대한 향수와 그리운 감정 등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완전히 한국인 입맛에 맞춰 길러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자신의 음식 입맛, 취향에 크나큰 영향을 준 어머니를 추억하며 이 에세이를 발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정서적인 감성과 표현들이 굉장히 많고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내용이라서 원서읽기로 도전하기에 꽤나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심각한 어휘부족으로 모르는 단어들이 빼곡한 탓에 하루에 한챕터씩 진도를 빼고자 했던 목표는 완전히 무산되고ㅋㅋ 하루 한장씩만 읽어보자. 라고 대폭 목표치를 줄였다. 심지어 이것도 쉽지않다는게 함정... 

 

아무튼 성격상 모르는 단어를 그냥 지나치고 도저히 못읽는 성격이라, (보통 영어원서읽기 연습하는 분들 얘기를 보면 모르는 단어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으면 너무 힘들어서 절대 책을 완독할 수 없기 때문에 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대충 맥락으로 의미를 이해하고 넘어가라 하는데 나는 성격상 그게 안된다는것을 깨달음...) 그냥 하루 한장씩 마치 학습하듯 정확히 읽고 아주 천천히 책을 읽어 나가는게 나와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무늘보 속도로 읽는것을 그냥 택했다.

 

 

ㅎㅎㅎㅎㅎ

 

 

아직 채 몇장 안읽었지만 앞으로 포스팅 하나하나 올리면서 모르는 단어나 표현들을 정리해서 올리려고 한다.

부디 완독할수 있기를 희망하며...... (과연)...

 

 


 

 

~p.6까지

 

parachute kids"Parachute kids"는 저자가 만들어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는 용어. 이 용어는 부모가 직장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면서 자녀를 본국에 남겨두거나, 자녀를 유학 보내고 부모는 본국에 남아있는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됩니다. "Parachute kids"는 보통 미국이나 다른 서구 국가로 유학 온 아시아계 아이들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며, 부모가 자녀를 마치 낙하산처럼 떨어뜨리고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flock to : 특정 장소나 사물을 향해 대량으로 모이거나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H Mart is where parachute kids flock to find the brand of instant noodles that reminds them of home."

 

distinctly : 뚜렷하게, 분명히, 확실히

 

prop : 놓다, 두다, 진열하다.

ex) "They don't prop Goya beans next to bottles of sriracha here."

 

Mince : (고기 등을) 갈다 / Minced : 다진, 다져진 /mɪnst/

 

Chives : 쪽파 /tʃaɪvz/

ex) I spent at the kitchen table folding minced pork and chives into the thin dough.

 

Sobbing : 흐느껴 우는

 

Caucasian : 백인

 

heritage : (국가, 사회의) 유산

 

disavow : 부인하다 (지식,책임 등을)

 

cryptic : 수수께기같은, 아리송한

ex) Korean people tend to disavow measurements and supply only instructions along the lines of "add sesame oil until it tastes like Mom's)

 

reverence : 숭배, 존경, 경외심

predisposition : 성향, 경향, 소인 등 (선천적이거나 유전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우에 많이 쓰임)

= casual한 버전 : tendency, inclination

ex) This meant a reverence for good food and a predisposition to emotional eating.

 

piping : 매우 뜨거운, 끓는

 

inedible : 먹을 수 없는, 못 먹는 <-> edible : 먹을 수 있는

casual한 버전) not edible, not fit to eat

ex) Stews had to be piping hot or they might as well have been inedible.

"찌개가 뜨겁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prep : 준비하다

 

ludicrous : 터무니없는, 황당한 (=ridiculous)

 

affront : 모욕, 마음의 상처?, 모욕적이거나 도전적인 상황을 나타냄 (=insult, challenge)

ex) The concept of prepping meals for the week was a ludicrous affront to our lifestyle.

"일주일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우리 생활방식에 터무니없는 도전, 모욕이었다."

 

relish : 즐기다, 좋아하다 (=enjoy, savor)

 

in accordance : ~에 맞춰

ex) We relished it until a new craving emerged. We are in accordance with the seasons and holidays.

