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여러가지 유용한 정보들을 구독자분들과 공유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는구나~ 싶은 일이 있었다. 다름이 아닌, 티스토리 파워블로거 '친절한 효자손'님이 감사하게도 책 선물을 보내주셨는데 새롭게 책을 리뉴얼하게 되서 전에 출간했던 책을 무료로 보내주시겠다고 하여 감사하게도 책 선물을 받게 되었다. :)
택배를 받고 책을 열어보니 책 첫페이지에 써주신 센스있는 글을 보고 또 한번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포스팅은 친절한 효자손님이 보내주신 본인의 저서 '친절한 효자손의 구글 애드센스 고수익자되기"라는 책의 리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되기도 하겠다. :) 아무튼 친절한 효자손님 뿐만 아니라 '찬이와'님께서도 티스토리 운영에 도움이 되는 팁들을 일목정연하게 정리해놓은 소중한 파일을 메일로 무료로 보내주셨는데, 정성을 쏟아 만든 개인 자료들과 좋은 글, 정보들을 이렇게 무료로 제공해주시고 공유해주셔서 그저 참 감사할 따름이다.
다시 책 리뷰를 주제로 돌아오면, 친효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이제 막 티스토리를 시작하는 입문 블로거분들이 읽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블로그 개설하고 운영하는 방법들에 대한 이론적인 상세 설명들이 많은데 사실 그 보다, 내가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글 목차 제일 첫 앞머리에 등장하는 "Chapter.1 성공한 블로거가 되기까지" 에 쓰여진 내용들이다.
평소 친효님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운영 철학들을 블로그에 포스팅 하실 때 마다 굉장히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는데 그 내용이 책에도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블로그를 1년째 운영하면서 드는 생각.
나도 블로그를 운영한지 벌써 약 1년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전혀 '수익형'블로그에는 도달하지 못한상황이고 블로그 게시글 역시 고작 100개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100~200명 정도의 일일 방문자를 기록하고 있고 내가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할때 선정했던 내 블로그 주제는 영화, 미디어 리뷰와 사회 전반적인 여러 상황에 대한 내 개인적 생각들 그 외 여러 문화 컨텐츠들에 대한 리뷰가 나름대로 내 블로그의 주제였다. 그런데 책이나 영화는 읽고 보는데 시간이 꽤나 투자되다보니 그것만으로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하기에는 많은 글을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부수적으로 '일상다반사','집사일지' 와 같은 일상 컨텐츠를 함께 올렸는데 무튼 말이 길어졌지만 어쨌든 아직은 미약하나, 내가 원하고 관심있는 주제를 위주로 블로그를 운영해보고자 함은 변함이 없다.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친효님이 주장하는 것은 동일하다. 수익형에 목적을 두고 돈을 쫓는 글을 쓰기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관심있는 글을 써서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해보자는 것.
많은 사람들이 '수익형'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서 아등바등 하고 있는데 나 역시도 물론 그러했고 특히나 요즘은 유튜브에 티스토리로 한달수익 천만원을 벌었다는 그 유명한 '리남'님의 영상으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티스토리에 유입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블로그를 어느정도 운영해본 블로거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수익형'블로그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즉, 블로그의 주제나 키워드를 대중적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주제들로 선정하게 될 것이고 예를들면 화제성이 강한 주제 또는 지금 막 이슈가 되어 떠오르고 있는 검색어들을 중심으로 게시글을 쓰는것이 수익형 블로그를 만들기 위한 빠른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 할 것이고 일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실행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연히 '돈을 목적으로 내가 관심없는 주제를 끊임 없이 포스팅 하기' 라는 것은 생각해보면 정말로 곤욕이 따로 없다. 바로 친효님이 책에서 쓰신 것 처럼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신 글이 그 모든걸 설명해준다.
나도 사실 애드센스 승인만 받으면 모든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금방이라도 수익을 쑥쑥 올릴 수 있을 줄만 알았다. 그러나 애드센스 승인 받은지 거의 1년 가까이 지났고 결과적으로 애드센스 수익은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다. '수익'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로 티스토리 블로그 수익은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꾸준히 포스팅을 하게 되면 언젠가는 많은 게시글이 쌓이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분명히 수익이 따라올 날이 있을 거라는 믿음 혹은 확신 때문인 것 같다.
"애드센스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그리고 친효님의 글 중에 또 하나 공감이 갔던 건, 뭐 그런식으로 처음부터 계획적이고 전략적으로 수익형 블로그를 만들어서 운영해본다고 치자. 그렇다면 내가 관심도 없는 주제를 가지고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며, 흥미도 없는 주제를 갖고 단순 방문자를 높이기 위해 퀄리티 높은 글을 써서 올린다는 것은 왠만한 작가들에게도 어려운 일이 것이다. 그러다보니 거의 대부분 낚시성 글에 불과하거나, 막상 클릭해보면 별로 깊이있는 컨텐츠를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리남'님이 어떤 키워드로 어떻게 한달에 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는지, 그 분도 정확한 키워드 공개는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방법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익형 블로그로 큰 거액의 돈을 벌어들인다는 블로거는 사실상 소수 몇프로에 불과 한 것 같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그래도 '수익'만을 바라는 블로그를 운영해보겠다 한다면 더이상 할말이 없을 듯 하다.
나는 블로그 운영에 대한 친효님의 철학적인 생각이 적힌 파트가 가장 재밌었고 또 인상깊게 읽은 부분이었다. 그 외에는 블로그 운영에 대한 실무적인 팁들을 많이 제공하고있는데, 이제 막 티스토리를 시작해보려고 하는 초보 블로거 분들께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글 내용도 어렵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있다. 아무튼 1년동안 블로그를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포스팅을 해왔지만 원하는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아서 막 고민이 들던 찰나에, 내게 조언이 될만한 좋은 책을 선물 받아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 )
초보 블로거든, 고인물 블로거든 퀄리티 있는 양질의 글을 써서 좋은 컨텐츠를 공유하고 주고 받는 것이 기존에 블로그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괜한 유혹으로 혹시라도 '저품질' 블로그가 되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
1.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분야, 원하는 것 포스팅 하기 + 2. 정성들여 글쓰기 + 3. 오랫동안 블로기 하기
이 세가지를 기억하고 꾸준히 한다면 최소 못해도 5년이면 그래도 수익을 내는 블로그가 완성되있지 않을까ㅎㅎㅎㅎㅎㅎ
유튜브 오리지널 드라마 '위어드시티'를 1,2 화 무료보기를 한 후 드디어 3,4화를 본 게 거의 1년만인 것 같다. 왜냐면 3화부터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한동안 보지 않고 있었는데 프리미엄 한달 무료체험 신청으로 나머지 3화~6화 까지 드디어 다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어쩌면 넷플릭스 드라마보다 유튜브 오리지널 드라마가 좀 더 취향에 맞는건지, 아니면 이 '위어드 시티'시리즈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약간 내용 자체가 굉장히 마이너하고 병맛같으면서 오묘한데 은근히 그게 중독성을 유발한다.
각 에피소드들은 20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이고 예전에 이미 '위어드 시티' 1화에 대해 리뷰한 적 있지만 '위어드 시티'의 기본적인 세계관에 대해 다시 말하자면, 지금보다 조금 먼 미래에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로 극명하게 나뉘어 지는 삶의 모습을 바탕으로 여러 에피소드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Above Line과 Below Line이라고 표현하며 '위어드 시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상한' 도시 속 약간은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굉장히 마이너틱하게 독특한 감각으로 표현하는 드라마다.
제 3화 - 대학진학
3화에서는 빌로우 라인에 살다가 어보브 라인으로 장학금을 받고 대학진학을 하게 된 레이나가 등장한다. 처음 보자마자 '절친'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룸메이트 '콜린'을 만나고 그와 동시에 나타난 썸남 '체스터'까지, 어보드 더 라인의 첫 출발이 모든게 일사천리로 잘 풀려나가는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이상한 '어보브 더 라인'만의 문화에 다소 어색하고 의아한 부분을 숨길 수가 없는 레이나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위어드'시티 에피소드 들 중 (1화~6화) 가장 weird 함으로는 단연 최고로 손에 꼽을만한 에피소드다. 쉽게말해서 제일 이상하고 기괴한 에피소드가 바로 3화였다.
빌로우 라인과 어보브 라인의 서로 다른 문화 중에서도 여기서는 3화는 '섹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좋아하는 밴드 공연을 함께 보면서 첫 데이트를 마친 레이나와 체스터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는 분위기가 찾아오고 그 순간 레이나가 먼저 적극적으로 체스터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체스터가 벌떡 일어나 분위기 깨는 황당한 소리를 꺼내게 된다. 그말은 즉, 어보브 라인의 아이들은 썸을 타던 누군가와 교제를 하던간에 직접적인 성관계를 절대 맺지 않고 '섹스팅 (sex + texting)' 만으로 관계의 진도를 다 해결한다는 것이다. 먼 미래에 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굳이 '섹스' 혹은 '스킨쉽' 이라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없이 기술의 편리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아이까지 가질 수 있다는 괴이한 이야기였는데 주인공 레이나 만큼이나 나 역시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독특한 에피소드다.
체스터의 모든게 다 맘에 들지만 '섹스'는 절대 하지 않고 '섹스팅'만 주고받는 체스터가 의아하고 불만이라는 레이나에게, 상류 사회인 '어보브 라인' 에서는 대게 그렇게들 관계를 맺고 있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스킨쉽은 무의미 하다는 말을 전해주는 절친 '콜린'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더욱 충격적인 전개로 이어지는데 '섹스팅'만 주고 받았던 레이나가 돌연 갑작스레 임신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고 이 말이 안되는 상황속에서 더 독특한 것은 '섹스팅'으로 만들어진 아기를 '이모티콘 아기'라고 부르며 첫 이모티콘 아기를 출산하게 될 것이라고 의사가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상류사회에서 '섹스팅'만 주고받는다. 라는 설정까지는 어느정도 독특하고 흥미로운 설정으로 생각 할 수 있었지만 괴상한 '이모티콘 아기'가 등장하면서 이 에피소드는 더욱 '병맛'의 끝으로 치닫는다. 이모티콘 아기의 등장으로 원래도 이상했던 스토리는 더욱 이상한 스토리가 되고...
어쨌든 어보브 라인에서 '섹스팅'은 곧 '섹스'를 의미하고 그것으로 임신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 그들이 말하는 현대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이다. 뭐랄까 약간 소개팅 앱이나 데이팅 어플을 통해서 감독이 소재의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그런 디지털화 된 데이트 방식을 극단적으로 이끌고 가면서 그 극단적인 병맛의 정점을 찍어주는 '이모티콘 아기'를 만들어내고, 도무지 이게 코미디물인지 공상과학물인지 헷갈리게 하는 그런 B급 감성이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에피소드다.
4화 - 스마트 하우스
스마트 하우스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현대 사회의 고급화된 주거 환경이다. 말 그대로 '집' 이라는 장소적 의미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탑재 됨으로써 각각 하우스 마다 각자의 개성과 정체성, 인격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고도로 발달된 주거 시스템인 것이다. 독특한 설정은 '인격'을 갖고 있는 집이다 보니, 세입자가 원하면 언제든 계약 할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집'이라는 인공지능이 입주를 원하는 수많은 세입자들 중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위에서 말하는 '잰더'가 바로 인공지능 하우스의 이름이며 재스린과 리퀴아 라는 레즈비언 커플이 집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는 장면을 처음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직접 인공지능 하우스와 대화 하며 입주가 가능할 것인지 일종의 '면접'같은 테스트를 받고 드디어 입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허락받게 된다.
무엇보다 이 에피소드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인공지능 하우스와 단순 명령, 지시 그 이상의 꽤 깊은 대화를 주고 받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재스린과 리퀴아가 입주하면서 가구들을 배치 할 때, 하우스 '잰더'가 불쑥 끼어들어 인테리어에 참견을 한다. 이유는 바로 재스린과 리퀴아가 소파를 놓은 자리가 '잰더'의 전 입주자 '블랜디'가 소파를 놓은 자리와 동일 했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x-bf 혹은 x-gf 를 연상시키는 것 처럼 인공지능 하우스 잰더는 전 입주자와의 관계에서 "전 주인 생각은 별로 안하고 싶어요. 그게... 끝이 별로 안좋았거든요.."라는 말을 흐리며 전 입주자 '블랜디'가 떠오르는 비슷한 가구 배치는 사양한다는 식으로 참견을 하게 된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사람 흉내 내는 인공 지능 하우스)
그렇게 똑똑할줄로만 알았던 인공지능 하우스는 얼마가지 않아 말썽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재스린과 리퀴아가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파티를 열 때, 하우스 '잰더'는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파티 도중 잰더의 미니어처가 청소를 도와주려 했지만 리퀴아가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빈정상한 하우스 '잰더'는 이때부터 폭주하기 시작한다. 스스로에게 마구 맥주를 들이붓고 양주를 들이키면서 과음하게된 하우스 잰더는 (주방 싱크대로 술을 퍼붓는 행동이 '하우스'가 폭음하는 기발한 장면...) 단순히 명령과 지시에 따르고 행동하는 인공지능 하우스라기엔 과하게 자발적이며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모습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또한, 꽤나 강압적이고 구속적인 측면마저 나타나는데 "낯선 사람이 우리 집에 오는게 싫어요.". "우리 셋만 이 집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을 대놓고 불편하다는 식으로 리퀴아에게 얘기한다.