 

strips : 얇은 조각

 

deck : (배)갑판

 

hearty : 영양이 많은, 든든한, 건강한

 

postpartum : 산후, 출산후

ex) We'd bring our camp stove outdoors and fry up strips of fresh pork belly on the deck.

ex) On my birthday, we ate miyeokguk a hearty seaweed soup that Koreans that women are encouraged to eat postpartum and that Koreans traditionally eat on their birthdays to celebrate their mothers.

 

cruel:잔혹한, 잔인한

 

intractable : 아주 다루기 힘든, 고집 센 (<-> tractable)

 

radiating : 내뿜다, 방출되다, 퍼지다

 

fondle : 쓰다듬다, 애정을 담아 취급하다, 애무하다

ex) No matter how critical or cruel she could seem-constantly pushing me to meet her intractable expectations. (그녀의 고집 센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I could always feel her affection radiating from the lunches she packed and the meals she prepared for me just the way I liked them. I can hardly speak Korean, but in H Mart it feels like I'm fluent. I fondle the produce and say the words aloud.

 

puffed : 튀긴

ex) how to use it as a spoon to shovel caramel puffed rice into my mouth.

 

ineviably : 불가피한, 필연적인

ex) how it ineviably fell down my shirt and spread all over the car.

 

embody : 상징, 구현하다 (어떤 개념이나 감정을 실제로 표현하거나 나타내는 것)

ex) I wanted to like all the things she did, to embody her completely.

 

grief : 슬픔, 비탄, 비통

 

arbitrary : 무작위적인, 임의적인, 제멋대로인

 

comes in waves : 파도처럼 밀려온다

ex) My grief comes in waves and is usually triggered by something arbitrary.

 

double-fisting : 두 손에 각각 물건을 쥐고 있는 상태

ex) but catch me(여기서는 나를 보게되면? 보게 된다면) at H Mart when some kid runs up double-fisting plastic sleeves of ppeongtwigi and I'll just lose it.

"하지만 H 마트에서 어떤 아이가 두 손에 뻥튀기를 가득 쥐고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무너져버린다."

 

discarding : 버리다, 폐기하다

 

mussel : 홍합 shells : 껍질 /mʌsəl/

 

tin : 통조림, 깡통, 철

ex) I'll cry when I see a Korean grandmother eating seafood noodles in the food court, discarding shrimp heads and mussel shells onto the lid of her daughter's tin rice bowl.

 

frizzy : 곱슬곱슬한 머리

 

protruding : 볼록하다, 돌출되는, 튀어나온

rust : 녹슬다, 부식하다

ex) Her gray hair frizzy, cheek-bones protruding like tops of two peaches, tattooed eyebrows rusting as the ink fades out.

 

wound up : (wind up의 과거) : 결국 ~ 하게 되다.

ex) If she'd have wound up with the same perm that every Korean grandma gets, as though (=as if) it were a part of our race's evolution.

 

arms linked : 팔장을 낀

ex) I'll imagine our arms linked, her small frame leaning against mine as we take the escalator up to the food court.

 

rooted : 고정되어 있다, 뿌리박혀 있다.

ex) her image of New York still rooted in the era of "Breakfast at Tiffany's."

 

pluck : 손가락으로 뽑다, 제거하다.

pluck something off : ~을 손으로 뽑다 제거하다.

lint off : 보풀을 제거하다 (Lint : 보풀)

pick on : 지적하다, 트집 잡다.

slumped : (어깨 등이) 내려앉은, 축 처진

ex) She'd pluck the lint off my coat and pick on me how my shoulders slumped.

 

slurp : (무엇을 마시면서) 후루룩 소리를 내다. 후루룩 마시다

ex) Why is she here slurping up spicy jjamppong noodles and my mom isn't?

 

irrationally :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다.

ex) Sometimes it helps to irrationally blame someone for it.