점점 어딘가 수상하고 이상한 집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약간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이야기가 계속 전개된다. 그러면서 리퀴아와 재스린 사이에도 갈등이 일어나고, 재스린은 그저 '잰더'가 세심한 것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리퀴아는 '잰더'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이 곳은 위험한 집이라고 계속 경고한다. 그렇게 둘은 하우스'잰더'로 인해 생긴 갈등으로 인해 갈라지게되고 각자 우울하고 외로운 시간을 방황하다가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렇게 다시 그들의 하우스 '잰더'를 찾았을 때 더욱 더 엄청난 일이 일어나면서 스토리는 거의 파국으로 치닫는다.
다시 찾아온 집에 돌아가보니, 하우스 '잰더'는 배관공과 섹스를 하고있었고 (집과 사람이 섹스하는 최초의 장면) 그 순간 배관공에게 리퀴아, 재스린 커플을 공격하라고 잰더가 지시하지만 당황한 배관공은 뛰쳐 나가버린다. 어쨌거나 내일 아침 당장 이 수상한 집을 내놓을 것이라고 재스린이 얘기하자, 그 말에 잰더는 더욱 격분하게 된다. 그리고 "누가 머무를지, 누가 나갈지는 너희가 아니라 내가 정해." 라고 쐐기를 박아버리는 하우스 '잰더'. 누가 집이고 누가 집주인인지 헷갈릴 정도로 하우스 '잰더'는 세입자들을 장악하려 하고 나아가 그들을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든다. 인공지능 집 주제에 쓸데없이 자주적이고 자기 독립적인 정체성이 강렬하다.
그렇게 격분한 하우스 '잰더'는 스스로 집에 불을 질러 리퀴아와 재스린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그렇게 스토리는 파국의 절정을 맞으며 마무리 된다. 어찌보면 하우스 '잰더' 입장에서는 리퀴아 커플을 위협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집에 불을 질러버림으로써 '자살'을 한것과 다름이 없다. 말하자면 '물귀신' 작전 같은 것이었지만 리퀴아와 재스린을 가까스로 도망쳐 살아나고 이 공포스러운 집에서 탈출하게 된다는 이야기.
이 위어드 시티 시리즈에 대한 반응들이 대부분 "진짜...이상하다..." , "근데 내가 이걸 왜 계속 보고 있지." , " 존나 기발하다." 등등 다양한 반응들인데 댓글보면 한국말은 1도 찾아볼 수 없고 전부다 영어.. 무튼 유틉 댓글중에 몇몇 공감 가는 댓글이 아래에 있는데
This series is weird and strange and confusing...I LOVE IT!
-이 시리즈는 weird 하고 strange 하고 혼란스러워... 근데 너무 좋아!!!!
This series is Black Mirror meets Dust meets SNL. I cant stop watching.
-이 시리즈는 블랙미러와 더스트와 SNL의 만남임. 멈출수가 없어.
I promise that I'm trying to stop watching, but my eyes won't let me
- 나 진짜 그만볼라고 했는데, 내 눈이 그걸 허락하지 않음.
등등 이 시리즈에 대해 꽤 당황한 사람들의 반응들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프리미엄 결제 후, 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보니, 댓글도 일반 사람들은 볼 수가 없도록 차단되어 있고 오직 유료 결제 회원들에게만 이 시리즈 시청과 댓글참여가 제공되는데, 이것을 두고도 다양한 댓글들이 달려있다.
WELCOME TO PREMIUM MEMBERS COMMENT SECTION, ALSO KNOWN AS “ABOVE THE LINE”.
-프리미엄 멤버들의 댓글 창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또한 알다시피 이곳은 바로 "어보브 더 라인" 입니다.
라는 재치있는 댓글들이 끊임없이 달려있다. 무튼 한달 무료 프리미엄 체험으로 봤는데 킬링타임으로 나쁘지 않은 병맛 스토리다. 솔직히 이런 이상한 스토리는 넷플릭스에도 없을 것 같다. 분명히 소재나 바탕은 굉장히 기발하고 유니크한 설정인데 어찌된게 스토리 라인이 나아갈수록 점점 A급 스토리가 B급 스토리로 하락하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의도된 연출이 중독적이어서 왠지 모르게 눈을 뗄 수가 없는 괴상하고 이상한 이야기들이다... 어보브 더 라인과 빌로우 더 라인 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총 6가지 병맛 에피소드들을 감상 할 수 있다.
어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볼만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최근 픽사에서 또 나왔다. 개인적으로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중 '인사이드 아웃'은 여전히 내 인생 영화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감동을 받으며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바로 지금 리뷰하고자 하는 '온워드' 역시 내 인생영화 인사이드아웃 만큼이나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내 순수한 감수성을 마구 흔들어 깨워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때 마다 이런 영화를 즐기고 관람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인사이드 아웃 영화가 막 개봉했을 때 기억에 남던 리뷰가 있었다. 아이와 같이 보려고 손 잡고 영화관 들어갔다가 나올 땐 엄마가 엉엉 울면서 나온다는 리뷰였는데 '온워드' 역시도 '가족'이라는 주제로 우리의 가장 섬세하고 여리디 여린 부분들을 마구 건드려 주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온워드에는 성격과 캐릭터가 너무나도 상이한 두 형제가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 '이안'과 그의 형 '발리' 이다. 둘은 같은 형제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정 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바로 그런 두 형제의 사랑스러운 케미가 돋보였던 영화라고 얘기하고 싶다. 삐쩍 마른 몸에 소심한 주인공 '이안'은 늘 걱정투성이에 살면서 문제라고는 전혀 일으킬 것 같지 않은, 말 그대로 '왕소심' 캐릭터이다. 그에 반해 형 '발리'는 다소 엉뚱하며 기분파에 '직진러'라고 표현하면 딱 알맞을 정도로 의욕충만 아니, 의욕과다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두 형제가 빚어내는 갈등과 우애, 나아가서 따뜻한 가족애를 그리는 가슴 따뜻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꽤 여러 '키워드'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영화의 가장 큰 주제가 되는, 영화에서 내내 얘기하는 '마법' 이라는 것에 대해 눈여겨 보고싶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 시작은 이러하다. 예로부터 엘프들은 마법을 써왔고 마법을 익히기 위해 부단한 노력들을 해왔다. 마법은 주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여져 왔으며 그 기술을 익히는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 현대로 접어들면서 엘프들의 세계에도 문명이 접어들었고 '마법' 기술을 익히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왔던 엘프들은 노력 없이도 '기술'의 발전을 통해 많은 편리한 현대 문명들을 접하게 되고 그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어느새 '마법'은 엘프들의 세계에서 등한시 되어 버린다. 그렇게 '마법'은 역사속에만 존재하는 마냥 그 존재가 점점 사라져 버렸고 편안한 일상에 익숙해진 엘프들은 자신의 능력, 존재가치 마저 잊어버리고 편리함을 영위한채로 그렇게 평범한 나날들을 살아간다.
여기서 아까 소개한 괴짜 기분파 직진러 '발리'는 동네에서도 소문 난 '마법 역사' 광이며 한편으로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캐릭터, 엉뚱한 생각으로 과거 역사속 기록에만 열광하는 채로 살아가는 한심한 루저 '오타쿠'로 비춰지는 캐릭터다. 열정적인 오타쿠. 정도로 이해하면 가장 쉬울 듯 하다. 어느날 동생 '이안'이 16세 생일을 맞이하면서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선물을 전달 받는데, 다름아닌 마법 주문서 , 혹은 지침서 였다. 그 마법 주문을 성공시키면 단 하루동안 돌아가신 아버지를 소환, 환생 시킬 수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는데 바로 이 영화는 두 형제가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은 그 마법 주문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부투 하는 여정들을 담고 있다.
With a little bit of magic, we can do almost anything!
약간의 마법이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영화에서 꾸준히 언급하는 '마법'이 왠지 "열정"과 "순수함"으로 들렸다. 그리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순수 본연의 우리 모습들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했다. "마법이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은 즉 "열정"이 있다면, 내게 간절함과 진심이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라는 말로 내게는 들렸다.
아무튼 왕 소심이었던 '이안'에게는 형에겐 없는 '마법'에 대한 소질을 타고난 아이로써 바로 아버지가 남기고 간 주문의 일부만을 성공시켰는데 그 때문에 아버지는 온전한 모습으로 다 환생되지 못하고 하반신만 완성된 채로 , 그야말로 기이한 모습으로 소환되어 버렸다. 단 하루동안만 환생할 수 있는 아빠이기에 두 형제에게는 24시간안에 아빠를 온전한 모습으로 완성시키는 것이 임무가 되버렸고, 온갖 마법 역사에 대한 잡다한 지식러였던 형 '발리'는 그동안의 덕후력을 총동원해서 아버지의 모습을 완성시키는데 아는 지식들을 쏟아내 주력을 다하고 동생 '이안' 역시 소심한 겁쟁이였지만 타고난 마법 능력을 깨달으면서 형의 정보와 지시대로 열심히 마법 기술을 익히며 위험상황이 주어질 때 마다 도전하고 부딪히며 최선을 다한다.
그 과정 속에서 웃음과 감동, 재미가 돋보이는 형제들의 여정은 정말 두말할 것 없이 매력적인 영화라고 단연 추천하고 싶다. 별로 큰 기대없이 선택해서 보게 된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면서 몇번의 참기 힘든 진한 감동의 순간들이 여러번 욱욱 치밀고 올라오는 바람에 눈물을 참느라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내 옆자리에 앉아서 함께 영화를 관람한 남자친구는 이미 눈물 샘 폭발하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는게 이 영화의 생생한 후기다...
다른 이들의 즐거운 영화관람을 위해 최대한 스포는 자제하도록 하겠다. 아무쪼록 소중한 가족애를 다룬 영화. 가장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른들의 잠자는 순수한 감수성을 깨워주는 픽사 애니메이션을 나는 너무나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마치 현생에 찌들어 소중함과 순수함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영화속 엘프들의 캐릭터에 자연스레 투영되기도 하고 영화에서 말하는 '마법'이란 것 역시 현재 우리가 잊고있는 우리안의 숨어있던 '열정'과 '진정성' 같은 것들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 같아서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다.
그러면서 내 안에 가지고 있는 '마법'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열정, 능력, 진정성. 내가 애써 잠재워놓고 모른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마법'이란 것은 과연 어떤것일까. 온워드는 바로 그런 고민과 메시지를 던져주는 영화다. 잊고있던 소중한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고 그것을 부디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과연 그 메시지가 내게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될 지, 얼마동안 가슴속에 새겨두고 있을 지 사실 알수 없는 노릇이지만 또 다시 삶의 팍팍함에 찌들어 중요한 뭔가를 잊고 살아가는 것 같은 공허한 마음이 들때면 그때 쯤 또 한번 꼭 꺼내어 보고 싶은 영화다.
나는 가끔씩 동아신춘문예 사이트에 접속해서 수상작들을 읽어보는 취미가 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제 막 새로 발굴된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 뭔가 더 신선한 느낌에 자극을 받기도 하고 그 열정/패기가 서려있는 작품들을 모니터로 간접적으로 경험하는것이 내겐 꽤 흥미롭고 즐거운가보다. 뭔가 어디에도 없는 순수함의 날것, 결정체들을 뭐든 읽고 접하고 싶은 욕망이 마구마구 차오를 때 넌지시 이곳에 들어와보게 된다. 어쨌든 내가 읽어본 작품은 2019년 중편소설 당선작 '오즈'라는 작품이었다.
어딘가 사연이 짙어 보이는 젊은 여자 주인공 '하라'가 등장하고 그 주인공이 독거노인 할머니인 '오즈'씨와 함께 살아가게 되면서 겪게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남기고 떠난 빚더미 때문에 살곳이 애매해진 주인공은 구청에서 주관하는 주거사업의 세입자로 참여하게 된다. 독거노인들의 남는 방을 청년들에게 저렴한 시세로 내주는 식인데 그곳에서 아주 깐깐하고 평소 사람과 거의 왕래하지도, 쉽사리 말을 섞지도 않는 걸로 유명했던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런 할머니가 유일하게 외출을 할 때가 있는데 바로 '오즈의 마법사'가 극장에 걸릴 때 이다. 그때마다 늘 극장을 찾아온다고 해서 '오즈' 할머니가 되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낯선 타인과 가족보다 끈끈한 유대관계를 그렸던 몇몇 영화가 생각이 났다. 바로 영화 '가족의 탄생'이 그러했고 '죽여주는 여자'와 같은 작품이 내게는 그랬다. 이 작품 역시도 철저히 서로 '이익관계'로 엮여 만나게 된 두 인물이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보다 서로의 상처를 묵묵히 이해하고 보듬는, 진한 우정으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옛날에 어디서 들은 말인데 가족도 '남'이라고 했다. 이게 무슨 냉혈한 같은 소린가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말에 많은 부분을 공감하는 사람으로써 살면서 종종 피 섞인 가족들이 어쩌면 타인보다 못한 경우들을 흔히 보고 듣고 경험했다. 예전에 내 지인 중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기도 했었는데,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자주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가족은 똥구멍 같은거다, 드러워도 절대 못떼내. 그냥 그게 가족이다."