 

collide (컬라이d) : 충돌하다, 부딪치다

ex) I'm colliding with a wall that won't give.(양보하지 않는, 물러서지 않는)

 

ram into : ~을 들이받다

ex) There's no escape, just a hard surface that I keep ramming into over and over.

 

immutable : 변경할 수 없는, 불변의

ex) a reminder of the immutable reality that I will never see her again.

 

 

 

 

 

 

리뷰를 쓰기에 앞서서 지금 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여러 전시들 중에서도 이 <능수능란한 관종> 이라는 전시가 현 시대 젊은이들의 문화와 이슈들을 잘 반영한 가장 '트렌디'하고  MZ스러운 감각적인 전시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성세대 작가들 뿐만 아니라 인스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막 떠오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따끈한 작품들이 함께 혼합되어있어 굉장히 흥미로우면서 트렌디한 센스와 감각이 돋보이는 전시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내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전시란 바로 이런것이다. 그 시대에 가장 화두가 되는 이슈, 문화, 갈등, 트렌드 이런것들을 잘 자극하고 건드리면서도 너무 가볍지도 않고 그런 주류 문화들이 우리에게 남기는 이점이 뭔지, 또 어떤 것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등등에 대해서 사고하고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만드는 그런 전시 말이다. 

 

 

 


"관심받는게 좋아요, 관종은 뭘 의미하는걸까?"

 



이 전시의 주제는 '관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있다. "능수능란한 관종". 뭔가 이름만 들어도 관종미가 뿜뿜 넘치는 느낌을 자아내는 기분이 든다. 대게는 '관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하지 않나. 흔히 저새끼 저거 원래 좀 관종이야. 이런 식으로 관심에 굶주린 정신나간 미친사람마냥 취급하듯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아티스트, 인플루언서들은 바로 그런 '관종력'이 없다면 사실상 종사하기 불가능한 직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런 관종력을 잘 가꾸고 브랜딩화 하는것이 요즘 사회에서는 이것도 하나의 마케팅 능력으로써 인정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관종'이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것인가 부정적으로 볼 것인가 참으로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 전시의 매력적인 작품들 이외에도 사실 이 주제를 매우 설명적으로 자세히 이야기 해주는 책자를 읽으며 깊은 영감을 받았다.  

 

 

 

 

위의 책자들은 전시관에서 무료로 가지고 올 수 있으니 꼭 챙겨오기를 추천한다. 위의 책자들 중 나는 '김준혁'님이 쓴 "관종은 무엇일까?"라는 글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는데 현대사회에 있어서 관종, 즉 관심을 갈구하는 행위라는 것은 결국 '생존력'에 대한 갈구로 동일시 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어쩌면 이 포스팅은 이 짧은 책자를 위주로 한 리뷰일지도 모르겠다. 

 

 


 

 

"관심을 바라는 배경은 기회의 불균형이 만든 경쟁이다."

 

첫 단락이 이렇게 시작한다. 일단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유전자 번식을 통한 자기복제라는 개념에서 매우 본능적으로 관심을 바라는 것인데 생물의 존재 이유를 '유전적 불멸'에 있다고 했을 때 매우 원초적으로 타인을 향한 관심의 근원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먼저 이해해볼 수 있는 것이다.  즉 나의 유전자가 번식에 성공하지 못한채로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흔히 요즘 말로 얘기하는 '도태'되어 멸종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필사적으로 관심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쟁을 만드는 진짜 근본적인 원인을 성비의 불균형 보다 '기회의 불균형'에 더욱 더 큰 초점을 맞추고 본다는 부분이다. 사실 만약 세상의 암수의 성비가 아주 완벽한 비율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바람대로 한명에 한명씩 알맞게 서로에게 관심을 주고받는 이상적인 현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월한 조건과 능력을 갖춘 자들이 관심과 인기를 독점하고 독차지한다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자연의 법칙 같은것이니 말이다. 그럼으로 쓰니는 성비의 불균형 보다도 기회의 불균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 불균형을 그나마 상식적으로 맞춰주기 위하여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문명사회에서는  일부일처제 라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게 아니겠는가. 