너무나 명쾌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가족관계가 오히려 더 곤욕스러울 때도 있다. 만날때마다 트러블이 잦거나 나와 잘 맞지 않는 타인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을 자주 안 만나면 되고, 연락하지 않으면 끝나는 일이지만 '가족'이라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떼내어 버릴수도, 쉽사리 연을 끊어버릴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쨌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낯선 타인인 두 사람이 '가족'보다 더 깊은 이해와 감정적 교류를 나누게 되는 관계를 보면서 과연 진짜 가족의 의미가 어떤건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새로운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의 낯선 것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조심스럽게 이해하는 방식들이, 어쩌면 서로가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기에 늘 실수 연발하고 쉽게 상처를 주게되는 피 섞인 '가족' 보다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건강하고 애틋한 정서적 교류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 '하라'와 오즈 할머니는 각자 개인만의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사실 '상처', '트라우마'와 같은 단어들은 영화나 문학에 수시로 등장한다. 왜냐하면 어떤 작품이든 이야기 속엔 갈등을 빚는 구조가 있고 그 갈등은 상처나 트라우마로 부터 시작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캐릭터를 깊게 이해함에 있어서 '상처'는 중요한 단어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대신해 어린 동생을 뒷바라지하며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려 심각한 애정결핍을 겪어온 '하라'와 일본군 혹은 일본인으로부터 학대를 당한것으로 추정되는 '오즈' 할머니. 거기다 할머니는 인공 심장 박동기 삽입술을 받은 병력이 있다. 그 둘은 '타투'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치유하고자 한다. 할머니는 일본어로 쿠소(똥,대변)라고 몸에 새겨진 문신이 있었다. 그 흉측한 문신을 가리기 위해 마침 취미로 몸에 타투 새기는 작업을 공부하고 있던 '하라'에게 자기 몸에도 예쁜 커버업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한참 모자란 실력이지만 '하라'는 평소 생화 꽃을 압축하여 수집하기 좋아하는 할머니를 위해 예쁜 꽃을 새겨드리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딱딱하고 소통이 없었던 둘 사이의 허물이 조금씩 벗겨지고 괜히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긴장을 풀어주는 모습이 무심한듯 하지만 '츤데레'같은 모습이 비춰져 애틋해 보였다.
사실 소설 속 하라의 과거 기억 회상 중, 남동생의 죽음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 그녀의 가해 여부가 확실치 않고 희미했다. 그러나 예상해보건데 '하라'가 형사로부터 집중적으로 심문을 받았던 경험과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봤을 때 여주인공 '하라'가 남동생의 죽음에 직접적인 가해자 일수도 있다는 소름끼치는 가능성을 어느정도 열어두고 있다고 본다. 아마도 그 죄책감과 본인에 대한 혐오로 허벅지에 수 차례 자해를 시도 해왔지 않았을까. 그래서 '합리적'으로 자해 할 수 있는,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는 '타투'라는 것을 자연스레 시작해보게 되었다는 그녀의 얘기가 어느정도 그 무서운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어찌됐든, 생판 남인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가족보다 더 진한 우정을 나누고 누구에게도 쉽게 꺼낼 수 없었던 감정들을 공유하면서 담담하게 풀어가는 이야기가 조용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 '오즈'라는 할머니 캐릭터가 자꾸 머릿속에 그려졌다. 진한 이미지에 어딘가 강해보이는 인상. 눈빛은 쉽게 사람들에게 정을 내줄 것 같지 않은 차가운 느낌에 여름에도 터틀넥 옷으로 몸을 가리고 다니며 꽤나 야위고 마른 몸의 할머니가 캐릭터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할머니가 애착하는 영화로 '오즈의 마법사'가 나온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뭔가 신비로운 환상의 마법 세계를 그리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 그리고 '오즈'라는 별명을 가진 할머니. 극장 개관 이래로 줄 곧 오즈의 마법사를 보러 빠짐없이 찾아간 할머니가 이 영화를 본 횟수만 해도 수십, 수백번이 넘을텐데 불구하고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흐트러짐 없이 스크린을 응시하며 집중하던 할머니에게 '오즈의 마법사'라는 영화는 어떤 의미였던걸까.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현재 총3개의 무료 전시를 진행중이다. 전과 달라진점이 있다면 코로나로 인해서 전시 관람 전 "온라인 예약"을 필수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미술관 공식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사전예약을 받고 있으며 1시간당 50명 선착순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예약을 했다 하더라도 마스크 미착용시 출입이 제한된다는 점을 미리 염두해두어야 한다. 바로 아래 링크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예약하기' 버튼을 누르면 로그인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관람 예약은 부산시 홈페이지 ID로 로그인 하여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물론 비회원 로그인도 가능하도록 되어있지만 나같은 경우는 회원가입을 통해 예약을 했다.
'미술’과 ‘기술’의 결합/융합은 이미 지난 세기 초부터 주요한 관심사이자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테크놀러지와 IT가 전면적으로 유입, 확산되고 있는 근자에 이르러서는 ‘미술’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으며, 그 개념이나 정체성에 관해서도 보다 근원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근대 이후 예술은 과학적 사고와 기계적 논리에 입각한 이성적 활동과 분리되어 아름다움을 규범이나 목적으로 삼는 인간행위로서 스스로의 자율성을 추구해왔으며, 급격한 사회변화를 동반한 산업혁명 이후 예술가들은 도구로서의 테크놀러지에 대해 반감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래주의를 비롯하여 러시아 구성주의, 순수주의, 바우하우스운동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일군의 모더니즘 아방가르드는 기술과 과학적 합리성을 예술의 원천이자 이념으로 삼고 그로부터 미적‧정신적 가치를 찾음으로써 보다 이상적 세계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후 20세기 후반에 들어 적극적으로 모색된 미술과 기술의 결합은 미술의 형식과 내용의 확장을 초래하였으며, 더욱이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와 IT기술, 그리고 생물학과 화학을 비롯한 기초과학의 발전은 확장의 폭과 깊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미술관(Contemporary Art Museum)은 이러한 미술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목도할 수 있는 현장인 동시에, 과거의 미술관과 다름없이 관람객이 미술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자리이다. 따라서 유례없는 미술의 변화에 대해 그 의미를 파악하고 진단하며 나아가 관람객이 이러한 상황을 수용‧이해하도록 하는 미룰 수 없고 쉽지 않은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동시대미술관으로서 그 층위와 지향을 달리하는 미술의 기술 수용과 융합의 수많은 양상들을 살펴 관람객과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미술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시대미술의 여러 동향 가운데 미술관의 주요 과제의 하나인 ‘테크놀러지’를 대상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소위 로우-테크놀러지(Low-Technology)를 그 범위로 삼아 기계장치(mechanism)을 기반으로 하는 근작들을 통해 그러한 기술을 수용한 작가들이 지니고 있는 ‘기술’과 ‘미술’에 관한 인식 전반과 그것의 구체물로서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의미를 미적 관점에서 살피고자 한다.
따라서 전시는 미술과 기술의 결합이 야기하는 ‘극적’, ‘서사적’ 측면보다는, 미적 의미체로서의 작품에 관심을 둔다. 즉, 작가의 예술적 이념이 그 둘의 결합을 통해 어떻게 성공적으로 강화되고 구체화되고 있는가,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미술을 어떤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 그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게 하는가 등을 살피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술가들의 다양한 시도들에서 드러나는 미술과 기술에 관한 관점들을 가능한 대로 정리하고 동시대미술 전반에 시사하는 점들을 추려보고자 한다.
전시 제목이 내포하고 있듯이 다양한 인간 활동의 한 범주를 규정하고 지시했던 용어인 ‘테크네(technē)’와 ‘아르스(ars)’로부터 파생, 분리된 ‘테크놀러지(technology)’와 ‘아트(art)’가 다시금 의미상 ‘복원/환원’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자 한다. 오늘날 미술의 양상을 기술과 미술이라는 분리된 두 범주의 결합이라는 측면보다 더 근본적인 지점으로부터 해석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 번의 전시가 수많은 미술가들의 폭넓고 다양한 생각과 작품을 포괄하여 의미를 아우를 수는 없겠지만, 미술과 미술품, 그리고 작가에 관한 다각적인 관점과 고찰의 하나로서 우리나라 동시대미술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의 한 시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부산현대미술관
나는 총 3개의 전시를 어떤 순서로 볼 지 잠깐 생각해보다가 B1>1F>2F 순서로 보기로 하고 가장 첫번째로 보게 된게 바로 '기술'에 관하여 라는 전시이다. 위의 전시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와 '미술'의 접목을 주제로 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 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으며 '기술'과 '미술'의 관계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의 기술에 따른 여러가지 시대 변화와 그것이 '미술'에 끼친 영향력에 대한 그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미술계와 아티스트들의 포지션과 견해들을 일목정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몇가지 작품들을 아래 이미지 및 동영상으로 소개하며 짤막한 나의 감상평을 남겨본다.
김대홍 Daehong Kim, 로봇, 로봇 동물원, 로봇댄서, 2020, 움직이는 로봇, 가변설치
A Robot, 2020, Moving Robot, Dimension Variable
'로봇'동물원 이라는 전시 제목부터가 꽤 흥미로운 작품 이었다.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로봇 동물들의 움직임이 귀엽게 느껴진다.
벽 너머 작은 공간 안에 설치된 듯 보이는 깃발과 푸른 조명이 마치 굉장히 아득히 멀리 있는 어떤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왠지 가까이 있지만 멀리 느껴지게끔 했고 한동안 서서 깃발을 예의주시하며 집중해 보았다. 자연스럽게 공간적 감각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는데 작품에 쓰인 소재를 읽어보니 LED란다. 내가 본것이 공간이 아니라 화면이었나? 푸른 조명의 역할 때문인지 몰라도 굉장히 몽환적이고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을숙도 세레나데'라는 작품인데 작품의 앞/뒤 모습을 함께 촬영했다.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을숙도 세레나데'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조명을 이용해 실루엣으로 표현했다. 노래가 굉장히 경쾌하고 독특하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함께 왠지 모를 기이한 발랄함에 웃음이 나왔다.
한진수 Jinsu Han, Red blossom, 2008, 철, 구리, 모터, 팬, 비눗물, 안료, 딸기향, 시간에 따라 크기 변화
Red blossom, 2008, Iron, Copper, Motor, Fan, Soapy water, Pigment, Strawberry flavor, Time Based Dimensions
벽을 향해 비누방울들을 계속 쏘고있다. 작품에 쓰인 소재에 '딸기향'이 적혀있었는데 내 코가 마비된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도통 딸기향을 맡을 수 없었다... 그저 강렬한 핑크빛, 블루빛 안료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2020소장품전 : 오늘의 질문들>은 2017년 개관을 준비할 당시부터 현재까지 부산현대미술관이 지속적으로 수집해온 작품들을 공개함으로써 시민과 소통하고 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전시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지금’, ‘현재’의 맥락을 중심으로 동시대미술문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근현대미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차별점을 둔다. 따라서 미술관은 회화·조각 등의 전통적 방식에서부터 다채로운 시지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융·복합 형태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동시대의 사회·경제·문화적 함의를 내포하는 현대미술작품들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전시는 전체 187점의 소장품 가운데 미술관 수집정책의 핵심가치를 효율적으로 표방하는 작품 22점으로 구성된다. 그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공공미술관으로서 부산지역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자 한다. 공립미술관은 한 도시의 얼굴로서 지역성의 특화라는 기초 하에 전국 또는 국제적인 커뮤니티로 확장하는 글로컬 미술관의 모습을 지향한다. 따라서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 동시대미술의 생생한 역사를 완성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지역미술에 관한 애정어린 관심을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한 뉴미디어 아트를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미술을 통한 인식의 확장을 제안하고자 한다. 미디어 이론 연구가 마샬 맥루한에 따르면 각 시대에 쓰이는 기술이 새로운 인간환경을 만들고, 그에 따라 인간의 행동이 조건 지어진다. 첨단기술의 발달은 미술의 영역을 아날로그 기반의 작품들과 더불어 기계공학적 전자매체를 활용하는 전혀 다른 미학적 장르로 확대시켰다. 전시는 시각예술의 형식을 넘어 청각에 초점을 맞추는 사운드 아트를 비롯하여 동력을 이용한 움직임을 주(主) 수단으로 하는 키네틱 아트, 빛을 이용한 라이트 아트,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포함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새로운 차원의 시지각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세계를 감각하고 체화하는 방식에 대한 관람객 스스로의 실험을 유도하는 바이다.