 

 

"관심을 바라는 이유는 자기를 유지하려는 본능이다."

 

그러나 이 단락에서는 인간이 관심을 갈구하는 이유가 유전자의 불멸을 바라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다시금 주장한다. 즉 종족번식만이 이유가 아니라는 거다. 현대사회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을 많은 어려움들 중에서도 몇가지 손꼽을 수 있는 것들을 말하자면 예를들면 실업난으로 인한 경제활동의 어려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더 나아가서 국가적으로는 자원고갈과 기후 재난 등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의 미비. 이런 것들은 결국 사회에서 생존해 나가는데 있어 '난이도'를 결정짓는 주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난이도를 버텨내지 못한 자들은 쉽게 소외되고 결국 소외된다는 것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그것은 또 생명유지 즉 나를 유지하려는 힘과 직결되어 심리적으로 생명 연장에 불리함, 어려움을 느낄 때 인간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삶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번식욕 뿐만이 아니라 '나를 연장하고 유지하려는 본능'으로 부터 멀어지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 인간은 가장 초조해지고 괴로워진다. 내가 안전하다 라고 느끼지 못하는것,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지 못한 것, 적절히 관심 받지 못하는 것 이런것들이 나의 생명 유지 본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 새삼 흥미로운 부분이다. 나는 요즘의 젊은이들은 종족 번식 실패에 대한 불안함보다 바로 이 자기유지본능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부터 압도적인 스트레스를 받는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종을 가르는 기준은 부정과 악감이다."

 

이런 원인들을 두루 살펴보았을 때 사실 관심을 바라는 행위 자체에는 결코 문제가 없다. 매우 본능적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관심과 애정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관종'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어감은 사실 부정적인 느낌에 가깝다. 흔히 도가 지나친 병적인 관심을 바라는 사람들을 향한 감정인데, 그래서 도대체 왜 이렇게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관종'을 혐오하기 시작했으며,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는가. 관심 병자, 관심 종자 라고 칭하게 된 원인이 뭘까?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의구심이 생긴다. 여기서 바로 글쓰니가 주장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관종'의 다섯가지 조건에 대해서 나는 매우 크게 공감하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글쓴이가 주장하는 다섯가지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기회의 불균형이 만든 경쟁 아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만을 유지하려는 자

2. 자기를 유지한 조건이 충분함에도 동종에게 기회를 나누지 않는 자

3. 그것이 생물로서 본능이라 여기며 자신의 지능을 그러한 본능을 억누르는데 사용하지 않는 자

4. 관심 밖에 놓인 이들을 돌보고자 지능으로 만든 질서를 어지럽히는 언행을 일삼는 자

5. 그런 삶을 사는 자기에게 긍정과 호감에 기초한 관심을 주길 바라는 자


 

 

나는 이 다섯가지 촌철살인과 같은 조건들을 나열한 글쓰니의 깊은 통찰과 예리한 관찰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뭔가 모두가 본능적으로 느껴왔지만 뚜렷하게 형용하지 못했던 '관종'에 대한 왠지모를 부정적인 감정과 불편한 생각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정확하게 다섯가지 예로 완벽하게 설명한 것이 매우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저 다섯가지 조건에 해당하는자로 높은 확률로 '나르시시스트'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내가 극도로 상종하기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들이 어쩜 '관심종자'와 이렇게도 데칼코마니 같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있을까 라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관람객들에게 당신은 어떠한 기준으로 '관종'을 가를것인가?에 대해서도 동시에 질문하고 있다. 나의 경우에도 글쓰니와 매우 밀접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인간의 성향은 각자의 개성으로 인정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만 타인에게 직, 간접적으로 불편한 영향을 주는지 정신적이든 물리적으로든 불쾌감을 주고 피해를 주는가. 그리고 그렇게 피해를 끼치는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사람, 즉 자신만 생각하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불편함과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물불 가리지 않는 비도덕적 인간인가 등등 이러한 여러 기준에 따라서 그 사람의 고유 성향을 개성으로 인정할 가치가 있냐 없냐를 판가름 하는 편이며 쓰니가 제시한 다섯가지 조건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귀여운 관종, 밉지않은 관종 이라는 것은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적정 바운더리 안에서 자신의 자유와 관심의 갈구를 추구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에게 하는 말일것이며 말 그대로 관심종자, 병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매우 양심이 없으며 뻔뻔한, 이기적인 사람들을 향해 일컫는 말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관심을 바라고자 하는건 인간의 타고난 본능과 같은 것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중에 공감도 지능이라는 말이 많지않나. 지능과 공감을 갖춘 진화한 인간이라면 건설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관심을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적절한 예로 유튜브 조회수에 광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도덕적인 선을 넘는 유튜버 아니, 사기꾼들이 도처에 깔려있지 않은가. 동물 구조 영상으로 사람들의 연민과 동정을 사서 조회수를 올리겠다는 목적으로 일부러 동물을 잡아다가 구해주는 것 처럼 자작극을 꾸미는 채널이라던지 한때는 틱장애가 있는 장애인 흉내로 돈벌이를 했던, 논란이 된 유튜버 등등. 그런 의미에서 예술과 창작활동은 매우 지적인 버전의 관종 행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종종 사회적 금기를 향한 도전 정신을 담은 도발적인 아티스트들 역시 존재하지만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파렴치한 관종들에 비교하면 그들은 매우 양반인 셈이다.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합리적인 선 안에서 관종력을 추구할 수 있는가에 가장 도가 튼 부류들이 바로 아티스트들 아닐까.  바로 이 전시에서 말하는 '능수능란한 관종'이란 그들은 뜻하는것일지도 모르겠다. 

 

 

 

https://www.busan.go.kr/moca/exhibition01/1610737

 

현재전시 - 능수능란한 관종 : 부산현대미술관

내용 《능수능란한 관종》은 현대 사회에서 관심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시대 예술의 관점에서 탐구한다. 전시는 관종이라는 다소 과격한 용어를 넘어 관심을 추구하는 행위가

www.busan.go.kr

 

애인에게 폭행을 당한 직후에 자신을 촬영한 낸골딘의 작품

 

 

 

 

 


<낭만 제작소 : 낭만 영화제>

 

 

어언 몇개월만에 포스팅한다. 언제가 마지막 포스팅인지도 기억 안난다. 쓸만한 리뷰들이 몇가지 쌓여있긴 하지만 현생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보니 무튼 어언 몇개월만의 포스팅이 되었는데 부산 서면에 위치한 <낭만제작소>라는 커뮤니티에 대한 리뷰글을 써보고자 한다. 사실 지인이 최근 운영을 시작하게 된 곳이라 초대를 받아 다녀오게 되었다. 실제로 소모임에서 운영중인 커뮤니티이므로 누구든 참여나 가입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컨택이 쉽게 가능하다. 아무튼 옥탑방을 아기자기하게 개조한 작은 영화관람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날 참석인원들끼리 함께 모여서 운영자가 선택한 영화를 같이 관람하고, 영화관람이 끝나면 영화에 대한 소감들을 각자 간략히 얘기하며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는데에 초점이 맞춰진 모임이다. 주로 연령대는 2-30대로 이루어져있고 이제 막 오픈한 모음이지만 다른 소모적인 모임들에 비해서 꽤나 건전하면서도 말 그대로 낭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운영진의 깊은 뜻(?)이 꽤나 잘 담겨 있는 소박하고 귀여운 장소다.