세 번째, 국내외 현대미술사에서 새로운 가치 구현에 기여하고 있는 역사자료의 총체로 역할하고자 한다. 동시대미술은 현재의 시점을 단순히 과거의 연장선으로 파악하는 개념에서 탈피하여 현재의 순간과 인간 사고의 지평이 서로를 탐색해나가는 과정을 제안한다. 전시는 당대의 기술적 환경 및 이슈 속에서 확고한 예술 실천의 태도를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감상자로 하여금 현재를 재사유함과 동시에 미술이 지닌 복수의 콘텍스트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전시는 작품들이 단선적 해설을 제공하는 일방적 의미전달 수단에 그치는 것을 지양한다. 다시 말하면 관람객 스스로가 의식체계를 정비하고 정체성을 발견하며 그것을 토대로 삶과 세계에 있어 유의미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덧붙여 미술관이 당대와 미래를 위한, 잠재력을 발굴하는 창조의 장소로서 시민들과 함께 발맞춰 나아감을 인식하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출처 - 부산현대미술관
2017년 개관이래로 지금까지 현대미술관이 수집해온 작품들을 공개하는 전시였다. 움직임과 더불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독특한 작품들이 인상깊었다. 이 전시관에서도 역시 전자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이 대부분 많았고 몇몇의 아날로그 기반 작품들도 소량 전시하고 있었다.
허수빈, 방범창문과 햇살(ed.1/3), 2017, 특수거울필름, 로고라이트 벽면에 투사, 실제창문 크기 혹은 가변크기
-빛을 이용하여 실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창초했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듯 한 환영의 세계는 공간 속 관객들이 각자 상상하는 곳으로 은밀하게 연출되어 묘한 리얼리티를 제공한다.
허수빈, 욕실창문과 햇살(ed.1/3), 2017, 특수거울필름, 로고라이트 벽면에 투사, 실제창문 크기 혹은 가변크기
실제 존재 하지 않는 가상공간을 조명을 이용하여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 처럼 구성한 작품이다.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벽면을 단순 '조명'으로 그림자를 만들어 독특한 가상 세계를 구현해낸 모습. 이 공간이 나를 이끈 내 상상 속 '은밀한 곳'은 내가 옛날에 살던 낡은 자취방의 화장실이었다. 지금은 오래된 주택가 골목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쇠창살 느낌의 창틀인데 그 때의 허름한 자취방의 모습과 영락없이 닮아있었다.
정만영, 순환하는 소리, 2014, 사운드 장치, 수도꼭지, 마이크스텐드 외 혼합, 가변설치
-작가가 국내 외 다양한 곳을 다니며 물소리, 샘물소리 등을 필드레코딩 형태로 채집한 후, 그 소리가 다시 수도꼭지를 통해 나오도록 만들었다. 관람객은 수도꼭지를 틀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촉각과 시각, 청각으로 이어지는 공감각적인 체험을 유도한 작품이다.
관객의 참여가 가능한 작품 이란것을 모르고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함부로 손대지 못하고 그저 응시하며 감상하고 지나쳤었는데 팜플렛을 읽어보니 수도꼭지를 틀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걸 알았다. 지나친 동선을 다시 돌아와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리얼한 물소리, 샘물소리들이 흘러나왔고 아래 놓여진 양동이로 소리들이 쏟아지고 담기는 것을 상상 했다.
알렉스 베르하스트, 정지된 시간(세부구성 : 저녁식사, 인물연구, 테이블 소품)(ed. 4/5 +2AP), 2013, 애니메이션 루프, The Dinner : 110.7 x62.2, Table Prop : 24.5x29.5, Character Study : 29.5x24.5
-'가장의 자살'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난 직후 가족들의 미묘한 심리를 연출한 작품으로, 가족의 공동 초상을 담은 <저녁식사>와 이들의 개인 초상인 <인물연구>, 그리고 인물들 내면의 알레고리인 정물화 <테이블 소품>으로 구성된다. 인물 간 대화는 가족 구성원의 죽음이라는 큰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일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섬세한 왜곡으로 기묘함을 더한 인물 묘사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허무와 죽음'을 상징했던 '바니타스 회화'의 변주를 통해 인간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탐구하고 있다.
스틸만씨에게 전화를 걸어 주세요. 라고 적혀있다. 다행히 통화료가 청구되지 않는다고 한다. 위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곧이어 '따르릉' 전화음이 전시관 내의 스피커로 크게 흘러나오고 스크린속의 남자의 폰에 신호가 울림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화면 속 그는 내가 건 전화를 '별 것 아닌' 전화로 외면하며 받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 기묘한 가족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루이비통 가방을 20여 조각으로 자른 후 순간접착제를 이용해 원형의 모습으로 재조합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그 결과물로 구성된다. 사물을 거칠게 부수는 작가의 행위는 다분히 공격적이며 의도적인 것으로 사물의 기능과 브랜드의 가치에 대한 환상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또한 파편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가는 과정은 작가가 가진 손과 노동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이 영상은 이제 막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루이비통 가방이 등장하고 작가가 제품을 조심스레 언박싱 하며 시작한다. 아마도 내 기억에 130만원대의 정품 루이비통 가방이었던 것 같고 친절히 정품 택과 정품 인증을 할 수 있는 마크들을 화면에 가까이 보여준다. 그리고 보기좋게 가위로 갈기 갈기 가방을 조각낸다. 마치 요즘 유튜브에서 한창 유행하는 '코스메틱 ASMR' 영상이 함께 연상됐다. 다양한 종류의 새 코스메틱 제품들을 깨부수고 파괴함으로써 느낄수 있는 아찔한 쾌감과 오감을 자극하는 사운드, 소리를 담은 인기 영상들 말이다. 이 작가의 작품이 언제 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의 ASMR 열풍 이전에 제작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유튜브에 이 작품을 올려도 꽤나 조회수가 올라 갈 것같은 영상이 아닐까 라고 상상해보았다.
오용석, 클래식 1978번(ed. 2/5), 2009, 단채널비디오, 1분30초
-작가의 유년시절 사진에 그 시절의 실제 소품들을 맞물리게 이어 붙여 당시의 기억을 추측하고 재현해낸 작품이다. 여러 시점의 공존을 통해 하나의 정지된 이미지가 내포하는 한계점을 고발하고 사진 너머에 존재하는 다각적 기억의 복원을 시도했다.