 

 

 

 

 

이날 관람한 영화는 <굿모닝 애브리원>이었고 참가인원은 운영진 제외하고 3명으로 굉장히 소소한 인원이 모여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그리고 참가비 15,000원을 내면 운영진이 직접 요리한 가벼운 메뉴와 함께 맥주캔이 제공되어 입 심심하지 않게 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이날 나초에 참치 및 고기를 곁들인 메뉴가 제공되었는데 영화보면서 나는 아마 2~3그릇 정도 해치웠던 것 같다. 그러고도 뭔가 약간 심심한 기분이 들어서 나중에 배달음식을 시켜먹긴 했지만 날마다 이렇게 뭔가가 제공되진 않고 그날 참가 인원이나 상황에 따라서 모임이 빨리 종료되기도 하고, 남은 인원끼리 더 담소를 나누다 가기도 하고 그렇게 진행 되는 것 같다. 이날은 굉장히 소규모의 인원이 모여서 영화 보고 난 후 간략한 소감 발표 후에 좀 더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이런 저런 잡다한 얘기들을 나누다가 해산한 날이었다. 

 

 

 

사람들이 남겨놓은 영화 관람평

 

 

영화를 관람하고 나면 작은 메모지에 관람 소감을 간략히 작성하고 한명씩 돌아가면서 소감을 나누는데, 꽤나 진지한 자세로 영화를 관람하고 소감을 말해주는 모습들이 인상깊었다. 이 날 영화에 대해서 나의 소감은, 전형적인 미국 상업 로맨스 코미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조금은 뻔한 클리셰들이 곳곳에 많이 있었지만 가끔은 그런 것들이 상업 영화를 관람하는 편안한 즐거움인 것 같기도 하며 나름 킬링타임으로 즐기기에 나쁘지않았던 오락영화 였던것 같다. 정도로 의견을 나눴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나름 비슷한 관람평들을 공유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의 선택에 대해서는 서로 약간의 의견이 엇갈렸는데, 바로 그런점들을 얘기하고 공유하기 위한것이 여기 <낭만제작소 : 낭만영화제>의 취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뒷마당에는 이렇게 펜션마냥 공간이 꾸며져 있는데 옥탑방의 매력이라면 역시나 넓디 넓은 옥상. 이날은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실내 히터를 켜야 할 정도였지만 날씨가 좀 풀리면 뒷공간에서도 사람들끼리 맛있는걸 먹으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야말로 후리후리한 낭만이 있는 장소였다. 

 

운영자 왈, 본인에게는 나름의 자아실현 같은 공간이라고 썰을 풀었는데 소박하지만 작은 커뮤니티를 이룰만한 장소를 하나 만들었다는 것이 어쨌든 꽤나 의미있는 작업일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모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공간을 대여하는 수익 목적으로도 사용할 거라고 하니, 그렇게 허무맹랑하게 '낭만'만 추구하는 공간은 아닌 셈. 사실 나 역시도 내 개인 작업실이나 사람들이 오고가는 작은 소통 공간에 대한 로망을 꿈꾸고 머릿속으로 그려본적이 있는데, 의외로 그것에 대한 허들을 너무 높게 생각하거나 혹은 완벽함에 대한 추구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아주 작지만 소박하게 시작을 먼저 해본다는 것이 의의가 있는거니까. 사실 소박하다는 말을 많이 언급했지만 이것 저것 리모델링과 필요한 구비 소품 비용들 생각하면 그래도 그렇게 만만한 비용은 아닐터. 아무쪼록 즐거운 공간이 되길 바라며 오래도록 운영되기를 응원해본다. 

 

 

 

 

 

 

 서면 '매드피자'건물 5층에 위치해 있다. 

https://naver.me/GkkZ1Cbi

 

네이버 지도

낭만제작소

map.naver.com

 

 

 

Past Lives, 2023
 
개요 미국로맨스/멜로 외 감독 셀린 송 출연 그레타 리유태오존 마가로, 문승아 더보기

 

 


 

 


지지리 궁상남인가 vs 로맨스가이인가

그 사이 어딘가의 경계

 

 

여러모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 없이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확실한건 절대 토종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는 아닐것이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셀린 송'이라는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이었으며 내가 절대 토종 한국인 감독이 아닐것이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다루는 주요 키워드와 소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흔하디 흔한 동양적 소재를 다뤄내는 스토리텔링 방법 역시도. 그것은 바로 '인연' 이라는 키워드와 '환생'과 같은 불교적인 윤회사상에 대한 부분, 그리고 또 하나 '첫사랑'이라는 단골 소재였는데  물론 동양에서도 이 흔한 소재들을 가지고 만든 매력적인 여러 영화들이 있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해당되지 않았다' 라고 얘기하고 싶다. 

 

'환생'이라는 주제는 곧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타임슬립 영화와 연결될 수 있는데 한국 영화들 중에서는 '시월애', '동감' 이런 영화들이 생각난다. 특히나 이 패스트라이브즈 역시도 로맨스 영화이니, 환생이라는 주제와 연결되는 한국 로맨스 영화중에서 골라본다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 작품은 저 두가지이다. 내가 언급했던 두 영화 시월애, 동감과 이 영화의 차이점은 전자의 영화들은 타임슬립을 주제로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 영화였지만 (공상과학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실제로 시간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속에서 두 주인공은 본인들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서 '인연'과 '환생'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동양 철학적인 사상으로 깊은 고찰을 나누는 대화들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 때문에 결국은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 라고 개인적인 평을 내려본다.

 

동양의 기준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조금은 뻔한 주제들로, 그저 이 소재를 가지고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인물의 모습을 영화 내내 보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 내용이 굉장히 흥미롭거나 참신했다면 구구절절 많은 대화들이 나열되는 구성의 영화라 할지라도 재미있게 보았을 수 있었을법한데 아쉽게도 내 머릿속에는 알수없는 물음표만이 맴돌았던 기분이다. 아마 이 영화는 감독의 개인적인 자전적인 스토리와 경험, 가치관이 깊게 물들어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유전적으로 한국계 피를 동시에 가지고는 있지만 완전히 캐나다인으로써의 정체성과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이방인으로써 그녀가 보는 동양사상에 대한 신비로움과 호기심, 그리고 첫사랑이라는 풋풋한 정서까지. 그녀가 지니고 있는 동양 사상에 대한 환상과 첫사랑, 등등 여러 키워드들의 약간은 지루하고 혼잡한 콜라보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본인의 호기심과 환상으로 버무려 낸 그녀의 소녀감성이 깃든 영화 한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하지면 작품성으로써는 큰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지 않았나. 라는 아쉬운 소견을 남겨본다. 

 

 

 

 

극 중에서 해성과 나영은 천천히 느린 말로 꽤나 많은 대화들을 나눈다. 사실 이들이 나눈 그 많던 대화들 중 그렇게 내게 와닿는 특별한 대사가 별로 없었다는것도 희안한 일이다. '해성'은 한국인 그 자체로 등장한다. 어린시절 같은 학교,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였던 둘은 나영의 이민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둘은 성인이 되어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이 닿게 된다. 그와 그녀는 거의 매일같이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랜선연애 같은 관계를 이어가는데, 그들은 서로에게 "한국에 와.", "뉴욕에 와." 라며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툭툭 메시지를 던지지만 둘 다 "내가 왜?"라는 건조한 대답을 통해서, 굳이 서로가 각자가 살고 있는 나라에 가야할 어떠한 이유와 연고도 찾지 못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서로의 거리에 대한 비현실적인 관계를 자연스레 인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그렇게 또 꽤 많은 시간이 흐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해성과 나영이 다시 만나게 되는 시기는 아마도 그들이 30대쯤 되었을 무렵인 것 같다. 나영의 옆에는 이미 배우자가 있었고 해성은 만나던 여자친구과 '조건이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이별을 경험한 뒤였다. 사실 여기서 이 타이밍도 다소 우스운 타이밍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서로가 각자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겼었지만 해성이 뜬금 나영을 보기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그의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꽤 큰 몫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실연을 당한 남자가 또 다시 지나간 과거의 첫사랑을 괜시리 회고하며 기억을 끄집어 낸 것은 이별의 아픔을 잊고자 함과 동시에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나 호기심이 동시에 발휘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심지어 그녀의 옆에 배우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기 위해 떠난 것은 단순 '우정'의 의미로써 였을까?