작가의 어린시절의 향수가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찍은 한장의 사진으로 상상의 배경 이미지를 이어붙여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바닥에 있는 장난감들은 실제로 방을 이리 저리 움직이며 돌아다닌다. '사진찍기'는 '빼기'라는 얘기를 예전에 들었다. 많은 부분 중 어느 한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포착한 피사체 주변으로 '삭제'되어버린 배경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움직이는 이미지 표현으로 오래된 기억을 마치 가까이서 꺼내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생동감이 인상적이다. 꽤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미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미지의 사용과 그 작용이 인류문명 발단 단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지를 통해 신의 형상을 보고 싶어 했고, 욕망의 대상을 오랫동안 시각 구성물로 대체하고 싶어 했다. 미술은 이렇게 성스럽고 소중한 것의 기록 매체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미술에서 재현의 역사를 추동시켰다.
사람들의 욕망은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움직이는 대상도 ‘재현’의 범주에서 다루었다. 하지만 미술 매체가 한정되었던 시대에는 움직임 자체를 재현할 수 없었다.
카메라의 발명은 ‘재현’의 문제에 신기원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근대문명에서 리얼(real)과 팩트(fact)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철학의 문제를 낳았다. 아티스트들도 이러한 세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유럽의 미술계는 ‘역동성’이라는 새로운 모티브를 받아들게 되었다. 말이 달리고, 전구가 휘황찬란하게 불 밝힌 카페의 모습도, 발레리나가 아름답게 춤을 추는 모습도, 플랫폼으로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어 오는 증기기관차도 바로 그 역동성의 대표적인 주제였다. 하지만 그림과 조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움직임’자체가 아니라 그 움직임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이라는 은유나 움직임의 찰나를 포착한 정지된 한 장면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동시대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에 아티스트들이 고민했던 그리고 목표했던 많은 것들이 해결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미술의 중요한 문제의식에서 저만치 멀어졌고, 움직임은 실제로 가능한 재현이 되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작품은 움직임 자체에 대한 구현이 목표도 아니며, 역동성만을 재현한 것도 아니다. 영화의 발명은 시각의 재현을 넘어 시간의 재현이기도 했다.
지금 우리에게 구현되는 첨단의 현대미술은 현대 과학기술의 척도를 보여줄 수 있지만 오히려 자연에 대한 향수와 현대문명이 예단치 못한 이기(利己)의 위험을 경고하기도 한다. 이제 예술은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인공 기계문명의 역동적인 새로운 풍경에의 찬탄과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예술의 이미지는 이제 서로가 눈을 맞추고 서로가 대상화한다. 인공의 것이 자연의 것처럼 움직임과 표정을 가지게 됨으로써 새로운 감성을 감지하고 소통한다. 영화나 사진의 광학적이고 기계적 매개 결과가 우리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여 울게도 웃게도 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이제 어떤 운동, 행위나 표정은 근대인들이 목격한 생경한 것들의 경이로움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함의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렇다면 ‘움직임’은 감성이나 인식의 표상체가 된다. 기호학(Semiotics)은 이 표상체가 가지는 기표(記標 Signifiant) 를 분석함으로써 현대사회의 풍요로운 사회적, 문화적 의미(기의 記意 Signifié)를 번역해 준다. 예컨대 우리의 제스처가, 화장과 성형이, 패션과 과잉된 욕망의 다양한 기호품들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또 다른 언어의 체계를 갖는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은 그 콘텐츠의 움직임(행위 motion), 표정이 우리에게 어떤 감성을 자극해 특별한 표상체가 되는 작품들이다. 우리는 부족한 형용사들을 나열하게 될 것이고 또한 특별한 표정과 움직임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러한 대상에게서 받은 자극이나 간섭으로 발생되는 변화는 풍부한 사회언어를 (재)생산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말하는 ‘작품’은 단순히 기표(시니피앙)만이 아닌, 동시에 기의(시니피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호들의 삶에 주목하는 것은 움직임이 암시된 작품들을 통해 특별한 감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된다.
출처 - 부산현대미술관
"인공의 것이 자연의 것처럼 움직임과 표정을 가지게 됨으로써 새로운 감성을 감지하고 소통한다."
"작품은 단순히 기표(시니피앙)만이 아닌, 동시에 기의(시니피에)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호들의 삶에 주목하는 것은 움직임이 암시된 작품들을 통해 특별한 감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KEEN(정찬호 Jeong Chan Ho + 김수 Kim Su) ‘아무도 살지 않는다.’ (Nobody lives.)
키네틱 설치, 2020, 공간에 가변설치
- 들고 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문, 용도 폐기된 실제의 문들이 비현실적으로 배치되어 여전히 그 기능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만든다. 스스로 열리고 닫히는 문들은 아직 저쪽과 이쪽의 경계를 만들지만, 이미 저쪽은 추상적이고 상상의 공간이 된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은 '폐기된' 문의 작동으로 우리 기억 속에 누군가 살았던 삶의 잔상을 만든다. 문들로만 이루어진 골목의 재현과 기억이 누적된 다양한 문들의 합주는 시간을 재현한다.
"작품의 설명 중,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은 '폐기된' 문의 작동으로 우리 기억 속에 누군가 살았던 삶의 잔상을 만든다." 라는 표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내 기억속, 마음속의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고 '아무도 살지 않는다.'의 의미 역시도 내 마음에 누군가 다녀갔던 방의 흔적들은 여전히 존재 하지만 사실 지금은 그 누구도 존재 하지 않음을 각인시키는 것 같다. 우리는 그 기억들을 잊고 살아가지만 시시때때로 기억의 서랍이 의도치 않게 열려 버리듯, 이 공간의 폐기된 문들도 자동으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최수환(Choi Su Hwan) 유령연습(ghost practice.)
키네틱 설치, 2018, 공간에 가변설치
-최수환 작가의 작업은 너무나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한다. 그저 스쳐지나갈 만한 것들에 대해 낯선 상황을 덧붙여 눈여겨 관찰할 것으로 반전시킨다. 움직이지 말아야 할 일상의 사물들이 특별한 동력이 부여되는 순간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작품 제목이 "유령연습"이다. 움직이지 말아야 할 사물을 움직여 살아있는 유기체 처럼 보이게 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의도 였다면 가위와 못의 움직임은 그 의미에 부합하였고 신발의 움직임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 봤다. 벽면에 그려진 동그라미 선을 따라 나사 못이 빙글빙글 돈다. 그 원리를 대충 눈치 챌 수 있을 것 같지만 육안으로 보기에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못' 이었다. 가위도 마찬가지. 기둥 밑으로 아무것도 의지하지 않은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인데 비해, 신발만 기구를 이용하여 열심히 움직여 주고 있음을 알려준다. 생동감을 부여한 '자체적' 움직임처럼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었다.
-마무리로 이 총 3가지의 전시들은 무료로 7/26일까지 진행되며,
각각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움직임'과 '테크놀로지' 라는 공통의 주제로 많은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다.