 

그들이 만나서 나눈 대화들을 보면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회상뿐만 아니라 대학생때 잠시 썸타던 시절에 대한 큰 미련, 첫사랑이라는 아련함 등등 순수하게 그저 우정을 곱씹기 위해서 만난것은 아니라는걸 쉽게 느낄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다지 이 상황이 내게는 그렇게 아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고 그냥 여자친구과 헤어진 실연당한 남자가 대뜸 유부녀인 여사친을 사심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보러 왔다. 라고 다소 직설적으로 내게는 해석이 되었다.

 

 

 

 

오히려 내가 영화속에서 아련하고 깊은 사랑을 느꼈던 부분은 나영과 그녀의 배우자 '아서 자터랜스키'와의 관계에서 였다. 그녀와 그녀의 배우자가 침대에 누워 나눈 대화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는 나영(노라)에게 너가 가끔 자면서 한국말로 잠꼬대를 하곤 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엽지만 가끔 그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해. 라며, 내가 모르는 언어로 너가 무언가를 말하고, 생각한다는 것이 뭔가 내가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공감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것만 같아서 그것이 가끔 두려워. 라고 그가 말하던 장면이 가장 내게 와닿는 한 장면이었다. 짧게 지나간 장면이었지만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특히 해성과 나영의 관계에 엮여있는 스토리들이 꽤나 대단해 보이고 심지어 운명적이고 낭만적이어 보이지만 고작 본인은 나영을 작가 숙소 같은 곳에서 만나 둘 다 싱글이었기에 자연스레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모든게 자연스럽고 다소 밋밋하게 이어져온 관계가, 그들의 스토리(해성,나영)에 비하면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는 괜힌 질투심에 사로잡히는 모습 마저도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나영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그녀를 깊숙히 공감하고 싶어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영화에서 해성과 나영의 관계도에 대한 몰입보다, 나영의 남편이 지닌 깊은 공감과 시선에 더 매료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마무리 될 때즘, 해성을 바래다주고 돌아온 나영은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터져 그의 남편에게 안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왜? 무엇이? 라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건데, 해성과 못 이룬 사랑에 대한 아쉬움 따위 보다는 그보다 좀 더 복합적인 감정들, 예를들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의 짧은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향수, 정말로 어긋난 타이밍 때문에 놓쳐버린 나의 운명적 상대였을까 라고 혹여나 느끼는 감정들, 우리가 정말로 만났더라면 어떤 인연이었을까 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무한한 생각과 질문들이 그녀를 혼란스럽고 다소 괴롭게 했던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한다. 즉 이미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잘 살고있었던 유부녀앞에 난데없이 등장한 '해성'이 꽤 몹쓸짓으로 그녀를 혼란하게 한 것일지도. 실제로 극중에서 해성은 정말로 다양한 '만약에' 화법을 구사하며 이 생이 만약 전생이면, 미래의 우리 관계는 다른 모습일까? 또는 우린 어떤 인연으로 미래에 만날까? 라는 식의 다소 구질구질할 수 있는 미련 멘트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데, 나도 여기서 그의 '만약에' 화법을 빌려와 한마디 하자면, 만약 그가 멋있고 잘생긴 인물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지지리궁상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 온갖 찌질 멘트들을 다 쏟아내고서도 지지리 궁상남이 아니라, 그나마 로맨틱 가이(?)인 것 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수려한 외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무튼 무어라 마무리를 할지. 감독 개인적인 동양사상에 대한 환상 뽕이 많이 취해있는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하긴, 나같아도 유태오같이 생긴 과거 썸남이 다시 나타나서 미련 가득 담긴 온간 멘트들로 내 맘을 마구 훼집어 놓으면 나라도 눈물이 펑 터질지도 모르겠다. 나 잘살고 있는데 괜히 다시 나타나서 나한테 왜이러는데ㅠㅠ 이런 느낌으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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